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12화 — 마감일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2092년 1월.
전쟁경제 자진등록 90일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중고부품상.
무허가 운송업체.
현금환전상.
전시 임시정비소.
사설 통신중계.
암시장과 생존망 사이에 있던 조직들.
정부는 말했다.
등록하면 과거 단순 무허가행위는 행정처리 가능.
단.
절도.
폭력.
전략장비.
신분도용.
강요.
그런 범죄는 면책 없음.
◆농촌에서는 자진등록 제도가 아예 다른 문제로 보였다.
한 마을 정비소는 법인도 아니고 상호도 없었다.
주인은 고장난 트랙터와 발전기를 고쳐주고 현금이나 곡물로 받았다.
세무공무원이 말했다.
“사업등록 하셔야 합니다.”
주인.
“나는 가게도 없는데?”
“여기가 가게죠.”
“내 집 헛간이야.”
정부 양식은 도시 상점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었다.
결국 이동·농촌 소규모 수리업을 위한 간이사업자 유형이 따로 생겼다.
평화의 법을 전쟁 전 양식으로 그대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등록 첫 달.
예상보다 적었다.
둘째 달.
조금 늘었다.
마감 2주 전.
폭증.
토머스가 말했다.
“사람은 마감이 있어야 움직입니다.”
에블린.
“기관도.”
에이드리언은 듣고 찔렸다.
◆오리슨 중고부품시장.
상인 Milo Chen / 마일로 첸.
전쟁 중 철도센서와 발전기 부품을 거래.
일부는 출처 불명.
등록을 고민했다.
“가면 다 잡아가는 거 아니야?”
옆 상인.
“자진등록이잖아.”
“정부 말을 믿어?”
“전쟁 끝난 지 1년.”
“그래서 더 무섭지.”
평화가 왔다고 국가신뢰가 자동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정부는 등록센터에 경찰 대신 세무·안전·법률 상담을 앞에 뒀다.
형사수사팀은 명백한 중범죄 징후가 있을 때만.
그리고 첫 상담은 기록하지 않는 익명 사전상담 창구.
라파엘이 반대했다.
“범죄자가 미리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에블린.
“모두 범죄자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안 옵니다.”
타협.
익명상담은 구체 범죄사실을 자백받지 않음.
제도설명만.
◆마일로는 익명상담 뒤 등록했다.
장부 제출.
문제.
부품 17건 출처 불명.
그중 3건은 군수창고 제품.
절도품 가능성.
마일로가 말했다.
“나는 산 겁니다.”
“누구에게?”
“기억 안 납니다.”
“금액은?”
“현금.”
“기록?”
“없어요.”
등록직원이 말했다.
“이 세 건은 형사확인으로 넘어갑니다.”
마일로가 일어났다.
“이래서 안 오려 했지.”
상담사가 말했다.
“나머지 사업은 계속 심사합니다.”
“형사사건이면 끝 아닌가요?”
“아닙니다.”
사람 하나가 문제거래 몇 건 때문에 사업 전체가 자동범죄가 되진 않았다.
◆조사결과.
3건 중 2건.
실제 군 매각품.
기록유실.
합법.
1건.
도난품.
마일로가 알고 샀다는 증거 없음.
물품 반환.
수익 일부 환수.
형사기소 없음.
그는 화가 났지만 영업허가를 받았다.
“다시는 현금거래 안 합니다.”
토머스가 말했다.
“그게 제일 큰 성과네요.”
◆자진등록센터에는 과거 거래를 모두 털어놓으면 세금폭탄이 올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토머스가 공개설명을 했다.
“미납세금은 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럼 역시 잡는 거잖아.”
“아니요.”
그는 화면에 분할납부와 일부 전시기간 감면안을 띄웠다.
“국가가 세금체계도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던 기간을 평시와 똑같이 계산하진 않습니다.”
완전면제도 아니었다.
완전추징도.
국가가 무너진 책임을 납세자에게만 청구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마감 3일 전.
정부 내에서 연장론.
“등록이 너무 몰렸습니다.”
“지방지역은 정보가 늦게 갔습니다.”
“30일 연장.”
반대.
“또 연장하면 다음에도 기다립니다.”
에이드리언은 둘 다 이해했다.
마감은 신뢰.
그러나 접근성 차이가 있었다.
결론.
일반연장 없음.
단, 마감 전 상담예약만 해도 30일 추가 제출기간.
문을 닫되 줄 서 있던 사람을 끊지 않는다.
◆밤 11시 40분.
등록센터 서버가 느려졌다.
접속 폭증.
직원들이 당황했다.
아이리스가 백업노드를 붙였다.
누군가 말했다.
