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1화 —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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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린 베일이 먼저 연락했다.
2089년 6월 3일.
수배 2년째.
휴전 67일째.
전면공세는 멈춰 있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전 3시 18분.
아이리스 개인 수사채널에 한 줄이 들어왔다.
You keep drawing the wrong line.
발신 추적 불가.
그 아래 첨부.
타린의 음성.
“아이리스 페트로프 씨. 이 메시지를 들으면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겠죠.”
아이리스는 바로 재생을 멈췄다.
수사망.
라파엘.
오르테가.
에블린.
그리고 전략감사관.
에이드리언은 마지막에 불렸다.
◆음성은 4분 12초.
“나는 Redspan 공격을 지시하지 않았다.”
첫 문장부터 그랬다.
“Northline도 내 조직이 아니다. Switchyard-9은 조직이 아니라 시장이다. K-41은 구매패턴이다.”
이미 일부는 수사팀도 알아낸 내용.
타린이 말했다.
“SC-09을 옮긴 건 맞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처음으로 직접 인정.
“하지만 훔치려고 시작한 건 아니다.”
오르테가가 중얼거렸다.
“항상 그렇게 시작하지.”
에블린이 손을 들었다.
“끝까지.”
◆타린의 주장.
2084년 중앙지휘시설 공격 직후.
노스게이트 보조기지.
서로 충돌하는 전략물류 명령.
한쪽은 SC-09을 기존 보관망에 남기라 했다.
다른 한쪽은 분산이전.
타린은 하청물류 책임자로 이전작업에 참여.
문제.
이전명령의 인증기관이 이미 통신불능 상태였고, 현장에서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멈추자고 했다.”
음성.
“상관은 계속하라고 했다. 그 뒤 수송차량 한 대가 사라졌다.”
수사기록에는 그 부분이 없었다.
라파엘이 말했다.
“새 주장입니다.”
◆타린은 SC-09을 적대세력이 노릴 수 있다고 판단.
공식선에 맡기면 명령충돌 때문에 누가 가져갈지 모른다고 봄.
그래서 허가 없이 화물을 빼돌림.
죽은 의료자격.
North Arc.
Kestrel.
모두 자기가 만든 우회.
“불법이었다.”
그는 인정했다.
“그리고 그 뒤 내가 더 큰 실수를 했다.”
Kestrel에서 SC-09을 확인하기 위해 Switchyard 도구를 사용.
원본장비에 손대지 말았어야 했지만 상태검증을 시도.
그 과정에서 복제 가능한 구형 승계체인 조각이 생김.
“내가 만든 건 무기가 아니라 증거였다.”
음성.
“누군가는 그 증거를 복사했다.”
Vault-6 사건의 가짜 연속성 체인.
타린은 그게 자기 작업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아이리스가 재생을 멈췄다.
“가능합니까?”
전략감사관이 말했다.
“기술세부는 여기서 답 못 합니다.”
“고수준으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르테가.
“그럼 자기가 사고 치고 2년 숨어 있다가 이제 양심선언?”
에블린이 말했다.
“주장과 동기를 분리합시다.”
◆음성 계속.
“SC-09B를 분리한 건 나다.”
회수된 B모듈.
타린이 추적을 피하려고 의료장비 속에 숨겨 별도유통.
“왜?”
음성 속 타린이 마치 질문을 예상한 듯 답했다.
“한 세트로 남겨두면 누가 가져갔을 때 끝이니까.”
분산.
A와 B 분리.
인증매체도 따로.
문제.
그 분산작업 자체가 통제를 잃게 만들었다.
B는 유통망에서 사라짐.
A는 타린이 직접 보관.
적어도 그의 주장.
◆마지막.
“SC-09A는 아직 내가 통제한다.”
오르테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치?”
음성에는 없었다.
대신 조건.
1. 자신이 지정한 공개기록 절차.
2. 군 단독구금 금지.
3. 변호인.
4. SC-09A 회수와 동시에 민간·군 공동증거기록.
5. 자기가 알고 있는 K-41 고객망 제출.
6. 면책은 요구하지 않음.
7. 다만 실종처리·비밀구금은 금지.
에블린이 말했다.
“상당히 구체적이네요.”
라파엘.
“잡히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안다는 뜻이죠.”
◆타린은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지목했다.
Tessa Rourke / 테사 로크.
전직 전략물류 보안감사관.
