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3화 —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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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무기를 줄이는 협상은 무기를 없애는 협상보다 먼저
누가 손을 떼는가
를 정하는 협상이었다.
◆2089년 11월.
휴전확대 7개월째.
전면공세 없음.
국지교전은 남아 있었다.
양측 전략군은 여전히 경계태세.
문제.
평화협상을 시작하려면 서로가 갑자기 전략태세를 올리지 않을 거라는 최소신뢰가 필요했다.
제안.
STRATEGIC STAND-DOWN FRAMEWORK
무기 폐기 아님.
보관.
경계단계 하향.
일부 이동동결.
공동통지.
핵심.
‘쏘지 않겠다’가 아니라
몰래 더 빨리 쏠 준비를 하지 않겠다.
◆오르테가는 군사자문으로 참여.
에이드리언은 물류·연속성 부분.
전략무기 세부에는 접근하지 않았다.
그 경계는 끝까지 유지했다.
◆협상장 밖에서는 양쪽 시민단체가 서로 반대방향의 피켓을 들었다.
한쪽.
NO SECRET WEAPONS
다른 쪽.
DO NOT DISARM FIRST
두 주장 모두 공포에서 나왔다.
하나는 무기가 남아 있는 걸 두려워했고,
다른 하나는 자기만 먼저 약해지는 걸 두려워했다.
노아미는 두 시위대를 모두 찍었다.
“어느 쪽이 더 많습니까?”
앵커가 물었다.
“숫자는 계속 바뀝니다.”
“여론은?”
“‘줄여라’와 ‘속지 마라’가 동시에 높습니다.”
사람들도 하나의 의견만 갖고 있지 않았다.
첫 쟁점.
이동동결.
한쪽은 말했다.
“현재 위치를 공개할 수 없다.”
다른 쪽도.
공개하면 취약.
그렇다고 아무 정보도 없으면 동결 확인 불가.
아이리스가 제안한 방식.
위치 공개 없이
- 이동 발생 여부
- 지정범주 변경 여부
- 보관책임자 변경 여부
만 중립검증기관에 암호화 보고.
구체 위치는 각자 보유.
검증기관은 위반 여부만 알려준다.
토머스가 말했다.
“금융감사랑 비슷하네요.”
오르테가.
“비교하지 마세요.”
◆두 번째.
죽은 권한.
Vault-6 사건 이후 모든 쪽이 자기 오프라인 승계체인을 다시 점검했다.
상대측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발견됐다는 비공식 보고.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협상안에는 같은 조항이 들어갔다.
Expired authority shall not revive under communications isolation.
에블린은 그 문장을 보고 조용히 웃었다.
노스리버 내부 행정에서 시작한 원칙이 전략군 협정에 들어갔다.
◆세 번째.
SC-09.
양측은 상대가 비슷한 전략연속성 장비를 악용할 수 있다고 의심.
연방 측은 SC-09A/B 회수 사실 일부 공개.
인증매체는 실종.
상대측도 자기 체계의 비슷한 분실사례를 정확한 수량 없이 인정.
오르테가가 말했다.
“이제야 말하네요.”
외교협상가.
“우리도 이제야 말했잖습니까.”
맞았다.
◆전략 Stand-down의 가장 어려운 조항.
No single-node launch or custody reactivation under ambiguous command.
명령충돌.
통신두절.
승계불명.
그럴 때는 사용보다 보존.
57화와 86화에서 실제로 적용된 원칙.
상대측 협상가가 말했다.
“당신들 경험 때문에 넣는 겁니까?”
오르테가.
“당신들도 경험 있잖습니까.”
긴 침묵.
“있습니다.”
처음으로 양쪽이 같은 실수를 서로 비난하지 않고 인정했다.
◆검증문제.
누가 감시하나.
상대는 메리디언 기관을 못 믿음.
메리디언도 반대편 기관을 못 믿음.
국제기구는 전쟁 중 기능 크게 약화.
Open Corridor Network?
군사전략권한 없음.
Regional Reconstruction Compact?
더더욱.
결국 다중관찰.
양측 전략감사관.
중립기술팀.
일부 국제감시원.
민간 헌정법률가.
서로 다 믿지 않아도 한 곳이 혼자 거짓말하기 어렵게.
◆에이드리언은 그 구조를 보고 말했다.
“신뢰가 없어서 사람을 더 넣는군요.”
에블린.
“신뢰가 없을 때 쓰는 게 제도니까.”
◆시범기간 첫날 전략기지 현장에서는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문 하나가 덜 열리고,
이동명령 한 종류가 더 많은 서명을 요구하고,
일부 운송계획이 취소됐다.
