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2화 — A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타린 베일은 항복장소로 병원을 골랐다.
폐병원이었다.
◆2089년 6월 5일.
캐스케이드 북부.
St. Orlan Medical Center.
전쟁 첫해 폐쇄.
환자들은 다른 도시로 이송.
건물 일부는 구호창고로 사용됐다가 버려졌다.
OCN 의료회랑이 생기기 전, 수많은 임시화물이 이곳을 거쳤다.
마라가 도착하자 말했다.
“취향 나쁘네.”
라파엘.
“상징적이긴 합니다.”
“그래서 더 나빠.”
◆접촉팀.
라파엘.
에블린.
아이리스.
전략감사관.
마라.
군은 3킬로미터 밖.
오르테가는 불만이었지만 합의했다.
에이드리언은 가지 않았다.
타린이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리슨에서 실시간 기록만 받았다.
사람들이 자꾸 자기 얼굴을 모든 중요한 장면에 넣으려는 걸 이제는 조금 덜 허용했다.
◆병원 로비.
깨진 유리.
먼지.
옛 진료안내판.
오후 2시.
타린이 나타났다.
혼자.
수염.
마른 얼굴.
사진보다 늙어 보였다.
손은 보이게 들고 있었다.
총 없음.
가방 없음.
라파엘이 말했다.
“타린 베일?”
“네.”
“체포합니다.”
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A.”
“위치?”
“지하 약품저장고.”
“함정이면?”
“나도 같이 죽죠.”
라파엘은 웃지 않았다.
◆수갑.
변호인 연결.
권리고지.
타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마라가 물었다.
“왜 날 불렀습니까?”
타린이 그녀를 봤다.
“당신이 의료회랑 닫았던 사람이라서.”
“그게 왜?”
“나 같으면 안 닫았을 것 같아서.”
“당신은 의료회랑을 이용해 전략장비 숨겼잖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약까지 의심받게 만들었고.”
“맞아요.”
마라의 표정이 더 굳었다.
타린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걸 직접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과?”
“아니요.”
“그럼?”
“내가 무슨 비용을 만든 건지 알고 있다고.”
마라가 말했다.
“아는 거랑 갚는 건 다릅니다.”
“압니다.”
◆지하 약품저장고.
오래된 냉장실.
벽 하나가 새로 시멘트 처리된 흔적.
수사팀이 열었다.
금속케이스.
전략감사관이 봉인번호를 확인했다.
SC-09A
회의채널이 조용해졌다.
A.
3년 넘게 찾던 반쪽.
◆현장검증.
외장 손상 없음.
봉인 일부 재작업.
전원상태.
차단.
감사관이 말했다.
“현장에서 켜지 않습니다.”
아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위치.
봉인.
시간.
민간수사 기록.
군 전략기록.
동시에 남김.
92화까지 이어진 모든 원칙이 실제 증거인계에 적용됐다.
◆문제.
인증매체가 없다.
SC-09 세트의 별도 인증매체.
타린이 말했다.
“없습니다.”
라파엘.
“어디?”
“분리했습니다.”
“왜?”
“한 사람이 A와 B와 인증매체를 다 갖지 못하게.”
“지금 어디냐고.”
타린은 잠깐 침묵했다.
“잃었습니다.”
오르테가의 목소리가 원격으로 터졌다.
“잃어?”
타린이 카메라 쪽을 봤다.
“2085년에 중간운반자가 사라졌습니다.”
“누구?”
“테사 로크.”
또 그 이름.
◆라파엘은 타린의 진술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질문은 같은 내용을 다른 순서로 세 번 물었다.
언제 SC-09을 처음 봤나.
누가 옮기라 했나.
왜 Kestrel로 갔나.
왜 B를 떼었나.
누가 테사 로크를 연결했나.
타린의 시간순서는 두 군데서 흔들렸다.
2084년 6월과 7월.
Kestrel 첫 방문횟수.
라파엘이 말했다.
“기억이 틀린 겁니까, 숨기는 겁니까?”
타린은 한참 생각했다.
“둘 다일 수 있습니다.”
“좋은 답 아니네요.”
“좋아 보이려고 온 거 아닙니다.”
진술은 자백문이 아니라 검증해야 할 자료였다.
수사팀은 타린 말과 기존기록을 한 줄씩 맞추기 시작했다.
타린의 진술.
2084년 SC-09을 빼돌림.
Kestrel에서 상태확인.
A/B/인증매체 분리.
B는 의료장비 유통망으로.
A는 본인이 보관.
인증매체는 테사에게 맡김.
이유.
“나도 나를 못 믿어서.”
라파엘이 말했다.
