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38화 — 백 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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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때 마라는 에이드리언에게 물었다.
“백 년 뒤에 뭐 하고 있을 것 같아?”
그는 커피를 마시다 멈췄다.
“왜 갑자기?”
“검진 예약.”
◆2095년 12월.
장수치료 정기검진.
둘 다 특별한 병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시대가 그랬다.
세포복구.
암 조기감시.
대사조절.
조직재생.
수명은 길어졌다.
불멸은 아니었다.
치료를 잘 받아도 200년 이상 산다는 건 확률과 생활의 문제.
◆의사가 말했다.
“현재 상태 좋습니다.”
에이드리언은 리스크표를 봤다.
마라가 웃었다.
“환자 입장에서 보니까 어때?”
“설명 더 구체적으로 해줬으면.”
의사.
“배우자분이 의사라 제가 긴장됩니다.”
마라.
“전 오늘 배우자입니다.”
“더 긴장되네요.”
◆검사 뒤 생식상담.
135화에서 3년 안에 다시 결정하기로 했던 아이 문제.
아직 2년 남음.
그런데 상담사는 말했다.
“의학적으로는 미루셔도 큰 문제 없습니다.”
마라가 물었다.
“생활적으로는?”
상담사는 웃었다.
“그건 제가 모릅니다.”
정확했다.
◆에이드리언은 긴 수명 때문에 결정을 자꾸 뒤로 미룰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직장.
아이.
이사.
여행.
은퇴.
‘시간 많다’는 말은 좋은 선택지이면서 미루기의 핑계.
마라가 말했다.
“백 년 뒤에도 위원회 하고 있진 마.”
“위원회는 내년 종료검토입니다.”
“다른 위원회.”
“가능성이…”
마라가 쳐다봤다.
“농담입니다.”
◆둘은 집으로 가는 길에 에이드리언 어머니를 들렀다.
어머니는 여전히 주 2일 공공보건 자문.
나이.
이제 육십대 후반이었지만 장수시대에는 노인이라 부르기 이른 나이.
그녀가 말했다.
“백 년 뒤?”
마라가 질문했다.
“살아 있으면 좋지.”
“뭐 하고 싶으세요?”
“모르지.”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계획 없으십니까?”
어머니가 웃었다.
“너는 태어날 때부터 계획 있었니?”
◆가족사진.
아버지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살아 있는 사람들만 계속 나이를 먹는다.
장수사회에서 사별은 더 길게 남을 수도 있었다.
마라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말했다.
“당신 아버지는 당신 기억에서 계속 몇 살이야?”
에이드리언.
“39.”
“사고 때보다 젊네.”
“어릴 때 제일 많이 본 얼굴이라.”
기억의 나이는 생물학적 나이와 달랐다.
◆장수치료 격차는 보험에서도 드러났다.
젊을 때 예방치료를 받은 사람.
못 받은 사람.
100년 뒤 질병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는 치료공백을 위험요인으로 가격에 반영하려 했다.
마라가 반대.
“전쟁 때문에 못 받은 걸 보험료로 또 벌주겠다고요?”
금융당국도 개입.
전쟁기 치료공백을 개인위험평가에 직접 사용 금지.
공공보정.
미래의 건강격차가 과거의 전쟁피해를 복리처럼 키우지 않게.
장수정책도 재건문제가 됐다.
전쟁 중 치료 중단.
지역격차.
부유층은 장기치료 유지.
피난민·빈곤층은 몇 년씩 공백.
평화 뒤 건강격차가 수명격차로 이어질 위험.
마라가 병원회의에서 말했다.
“장수치료를 사치의료로 보면 안 됩니다.”
토머스.
“비쌉니다.”
“치료 공백이 50년 뒤 격차로 돌아옵니다.”
장기예산.
정치인은 싫어하는 종류.
효과가 다음 선거보다 훨씬 뒤.
◆세이블은 기본 장수치료를 예방접종처럼 공공서비스로 보자고 했다.
켈런은 고용보험 중심.
노스리버는 혼합.
같은 기술도 사회마다 제공방식이 달랐다.
Continuity Council은 구체 모델을 통일하지 않았다.
