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9화 — 휴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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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9년 3월.
전쟁은 6년째였다.
처음에는 누가 이길지 이야기했다.
이제는 어떻게 멈출지 이야기했다.
◆첫 휴전 제안은 정부가 아니라 물류망을 통해 왔다.
Open Corridor Network 중립채널.
발신자.
전선 반대편 인도주의 조정기관.
요청.
72시간 지역휴전.
범위.
캐스케이드 동부전선.
목적.
민간인 대피.
전력선 복구.
전사자 수습.
포로·부상자 교환 논의.
◆오르테가가 문서를 봤다.
“군 채널이 아닙니다.”
에이드리언.
“그래서?”
“상대 군이 인정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리스가 별도채널을 열었다.
몇 시간 뒤 상대측 군사인증.
조건부.
72시간.
지정구역.
공격행위 중지.
정찰은?
문제가 됐다.
무장드론.
위성.
전자정찰.
한쪽은 ‘공격이 아니므로 유지’.
다른 쪽은 ‘공격준비이므로 중단’.
휴전은 총만 안 쏘면 되는 게 아니었다.
◆협상장.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았다.
중립통신.
OCN은 중재자라기보다 채널제공자.
에이드리언은 진행을 맡지 않았다.
외교·군사 협상가가 따로 있었다.
그는 물류·인도주의 부분만.
그게 중요했다.
Organizer라고 모든 회의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휴전협상에서도 회랑망의 오래된 습관이 쓰였다.
합의 안 되는 것부터 빼고, 합의되는 것부터 적는다.
영토.
전쟁책임.
포로법적지위.
전부 뒤로.
먼저:
민간대피.
의료.
전사자수습.
전력복구.
한 협상가는 말했다.
“큰 문제를 피하는 것 아닙니까?”
에이드리언은 물류자문역으로 답했다.
“큰 문제 때문에 작은 합의까지 못 하는 걸 피하는 겁니다.”
전쟁종료협정은 아니었다.
그 전에 사람을 덜 죽게 하는 합의.
첫 합의.
민간대피로.
폭 12킬로미터.
시간.
08:00~18:00.
무장차량 금지.
의료·버스.
감시드론은 고도제한과 무장금지.
교량복구 인력.
양측 각 40명.
OCN 관찰관.
◆문제.
누가 먼저 대피하나.
양측 모두 상대가 병력을 민간인으로 위장시킬 수 있다고 의심.
라파엘이 말했다.
“신원검증은 하되 군복 벗었다고 민간인 되는 건 아닙니다.”
오르테가.
“전투원은 별도.”
마라.
“부상자는?”
“무장해제 후 의료대상.”
또 의료중립 규칙이 쓰였다.
◆대피로 첫 버스에는 캐스케이드 출신 아샤 벨의 어머니가 타고 있었다.
아샤는 아스터 베이에서 일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전선 가까운 지역에 남아 있었다.
몇 년 만에 어머니를 자기 쪽으로 데려올 수 있는 날.
그녀는 노아와 함께 Transit Residence 도착센터에서 기다렸다.
버스예정.
14:10.
14:40.
15:05.
휴전이라도 도로는 느렸다.
아샤가 말했다.
“총 안 쏜다면서 왜 이렇게 늦어요?”
노아가 말했다.
“길은 그대로 망가져 있잖아요.”
3시 17분.
버스 도착.
아샤는 어머니를 발견하자 뛰었다.
행정기록에는
Civilian evacuation: +1
한 줄이었다.
현장에서는 세 해 가까이 못 본 가족이 다시 만났다.
첫날.
민간인 18,400명 이동.
총성 0.
교량복구 시작.
전사자 63구 수습.
사람들은 휴전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오르테가는 그렇지 않았다.
“첫날입니다.”
◆첫날 밤 양측 병사들도 휴전구역에서 처음으로 조용한 밤을 보냈다.
전조등 제한.
무전 최소.
총은 그대로.
한 병사는 일기앱에 썼다.
상대가 2킬로미터 밖에 있는데 오늘은 아무도 안 쐈다. 이상하다.
그 문장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기록은 양쪽에 많이 남았다.
총성이 없는 밤이 평범하지 않게 느껴질 만큼
전쟁이 오래됐다.
둘째 날 오전 11시 17분.
폭발.
대피로 남쪽 3킬로미터.
박격탄인지, 지뢰인지, 잔류탄인지 불명.
부상 4.
