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17화 —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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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날짜를 정하는 데 전쟁협상보다 오래 걸린 것은 아니었다.
에이드리언은 그 점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093년 2월.
저녁.
집.
마라가 달력을 열었다.
“우리가 작년 안에 날짜 하나 정하기로 했지.”
“네.”
“놓쳤네요.”
“그러니까 오늘 정하자.”
“내년 봄?”
“재건예산 결산.”
“여름?”
“지역협약 총회.”
마라가 화면을 껐다.
“당신 일정 말고 우리 일정.”
“같은 달력인데요.”
“그래서 문제야.”
◆둘은 주말 세 개를 골랐다.
첫 번째.
마라 수술학회.
두 번째.
에이드리언 지역회의.
세 번째.
아무것도 없음.
“여기.”
마라가 말했다.
“2094년 9월 18일?”
“응.”
에이드리언은 자동으로 정부행사 일정과 겹치는지 확인하려 했다.
마라가 단말을 뺏었다.
“내가 확인했어.”
“무슨 행사?”
“없어.”
“정말?”
“결혼식 생김.”
끝.
날짜 확정.
◆장소도 문제였다.
호텔.
보안 쉬움.
너무 공적.
작은 식당.
좋음.
54명은 안 들어감.
어머니 집 마당.
가족스럽지만 언론드론 막기 어려움.
마라가 말했다.
“그냥 병원 강당?”
에이드리언.
“농담이죠?”
“반쯤.”
결국 아스터 베이 외곽 작은 정원식당.
비공개 대관.
대피등급은?
에이드리언이 물으려다 마라 얼굴을 보고 멈췄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봤지?”
“네.”
“등급?”
“…충분합니다.”
둘 다 웃었다.
문제는 결혼식 규모.
에이드리언 어머니.
“가족만.”
마라 가족.
“가족과 가까운 친구.”
모리스.
“내가 가까운 친구 맞지?”
리아.
“누가 본인 초대했어요?”
오르테가.
“보안은 필요합니다.”
마라.
“군 행사 아니에요.”
오르테가.
“당신 배우자가 유명인이라.”
에이드리언.
“배우자 예정입니다.”
마라가 쳐다봤다.
“그걸 왜 정정해.”
◆첫 명단.
42명.
다음 날.
73명.
그다음.
118명.
마라가 말했다.
“줄이자.”
에이드리언도 동의.
공적인 사람을 초대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지역대표.
해외협상가.
재건위원.
피해자대표.
OCN 인사.
초대하면 정치적 의미가 생긴다.
안 초대해도 의미를 붙인다.
◆에블린이 말했다.
“공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은 선물 제한.”
토머스.
“축의금도?”
“상한.”
모리스.
“결혼식에 감사규정까지.”
마라.
“좋아요. 선물 안 받는 걸로.”
에이드리언.
“가족은?”
“가족 개인선물은 별도.”
다시 규칙.
이번엔 마라가 먼저 문서화했다.
“당신 영향 받았나 봐.”
“좋은 쪽?”
“아마.”
◆언론은 결혼설을 확인하려 했다.
노아미가 물었다.
“공개합니까?”
마라.
“날짜만.”
“장소?”
“비공개.”
“사진?”
“우리가 나중에 하나.”
“취재?”
“없음.”
노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됩니다.”
다른 매체는 ‘비공개 결혼’이라고 썼다.
마라는 말했다.
“내 결혼인데 왜 비공개가 문제야?”
에이드리언.
“기사 제목이 필요해서.”
“당신 너무 적응했네.”
◆서약문도 둘이 직접 쓰기로 했다.
에이드리언 초안.
너무 길었다.
마라가 말했다.
“이건 헌장인데.”
“구체적인 게 좋지 않습니까?”
“결혼식에서 분쟁해결 절차 읽을 거야?”
“그건 안 넣었습니다.”
“다행.”
마라 초안은 세 문장.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너무 짧습니다.”
“핵심만.”
둘은 결국 각자 자기 방식으로 쓰기로 했다.
통일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둘다웠다.
가장 웃긴 문제.
성.
결혼 뒤 성을 바꿀 것인가.
마라.
“안 바꿔.”
“저도 기대 안 했습니다.”
“아이 생기면?”
둘 다 잠깐 멈췄다.
아이 이야기.
처음 제대로.
장수시대.
시간 많음.
둘 다 일.
마라가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에이드리언.
“저도.”
“몇 명?”
그는 바로 숫자를 말하려다 멈췄다.
마라가 눈을 좁혔다.
“말해봐.”
“계획할 필요 있습니까?”
“성장했네.”
◆결혼서류에는 비상연락권.
재산.
