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6화 —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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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0년 7월.
휴전은 한 전선에서 세 전선으로 늘어났다.
처음 72시간.
그다음 7일.
30일.
이제는 서부·중부·동부를 잇는 120일 광역휴전안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전쟁 종료협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면공세가 멈춘 상태를 넓은 지역에서 유지하려는 첫 시도였다.
◆문제는 전선마다 상황이 달랐다.
서부.
이미 두 달 가까이 조용.
중부.
국지교전 많음.
동부.
최근까지 대규모 포격.
같은 규칙 하나로 세 지역을 묶기 어려웠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서부 규칙을 동부에 그대로 쓰면 깨집니다.”
외교협상가.
“그럼 세 개 협정?”
에블린.
“공통원칙 하나, 지역부속서 셋.”
익숙한 구조.
공통으로 해야 하는 것만 공통.
나머지는 지역별.
◆광역휴전안에는 ‘자동복구’ 조항도 들어갔다.
특정 구간에서 위반이 생겨도 24시간 안에 추가공격이 없고, 공동조사에 양측이 참여하면 그 구간 휴전은 자동으로 임시복귀.
매번 최고위급 정치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기 위한 장치.
외교협상가가 말했다.
“사고 한 번마다 정상회담 하면 휴전은 일주일도 못 갑니다.”
에블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시스템은 실패하지 않는 시스템이 아니라
작게 실패한 뒤 전체를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었다.
공통원칙.
- 전면공세 금지.
- 전략태세 추가상향 금지.
- 민간대피·의료회랑 보호.
- 포병·미사일 발사 사전승인 강화.
- 휴전위반은 해당 구간 우선격리.
- 조사 전 상대정부 전체행위로 자동귀속 금지.
지역부속서.
서부.
농업·전력복구 우선.
중부.
도시대피.
동부.
중화기 후방이동.
◆가장 큰 반대는 군이 아니라 피해지역 민간대표에게서 나왔다.
동부 도시대표.
“우리는 아직 공격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전입니다.”
외교협상가.
“상대가 다시 쏘면?”
“격리·검증·대응.”
“그동안 우리 사람이 죽습니다.”
그 말은 모든 휴전협상의 약점이었다.
먼저 쏘지 않는 쪽이 첫 피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
◆에이드리언은 그 회의에서 말을 아꼈다.
하버 리치 이후 확률이 낮다고 위험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반대로 위험이 있다고 모든 흐름을 멈추면 다른 피해가 생긴다는 것도.
그가 말했다.
“동부 도시에서는 실제로 민간대피 훈련을 다시 했다.
이번에는 ‘휴전이 깨졌다’는 가정.
사이렌 한 번.
학교는 지하층.
병원은 독립전원.
전력망은 섬모드.
버스는 고령자 시설 우선.
훈련 뒤 시민설문.
“휴전인데 왜 이런 걸 합니까?”
라는 불만도 많았다.
도시대표는 말했다.
“휴전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깨져도 덜 죽으려고 합니다.”
평화준비와 비상준비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배워야 했다.
민간 쪽에서 선택할 수 있는 보호수단을 늘리죠.”
대피.
차폐.
경보.
중화기 거리.
감시.
휴전이 깨져도 첫 30분 피해를 줄이는 준비.
평화를 믿는 것과 전쟁 재개에 대비하는 건 모순이 아니었다.
◆동부 부속서에 새 조항.
Civilian Safety Buffer
중화기 일정거리 후퇴.
민간경보 2단계.
대피수송 예비.
병원 백업.
전력섬 운전.
휴전이 실패할 경우 민간시스템이 즉시 독립모드로 들어간다.
사무엘이 말했다.
“또 전력망이네요.”
리아.
“이제 다 전력망처럼 보이죠?”
◆120일안 서명 전날.
사고.
중부 휴전선.
무장드론 한 기가 상대 진지 상공을 침범.
상대가 격추.
잔해에서 폭발물 발견.
휴전위반 가능성.
우리 측은 소유를 부인.
드론 등록번호.
위조.
또 신분·권한 위조와 비슷한 문제.
누군가는 휴전을 깨고 싶어 했다.
◆아이리스가 분석했다.
드론 제어모듈.
상용.
Switchyard 아님.
K-41도.
발사지점.
우리 측 통제구역.
그러나 버려진 공장지대.
누구든 접근 가능.
오르테가가 말했다.
“내부 spoiler.”
외교협상가.
“확정?”
