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2화 —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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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뒤 가장 비싼 것은 새집이 아니었다.
빈집이었다.
◆2091년 2월.
아스터 베이 주택등록부.
전쟁 전 주택 940만 호.
현재 사용가능.
약 781만.
거주확인.
699만.
소유자 미확인.
48만.
장기공실.
34만.
숫자만 보면 빈집이 많았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빈집이 적었다.
◆공실 이유.
소유자 실종.
상속분쟁.
전쟁 중 강제점유.
설비파손.
방사성·화학 오염 우려.
담보권 분쟁.
회사기숙사.
군 임시사용.
서류 한 줄로
“빈집”이라고 묶을 수 없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그래도 활용해야 합니다.”
에블린.
“활용과 몰수는 다릅니다.”
“알고 있습니다.”
“요즘 당신이 먼저 말하네요.”
“저도 성장합니다.”
◆재건조정위원회 첫 공식회의.
에이드리언은 전쟁 때보다 작은 회의실을 골랐다.
위원.
지역행정.
주택.
법무.
노동.
의료.
피난민 대표.
하버 리치 피해자 대표.
농촌.
기업.
총 17명.
군은 정식위원 아님.
필요 안건만 참석.
권한도 줄었다.
에이드리언은 그게 좋았다.
◆주택국 제안.
TEMPORARY VACANT HOUSING USE
소유자 미확인 공실.
최대 12개월 공공사용.
임시임대.
유지비 정부부담.
소유자 등장 시 반환 또는 임대계약 선택.
반대.
부동산협회.
“사유재산 침해.”
피난민대표.
“사람은 체육관에서 몇 년째 삽니다.”
양쪽이 부딪쳤다.
◆에블린이 물었다.
“소유자 미확인이란?”
주택국.
“90일 이상 연락 불가.”
“실종자 가족은?”
“대리권 확인되면 제외.”
“상속절차 진행 중이면?”
“제외.”
“담보은행?”
“별도.”
조건이 붙을수록 사용가능 공실은 줄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결국 34만 중 즉시활용 7만도 안 됩니다.”
“그래도 7만.”
존 마릭.
“사람 7만 가구면 큽니다.”
◆시범사업 전 주택국은 공실사진을 공개하려 했다.
빈집 목록.
주소.
내부상태.
에블린이 막았다.
“소유자 미확인이라고 집 내부가 공개정보가 되는 건 아닙니다.”
토머스.
“입주희망자가 봐야 선택하죠.”
결국 정확한 주소는 신청자에게만.
공개화면에는 동네·면적·수리상태.
내부사진은 개인물품 가림처리.
집이 비어 있다고 사생활까지 비는 것은 아니었다.
첫 시범구역.
아스터 베이 북부.
소유자 미확인 공실 2,300호.
실제점검.
1,480호 사용가능.
580호 수리 필요.
240호 위험.
누가 수리하나.
전쟁 중 철거·복구업체.
문제.
인력부족.
그때 Transit Residence 기술등록이 쓰였다.
배관공.
전기기사.
목수.
피난민 중 기술자.
자발채용.
임금 동일.
“자기들 살 집 고치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샤가 말했다.
“돈 받고 일하면 직업이죠.”
노동조합도 동의.
강제노동 아님.
임금차별 금지.
우선배정 특혜 없음.
그 기준을 명확히 했다.
◆주택문제에는 은행도 끼어들었다.
소유자 실종.
대출은 남음.
은행은 담보권을 주장.
정부는 임시거주를 원함.
가족은 상속도 못 받음.
토머스가 말했다.
“전쟁 중 연체를 이유로 바로 압류시키면 빈집을 은행이 다 가져갑니다.”
금융권은 반발했다.
“대출계약도 법입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없애자는 게 아닙니다.”
결론.
실종·피난 관련 담보권 집행 12개월 유예.
이자 일부 동결.
은행 손실은 재건금융기금에서 부분보전.
집을 지키는 비용을 은행 한쪽에만 넘기지도 않았다.
주택재건은 벽돌보다 금융계약이 더 어려울 때가 있었다.
첫 입주.
소유자 미확인 아파트.
3년 공실.
새 거주자.
하버 리치 생존가족.
집 안에는 원래 주인의 물건이 남아 있었다.
사진.
옷.
책.
누가 버리나.
새 거주자는 버리고 싶지 않았다.
행정도.
그래서 보관상자 제도.
개인물품 목록.
사진촬영.
창고보관.
소유자 또는 가족이 나타나면 반환.
작은 비용.
큰 행정.
◆한 가족이 벽에 걸린 결혼사진을 떼다가 멈췄다.
사진 속 부부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른다.
새 거주자 여성이 말했다.
