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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94화 — 다음 해

디 오거나이저 · 94 / 31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2090년 1월.

전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말이 처음으로 일상대화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 말을 조심해서 했다.

너무 일찍 믿으면 다시 무너질 것 같아서.

마라와 에이드리언은 아스터 베이의 작은 아파트를 보고 있었다.

둘이 살 집은 아니었다.

아직.

마라가 말했다.

“왜 부동산을 보는데 물류표 보는 얼굴을 해?”

“통근시간.”

“또.”

“병원까지 23분.”

“회랑청까지?”

에이드리언이 화면을 닫았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봤네.”

“봤습니다.”

둘은 지난 2년 동안 관계를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았다.

서로 집을 오갔다.

저녁을 먹었다.

영화를 봤다.

가끔 싸웠다.

대부분 업무 때문에가 아니라 업무를 집까지 가져오는 방식 때문에.

마라가 말했다.

“내 칫솔이 당신 집에 세 개 있어.”

“세 개나?”

“하나는 욕실, 하나는 가방, 하나는 당신이 새로 사놨잖아.”

에이드리언이 생각했다.

“맞네요.”

“그럼 그냥 같이 살까?”

질문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와 둘 다 잠깐 멈췄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이건 결혼 얘기입니까?”

마라가 웃기 시작했다.

“왜 바로 거기까지 가?”

“같이 살면 다음 절차가—”

“절차 얘기 하지 마.”

“알겠습니다.”

“같이 사는 얘기.”

“네.”

“싫어?”

에이드리언은 바로 대답했다.

“아니요.”

“그럼?”

“좋습니다.”

“끝.”

그렇게 결정됐다.

전쟁과 연방구조를 논의할 때보다 짧았다.

같이 살 집을 고르는 데는 둘의 생활습관 차이도 드러났다.

에이드리언은 주방을 거의 쓰지 않았다.

마라는 밤늦게라도 직접 요리하는 날이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물건을 정해진 위치에 두었다.

마라는 책을 읽는 곳마다 쌓아뒀다.

첫 집을 보러 갔을 때 에이드리언이 수납공간을 열어보고 말했다.

“여긴 부족합니다.”

마라가 물었다.

“누구 물건 기준?”

“전체.”

“내 책 기준이지?”

“대부분.”

“그럼 큰 집 말고 책을 줄이면 되잖아.”

마라는 바로 대답했다.

“다음 집 보자.”

협상불가 항목도 있었다.

문제는 공적 규칙.

동거.

이해충돌 신고 업데이트.

경호.

언론.

보안주소.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이것 때문에 이사 싫어질 것 같습니다.”

마라.

“그럼 당신 직장을 바꿔.”

“그건 조금…”

“농담.”

에블린은 사생활 보호를 우선했다.

정확한 주소 비공개.

공직 이해관계만 갱신.

경호는 동거인에게 자동확대하지 않는다.

마라가 원할 때만.

“필요 없어요.”

보안팀이 반대.

“위험 있습니다.”

“병원도 위험합니다.”

“케인 조정자와 관련돼 추가위험.”

마라는 잠깐 생각했다.

“출퇴근 경로는 내가 정합니다. 필요한 경보만.”

타협.

집을 고르는 기준.

마라.

창문.

주방.

병원 30분 안.

에이드리언.

대피등급.

전력백업.

철도접근.

마라가 말했다.

“집 보러 와서 대피등급 묻는 사람 처음 봤대.”

“중요합니다.”

“응. 이제 나도 물어.”

둘 다 전쟁에 바뀌었다.

이사날.

짐은 생각보다 적었다.

에이드리언.

옷.

서류.

아버지 메모.

책.

마라.

책이 훨씬 많았다.

“이걸 다 읽었습니까?”

“일부는 다시 읽고.”

“왜 같은 책을 두 번?”

“당신은 왜 같은 보고서 세 번 봐?”

대답 못 했다.

노아미는 동거 사실 자체를 기사로 쓰지 않았다.

대신 이해충돌 규칙 업데이트만 짧게.

온라인은 당연히 더 관심 많았다.

Organizer moved in?

Dr. Ellis wins logistics war

마라는 두 번째 제목을 보고 말했다.

“이건 좀 마음에 드네.”

에이드리언.

“왜?”

“당신 이겼대잖아.”

“제가 전쟁도 안 끝났는데.”

“다른 전쟁.”

그는 한참 뒤 이해했다.

첫날 밤에는 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침대 어느 쪽을 쓰는가.

에이드리언은 출입문 가까운 쪽.

마라도.

“왜?”

마라가 물었다.

“비상시에—”

둘이 동시에 말을 멈췄다.