현재 행방불명.
“그 사람이 Kestrel에서 내 작업을 봤다. 내가 만든 승계체인 조각을 가져간 사람도 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확정 아님.
다만 처음 나오는 구체 이름.
◆메시지 끝.
**If you want A, answer through Corridor Node 접촉조건을 두고 군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나왔다.
“전략장비를 가져간 사람에게 장소선택권까지 줍니까?”
오르테가가 말했다.
“항복 자체를 받아내려면 일부 조건은 줄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사람도 장비 훔쳐서 협상하겠죠.”
에블린이 답했다.
“면책은 없습니다.”
“그래도 안전보장.”
“항복하러 오는 사람을 즉석에서 사살하지 않겠다는 보장이 특혜는 아닙니다.”
회의가 잠깐 조용해졌다.
법적절차가 범죄자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는 점.
그건 구금심사에서도, 휴전협상에서도 반복된 원칙이었다.
White-17. No military beacon. No tracing before response.**
오르테가가 말했다.
“당연히 추적합니다.”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됩니다.”
“왜?”
“메시지 자체에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하는지 보는 장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범인 말을 믿고?”
“믿는 게 아니라 통신을 망치지 않는 겁니다.”
◆에이드리언은 처음부터 거의 말하지 않았다.
마침내 에블린이 물었다.
“당신 생각은?”
“면책 안 요구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오르테가.
“연기일 수도.”
“네.”
“그럼?”
“우리가 원하는 것도 SC-09A 회수와 진술, 그리고 법적절차입니다.”
라파엘이 말했다.
“접촉하자는 쪽?”
“네.”
“왜?”
에이드리언은 음성파일을 봤다.
“타린을 믿어서가 아니라 잡는 것보다 더 많은 걸 회수할 수 있어서.”
그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로 SC-09을 처음 빼돌린 사람이라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르테가의 표정이 굳었다.
“이해하면 용서할 겁니까?”
“아니요.”
“그럼?”
“다음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똑같이 불법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하려면 왜 그 선택이 합리적으로 보였는지 알아야죠.”
하버 리치 이후 에이드리언이 계속 배운 방식이었다.
결과만으로 과거 판단을 납작하게 만들지 않는다.
◆수배공개 전 타린의 딸은 한 가지를 요구했다.
“아버지가 자수하면 내가 먼저 알 수 있습니까?”
라파엘이 말했다.
“수사보안에 문제 없는 범위에서.”
“뉴스로 먼저 알고 싶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딸은 잠깐 망설였다.
“아버지가 뭔가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고 해도 그걸 기사 제목으로 쓰지 말아주세요.”
노아미가 물었다.
“왜요?”
“그러면 사람들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부터 싸울 테니까.”
그녀는 화면을 봤다.
“나는 그냥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싶어요.”
가족조차 타린을 영웅이나 악당 하나로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오전 7시.
답신 초안.
에블린 작성.
접촉 수락. 군·민간 공동기록. 공개된 법적 구금절차 적용. 사전 면책 없음. 안전한 항복과 증거보존을 보장.
타린의 조건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밀구금 금지.
받음.
군 단독구금 금지.
원칙적 받음.
추적 금지.
거부.
단, 접촉시점 전 강제개입은 하지 않음.
라파엘이 말했다.
“타협.”
에블린.
“항복도 계약은 아니지만 절차는 있어야 합니다.”
◆White-17.
OCN의 오래된 중립 물류통신노드.
원래 용도.
분실화물.
피난민 가족연락.
중립협상.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상하게 많은 일이 이런 중간노드로 흘렀다.
오전 8시 12분.
답신 전송.
11분 뒤.
한 줄.
Accepted. 36 hours. Bring Dr. Mara Ellis.
마라가 화면을 봤다.
“왜 나?”
아무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두 번째 메시지.
Because the box traveled as medicine. She should see what that cost.
마라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감성연출이면 안 갑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안 가도 됩니다.”
마라가 그를 봤다.
“그 말은 마음에 드네.”
몇 초 뒤.
“그래도 갑니다.”
“왜?”
“의료회랑을 쓴 이유를 직접 듣고 싶어요.”
◆36시간.
장소는 아직 없었다.
SC-09A도 타린도 실제로 나타날지 모른다.
다만 수사팀은 처음으로
도망가는 사람의 뒤가 아니라
그 사람이 정한 약속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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