병사 한 명이 상관에게 물었다.
“이게 평화입니까?”
상관은 말했다.
“아니.”
“그럼?”
“평화 때문에 우리가 지금 안 하는 일.”
눈에 보이는 건 무기보다 취소된 일정표였다.
Stand-down은 무엇을 새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 일부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하는 제도였다.
시범기간.
30일.
양측 전략태세 한 단계 하향.
이동통지.
신규분산 금지.
승계체인 재검증.
첫 일주일.
문제 3건.
모두 기술오류.
둘째 주.
실제 위반의심.
한 전략수송대 사전통지 없이 이동.
상대측 항의.
연방 조사.
원인.
산불.
기존 보관시설 연기오염.
비상안전이동.
통지 누락.
규칙위반은 맞음.
공격준비는 아님.
벌칙?
없었다.
대신 사후통지체계 수정.
휴전 때와 같은 패턴.
모든 위반을 적대행위로 바꾸지 않는다.
◆세 번째 주.
상대측 보관책임자 변경.
공동통지.
정상.
아무 일 없음.
그게 좋은 신호였다.
◆검증기관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군은 세부자료를 더 숨기고 싶어 했다.
민간감사관은 그 상태로는 위반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타협.
원시자료는 군 보유.
민간감사관은 검증 알고리즘과 결과산출 절차를 확인.
무작위 표본은 양측 입회 아래 직접검증.
누구도 모든 정보를 갖지 않는다.
누구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도 아니다.
정보 자체도 분산통제했다.
30일 종료.
양측 군부 내부 반발.
“우리가 먼저 손을 내린다.”
“상대가 속이면?”
“검증이 불완전하다.”
모두 사실.
시범기간 중 한 시민감시단이 물었다.
“Stand-down을 어겼는지 우린 결국 군 발표만 믿어야 합니까?”
중립검증기관은 월간 공개보고서를 만들었다.
구체 위치 없음.
전략자산 종류 없음.
대신:
- 미통지 이동 건수
- 보관책임 변경 건수
- 기술오류 건수
- 조사완료 여부
숫자만.
군은 그 정도도 많다고 했고,
시민단체는 너무 적다고 했다.
완벽한 투명성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문제 없음’ 한 문장보다 조금 더 검증가능한 정보가 생겼다.
전략 Stand-down은 안전을 늘리면서 억지력 일부를 줄였다.
가치충돌.
완벽한 답 없음.
◆오르테가는 자기 쪽 장성회의에서 말했다.
“이 협정은 상대를 믿는 문서가 아닙니다.”
한 장성이 물었다.
“그럼?”
“우리가 잘못된 명령 하나로 전쟁을 다시 열지 않게 하는 문서입니다.”
“상대는?”
“그쪽도 자기 문서로 묶입니다.”
“깨면?”
“그때 다시 판단.”
◆연장표결 직전 한 장성이 물었다.
“상대가 90일 뒤 기습준비를 했다는 게 밝혀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오르테가가 답했다.
“그때의 지휘부가.”
“당신도?”
“네.”
“그걸 감수하고?”
“전쟁 계속하는 것도 책임 없는 선택은 아닙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선택도 하나의 결정이었다.
그 사실을 군도 정치도 점점 숨기기 어려워졌다.
연장.
90일.
전략태세는 평화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그래도 한 단계 내려갔다.
그 한 단계 때문에 외교협상은 더 넓어졌다.
◆에이드리언은 브리핑실 밖에서 오르테가에게 물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나쁩니다.”
“왜?”
“군인은 준비를 낮추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도 서명했죠.”
“네.”
“왜?”
오르테가는 잠깐 생각했다.
“6년 동안 준비만 높이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는 창밖을 봤다.
“내려놓는 연습도 해야죠.”
◆전략무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누구도 승리하지 않았다.
누구도 상대를 믿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양쪽 모두 조금 덜 준비된 상태를
같은 시간 동안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오르테가는 회의가 끝난 뒤 자기 군용단말에서 경계단계가 한 줄 내려간 걸 봤다.
버튼 하나.
그 뒤에는 경계근무표가 바뀌고, 차량이 덜 움직이고, 사람이 조금 더 잤다.
병사들은 정치적 의미보다 야간교대가 줄어든 걸 먼저 느꼈다.
평화는 전략문서보다 근무표에서 조금 먼저 보일 수도 있었다.
평화는 무기를 없애는 순간보다
평화는 무기를 없애는 순간보다
손을 조금 떼는 순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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