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4화 — 총을 내려놓는 법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전쟁이 끝났다고 총이 자동으로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떤 지역에서는 총을 내려놓는 순간이 전쟁보다 더 무서웠다.
◆2091년 5월.
Open Corridor Security Compact 등록조직.
전쟁 종료 당시 26개.
정규군·경찰 제외.
자경대.
지역안전대.
기업보안.
농촌방위조직.
무장노동자조합.
전환 중 조직.
정전협정은 지역 무장조직의 단계적 해산·전환을 요구했다.
문제.
무장해제 뒤 누가 치안을 맡는가.
◆하퍼 정션.
다리우스 콜.
처음에는 도로공사 직원.
그다음 방위단 책임자.
지금은 자기 조직을 없애야 했다.
“기분 어떻습니까?”
노아미가 물었다.
“좋습니다.”
“진짜?”
“아니.”
다리우스가 웃었다.
“내가 만든 조직인데.”
“유지하고 싶습니까?”
“도로에 총 든 놈이 필요 없는 게 더 좋죠.”
잠깐.
“근데 경찰이 정말 올 건지는 보고 내려놓을 겁니다.”
◆정부 계획.
하퍼 Community Defense 128명.
선택지.
1. 지역경찰 지원.
2. 도로안전 공무직.
3. 민간보안 전환.
4. 일반취업.
5. 예비군.
6. 퇴직.
무기는 등록 후 반납.
개인소유 합법총기는 별도.
조직무기와 개인무기 구분.
◆무장해제 일정표는 처음엔 ‘반납률’을 성공지표로 썼다.
라파엘이 바꿨다.
총을 많이 반납했다고 치안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새 지표.
- 경찰 대응시간
- 주민신뢰
- 불법총기사건
- 조직폭력
- 전직대원 취업
- 정신건강지원 이용
다리우스가 말했다.
“총 숫자보다 어려운 것만 남겼네.”
“평화가 더 어려우니까요.”
무장해제의 목적은 창고를 총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이 총 없이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첫날 총기반납은 절반도 안 됐다.
이유.
불신.
“경찰 안 오면?”
“다시 폭동 나면?”
“옆 지역은 아직 총 갖고 있는데?”
누구도 먼저 무장해제하고 싶지 않았다.
죄수의 딜레마.
실제 총과 함께.
◆라파엘이 말했다.
“동시전환.”
하퍼.
이스트뱅크.
브라운필드.
세 지역이 같은 2주 동안 조직무기를 반납.
대신 경찰·도로안전 인력을 동시에 늘림.
무기창고는 한 곳에 모으지 않음.
각 지역 봉인.
공동감사.
왜?
한쪽이 갑자기 다시 무장할까 봐.
불신 때문에 분산.
또 그 방식.
◆이스트뱅크 사미르는 반납식 같은 걸 하지 말자고 했다.
“사진 찍고 영웅취급하면 다음에 또 조직 만들고 싶어집니다.”
동의.
총기는 번호확인.
창고.
끝.
◆켈런 회사보안도 전환 대상이었다.
전쟁 중 412명.
현재 범죄율은 낮아졌고 지역경찰은 늘었다.
회사는 보안인력을 260명으로 줄이려 했다.
주민위원은 반대로 회사보안 권한부터 줄이라고 했다.
사라 미로가 말했다.
“사람 수보다 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전쟁 중엔 회사보안이 통행검색과 단기구금을 했다.
평화 이후.
구금권 종료.
주거구역 수색은 경찰영장 필요.
회사시설 내부만 계약상 검사.
엘레나가 말했다.
“권한 줄이면 인원도 줄일 수 있겠네요.”
순서가 바뀌었다.
사람부터 자르는 게 아니라
필요 없어질 권한부터 없애고 그다음 조직을 줄였다.
브라운필드가 가장 어려웠다.
자경대 출신이 지역안전대에 많이 남아 있었다.
놀런 피어스.
“갑자기 다 빼면 경찰 인력 부족.”
라파엘.
“그래서 심사.”
개인별.
과거 폭력.
민원.
훈련.
지역평판.
일부는 경찰 지원.
일부는 도로·재난안전.
일부는 탈락.
탈락자가 반발.
“전쟁 때는 필요하다더니 이제 버립니까?”
정부는 퇴직금과 직업훈련을 제공.
돈으로 존엄을 살 수는 없었다.
그래도 빈손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마렉 런은 경찰 지원에서 떨어진 뒤 도로복구 교육을 선택했다.
