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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38화 — 백 년 뒤

디 오거나이저 · 138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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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때 마라는 에이드리언에게 물었다.

“백 년 뒤에 뭐 하고 있을 것 같아?”

그는 커피를 마시다 멈췄다.

“왜 갑자기?”

“검진 예약.”

2095년 12월.

장수치료 정기검진.

둘 다 특별한 병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시대가 그랬다.

세포복구.

암 조기감시.

대사조절.

조직재생.

수명은 길어졌다.

불멸은 아니었다.

치료를 잘 받아도 200년 이상 산다는 건 확률과 생활의 문제.

의사가 말했다.

“현재 상태 좋습니다.”

에이드리언은 리스크표를 봤다.

마라가 웃었다.

“환자 입장에서 보니까 어때?”

“설명 더 구체적으로 해줬으면.”

의사.

“배우자분이 의사라 제가 긴장됩니다.”

마라.

“전 오늘 배우자입니다.”

“더 긴장되네요.”

검사 뒤 생식상담.

135화에서 3년 안에 다시 결정하기로 했던 아이 문제.

아직 2년 남음.

그런데 상담사는 말했다.

“의학적으로는 미루셔도 큰 문제 없습니다.”

마라가 물었다.

“생활적으로는?”

상담사는 웃었다.

“그건 제가 모릅니다.”

정확했다.

에이드리언은 긴 수명 때문에 결정을 자꾸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직장.

아이.

이사.

여행.

은퇴.

‘시간 많다’는 말은 좋은 선택지이면서 미루기의 핑계.

마라가 말했다.

“백 년 뒤에도 위원회 하고 있진 마.”

“위원회는 내년 종료검토입니다.”

“다른 위원회.”

“가능성이…”

마라가 쳐다봤다.

“농담입니다.”

둘은 집으로 가는 길에 에이드리언 어머니를 들렀다.

어머니는 여전히 주 2일 공공보건 자문.

나이.

이제 육십대 후반이었지만 장수시대에는 노인이라 부르기 이른 나이.

그녀가 말했다.

“백 년 뒤?”

마라가 질문했다.

“살아 있으면 좋지.”

“뭐 하고 싶으세요?”

“모르지.”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계획 없으십니까?”

어머니가 웃었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계획 있었니?”

가족사진.

아버지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살아 있는 사람들만 계속 나이를 먹는다.

장수사회에서 사별은 더 길게 남을 수도 있었다.

마라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말했다.

“당신 아버지는 당신 기억에서 계속 몇 살이야?”

에이드리언.

“39.”

“사고 때보다 젊네.”

“어릴 때 제일 많이 본 얼굴이라.”

기억의 나이는 생물학적 나이와 달랐다.

장수치료 격차는 보험에서도 드러났다.

젊을 때 예방치료를 받은 사람.

못 받은 사람.

100년 뒤 질병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는 치료공백을 위험요인으로 가격에 반영하려 했다.

마라가 반대.

“전쟁 때문에 못 받은 걸 보험료로 또 벌주겠다고요?”

금융당국도 개입.

전쟁기 치료공백을 개인위험평가에 직접 사용 금지.

공공보정.

미래의 건강격차가 과거의 전쟁피해를 복리처럼 키우지 않게.

장수정책도 재건문제가 됐다.

전쟁 중 치료 중단.

지역격차.

부유층은 장기치료 유지.

피난민·빈곤층은 몇 년씩 공백.

평화 뒤 건강격차가 수명격차로 이어질 위험.

마라가 병원회의에서 말했다.

“장수치료를 사치의료로 보면 안 됩니다.”

토머스.

“비쌉니다.”

“치료 공백이 50년 뒤 격차로 돌아옵니다.”

장기예산.

정치인은 싫어하는 종류.

효과가 다음 선거보다 훨씬 뒤.

세이블은 기본 장수치료를 예방접종처럼 공공서비스로 보자고 했다.

켈런은 고용보험 중심.

노스리버는 혼합.

같은 기술도 사회마다 제공방식이 달랐다.