전쟁 때문에 생긴 습관.

마라가 말했다.

“동전 던지자.”

“합리적입니다.”

“이런 건 합리적이라고 안 해도 돼.”

동전.

마라 승.

에이드리언은 반대쪽.

세상은 안 무너졌다.

그날 작은 패배 하나를 그는 꽤 쉽게 받아들였다.

이사 첫날 둘은 식탁을 어디 둘지도 싸웠다.

에이드리언은 벽 쪽.

동선이 넓어지고 비상출구가 잘 보인다는 이유.

마라는 창가.

“밥 먹는데 출구를 왜 봐.”

“습관입니다.”

“그러니까 바꾸자.”

결국 창가.

에이드리언은 사흘 뒤 그 자리가 더 좋다고 인정했다.

마라는 그 말을 승리선언처럼 받아들였다.

둘이 함께 산 첫 주.

업무금지시간 60분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한 번은 에이드리언이 전쟁종결 초안을 식탁에 펴놨다.

마라가 종이를 치웠다.

“여긴 회의실 아니야.”

“5분만.”

“안 돼.”

“중요합니다.”

“그래서 내일 하라고.”

그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다.

마라는 말했다.

“당신이 만든 제도가 당신 없이 밤 하나 못 버티면 같이 살지 말자.”

효과가 컸다.

종이는 닫혔다.

며칠 뒤 마라가 반대로 환자보고를 집까지 가져왔다.

에이드리언이 아무 말 없이 시계를 가리켰다.

마라가 보고서를 봤다.

“이건 진짜 중요한데.”

“내일.”

“당신 되게 얄미워졌네.”

“배웠습니다.”

보고서도 닫혔다.

규칙은 둘에게 같이 적용됐다.

그래야 규칙이었다.

둘의 어머니들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에이드리언 어머니는 마라에게 처음 영상통화했을 때 말했다.

“드디어 밥 먹이는 사람이 생겼네.”

에이드리언.

“저도 먹습니다.”

어머니.

“샌드위치 뜯는 건 식사 아니야.”

마라는 웃었다.

자기 가족은 반대로 에이드리언 직업부터 물었다.

“정치인?”

마라.

“본인은 아니래.”

“뉴스에는 맨날 나오던데.”

“그래서 더 아니라고 해.”

에이드리언은 가족소개 하나도 브리핑처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세상에 들어왔다.

2090년 2월.

휴전확대 협상.

전략 Stand-down 연장.

일은 여전히 많았다.

그런데 에이드리언 일정표에 새 항목이 생겼다.

HOME

처음엔 저녁 11시 이후 몇 시간.

나중에는 주말 반나절.

가끔 깨졌다.

다시 만들었다.

같이 살면서 둘은 서로의 피로도 처음 더 잘 보게 됐다.

에이드리언은 일이 끝나도 한 번씩 단말을 열었다.

마라는 수술이 힘든 날이면 말수가 줄었다.

예전에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몰랐다.

이제는 보였다.

그게 항상 편한 건 아니었다.

어느 날 마라가 말했다.

“오늘 말 걸지 마.”

에이드리언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마라가 먼저 말했다.

“어제 환자 잃었어.”

그제야 설명.

관계가 가까워진다고 모든 감정을 즉시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다릴 권리도 있었다.

마라가 어느 밤 물었다.

“전쟁 끝나면 뭐 할 거야?”

에이드리언은 정말로 대답하지 못했다.

“재건?”

“그건 일.”

“그럼…”

“당신.”

그가 당황했다.

마라가 웃었다.

“당신은 전쟁 전에도 일했잖아.”

“네.”

“전쟁 끝났다고 사람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에이드리언은 창밖을 봤다.

복구된 도시.

공사중인 건물.

열차.

“여행 가고 싶습니까?”

그가 물었다.

마라.

“어디?”

“모르겠습니다.”

“좋네.”

“뭐가요?”

“처음으로 목적지 없는 질문 했잖아.”

그 말에 둘 다 웃었다.

전쟁이 끝나면 다음 계획이 필요할 거라고 에이드리언은 늘 생각했다.

그날 둘은 여행 후보를 세 군데 적었다.

바다.

산.

어느 작은 도시.

세 곳 모두 전쟁 전에는 별 의미 없던 여행지.

에이드리언이 일정창을 열려다 마라에게 손등을 맞았다.

“아직 날짜 잡지 마.”

“왜?”

“전쟁 끝난 뒤에 진짜 되는지 보고.”

그는 단말을 내려놨다.

계획하지 않는 연습도 조금씩 필요했다.

처음으로 계획하지 않은 다음 해도

처음으로 계획하지 않은 다음 해도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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