첫날 강사가 말했다.
“여긴 총 필요 없습니다.”
마렉이 답했다.
“그게 아직 어색합니다.”
몇 주 뒤 그는 레드스팬 보수현장에 배치됐다.
교량 한쪽 난간을 설치하며 동료가 물었다.
“전에는 뭐 했어요?”
“경비.”
“지금이 낫습니까?”
마렉은 오래 생각했다.
“밤에 덜 깹니다.”
그 한마디가 전환정책 보고서 어떤 숫자보다 더 많은 걸 설명했다.
한 탈락자.
이름.
Marek Lunn / 마렉 런.
전쟁 중 총기과잉사용 민원 4건.
형사유죄 없음.
경찰지원 탈락.
그가 말했다.
“내가 사람 죽였습니까?”
심사관.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경찰권한을 맡기기엔 과잉위험이 높다는 판단.”
“전쟁 때는 괜찮았고?”
심사관은 대답하기 어려웠다.
마렉이 웃었다.
“평화가 오니까 내가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됐네.”
그 말에는 일부 진실이 있었다.
전쟁이 요구한 행동과 평화가 요구한 행동이 달랐다.
◆에이드리언은 전환정책 회의에서 말했다.
“사람을 버리지 말고 역할을 바꿔야 합니다.”
라파엘.
“모두 공공직으로 받을 순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일부는 정말 위험합니다.”
“그것도.”
“그럼?”
“전쟁 때 필요했던 능력이 평화에 필요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걸 정직하게 설명해야죠.”
마라가 말했다.
“그리고 치료도.”
전투후 스트레스.
불면.
폭력충동.
중독.
상담.
자발.
일부 고위험 직무는 의무평가.
군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경대도.
경비도.
구조대도.
◆다리우스는 총 대신 노란 도로안전 조끼를 입었다.
직책.
Harper Regional Mobility Director.
토머스가 말했다.
“이름 길어졌네요.”
“총은 짧았는데.”
“어느 쪽이 낫습니까?”
다리우스가 도로를 봤다.
“조끼.”
◆반납된 조직무기는 전부 폐기하지 않았다.
경찰에 전환가능한 것.
예비군.
훈련용.
완전폐기.
각각 분류.
문제.
전쟁기념관이 상징적인 무기 몇 정을 요청.
다리우스가 반대했다.
“총이 우리 정체성 되는 거 싫습니다.”
박물관은 무기뿐 아니라 도로장부, 검문표지, 첫 OCN 계약서, 노란 안전조끼도 같이 전시하기로 했다.
전쟁사를 총만으로 기억하지 않게.
다리우스는 그제야 한 정을 기증했다.
탄약 제거.
작동불능.
설명문 첫 줄.
This weapon was carried because civilian institutions had failed. Its retirement marks their return.
총기반납 마지막 날.
하퍼 창고.
조직무기 117정.
예상 121.
4정 부족.
문제.
분실.
도난.
개인보관.
수사.
다리우스가 말했다.
“이런 게 꼭 남네.”
라파엘.
“그래서 감사하는 겁니다.”
4정 모두 일주일 안에 회수.
두 정은 기록오류.
한 정은 수리창고.
한 정은 전 대원이 집에 가져감.
그 사람은 자수.
형사처리.
다만 밀수·범죄사용 없음 고려.
◆노아미가 다리우스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제 방위단이 없어진 겁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서상 오늘.”
“기분?”
“이제 진짜 좋습니다.”
이번에는 거짓말 같지 않았다.
◆검문소 철거 뒤 도로변 작은 상점 주인은 불만이었다.
“경비대 없어지면 손님 줄어요.”
전쟁 중 검문대기 차량이 가게 매출을 만들었다.
평화가 오면 누군가는 그 매출을 잃는다.
다리우스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교통체증을 지역산업으로 유지할 순 없죠.”
상점주는 이해하면서도 좋아하지 않았다.
평화의 수혜와 비용도 사람마다 달랐다.
그날 하퍼 검문소 하나가 철거됐다.
몇 년 동안 모든 트럭을 세우던 자리.
칼라 멘데스가 지나가다 습관처럼 속도를 줄였다.
아무도 없었다.
무전에서 말했다.
“검문소 없어졌는데요.”
운영센터.
“맞습니다.”
“그냥 갑니까?”
“네.”
칼라는 잠깐 웃었다.
“이게 제일 어색하네.”
그리고 가속했다.
평화는
새로운 시설을 세우는 일만큼
필요 없어진 시설을 없애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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