의료대리.
상속.
실종상태.
전쟁 뒤 바뀐 법이 개인서류에도 들어와 있었다.
마라가 말했다.
“이건 진짜 중요하네.”
전쟁 중 가족관계 증명이 안 돼 의료결정 못 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다.
둘은 의료대리권을 서로 지정.
재산은 상당부분 별도유지.
공동주택만 공동.
토머스가 듣고 말했다.
“현명합니다.”
마라.
“왜 당신이 알아?”
“에이드리언이 물어봤습니다.”
마라가 에이드리언을 봤다.
“왜 물어봐?”
“전문가라서.”
“결혼재산도 프로젝트네.”
◆경호팀은 결혼식 참석자 신원확인을 요구했다.
마라가 말했다.
“친척한테 신원조사 받으라고 해요?”
보안책임자.
“최소 확인입니다.”
“누가?”
“행사장 출입명단과 위험인물 대조.”
에이드리언은 마라 쪽을 봤다.
“필요한 수준만 합시다.”
결국 참석자에게 별도 서류를 요구하지 않았다.
기존 명단 기반 위험대조만.
경호는 외곽.
식장 안 무장요원 없음.
보안 때문에 결혼식이 공직행사로 바뀌지 않게 선을 그었다.
초대받지 못한 공직자 몇 명은 섭섭하다는 말을 전했다.
한 지역대표는 농담으로 말했다.
“외교문제입니다.”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개인행사입니다.”
그 문장이 중요했다.
공적관계가 있다고 사적행사 초대권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재건위원회 직원들에게도 ‘초대 여부는 업무평가와 무관’ 공지까지 나갔다.
마라가 그걸 보고 말했다.
“이런 공지가 필요한 게 제일 웃기다.”
에이드리언.
“필요하니까요.”
“알아. 그래서 더.”
결국 식은 54명.
가족.
가까운 친구.
몇 명의 동료.
공적직함은 초대장에 쓰지 않음.
Adrian Kane.
Mara Ellis.
끝.
◆마라의 가족은 결혼식에서 누가 어떤 자리에 앉는지도 물었다.
“신랑 쪽, 신부 쪽 나눠?”
마라가 말했다.
“왜?”
“원래 그렇잖아.”
에이드리언 어머니는 반대.
“섞어 앉혀. 어차피 다 처음 보잖아.”
결국 좌석표도 없앴다.
노인·장애인 자리만 지정.
나머지는 자유.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운영이 혼잡할 수 있습니다.”
마라.
“결혼식에서 사람들 알아서 앉아도 안 무너져.”
그는 또 하나를 배웠다.
모든 자리에 운영표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날짜를 정한 뒤 둘은 오히려 결혼얘기를 덜 했다.
일상은 그대로.
설거지.
수술.
회의.
영화.
가끔 싸움.
어느 날 마라가 말했다.
“결혼하면 뭐 달라질 것 같아?”
에이드리언이 생각했다.
“법적관계.”
“또?”
“비상연락.”
“또?”
“상속.”
마라가 쿠션을 던졌다.
“감정적인 답 없어?”
그는 웃었다.
“같이 살 겁니다.”
“지금도.”
“계속.”
마라가 잠깐 조용해졌다.
“그건 좋네.”
◆날짜를 잡은 뒤 에이드리언은 결혼식을 재건위원회 일정에 ‘개인 일정’으로만 표시했다.
이유 없음.
행사명 없음.
처음엔 운영팀이 물었다.
“중요일정입니까?”
“네.”
“업무대체 필요?”
“5일.”
그 정도면 충분했다.
공적조직이 위원장 개인행사의 상세를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사생활보호가 유명해진 뒤에 새로 생기는 권리가 아니라 원래 있던 권리라는 걸 둘은 계속 연습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결혼을 거대한 전환점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전쟁처럼 전과 후가 갈리는 사건.
아니었다.
이미 같이 살고 있고, 같이 늙을 생각을 하고, 서로 가족을 알고 있었다.
둘은 결혼휴가도 정했다.
원래 규정.
5일.
에이드리언은 3일이면 된다고 했다.
마라가 말했다.
“왜?”
“업무가—”
“5일.”
“위원회 총회가.”
“대행자.”
에이드리언은 잠시 멈췄다.
재건위원회에는 부위원장이 있었다.
자기가 없을 때를 위해.
그 제도를 정작 자기 결혼휴가에 안 쓰면 무슨 의미인가.
“5일.”
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제도는 자기한테 불편할 때도 써야 했다.
결혼식은 그 삶의 시작이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삶에 날짜 하나를 붙이는 일에 가까웠다.
그게 둘에게 잘 맞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