Continuity Council은 구체 모델을 통일하지 않았다.

최소기준만.

암 조기검사.

핵심 세포손상 치료.

필수 대사치료.

‘얼마나 오래 살아야 권리인가’라는 질문은 아직 답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답하면 의학발전이 법을 바로 낡게 만들 수 있었다.

Common Floor에 기본 장수치료를 넣을 것인가.

논쟁.

현재는 응급·기초의료만.

고가 예방치료까지?

리나 솔.

“기술이 사실상 표준의료라면 언젠가 들어가야 합니다.”

마야.

“모든 지역이 비용 못 냅니다.”

사미라.

“단계화.”

에이드리언은 이 논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마라가 관련 전문가.

개인 이해충돌도 있고.

집에서는 물어봤다.

“어디까지 기본으로 봐야 합니까?”

마라.

“사람들이 200년 사는 사회에서 돈 없으면 90년에 죽는 구조가 되면 그건 꽤 큰 정치문제겠지.”

“숫자는 아직—”

“알아.”

그녀가 웃었다.

“집에선 자문료 받아야겠다.”

연금도 문제였다.

전쟁 전 설계된 70~90년 은퇴모델.

사람은 더 오래 일하고, 중간에 직업을 여러 번 바꿨다.

“은퇴를 한 번만 합니까?”

토머스가 말했다.

평생교육.

경력휴식.

두 번째 직업.

세 번째.

마라는 웃었다.

“당신은 은퇴 세 번 할 것 같아.”

에이드리언.

“한 번도 아직 안 했습니다.”

“그게 문제지.”

장수는 수명만 늘리는 기술이 아니라 인생단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였다.

장수사회는 세대관계도 바꿨다.

부모가 자녀의 정치경력을 100년 넘게 볼 수 있다.

창업자.

건국자.

교수.

회사대표.

자리를 오래 잡을 위험.

Living Founder 문제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라가 말했다.

“우리 아이가 생기면 당신이 150살이어도 참견할 것 같아?”

에이드리언.

“정도에 따라.”

“벌써 무섭네.”

“요청받으면.”

“요청 안 하면?”

그는 생각했다.

“참아야겠죠.”

“그 연습 지금부터 해.”

둘은 아이 문제를 달력에 적지 않았다.

대신 3년 뒤 ‘다시 이야기’만 적었다.

마라가 말했다.

“이건 결정이 아니야.”

“압니다.”

“미루는 것도 아니고.”

“검토일.”

마라가 웃었다.

“그 단어는 싫지만 맞아.”

사람의 삶에도 자동실효는 없었다.

다만 계속 미루고 있는지 다시 볼 날짜는 정할 수 있었다.

그해 겨울 둘은 처음으로 장기휴가를 예약했다.

두 주.

아직 1년 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마라.

“그래서 지금 잡는 거야.”

“왜?”

“안 잡으면 일이 먼저 자리를 먹으니까.”

장수시대에도 달력은 하루 24시간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둘은 여행사진을 정리했다.

결혼 후 사흘 바닷가.

사진 대부분 풍경.

둘이 함께 나온 건 적었다.

마라.

“다음엔 더 찍자.”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

말한 뒤 둘 다 잠깐 조용해졌다.

마라가 말했다.

“그래도 다음에 찍어.”

시간이 많다는 건 다음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랬다.

전쟁이 그랬다.

에이드리언은 백 년 뒤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 질문을 계획표 없이 두었다.

다만

내년엔 위원회를 줄이고,

몇 년 안에 아이 문제를 다시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마라와 여행을 더 가기로 했다.

마라는 잠들기 전에 말했다.

“백 년 뒤에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에이드리언은 이번엔 숫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저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둘은 그날 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씩 말했다.

마라.

“바다에서 한 달.”

에이드리언.

“철도 안 타는 여행.”

마라가 웃었다.

“그게 여행 목표야?”

“저한텐 큽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둘은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장면을 먼저 떠올렸다.

백 년 뒤보다

다음 몇 년을 제대로 사는 게 지금은 더 중요했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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