최소기준만.
암 조기검사.
핵심 세포손상 치료.
필수 대사치료.
‘얼마나 오래 살아야 권리인가’라는 질문은 아직 답하지 않았다.
너무 빨리 답하면 의학발전이 법을 바로 낡게 만들 수 있었다.
Common Floor에 기본 장수치료를 넣을 것인가.
논쟁.
현재는 응급·기초의료만.
고가 예방치료까지?
리나 솔.
“기술이 사실상 표준의료라면 언젠가 들어가야 합니다.”
마야.
“모든 지역이 비용 못 냅니다.”
사미라.
“단계화.”
◆에이드리언은 이 논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마라가 관련 전문가.
개인 이해충돌도 있고.
집에서는 물어봤다.
“어디까지 기본으로 봐야 합니까?”
마라.
“사람들이 200년 사는 사회에서 돈 없으면 90년에 죽는 구조가 되면 그건 꽤 큰 정치문제겠지.”
“숫자는 아직—”
“알아.”
그녀가 웃었다.
“집에선 자문료 받아야겠다.”
◆연금도 문제였다.
전쟁 전 설계된 70~90년 은퇴모델.
사람은 더 오래 일하고, 중간에 직업을 여러 번 바꿨다.
“은퇴를 한 번만 합니까?”
토머스가 말했다.
평생교육.
경력휴식.
두 번째 직업.
세 번째.
마라는 웃었다.
“당신은 은퇴 세 번 할 것 같아.”
에이드리언.
“한 번도 아직 안 했습니다.”
“그게 문제지.”
장수는 수명만 늘리는 기술이 아니라 인생단계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였다.
장수사회는 세대관계도 바꿨다.
부모가 자녀의 정치경력을 100년 넘게 볼 수 있다.
창업자.
건국자.
교수.
회사대표.
자리를 오래 잡을 위험.
Living Founder 문제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라가 말했다.
“우리 아이가 생기면 당신이 150살이어도 참견할 것 같아?”
에이드리언.
“정도에 따라.”
“벌써 무섭네.”
“요청받으면.”
“요청 안 하면?”
그는 생각했다.
“참아야겠죠.”
“그 연습 지금부터 해.”
◆둘은 아이 문제를 달력에 적지 않았다.
대신 3년 뒤 ‘다시 이야기’만 적었다.
마라가 말했다.
“이건 결정이 아니야.”
“압니다.”
“미루는 것도 아니고.”
“검토일.”
마라가 웃었다.
“그 단어는 싫지만 맞아.”
사람의 삶에도 자동실효는 없었다.
다만 계속 미루고 있는지 다시 볼 날짜는 정할 수 있었다.
그해 겨울 둘은 처음으로 장기휴가를 예약했다.
두 주.
아직 1년 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마라.
“그래서 지금 잡는 거야.”
“왜?”
“안 잡으면 일이 먼저 자리를 먹으니까.”
장수시대에도 달력은 하루 24시간뿐이었다.
집에 돌아와 둘은 여행사진을 정리했다.
결혼 후 사흘 바닷가.
사진 대부분 풍경.
둘이 함께 나온 건 적었다.
마라.
“다음엔 더 찍자.”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
말한 뒤 둘 다 잠깐 조용해졌다.
마라가 말했다.
“그래도 다음에 찍어.”
시간이 많다는 건 다음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랬다.
전쟁이 그랬다.
◆에이드리언은 백 년 뒤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 질문을 계획표 없이 두었다.
다만
내년엔 위원회를 줄이고,
몇 년 안에 아이 문제를 다시 이야기하고,
가능하면 마라와 여행을 더 가기로 했다.
마라는 잠들기 전에 말했다.
“백 년 뒤에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
에이드리언은 이번엔 숫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저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둘은 그날 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씩 말했다.
마라.
“바다에서 한 달.”
에이드리언.
“철도 안 타는 여행.”
마라가 웃었다.
“그게 여행 목표야?”
“저한텐 큽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둘은 거창한 계획보다 작은 장면을 먼저 떠올렸다.
백 년 뒤보다
다음 몇 년을 제대로 사는 게 지금은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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