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9화 — 어머니의 집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에이드리언의 어머니는 재건위원회 출범식에 오지 않았다.
“텔레비전으로 보면 되지.”
그녀가 말했다.
“어머니.”
“왜?”
“가족석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안 가.”
마라는 옆에서 웃었다.
◆2091년 9월.
에이드리언과 마라는 어머니 집을 찾았다.
아스터 베이 외곽.
전쟁 전부터 살던 집.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어머니는 이사하지 않았다.
공공보건 행정가로 일하다 현재는 반은퇴.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왜 계속 여기 사세요?”
“내 집이니까.”
“혼자 큰데.”
“네 집도 큰데.”
“둘이 삽니다.”
“너희 집은 책 때문에 큰 거고.”
마라가 웃었다.
“정확합니다.”
◆식탁에는 아버지 사진이 있었다.
공식 추모사진 아님.
낚시하다 잠든 모습.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이 사진 처음 봅니다.”
어머니.
“네 아버지가 싫어해서 숨겨놨지.”
“왜 싫어했습니까?”
“배 나온 거 보여서.”
세 사람 모두 웃었다.
아버지가 인프라 사고보고서가 아니라 조금 우스운 사람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물었다.
“결혼은 언제 해?”
에이드리언이 물을 마시다 멈췄다.
마라는 웃지 않았다.
이번엔 어머니 쪽을 봤다.
“왜 나한테 물으세요?”
“내 아들은 절차부터 찾을 것 같아서.”
에이드리언.
“그 정도는 아닙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봤다.
“맞구나.”
마라가 말했다.
◆둘은 결혼 얘기를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다.
같이 살기 시작한 뒤 몇 번 나왔다.
문제.
전쟁.
일.
가족.
공개성.
그리고 그냥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수명이 긴 시대.
둘 다 아직 젊다고 느꼈다.
어머니가 말했다.
“결혼 안 해도 돼.”
에이드리언.
“방금 물으셨잖아요.”
“궁금한 거랑 강요는 다르지.”
마라는 그 말을 좋아했다.
◆어머니가 맡은 공공보건 자문 중 가장 오래 끌린 문제는 예방접종 공백이었다.
전쟁 중 출생한 아이들.
지역마다 기록이 다르고, 일부는 같은 접종을 두 번 받았고, 일부는 하나도 못 받았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중앙DB 합치면 되지 않습니까?”
어머니가 말했다.
“그 소리 하려고 온 거면 밥 먹고 가.”
마라가 웃었다.
“왜요?”
“기록이 틀렸으니까.”
종이수첩.
지역병원.
학교.
가족기억.
여러 자료를 같이 봐야 했다.
어머니는 말했다.
“인프라는 연결하면 되지만 건강기록은 잘못 연결하면 사람이 맞는다.”
에이드리언은 자기 전문성 밖이라는 걸 인정하고 입을 다물었다.
마라가 말했다.
“오늘 제일 잘한 일.”
어머니도 전쟁 뒤 완전히 은퇴한 것은 아니었다.
지역 공공보건 교육과 예방접종 복구 자문.
주 2일.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쉬신다면서요.”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웃기다.”
마라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
둘이 한편이 됐다.
어머니는 만족했다.
“얘가 어릴 때부터 쉬는 걸 못 했어.”
“어릴 때부터요?”
“숙제 다 하고 다음 주 숙제 물어봤다니까.”
에이드리언.
“그건 과장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아니.”
점심 뒤 어머니는 창고를 보여줬다.
아버지 물건.
공구.
작업복.
사진.
오래된 철도도면.
에이드리언이 보관한 메모와 비슷한 작업수첩 수십 권.
“이걸 왜 아직?”
“버리기 싫어서.”
“박물관에서 연락 안 왔습니까?”
“왔지.”
“그런데?”
“싫다고 했어.”
마라가 에이드리언을 봤다.
표정.
`봤지?`
에이드리언은 웃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사고 관련 정부보상금을 일부 받았다.
그 돈으로 무엇을 했나.
지역 기술학교에 작은 장학기금.
이름.
아버지 이름 안 씀.
Field Safety Scholarship.
에이드리언이 놀랐다.
“왜 말 안 하셨어요?”
“내 돈인데.”
“아버지 이름 안 넣으셨네요.”
“그 사람 싫어했을걸.”
또 같은 결론.
가족 모두 알고 있었다.
◆장학금 첫 수혜자 중에는 엘리 워드도 있었다.
이미 현장경력이 많았지만 전력안전 정규교육을 받기 위해 신청.
에이드리언은 명단을 나중에 알고 놀랐다.
“엘리가 왜?”
어머니가 말했다.