“멋있는 말 하지 마세요.”
“멋있게 한 말 아닙니다.”
타린은 피곤해 보였다.
“내가 체포되거나 누가 나를 강요하면 세트가 다시 모이지 않게 하려고.”
타린은 자기 결정이 왜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보였는지 설명했다.
“노스게이트에서 한 시간 안에 세 개 명령이 왔습니다.”
하나는 유지.
하나는 이동.
하나는 이전 둘을 무시하라는 메시지.
“그때 누가 진짜 정부인지 현장에선 몰랐습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그래도 당신에게 전략장비를 사적으로 분리할 권한은 없었습니다.”
“압니다.”
“당시에도 알았습니까?”
타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그런데 했고.”
“네.”
“왜?”
“나중에 허락받으면 늦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은 원격으로 그 문장을 들었다.
위기 때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
자기 역시 그 유혹을 여러 번 느꼈다.
타린은 그 선을 넘어갔다.
불법분산.
자기식 안전장치.
그 자체가 새로운 위험을 만들었다.
◆에블린이 물었다.
“왜 공식적으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누구한테?”
“연방수사.”
“2084년에요?”
타린이 웃었다.
“서부랑 동부가 누가 진짜 중앙인지 싸우던 때?”
“그래도.”
“그래도 신고했어야 했죠.”
타린이 인정했다.
“근데 그때는 내가 더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은 오리슨에서 그 말을 들었다.
너무 익숙한 종류의 문장.
시스템이 느리다.
내가 현장을 안다.
내가 책임진다.
그래서 내가 우회한다.
그 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에이드리언 자신도 알고 있었다.
◆마라가 물었다.
“의료신분은 왜 썼습니까?”
“제일 빨랐습니다.”
“죽은 의사.”
“중앙갱신이 안 되는 걸 알았습니다.”
“어떻게?”
“구호물류 감사하면서.”
“환자들이 그 뒤 검문 지연 겪은 것도 압니까?”
“압니다.”
“신생아 장비 늦어진 건?”
타린이 고개를 숙였다.
“뉴스에서 봤습니다.”
마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아이리스.
“K-41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타린.
“내가 이름 붙인 건 아닙니다.”
“누가?”
“모릅니다.”
“그럼 당신은?”
“사용자.”
“Switchyard-9?”
“시장.”
“Redspan?”
“모릅니다.”
“Northline?”
“도구는 내가 연결해준 중개망에서 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은 내 일이 아닙니다.”
“테사 로크?”
타린의 표정이 변했다.
“그 사람은 다릅니다.”
“어떻게?”
“전략체계가 무너질 거라고 나보다 더 확신했던 사람.”
“무슨 뜻?”
타린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SC-09A는 연방 전략보관시설로 이송됐다.
이번에는 A와 B를 같은 곳에 두지 않았다.
공동통제.
다중기록.
인증매체 없음.
세트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도 A와 B는 둘 다 회수됐다.
◆타린은 군기지가 아니라 민간구금시설로 이동.
전략수사팀 접근은 법원허가와 변호인 입회.
오르테가는 만족하지 않았다.
“이 사람이 전략보안에 직접 손댔습니다.”
에블린.
“그래서 더 기록이 필요합니다.”
◆이동 전 마라가 타린에게 말했다.
“당신이 맞았던 부분도 있을 겁니다.”
타린이 놀란 듯 봤다.
“무슨 뜻?”
“당시 지휘체계가 실제로 망가져 있었고, 당신이 본 위험도 실제였겠죠.”
잠깐.
“그렇다고 당신이 한 일이 정당해지는 건 아닙니다.”
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들으려고 부른 건 아니지만 맞습니다.”
“나도 당신 사과 들으러 온 거 아닙니다.”
◆병원 지하에서 빈 벽 공간만 남았다.
3년 동안 SC-09A가 숨어 있던 자리.
SC-09A 회수소식은 타린 체포소식보다 먼저 공개되지 않았다.
전략감사관이 말했다.
“장비확보가 완료되고 이송경로가 안전해질 때까지.”
노아미도 동의했다.
뉴스경쟁보다 실제 보안이 먼저인 순간이 있었다.
세 시간 뒤 공식발표.
SC-09A recovered.
시민반응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몇 년 동안 무슨 장비인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요한 건 `회수`라는 한 단어였다.
빈칸 하나가 채워졌다.
사라진 장비는 돌아왔다.
그런데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인증매체.
테사 로크.
Vault-6에 사용된 죽은 승계체인.
그리고 타린이 왜 자기 판단이 국가보다 낫다고 믿게 됐는지.
물건은 찾았다.
이제는 사람과 제도를 조사할 차례였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