“마감 20분 남았습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서버가 멈춘 시간은 마감시간에서 빼세요.”
“법에 그런 조항 없습니다.”
“정부 시스템 때문에 제출 못 하면 국민 책임으로 돌릴 겁니까?”
운영팀은 접속장애 시간을 기록.
자정 이후 37분까지 마감연장.
정확히 장애시간 + 여유 10분.
마감은 지켰다.
시스템 실패 비용도 정부가 부담했다.
마감일.
등록센터 앞 줄.
칼라 멘데스는 이제 정식 운송협동조합 이사였다.
전쟁 중 개인기사들을 모아 임시운송망을 만들었고, 그중 일부가 정식조합으로 전환.
그녀도 등록서류를 제출.
“당신은 이미 OCN 계약업체였잖아요.”
직원.
“조합은 새 법인이에요.”
칼라가 한숨을 쉬었다.
“평화가 서류 더 많네.”
“총은 덜 많습니다.”
“그건 좋네요.”
◆마감 자정.
등록.
14,200개 사업·조직.
등록포기.
추정 수천.
다음 날부터 미등록 영업 단속 강화.
문제.
농촌 소형정비소처럼 법인등록 자체가 과한 곳.
즉시 단속하면 지역복구 멈춤.
또 예외.
초소규모 생계업.
간이등록.
세금·안전 최소.
6개월 뒤 정식전환 검토.
제도는 마감일 다음 날에도 완성되지 않았다.
◆Switchyard 계열 시장도 자진등록에 일부 들어왔다.
합법 복구도구 판매자.
보안감사.
라이선스 중개.
고위험 인증우회 모듈은 금지 또는 허가제.
아이리스가 말했다.
“도구를 없앨 순 없습니다.”
라파엘.
“위험한 기능은?”
“통제.”
“다 우회할 겁니다.”
“일부는.”
“그럼?”
“그래도 합법사용자가 암시장에 갈 이유를 줄이면 시장 규모는 줄어듭니다.”
범죄를 0으로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범죄시장을 덜 편리하게 만드는 정책.
◆단속 첫날 경찰이 가장 먼저 간 곳은 큰 암시장 창고였다.
작은 노점이 아니었다.
등록을 거부하고도 군용부품을 계속 판 조직.
압수품 중 일부는 합법 민수전환이 가능한 물건.
일부는 도난품.
일부는 출처 자체를 못 찾았다.
라파엘은 전부 폐기하지 않았다.
도난품은 반환.
위험품 폐기.
합법전환 가능품은 경매.
범죄조직 물건이라고 모든 물건이 범죄인 것은 아니었다.
그 수익은 피해보상기금으로 들어갔다.
마감 뒤 등록하지 않은 사람 중에는 정부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기 일이 사업인지조차 몰랐던 사람도 있었다.
집에서 배터리를 수리해주던 노인.
동네 차량을 고쳐주던 청년.
난방연료를 공동구매하던 주민모임.
단속팀은 처음부터 벌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반복영업.
규모.
이익.
안전위험.
기준을 보고 사업인지 공동활동인지 구분.
평화경제는 모든 비공식활동을 회사로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마감 한 달 뒤.
암시장 거래량 추정.
감소.
공식부품 유통.
증가.
세수.
증가.
범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음.
한 밀수조직은 오히려 가격을 올려 더 벌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정책 성공이라고 발표하기 애매하네요.”
에이드리언.
“애매하면 그렇게 발표하세요.”
공식보고.
Formalization improved legal supply access. High-risk illicit trade persists and has become more concentrated.
성과와 부작용을 같이.
◆마일로는 정식 간판을 새로 달았다.
Chen Recovery Parts
옛날 간판 아래 손으로 쓴 글자.
등록됨. 세금냄. 비쌈.
노아미가 보고 웃었다.
“왜 마지막?”
마일로.
“손님들 다 압니다.”
“그래도 장사 돼요?”
“영수증 필요한 회사가 오잖아요.”
등록제 6개월 뒤 또 다른 부작용이 보였다.
합법화된 시장이 커지자 대형 유통업체가 작은 상인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마일로가 말했다.
“전쟁 때는 경찰이 무서웠는데 이젠 대기업이 무섭네요.”
토머스는 웃지 않았다.
경쟁정책.
소형업체 공동구매.
공동창고.
시장접근 지원.
불법에서 합법으로 들어온 순간 새로운 종류의 불균형이 시작됐다.
재건은 한 문제를 끝내면 다음 문제의 이름이 바뀌는 과정이기도 했다.
평화경제는 암시장을 없애지 않았다.
평화경제는 암시장을 없애지 않았다.
대신
법 안에 들어오는 것이 조금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격을 바꾸기 시작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