“현장 잘하는 거랑 학교에서 더 배우는 건 다르지.”
“선발에 영향 주신 건?”
“심사위원도 아니야.”
그게 마음에 들었다.
가족기금이 가족 인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장학금 대상.
전력.
철도.
산업정비.
현장기술자.
조건.
성적보다 안전교육.
실습.
어머니가 말했다.
“네 아버지는 천재 아니었어.”
“알아요.”
“실수도 많이 했고.”
“알아요.”
“그러니까 영웅 만들지 마.”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만들겠습니다.”
“너도.”
그가 어머니를 봤다.
“뭘요?”
“너도 영웅 되지 마.”
마라는 이번엔 웃지 않았다.
◆어머니는 TV에 나오는 ‘Organizer’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너 아닌 것 같아.”
“뭐가요?”
“사람들이 너를 다 아는 척하잖아.”
“공적인 일만 보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아버지 사진을 가리켰다.
“저 사람도 밖에선 무뚝뚝한 기술자였지.”
“집에서는?”
“귀찮았어.”
마라가 크게 웃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라는 말했다.
“당신 어머니 좋다.”
“저보다요?”
“비교 안 함.”
“방금 비교한 것 같은데.”
“당신 어머니는 당신한테 명령할 수 있잖아.”
“법적권한 없습니다.”
마라가 한숨을 쉬었다.
“진짜 분위기 깬다.”
에이드리언은 웃었다.
평범한 가족대화가 아직도 조금 낯설었다.
좋은 쪽으로.
저녁.
에이드리언과 마라가 집을 나왔다.
차량까지 걷다가 마라가 말했다.
“어머니 말 맞아.”
“뭐가요?”
“결혼.”
그가 멈췄다.
“어느 부분?”
“급할 필요 없다는 거.”
“아.”
“실망?”
“아니요.”
잠깐.
“조금?”
마라가 웃었다.
“그럼 언젠가는 하고 싶어?”
이번에는 에이드리언이 절차를 생각하지 않았다.
“네.”
“나도.”
끝.
날짜 없음.
계획 없음.
둘 다 그 정도로 만족했다.
◆돌아가는 길.
재건위원회에서 전화가 왔다.
에이드리언이 화면을 봤다.
마라가 말했다.
“받을 거야?”
“긴급?”
“표시 없네.”
그는 화면을 껐다.
“내일.”
마라가 말했다.
“어머니 효과 세네.”
◆집에 돌아와 에이드리언은 아버지 메모 옆에 어머니 장학금 안내문을 놓았다.
둘 다 공식기념물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을 국가서사로 만들지 않고도
그 사람이 남긴 영향을 다음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어머니는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둘이 결혼 얘기했다고?
에이드리언은 마라를 봤다.
“말했습니까?”
“난 아니야.”
“그럼 어떻게—”
두 사람은 동시에 노아미가 아니라 자기 어머니를 의심했다.
마라가 말했다.
“부모 네트워크 무섭네.”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공식통신보다 빠릅니다.”
둘은 결혼식을 크게 할 생각이 없었다.
어머니가 물었다.
“사람 몇 명?”
마라.
“아직 모르는데요.”
“백 명?”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백 명은 너무 많습니다.”
어머니.
“네 장례보다 적네.”
“어머니.”
마라는 웃다가 기침했다.
“그 비교는 좀.”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살아 있을 때 모이는 게 낫지.”
그 말 뒤 잠깐 조용해졌다.
전쟁을 지난 가족에게 행사는 예전과 조금 다른 의미였다.
다음에 볼 수 있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남아 있었다.
결혼은 아직 날짜가 없었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미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둘은 그냥 웃고 말았다.
그날 밤 에이드리언은 자기 이름이 붙은 재건프로그램 목록을 검색했다.
공식적으로는 없었다.
비공식 별명 몇 개.
그는 운영팀에 메시지를 보냈다.
제 이름을 신규 사업명에 사용하지 마십시오.
답.
이미 원칙입니다.
그가 웃었다.
자기 없이도 자기 결함을 막는 규칙이 먼저 만들어져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마라에게 말했다.
“결혼은 하고 싶습니다.”
“알아.”
“너무 미루는 건가 싶어서.”
마라가 창밖을 봤다.
“전쟁 때문에 미룬 건 맞지.”
“네.”
“그럼 평화 때문에 서두를 필요도 없고.”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대신 내년 안에는 날짜 하나 정하자.”
그는 자동으로 달력을 열려 했다.
마라가 손을 잡았다.
“오늘 말고.”
그는 단말을 내려놨다.
계획을 세우는 것과 계획할 시간을 고르는 것도 달랐다.
그게 가족이든 정부든
조금 건강해진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