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60화 — 첫 번째 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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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8년 2월.
헌정연구회의가 첫 문서를 냈다.
헌법.
아님.
국가창설안.
아님.
제목.
EARTH CHARTER — PRINCIPLES DRAFT 0.1
원칙초안.
0.1.
◆0.1에는 의도적으로 국가명·국기·수도·지도자 직함이 없었다.
왜?
사람들은 상징부터 정하면 구조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느낀다.
먼저 무엇을 제한할지.
나중에 무엇이라고 부를지.
120화에서 공통깃발을 미룬 방식과 같았다.
첫 페이지.
1. 공통권리는 구제가능해야 한다.
2. 회원간 무력사용은 금지한다.
3. 전략자산은 단일정치체의 불명확한 승계에 맡기지 않는다.
4. 공통권한은 열거된다.
5. 공통재정은 대표입법 없이는 확대되지 않는다.
6. 비상권한은 자동실효한다.
7. 공통법원은 공통경계를 심사한다.
8. 회원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탈퇴할 수 있다.
9. 지역·지역시민권은 공통지위와 병존한다.
10. 지구 밖 공동체의 미래 자치를 선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10번에서 가장 많이 멈췄다.
달.
아직 작음.
그런데 미래를 위한 문장.
◆Draft 0.1은 공개주석을 받았다.
첫 주.
댓글·의견서 수십만.
대부분 법률적이지 않았다.
“너무 길다.”
“탈퇴권이 왜 필요?”
“달 얘기를 왜 벌써?”
“세금 싫다.”
운영팀은 그걸 수준 낮다고 버리지 않았다.
사람이 이해 못 하는 문장은 정치적으로도 약하다.
대중용 주석판을 따로 만들었다.
문제.
회원간 무력사용 금지.
자위?
당연히 허용.
그럼 어느 시점부터 자위인가.
안보협정.
156화.
추가문장 필요.
◆전략자산.
누가 소유?
아직 안 정함.
공통감사.
다중통제.
하지만 직접운용권 구조 미정.
◆탈퇴.
절차.
90일?
1년?
전략·재정자산 정산?
미정.
◆즉, 초안은 구멍투성이.
노아미가 말했다.
“0.1답네요.”
에블린.
“그래서 번호 붙였습니다.”
◆표결 전 대표들은 각 조항에 색을 붙였다.
녹색.
대체로 동의.
노랑.
수정 필요.
빨강.
근본반대.
문서 한 장에 빨강이 많았다.
노아미가 말했다.
“합의문 같지 않은데요.”
에블린.
“그래서 초안입니다.”
차이를 숨긴 깨끗한 문서보다 반대가 보이는 지저분한 문서가 더 쓸모 있었다.
표결은 한꺼번에 10개 원칙을 묶지 않았다.
각 항목 별도.
왜?
전체패키지 찬반만 하면 사람이 어떤 조항 때문에 반대했는지 사라진다.
권리 82%.
재정 54%.
탈퇴 61%.
Off-world 73%.
같은 문서 안에서도 정당성이 달랐다.
0.1은 그 차이를 같이 공개했다.
정치대표 표결.
원칙초안 검토 계속.
찬성 67%.
반대 21.
기권 12.
Civic.
찬성 71.
통과.
하지만 비준 아님.
◆반대대표도 소수의견 부록을 직접 작성했다.
“이 문서가 제한연방을 향해 기울어 있다.”
회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초안 자체가 자기 비판을 같이 보존.
나중에
“모두 동의했다”는 신화가 생기지 않게.
반대이유도 기록.
East Crown 대표.
“회원이 될지 모르는 회의가 탈퇴절차까지 쓰는 건 너무 빠름.”
작은 지역.
“재정권한 모호.”
기업도시 시민대표.
“시민권 구조 부족.”
Luna 관찰대표.
“Off-world 조항 더 강해야.”
모두 다음 작업.
◆Adrian은 초안에 이름을 쓰지 않았다.
작성위원이 아니었나?
일부 분과 참여.
하지만 문서 저자는 회의 전체.
노아미가 물었다.
“당신 문장 몇 개 들어갔죠?”
“아마.”
“어떤?”
“말 안 하겠습니다.”
“왜?”
“문장에 소유권 붙이고 싶지 않아서.”
◆대표들은 0.1 종이본에 각자 자기 언어로 메모했다.
누군가는 ‘too central’.
누군가는 ‘too weak’.
누군가는 ‘where is enforcement?’
같은 문장 옆에 반대 화살표가 겹쳤다.
한 문서가 서로 다른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다는 건 어쩌면 균형을 찾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었다.
그날 저녁 대표자들은 축하행사를 작게 열었다.
Mina가 물었다.
“축하할 일 맞아요?”
에블린.
“문서 하나 만들었잖아.”
“0.1인데.”
“첫 초안은 원래 축하해도 돼.”
◆Sable 대표의 단말이 먼저 울렸다.
그 뒤 Brownfield.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봤다.
조금 전까지 ‘회원간 무력금지’ 문장을 두고 법률용어를 고치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 지역의 사망자 숫자를 봤다.
문장이 현실보다 늦게 도착한 순간.
행사 중 속보.
남부 국경지역.
두 지역 보안대 충돌.
사망자.
확인 중.
사람들이 화면을 봤다.
음악이 멈췄다.
◆초기정보.
검문.
무장차량.
경고사격.
누가 먼저?
불명.
한쪽은 상대가 국경 넘었다고.
다른 쪽은 회랑 추적 중이었다고.
◆헌정회의 첫 초안이 나온 날
현실은 회원간 무력금지 문장을 바로 시험했다.
◆오르테가는 자문실로 이동.
마야는 Council 핫라인.
Adrian은 회의장에 남았다.
누군가 물었다.
“이제 초안 의미 없어지는 겁니까?”
그가 말했다.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가 쓰는 문장이 실제 사건에서 버티는지 보게 됐으니까.”
◆화면.
사망자 2.
부상 7.
교전 중지.
추가병력 접근.
위험.
◆축하용 음료는 그대로 테이블에 남았다.
회의는 비상운영으로 전환됐지만
관련대표와 안보분과만 남고 대부분은 숙소로 돌아갔다.
모든 사람이 위기실에 몰릴 필요는 없었다.
몇 년 전 같으면 Adrian도 그 방에 갔을 것이다.
이번엔 남아 Draft 0.1을 다시 봤다.
대표 한 명은 축하행사에 남지 않고 자기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유.
“우리 의회에 먼저 설명해야 합니다.”
연구회의 문서가 자기 지역정치를 건너뛰면 안 된다는 뜻.
헌정작업은 오리슨 회의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각 지역이 자기 주민에게 다시 설명하고 다시 동의를 구하는 과정까지 포함했다.
첫 번째 초안은
첫 번째 초안은
첫 번째 초안은 완성된 세계를 위해 쓰인 문서가 아니었다.
완성되지 않은 세계에서
사람이 다시 총을 들기 시작했을 때
어떤 선까지 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하기 위한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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