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2화 — 문 앞의 사람들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재건비리 사건 뒤 Ravelin Reconstruction Group은 법원보다 먼저 정치인을 찾았다.
정확히는 정치인 문 앞의 사람들을 찾았다.
◆2094년 1월.
오리슨.
연속성위원회 지역대표 사무동.
방문예약 급증.
건설협회.
재건채권 투자자.
노동조합.
Ravelin 하청업체.
안전감사 업계.
모두 새 조달규칙 초안에 관심이 있었다.
왜?
Ravelin 사건 이후 공공재건계약의 품질보증·이해충돌 규정을 지역협약 전체로 확대하려 했기 때문이다.
돈이 컸다.
◆초안.
- 독립시험기관
- 시험기관 순환
- 과거 유급관계 공개
- 품질데이터 공개
- 내부 Red Flag Channel
- 안전문제 신고자 보호
- 고위험시설 최저가 단독낙찰 금지
산업계가 가장 싫어한 문장.
마지막.
“최저가가 왜 문제입니까?”
건설협회 대표.
토머스.
“문제라는 게 아니라 고위험시설에서 가격만으로 못 고른다는 겁니다.”
“그러면 행정재량 늘어납니다.”
맞았다.
부패방지 규칙이 다른 부패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다.
◆Ravelin은 직접 로비를 못 했다.
조건부 면허 기간.
대신 산업협회가 같은 주장을 했다.
정상.
합법.
문제는 누가 누구를 위해 말하는지 시민이 모른다는 점.
노아미가 말했다.
“협회 의견서 상당부분이 Ravelin 법무문서와 문장이 같습니다.”
협회는 인정했다.
“회원사 초안 참고.”
불법 아님.
그래도 공개할 필요는 있었다.
◆사미라 오코예가 로비등록제를 제안했다.
토머스가 말했다.
“또 등록.”
에블린.
“숨길 이유가 없으면 기록하면 되죠.”
PUBLIC ADVOCACY REGISTER
누구를 만났나.
무슨 안건.
누구를 대표하나.
금전대가 여부.
제출문서.
공개.
대화내용 전부 녹음은 아님.
◆산업계 반발.
“정부와 말하는 것까지 전부 낙인 찍습니까?”
사미라.
“말하는 걸 금지하지 않습니다.”
“경쟁사가 봅니다.”
“영업비밀은 가릴 수 있습니다.”
“그럼 언론이 ‘로비’라고 공격.”
노아미가 말했다.
“로비 자체는 범죄 아닙니다.”
회의장이 그녀를 봤다.
“문제는 누가 말했는지 숨긴 채 공익의견처럼 포장하는 겁니다.”
◆로비등록제 공개포털이 열리자 사람들은 생각보다 열심히 봤다.
가장 많이 본 항목.
대기업이 아니었다.
지역주택협회.
왜?
임대료 규제안 직전 지역의원 14명을 만난 기록.
언론은
“뒤에서 조정했다”고 보도.
협회는 반발.
“우린 공개적으로 의견 냈습니다.”
실제로 맞았다.
등록제의 목적은 만났다는 이유로 죄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포털 첫 화면에 경고문을 붙였다.
등록된 접촉은 위법행위의 증거가 아닙니다.
투명성이 새 낙인이 되지 않게.
첫 등록.
건설협회.
노동조합.
피해자단체.
환경연합.
은행협회.
시민단체도 포함.
‘기업 로비’만 기록하는 제도가 아니었다.
누구든 정책을 바꾸려고 공식면담하면 남긴다.
제이미 코르가 말했다.
“우리도?”
“네.”
“돈도 없는데.”
“영향력도 기록대상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공평하네.”
◆문제는 비공식 접촉.
식사.
행사.
결혼식.
에이드리언이 바로 물었다.
“개인행사까지?”
마라와 결혼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에블린이 말했다.
“정책얘기를 실제로 했는지가 기준.”
“어떻게 압니까?”
“당사자 신고.”
“안 하면?”
“나중에 드러나면 위반.”
완벽한 감시는 불가능.
제도는 모든 대화를 듣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관계와 영향의 흔적을 남기는 게 목적.
◆반대로 등록제 허점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한 건설회사가 ‘시민안전연구회’라는 단체를 통해 자기 조달규제 완화 의견을 제출.
문서에는 회사 이름 없음.
재원추적 결과 운영비 82%를 그 회사가 지원.
불법?
당시 규정상 아님.
새 수정.
정책제안 단체는 주요재원 출처도 공개.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후원자 신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소액후원은 비공개.
일정 비율 이상 기관후원만.
영향력의 출처를 보되 개인 참여까지 위축시키지 않는 선.