“이걸 내가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보관상자에 들어갔다.
새 가족은 그 자리에 자기 아이 그림을 붙였다.
한 집 안에 두 가족의 시간이 잠깐 겹쳤다.
◆공공사용 주택의 원래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도 새 문제를 만들었다.
상자 18만 개.
누구 것인지 누가 찾아갈지 모름.
보관료.
공간.
일부는 가족이 평생 찾지 않을 수도 있었다.
주택국은 5년 뒤 일괄폐기를 제안.
가족단체 반발.
결국 물건을 세 등급으로 나눴다.
신분·법률자료.
장기보존.
사진·편지·기념품.
디지털기록 후 장기보존.
일반 생활용품.
통지·유예 후 처리.
사소한 물건 하나도 전쟁 뒤에는 증거이거나 기억일 수 있었다.
또 다른 경우.
원소유자가 사망했고 상속자가 셋.
한 명은 귀환.
두 명은 해외.
현재 거주가족은 4년째 살고 있음.
귀환한 상속자는 즉시 매각을 원했다.
다른 상속자는 공공임대를 계속하자고 했다.
세 번째는 연락 안 됨.
집 하나에 소유권이 셋, 거주권이 하나, 정부계약이 하나.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이런 사건 몇 건입니까?”
주택국.
“수만.”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
전쟁 때는 열차 한 편이 늦으면 모두가 같은 숫자를 봤다.
평화의 문제는 각 집마다 사정이 달랐다.
그래서 대량처리와 개별심사를 같이 해야 했다.
단순사건은 자동중재.
복잡사건만 법원.
법원도 모든 집을 직접 보게 하지 않는다.
문제는 한 달 뒤.
원소유자 등장.
살아 있었다.
전쟁 중 통신두절 지역.
집에 돌아왔는데 다른 가족이 살고 있었다.
분노.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까?”
행정직원.
“실종처리였고—”
“그래서 집을 줘?”
새 거주자 가족은 짐을 싸야 하나 불안.
◆새 규칙이 시험받았다.
12개월 사용은 소유권 이전 아님.
소유자 반환권 인정.
단, 즉시퇴거 아님.
대체주택.
30일.
소유자는 말했다.
“또 기다려요?”
“네.”
“왜 내가?”
질문은 정당했다.
정부가 공공목적으로 집을 사용했으니 소유자에게도 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었다.
보상.
임시숙소.
수리비 전액.
그리고 공공사용 기간 임대료 상당액 지급.
토머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제도 정말 비쌉니다.”
에이드리언.
“공짜로 집 쓰려고 만든 제도 아니니까요.”
◆부동산협회는 시범사업 뒤 반대 강도를 낮췄다.
이유.
소유자가 나타났을 때 보상이 실제 지급됐기 때문.
피난민단체도 완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12개월 뒤 또 이동 가능성.
그래서 장기임대 전환 옵션 추가.
소유자가 원하면 공공보증 임대계약.
정부는 보증.
거주자는 임대료.
소유자는 반환 대신 안정수입.
일부가 선택했다.
◆주택전환 과정에서 건축안전 문제도 터졌다.
사무실을 주거로 바꾸면 창문 크기.
환기.
화재피난.
욕실.
주방.
전부 기준이 달랐다.
“전쟁 중엔 그냥 살았는데 이제 왜 안 됩니까?”
아샤가 물었다.
건축안전 담당자가 답했다.
“전쟁 중엔 임시였으니까요.”
“그 임시가 몇 년이었어요.”
말이 막혔다.
새 제도는 완전한 평시기준을 즉시 강제하지 않았다.
TRANSITIONAL HABITABILITY STANDARD
최소 화재·환기·위생부터.
나머지는 3년 안에 단계개선.
평화를 이유로 사람을 다시 밖으로 내쫓지 않으면서도
임시수준을 영구기준으로 굳히지 않는 방식이었다.
노아는 자기 편의점 위층 빈 사무실도 주택전환 후보가 된다는 공지를 봤다.
점장이 말했다.
“여기 사람 살 수 있나?”
아샤.
“우리가 몇 년을 사무실에서 살았는데요.”
“그건 임시였잖아.”
“임시가 오래되면 집이 되기도 하죠.”
에이드리언이 들으면 좋아할 문장 같았다.
◆2091년 봄.
아스터 베이의 장기공실률이 처음 감소.
Transit Residence 입주자도 조금씩 줄었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누군가는 새 집으로.
누군가는 같은 시설에 남았다.
정부는 모두를 한 방향으로 밀지 않았다.
빈집도 그냥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재산.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다음 집.
재건은
비어 있는 것을 가져다 쓰는 일이 아니라
겹치는 권리를 한 공간 안에서 다시 나누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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