“아직.”
◆동부 대표는 말했다.
“이게 증거입니다. 휴전 확대하지 마세요.”
반대편 협상단도 같은 사건을 이유로 서명연기 요구.
몇 년 전 같으면 여기서 끝났을 수도 있었다.
이번엔 절차가 있었다.
공동조사.
24시간.
서명은 24시간 미룸.
전선 전체는 기존휴전 유지.
◆조사결과.
드론 조종기에서 지역 민병대 출신 세 명의 지문.
그중 둘 체포.
동기.
휴전반대.
“상대는 협상할 상대가 아니다.”
세 번째 도주.
정부지휘 증거 없음.
군 지휘 증거 없음.
독자행동 가능성 높음.
Attribution Threshold.
또 적용.
◆체포된 한 명이 말했다.
“우리가 깨우려고 한 겁니다.”
라파엘이 물었다.
“누굴?”
“다들.”
“뭘?”
“전쟁이 안 끝났다는 걸.”
라파엘은 대답했다.
“그건 다 알고 있습니다.”
그 차이가 중요했다.
평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전쟁이 끝났다고 착각한 게 아니었다.
끝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공동조사 24시간 동안 세 전선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모두가 조사결과 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부 병원은 예정된 환자이송을 취소하지 않았다.
중부 농민은 밭에 나갔다.
군은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평화협상 때문에 현장생활 전체를 멈추지 않는 것.
그 자체가 몇 년 전과 달랐다.
체포된 민병대원 가족은 정부가 자신들까지 감시할까 두려워했다.
라파엘은 가족 신원 전체조사를 거부했다.
“혐의는 개인에게 있습니다.”
전쟁 중 자주 무너졌던 선 하나를 이번에도 지켰다.
조사결과가 발표됐을 때 체포된 민병대원 둘의 이름은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안전.
추가공범 수사.
대신 조직경력과 행동만 공개.
노아미가 말했다.
“이름 숨기면 음모론 나옵니다.”
라파엘.
“지금 이름 공개하면 다른 세 번째 용의자가 숨습니다.”
“언제?”
“기소 후.”
기밀은 영원히 숨기는 게 아니라 공개시점을 정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 일정까지 같이 발표했다.
24시간 뒤.
120일 광역휴전 서명.
반대가 사라져서가 아니었다.
방해가 실제로 있었는데도 그 방해를 전체의 뜻으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
◆서명 뒤 첫 48시간에는 일부러 대형행사를 하지 않았다.
군은 말했다.
“상대가 도발할 수 있습니다.”
지역정부는 축제 뒤 다시 경보가 울릴 경우 심리적 충격을 걱정했다.
대신 학교와 시장, 철도시간표부터 정상화했다.
레든에서는 야간통금이 두 시간 줄었다.
세이블에서는 중단됐던 정기버스가 돌아왔다.
켈런에서는 비상경비조 하나가 해제됐다.
휴전의 첫 모습은 연설보다 규칙 몇 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노아미는 방송에서 ‘오늘 새로 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일 한 가지씩 소개했다.
첫날.
야간버스.
둘째.
학교 운동장.
셋째.
강변시장.
사람들은 평화를 거대한 문장보다 돌아오는 일상으로 조금씩 믿기 시작했다.
첫날.
세 전선 동시에 WHITE.
완전한 흰색은 아니었다.
작은 RED 점.
지뢰.
불발탄.
국지사고.
그래도 지도 전체가 처음으로 거의 흰색에 가까워졌다.
노아미가 물었다.
“이제 평화입니까?”
에이드리언은 말했다.
“아직.”
이번에는 그 말이 예전과 조금 달랐다.
‘아직’ 뒤에
처음으로 실제 다음 단계가 보이고 있었다.
휴전은 믿음의 선언이 아니라 깨질 때도 사람을 덜 죽게 만드는 운영계획이 되고 있었다.
그 차이가 120일을 가능하게 했다.
광역휴전은 완벽한 평화가 아니었다.
대신 위기가 생겼을 때 어디까지가 깨졌고, 어디까지는 계속 지킬 수 있는지 사람들이 처음으로 공통언어를 갖게 됐다.
누구도 그 흰색 지도를 승리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래도 전쟁지도에서 흰색이 차지하는 면적이 커졌다는 건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 휴전은 그렇게 하루씩 현실이 됐다. 그 하루가 쌓이면서 사람들은 휴전을 사건이 아니라 상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상태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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