첫 위반은 기업이 아니라 노동조합에서 나왔다.
철도노조 간부가 Functional Forum 대표에게 비공식 저녁에서 임금보조 확대를 강하게 요청.
등록 안 함.
누군가 사진 제보.
노조는 말했다.
“친구끼리 식사.”
실제로 둘은 오래된 친구.
문제.
그날 문자에 정책초안이 오갔다.
결론.
벌금은 작게.
면담 사후등록.
친구관계 자체는 문제 아님.
정책접촉을 숨긴 게 문제.
◆조달규칙 최종표결 전 Ravelin 노동자대표도 발언했다.
“우리 회사 이름 나오면 사람들은 노동자도 다 공범처럼 봅니다.”
제이미가 말했다.
“그건 나도 원하지 않습니다.”
둘은 처음 만났다.
피해자대표와 문제기업 노동자.
노동자가 말했다.
“시설 다시 짓는 팀에 우리도 있습니다.”
제이미.
“그럼 이번엔 제대로 지어주세요.”
“그럴 겁니다.”
둘의 대화는 짧았다.
하지만 부패사건을 기업 이름 하나로 묶을 때 그 안의 사람들도 같이 묶인다는 걸 위원회가 다시 봤다.
Ravelin 관련 조달규칙은 산업계 의견을 일부 받아 수정됐다.
시험기관 순환.
유지.
하지만 지역에 시험기관이 하나뿐인 경우 예외 가능.
최저가 단독낙찰 금지.
문구 수정.
가격 외 안전·성능 평가를 필수화.
재량을 줄이기 위해 평가기준 사전공개.
산업계가 이긴 부분도 있었다.
피해자단체가 이긴 부분도.
◆노아미는 기사 제목을 썼다.
문 앞에 서는 사람들을 기록하다
본문.
민주정치에서
정책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 누구의 것인지 시민이 알 수 있는가다.
에이드리언은 기사 링크를 저장했다.
또 자기에게 필요한 질문이라서.
◆결혼식 초대명단도 한 번 더 봤다.
공직·사업 관련 인사.
몇 명.
대부분 친구이기도 했다.
마라가 말했다.
“초대해.”
“이해충돌은?”
“선물 안 받고, 업무 얘기 안 하면 되잖아.”
“업무 얘기하면?”
“결혼식에서 쫓아낼 거야.”
간단한 규칙.
◆재건조달 새 규칙 시행 뒤 업체들은 불평했다.
서류 늘음.
검사비 증가.
입찰기간 증가.
첫 6개월 평균사업 착공이 11일 늦어졌다.
대신 시험데이터 정정건수와 이해충돌 사후발견은 늘었다.
문제가 늘어난 게 아니라 보이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었다.
◆사미라는 말했다.
“투명성은 정치를 깨끗해 보이게 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그럼?”
기자가 물었다.
“더 지저분해 보이게 만드는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기록이 없을 때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록이 생기면 누가 누구를 만나고, 누가 누구를 설득하고, 누가 무엇을 원했는지 보인다.
등록제는 정책담당자 습관도 바꿨다.
면담 시작 전에 직원이 물었다.
“누구를 대표하십니까?”
처음엔 사람들이 기분 나빠했다.
“제 의견입니다.”
“개인 의견입니까, 기관 의견입니까?”
“둘 다.”
그 차이를 적었다.
한 기업 임원이 개인자격으로 와서 회사와 같은 주장을 했다.
불법 아님.
그래도 회사 직책은 공개.
사람은 개인이면서 기관의 일부이기도 했다.
그 관계를 없다고 하진 않았다.
로비등록 첫 분기.
등록면담 3,800건.
정책변경과 직접 연결된 건 확인가능 14%.
나머지는 반영 안 됐거나, 영향 불명.
사미라는 말했다.
“등록됐다고 영향력이 강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정책이 바뀌었을 때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뒤늦게라도 추적할 수 있는 것.
밀실을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 밀실에 문번호를 붙이는 일.
몇 달 뒤 Ravelin 새 품질규정은 다른 지역에서도 거의 그대로 복사되지 않았다.
하퍼는 시험기관이 적어 순환제를 완화.
켈런은 회사 내부시험과 외부검증을 병행.
노스리버는 고위험시설 외부시험 의무.
같은 원칙.
다른 구현.
로비등록제도 지역마다 공개범위가 달랐다.
연속성위원회는 최소기준만 유지.
또 같은 패턴이었다.
표준은 공유하되 정치까지 하나로 만들지 않는다.
평화의 정치는
평화의 정치는
평화의 정치는
문 앞에 아무도 못 서게 하는 일이 아니라
누가 서 있었는지 문 안 사람만 알지 않게 만드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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