양측 즉시 상대 비난.
휴전채널 과열.
한쪽.
“포격.”
다른 쪽.
“우린 발사 안 했다.”
OCN 관찰팀.
탄착흔 분석.
결론.
신규발사 증거 없음.
전쟁 전투 중 남은 불발탄이 복구차량 진동으로 폭발했을 가능성 높음.
확정까지 2시간.
그 2시간 동안 양측 포병은 발사준비를 했다.
쏘지는 않았다.
◆외교협상가가 말했다.
“이 2시간이 휴전입니다.”
노아미가 물었다.
“폭발이 없었던 게 아니라?”
“폭발 뒤 바로 쏘지 않은 것.”
전쟁을 멈추는 기술도 결국 반응시간을 늘리는 일이었다.
◆둘째 날 오후.
상대측 한 부대가 지정선보다 700미터 전진.
우리 측 항의.
상대 답.
“도로 파손 우회.”
GPS·위성 불안.
현장표지 오류.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름.
공동관찰팀 확인.
실제 도로붕괴.
부대 원위치.
다시 총성 없음.
◆셋째 날 아침 휴전구역 학교 하나가 처음 문을 열었다.
정규수업 아님.
아이 확인.
급식.
부모 연락.
교사 7명.
학생 43명.
건물 창문 일부는 깨져 있었다.
교사는 첫 시간에 수학도 역사도 가르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오늘 집에 돌아갈 때 어느 길로 갈지만 설명했다.
그 장면이 휴전관찰보고에 사진 한 장으로 들어갔다.
군사적 의미는 없었다.
그래서 더 중요했다.
셋째 날.
부상자 교환.
마라는 양측 환자분류 기준을 맞추는 데 참여했다.
“중환자를 숫자로 맞교환하면 안 됩니다.”
군 협상가.
“포로교환은 숫자 균형이 중요합니다.”
“환자는 환자입니다.”
결국 치료필요도와 법적신분을 분리.
의료이송 먼저.
포로지위 협상 별도.
또 같은 원칙.
◆연장을 앞두고 민간대표도 협상에 들어왔다.
대피.
농사.
학교.
전력복구.
군은 휴전을 전선관리로 봤다.
주민은 봄 파종과 수업재개로 봤다.
농민대표가 말했다.
“7일만 더 조용하면 밭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력기사는 말했다.
“송전선 두 개 복구하면 병원발전기 연료 줄어듭니다.”
휴전의 가치는 영토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할 수 있게 되는 일로 측정되기 시작했다.
72시간 종료 3시간 전.
양측에서 연장 제안.
처음.
24시간.
그 뒤 72시간.
결국 7일.
전면전 중단이 아니라 한 전선의 제한휴전.
그래도 처음이었다.
◆에이드리언은 대피열차가 중립구간을 지나는 영상을 봤다.
조너스 리드는 아니었다.
새로운 기관사.
새로운 세대의 직원.
그게 좋았다.
모든 중요한 열차가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노아미가 물었다.
“이게 전쟁 끝의 시작입니까?”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외교협상가가 대신 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 일주일짜리 예외일 수도 있습니다.”
노아미.
“너무 조심스러운 답 아닌가요?”
“전쟁 6년 했습니다. 하루 덜 쏜 것도 크게 봅니다.”
◆농업분과에서는 휴전 7일 연장이 확정되자 파종계획을 즉시 바꿨다.
전선 인근 밭 1,800헥타르.
일주일이면 전부는 못 한다.
그래도 일부는 가능.
농민대표가 말했다.
“전쟁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사람은 휴전이 영구적일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래도 짧은 평화를 짧은 평화대로 사용했다.
휴전선 지도.
Red.
Amber.
그리고 처음으로 길게 이어진 White.
CEASEFIRE CORRIDOR.
에이드리언은 그 색을 봤다.
처음 라이프라인은 물건을 움직이기 위해 열었다.
이번에는
오르테가는 휴전보고서에 처음으로 별도항목을 넣었다.
Things resumed because of ceasefire
교량공사.
농사.
학교.
가족재결합.
전사자수습.
전쟁에서 하지 않은 것만 세면 휴전은 빈 시간처럼 보인다.
다시 시작한 것을 세어야 그 시간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보였다.
총알이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
총알이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선을 열고 있었다.
그 바람이 다음 협상의 첫 번째 이유가 됐다.
평화도 결국 하루씩 쌓였다.
그 하루가 또 하나 쌓였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