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42화 — 한 단위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정산망이 커지자 새 문제가 생겼다.
같은 거래를 무슨 단위로 비교할 것인가.
◆2096년 7월.
참여결제망 18개.
지역 크레딧.
은행단위.
기업계정.
재난토큰의 후신.
환율이 매일 달랐다.
장기계약은 더 어려웠다.
◆하퍼 교량계약.
공사기간 5년.
노스리버 업체.
켈런 자재.
세이블 보험.
어느 통화로 쓰나.
하나를 고르면 다른 쪽이 환율위험 부담.
여러 개로 쓰면 계약서가 복잡.
◆토머스가 제안했다.
“기준단위 하나.”
회의장이 바로 시끄러워졌다.
“공통화폐.”
“아닙니다.”
“또 그 말.”
“진짜 아닙니다.”
◆이름 초안.
Continuity Reference Unit
약자.
CRU.
토머스가 말했다.
“돈이 아닙니다.”
정의.
여러 안정자산과 지역결제단위 묶음을 기준으로 만든 회계용 기준값.
계좌 없음.
현금 없음.
발행 없음.
예금 없음.
그냥 계약금액을 표현하는 자.
◆예.
교량계약 100 CRU.
실제 지급일엔 각 지역 화폐로 환산.
환율위험은 계약조건대로 분담.
사람이 CRU를 들고 편의점에서 물건 살 수 없음.
노아가 물었다.
“그럼 돈 아닌 거 맞네요.”
아샤.
“세금계산서에 나오면 돈 같지 않을까?”
“싫다.”
◆중앙은행들 반응.
조심.
“CRU가 가격표시 수단으로 퍼지면 사실상 통화가 될 수 있습니다.”
토머스.
“그래서 소비자가격 표시 금지.”
“급여?”
“금지.”
“대출?”
“원금 기준표시만 가능, 실제 지급통화 명시.”
경계부터 설계.
◆켈런은 CRU 구성바스켓에 기업결제단위를 넣어달라고 요구.
지역정부 반발.
“회사 돈을 공공기준에?”
엘레나.
“거래량이 큽니다.”
사라.
“회사가 망하면?”
좋은 질문.
바스켓 조건.
규모.
유동성.
감사.
분산.
단일단위 최대비중 제한.
켈런 계정 포함.
하지만 작게.
◆아이리스는 가격조작 위험을 봤다.
CRU 기준시각 직전 특정 결제단위 가격을 움직이면?
토머스.
“시장 규모 크면 어렵습니다.”
“어렵다는 것과 불가능은 다릅니다.”
그래서 단일시점 가격 대신 시간가중 평균.
이상치 제거.
독립가격원 여러 개.
기준산식 공개.
구체 보안탐지는 비공개.
◆CRU 산식은 시민이 직접 검증할 수 있게 샘플계산기를 공개했다.
토머스는 처음 반대했다.
“사람들이 숫자 하나 잘못 넣고 조작이라고 할 겁니다.”
아이리스.
“그래도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첫날 온라인에서 다른 값이 나왔다.
논란.
원인.
계산기 버전이 전날 바스켓을 사용.
업데이트오류.
바로 수정.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대신 산식이 실제로 검증된 첫날이 됐다.
첫 파일럿.
재건채권 이자.
일부 장기철도계약.
지역간 보험.
소비자 사용 없음.
◆문제는 이름.
CRU.
사람들은 이미 “크루”라고 불렀다.
언론 제목.
COMMON MONEY WITHOUT MONEY?
사미라가 싫어했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너무 빨리 갑니다.”
토머스.
“기능은 필요합니다.”
“이름 바꿉시다.”
◆제안.
Regional Reference Basket.
Settlement Reference.
Interregional Unit.
마지막.
Continuity Reference Unit.
결국 원래 이름.
왜?
이미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이름이 기능보다 먼저 정치가 됐다.
◆에블린이 법적 제한조항을 넣었다.
CRU SHALL NOT ITSELF CONSTITUTE LEGAL TENDER.
법정통화 아님.
각 지역 통화권 유지.
CRU 사용범위는 기관간 정산·장기계약·공동재정.
확대하려면 별도 승인.
◆소규모 업체들은 CRU 계약을 싫어하기도 했다.
“또 새 단위.”
마일로 첸.
“장부가 더 복잡해집니다.”
토머스는 CRU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지역 장기계약만 선택권.
소형거래는 기존통화.
새 도구가 좋다고 모든 거래에 쓰게 하지 않는다.
기능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제도가 추가비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계약.
Redspan 2차 보강.
금액.
38.4 CRU million.
실제 지급.
네 종류 통화.
공사노동자 급여.
각자 지역통화.
CRU는 그 어디에도 직접 지급되지 않았다.
◆CRU 기준값이 처음 크게 흔들린 날 정치권은 바로 반응했다.
한 지역통화 급락.
바스켓 전체 영향은 작음.
왜?
비중상한.
분산.
토머스가 말했다.
“이게 목적입니다.”
기자.
“그럼 약한 통화 손실을 다른 지역이 대신 받는 겁니까?”
“아닙니다. 기준값 변동이 완화될 뿐, 실제 지급통화 위험은 계약대로 남습니다.”
CRU가 손실을 마술처럼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는 설명이 계속 필요했다.
두 달 뒤.
환율변동.
켈런 단위 약세.
노스리버 강세.
기존계약이라면 한쪽 손실 컸을 것.
CRU 계약은 위험이 여러 쪽에 분산.
업체들이 좋아했다.
정치권은 더 긴장했다.
잘 작동할수록 확대요구가 생기기 때문.
◆한 의원이 말했다.
“왜 세금도 CRU로 안 냅니까?”
토머스가 바로 말했다.
“그게 다음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좋잖아요.”
“기능이 좋다는 것과 권한이 자동확대되는 건 다릅니다.”
에이드리언이 없는데도 그 문장이 돌아다녔다.
◆CRU는 Continuity Unit이 아니었다.
아직.
사람들은 둘을 혼용하기 시작했지만 공식문서는 고쳤다.
Reference.
기준.
돈이 아니라 돈을 비교하는 자.
◆노아의 편의점 영수증에는 CRU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납품업체 장기계약에는 나왔다.
노아는 새로 들어온 세이블 제품을 진열하며 말했다.
“안 보이는 금융이 제일 좋네요.”
아샤.
“문제 생기면 보일걸.”
“그건 다 그렇죠.”
◆CRU를 쓰지 않는 계약도 계속 정상적으로 존재했다.
새 단위는 기존 돈을 밀어내지 않았다.
필요한 곳에서만 쓰였다.
그 제한 자체가 첫해의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였다.
한 단위가 생겼다.
하나의 화폐가 아니라
서로 다른 화폐가 같은 문장에서 숫자를 말할 수 있게 하는 단위.
아직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은 충분했다.
그 이상은 아직 아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