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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98화 — 승자 없음

디 오거나이저 · 98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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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0년 12월.

정전협정 초안의 첫 문장 때문에 협상이 이틀 멈췄다.

문장.

양측은 적대행위를 종료한다.

한쪽은 ‘양측’을 싫어했다.

정당한 정부와 침략세력을 같은 수준에 놓는다고.

반대편은 ‘적대행위’를 싫어했다.

자기 행동은 방어라고.

단어 두 개.

전쟁 7년.

외교협상가는 문장을 지웠다.

새 문장.

본 협정에 서명하는 모든 군사·정치 당사자는

정해진 시각부터 공격행위를 중단한다.

더 길었다.

덜 아름다웠다.

통과.

정전협정의 가장 큰 문제.

승패.

누가 이겼는가.

누가 졌는가.

영토 일부는 바뀌었다.

정부 일부는 무너졌다.

군도.

경제도.

수십억 명이 죽거나 실종.

어느 쪽도 전쟁 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런데 협정문에서 ‘승자 없음’이라고 쓰자는 제안도 통과되지 않았다.

너무 정치적.

결국 승패를 쓰지 않았다.

전쟁은 끝내되 역사해석은 나중에 싸우게 뒀다.

정전선 양쪽 지휘관들은 협정문보다 별도의 현장매뉴얼을 더 중요하게 봤다.

정확히 몇 시부터 어떤 포를 잠글지.

탄약은 어디로 옮길지.

드론은 어느 고도까지인지.

경고사격은 가능한지.

부상자 구조 때문에 선을 넘으면 어떤 채널로 알릴지.

외교문장 하나가 현장행동 수백 개로 번역됐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평화협정도 결국 운영문서가 필요합니다.”

리아가 웃었다.

“이제 군도 운영 좋아하시네요.”

“원래 군이 운영조직입니다.”

“가끔 잊으시던데.”

오르테가는 반박하지 않았다.

군사조항.

현 전선 기준 정지.

중화기 후퇴.

전략 Stand-down 연장.

포로교환.

실종자 정보.

지뢰지도.

불발탄.

군사통신 핫라인.

무장분파 처리.

어려운 조항.

Spoiler Responsibility.

한쪽 영토 안 독자무장세력이 휴전을 깨면 정부 전체 책임인가.

97화 경험.

Attribution Threshold.

다시 들어갔다.

정부는 자기 통제지역 내 무장세력을 억제할 의무.

하지만 자동으로 그 행위를 정부공격으로 보지는 않는다.

귀환·잔류권 조항에는 95화 경험이 그대로 들어갔다.

안전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귀환 금지.

반대로 귀환을 선택한 사람의 통행·재산접근을 정치적 이유로 막지 않는다.

정전 후 인구를 승패의 증거처럼 쓰지 않기 위한 조항이었다.

어느 지역에 사람이 더 돌아왔는지가 영토정당성의 자동근거도 아니다.

사람은 국경선을 증명하기 위한 표가 아니었다.

민간조항.

의료회랑.

피난민 귀환·잔류 선택.

가족재결합.

전력·수도 복구.

민간재산 기록.

구호요원 보호.

지역행정 복원.

Open Corridor Network는 정전 뒤에도 유지.

중요.

OCN은 전쟁 당사자가 아니므로 협정 서명자는 아님.

대신 부속실행기관.

에이드리언이 그걸 고집했다.

“왜?”

노아미가 물었다.

“OCN이 평화협정 당사자가 되면 정치주체 지위가 달라집니다.”

“나쁜 겁니까?”

“그걸 물류협정으로 우회해서 결정하면 안 됩니다.”

다시.

기능과 대표성 분리.

전략자산.

가장 민감.

폐기 즉시 아님.

안전보관.

이동동결.

승계체인 갱신.

Dead Authority 제거.

분실장비 신고.

상호검증.

SC-09A/B 회수 사실은 신뢰조치의 일부로 사용됐다.

인증매체는 여전히 실종.

그 사실도 공개.

완벽한 통제인 척하지 않았다.

테사 로크.

타린이 지목한 전 보안감사관.

아직 실종.

그녀가 인증매체를 가졌을 가능성.

정전협정 서명을 미룰 이유인가?

일부 장성.

“네.”

외교팀.

“아니요.”

오르테가가 뜻밖에 외교팀 편.

“한 개 분실장비 때문에 전쟁 전체를 계속할 순 없습니다.”

“전략위험입니다.”

“그래서 Stand-down과 보관절차를 강화했습니다.”

