ORIGINAL FICTION
제189화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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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보다 이름 때문에 더 많이 싸운 날이 있었다.
◆2102년 3월.
Draft 1.0 거의 완성.
남은 큰 빈칸.
국가 이름.
정확히는 새 정치체 이름.
◆이름위원회는 기존 국가·종교·언어에서 특정 지역을 과도하게 연상시키는 단어도 걸렀다.
새 질서가 옛 승전국 이름을 확대하는 모양이 되지 않게.
실제로 몇몇 역사적 이름은 지역별로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다.
이름도 중립적 공간이 아니었다.
후보.
Earth Federation.
반대.
“지구 전체 대표 아님.”
Terran Union.
“너무 단일국가 같음.”
Earth Compact.
“너무 약함.”
Commonwealth of Earth.
기존 정치체 명칭과 충돌.
Terran 법학자들은 Concord가 조약명처럼 들려 혼란스럽다고 했다.
Amina.
“그 혼란도 일부 의도입니다.”
“왜?”
“완전한 단일국가가 아니라는 감각.”
다만 법적 문서에는 federal polity constituted by Charter를 명확히 써 감성적 이름과 법적형태를 구분.
Concord.
◆누군가 말했다.
“Concord는 국가 같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그래서 좋습니다.”
◆Concord.
합의.
조화.
완전통합보다 동의로 묶인 느낌.
Adrian이 좋아했다.
그래서 말을 아꼈다.
자기가 밀면 이름이 또 개인과 연결될 수 있어서.
◆공모에는 ‘No Name Until Ratification’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국가에 이름부터 붙이지 말자는 주장.
그래서 Draft Name이라는 꼬리표를 모든 공식화면에 붙였다.
국가명에도 임시상태 표시.
공개공모.
수백만 제안.
농담.
Planet McPlanet.
탈락.
사람들은 2102년에도 비슷했다.
◆Luna 대표는
“Earth”보다 “Terran” 선호.
왜?
Luna 주민도 인간문명권 일부.
하지만 지구 영토는 아님.
Terran은 지구기원 문명이라는 의미로 조금 넓음.
◆반대.
미래 외계문명 만나면 Terran이 종족국가 이름처럼 보일 수 있음.
아직 외계문명 확인 전.
그래도 가능성.
Evelyn.
“이름은 헌법보다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Concord가 너무 평화주의적 이름이라는 비판도.
Ortega.
“나쁜가?”
“군사억지력 약해 보입니다.”
그가 웃었다.
“이름 보고 공격할 적이면 정보력이 형편없군.”
◆정치체인지 조약인지 혼동.
법률팀.
정식명칭.
Terran Concord
헌장에 의해 성립하는 limited federal polity.
설명문.
‘Concord’가 법적형태를 결정하진 않음.
◆노아미 기사.
A Country That Doesn't Want to Sound Like One
국가처럼 들리고 싶지 않은 국가.
회의장 사람들이 싫어했다.
독자들은 좋아했다.
◆시민조사.
Terran Concord 41%.
Earth Federation 28.
Terran Union 14.
기타.
이름투표를 헌정비준과 분리.
대중투표로 이름만 정하자는 제안.
반대.
국가상징을 인기투표로만 정할 필요는 없음.
◆Drafting Convention 표결.
Terran Concord.
정치대표 59%.
Civic 63%.
선정.
단, DRAFT NAME ONLY
화면.
TERRAN CONCORD — DRAFT NAME ONLY
비준 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지역은 자기 문서에서 그냥 “proposed federation”이라고 계속 불렀다.
허용.
이름을 쓴다고 정치체가 생기는 건 아니다.
◆상징분과 자체를 비준 뒤로 미루자는 안이 통과.
국기.
문장.
국가.
수도.
없음.
헌법비준이 실패해도 사람들이 이미 깃발 아래 모여 기정사실화하지 않게.
상징은 정치적 동의 뒤에 온다.
국기.
안 정함.
수도.
안 정함.
국가.
아직 없음.
왜?
비준 전부터 상징을 확정하면 기정사실화.
◆Amina가 말했다.
“이름은 문서 표지에 필요해서 정했습니다.”
기자.
“역사적 순간 아닌가요?”
“비준되면.”
그녀는 끝까지 범위를 줄여 말했다.
◆Mara는 Concord가 너무 부드러운 이름 아니냐고 물었다.
“당신 소설 제목 같아.”
“무슨 소설?”
“그냥.”
둘은 웃었다.
Adrian은 국가이름을 좋아했지만 그 이름을 자기 유산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다음 세대가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 있는 이름.
Adrian은 저녁에 Mara에게 말했다.
“Terran Concord.”
“좋아?”
“네.”
“티 나.”
“회의에서는 안 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네.”
Mara가 웃었다.
“Concord라. 당신답긴 하네.”
◆표지 시안.
EARTH CHARTER for the proposed TERRAN CONCORD
그 아래.
Draft 0.9.
아직 1.0도 아니었다.
◆이름이 생기자 사람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뉴스.
시장.
시위.
찬성.
반대.
Amina는 매번 고쳤다.
“아직 없습니다.”
◆국가는 이름을 부른다고 생기지 않는다.
헌장을 쓰고, 사람이 동의하고, 권력을 넘겨야 생긴다.
2102년의 Terran Concord는
아직 표지 위에만 존재하는 미래형 명사였다.
이름 토론이 길어지자 한 시민대표가 말했다.
“이름 때문에 하루 쓰는 게 아깝습니다.”
Amina.
“사람들이 100년 부를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래서 하루 정도는.”
결국 이름표결은 구조표결보다 훨씬 짧았다.
다만 기록은 남겼다.
왜 Earth가 아니고, 왜 Union이 아니고, 왜 Concord인지.
훗날 사람들이 그 이름을 신성한 단어처럼 취급하지 않게.
그것도 하나의 선택이었고 언제든 다른 세대가 바꿀 수 있었다.
표지 디자이너는 Concord 글자를 가장 크게 만들지 않았다.
가장 큰 글자.
EARTH CHARTER
국가이름보다 그 국가를 제한하는 문서가 먼저 보이게.
표지 아래 작은 문구도 붙었다.
Subject to ratification.
비준 전.
시민포스터, 회의자료, 뉴스그래픽에도 가능하면 함께 쓰도록 권고.
이름이 생긴 순간부터 국가가 이미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냥
“Concord”라고 불렀다.
언어는 절차보다 빨랐다.
그래서 절차는 계속 그 뒤를 따라다니며 아직 아니라고 표시해야 했다.
Amina는 이름표결이 끝난 뒤 표지 파일을 잠갔다.
다음 변경은 비준과정에서 정식재소집이 있을 때만.
이름조차 회의 막판 분위기로 다시 바꾸지 못하게 했다.
이름은 정해졌지만 충성은 생기지 않았다. Concord라는 단어는 아직 시민의 감정이 아니라 초안의 표제였다. 비준이 실패하면 그 이름도 초안과 함께 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가볍게, 그러나 정확하게 다뤘다. 아직 이름뿐이었다.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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