완전한 안전을 기다리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

협정문에는 전쟁책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는 시도도 있었다.

실패했다.

양측의 역사서술이 너무 달랐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가.

어떤 공격이 정당방위였는가.

어떤 봉쇄가 전쟁행위였는가.

합의하려면 전쟁을 다시 논쟁해야 했다.

결국 별도 역사·사실조사위원회로 넘겼다.

노아미가 말했다.

“진실도 미룹니까?”

에블린이 답했다.

“진실을 미루는 게 아니라 정전조건과 역사판단을 분리하는 겁니다.”

“불편하네요.”

“평화협정이 역사책까지 써주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총을 내려놓기 위해 과거에 대한 같은 해석까지 가질 필요는 없었다.

영토문제.

끝내 해결 안 됐다.

정전선은 최종국경이 아님.

별도협상.

그 문장으로 넘겼다.

난민재산.

별도위원회.

전쟁배상.

별도협상.

전쟁범죄.

각 사법체계 + 추후 공동절차.

큰 질문 상당수를 미뤘다.

비판.

“반쪽짜리 평화.”

외교협상가.

“반쪽이라도 사람이 안 죽는 쪽부터.”

에이드리언은 협상장 뒤편에서 실행표만 봤다.

정전시각.

철도중단.

군열차 위치.

민간열차 우선전환.

부상자 이송.

검문소 변경.

수백 개의 작은 조치.

정전문서가 서명돼도 현장에 전달되지 않으면 총은 계속 쏠 수 있었다.

그의 역할은 마지막까지 비슷했다.

선을 연결한다.

정전시각 후보.

2091년 1월 1일 00:00.

상징적.

오르테가가 반대.

“최악입니다.”

“왜?”

“야간교대. 술. 연말행사. 통신혼잡.”

리아도.

“철도교대도 겹칩니다.”

결국 상징을 포기.

2091년 1월 3일 12:00

낮.

교대가 적은 시간.

현장확인 쉬움.

노아미가 웃었다.

“역사적 순간이 점심시간이네요.”

리아.

“역사가 안전하면 됐죠.”

정전협정은 지역정부와 OCN 참여기관에도 설명됐다.

다리우스는 말했다.

“또 위에서 정한 거 들고 온 건 아니죠?”

외교협상가는 부속실행표를 보여줬다.

하퍼 검문소가 정전 뒤 어떤 권한을 내려놓는지.

켈런 보안이 군수우선통행을 언제 끝내는지.

세이블 병원이 포로·환자 이송을 어떻게 이어가는지.

지역마다 직접 확인.

협정은 중앙에서 서명하지만 현장실행은 수백 개 조직이 해야 했다.

에이드리언은 그게 정전협정의 진짜 서명란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서명 전 양측 모두 국내 반대파를 설득해야 했다.

‘배신.’

‘굴복.’

‘미완.’

‘복수 포기.’

반대가 컸다.

그런데 시민여론은 예전보다 단순했다.

끝내라.

어떤 방식이든.

정전협정 명칭.

Armistice and Civil Continuity Accord

정전 및 민간연속성 협정.

평화조약 아님.

전쟁법적 종결은 후속절차.

그래도 대규모 전투를 끝내는 문서.

서명식 직전 양측 대표단은 승리문구가 없는 것 때문에 마지막으로 싸웠다.

한쪽은

“정당한 방어를 완수했다”는 문장을 넣고 싶어 했다.

다른 쪽도 자기식 문장을 요구.

외교협상가는 둘 다 뺐다.

“각자 국내연설에서 하십시오. 공동문서에는 넣지 맙시다.”

공동문서가 모두 같은 역사를 믿는 곳이 아니라

총을 멈추는 최소한의 접점이라는 원칙.

마침내 양쪽 모두 받아들였다.

2090년 12월 29일.

서명.

박수.

일부 눈물.

일부 침묵.

누구도 승리선언을 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쟁을 끝내는 데 승자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끝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같은 이유로 서명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지쳐서, 누군가는 계산해서, 누군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였다.

동기는 달라도 총을 멈추는 서명은 같았다.

서명문에는 승리의 문장 대신 종료시각과 이행절차가 더 많이 적혔다.

사람을 살리는 데는 멋있는 문장보다 정확한 시간표가 필요했다.

협정문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에 가까웠다.

미뤄둔 문제를 숨기지 않고, 총부터 멈추는 문서였다. 누구도 그것을 완전한 평화라고 부르지 않았다. 완전하지 않아도 사람을 살리는 합의라면, 그다음 합의를 만들 시간은 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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