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5화 — 재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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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6년 3월.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살아남기’보다 ‘어떻게 다시 살 것인가’가 더 큰 질문이 되기 시작했다.
오리슨.
두 번째 대형회의.
REGIONAL RECONSTRUCTION CONVENTION 지역 재건회의
이번에는 회랑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전력.
주택.
세금.
법.
교육.
산업.
치안.
군.
난민.
대표성.
그리고 누가 장기적으로 무엇을 결정할 것인가.
◆첫날부터 세 가지 재건모델이 부딪쳤다.
NORTH RIVER MODEL 기존 지방정부 복원 + 한시 조정기구 + 강한 감사·종료조항.
KELLAN MODEL 기업운영 인프라 + 주민대표 확대 + 서비스 계약 중심.
CASCADE COMPACT MODEL 여러 지역정부·기능기관의 느슨한 분권연합.
각자 장점이 있었다.
각자 자기 문제도 있었다.
◆마야 코렌은 말했다.
“노스리버 모델은 기존 제도가 살아 있을 때 가능합니다.”
다리우스.
“맞아요. 우리 하퍼엔 돌아갈 시청도 별로 없어요.”
엘레나.
“기업이 실제 서비스를 공급하는 곳에서 정부만 복원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그렇다고 회사계약으로 기본권까지 처리할 수도 없습니다.”
회의는 시작 30분 만에 예상대로 복잡해졌다.
리아가 에이드리언에게 속삭였다.
“옛날 식량회의가 그립네요.”
“저도요.”
“그때는 1,600톤만 보면 됐는데.”
“그때도 안 쉬웠습니다.”
“지금보단.”
◆첫 의제.
세금.
재건에는 돈이 필요했다.
Open Corridor Network는 사용료와 공동기금만 있었다.
정부기능에는 부족.
캐스케이드 일부는 공통재건부담금을 제안.
하퍼는 반대.
“우린 세금 낼 정부를 승인한 적 없습니다.”
마야.
“다리 쓰고 병원 쓰고 돈은 누가 냅니까?”
다리우스.
“서비스 사용료.”
“학교는?”
“지역.”
“난민주택은?”
“노스리버.”
토머스가 말했다.
“그래서 지금 구멍이 생기는 겁니다.”
◆두 번째 의제.
법.
회랑계약 분쟁은 어느 법원이 처리할 것인가.
현재는 계약마다 다름.
노스리버 법원.
켈런 지역법.
캐스케이드 법원.
중립중재.
복잡.
에블린이 말했다.
“공통법원을 바로 만들 필요 없습니다.”
대신
Mutual Recognition of Judgments
서로 최소절차를 만족한 판결은 다른 참여지역에서도 집행.
조건.
독립재판.
당사자 방어권.
공개판결.
상소수단.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퍼는 정식법원이 약했다.
다리우스가 말했다.
“그럼 우리는?”
“중립중재기관 사용.”
“또 외부 사람.”
“원하면 지역법원을 만드세요.”
다리우스가 머리를 긁었다.
“도로 지키다 법원까지 만들게 생겼네.”
◆세 번째 의제.
군.
오르테가는 재건회의에서 군 통합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경계했다.
“전쟁 중 지역군을 하나로 합치면 지휘권 싸움부터 납니다.”
마야.
“반대로 각자 군대 두면 전쟁 끝나도 계속 싸울 수 있습니다.”
정확했다.
브라운필드 놀런.
“우리 자경대는 대부분 해산 중입니다.”
다리우스.
“우린 아직 필요해요.”
켈런.
“회사보안은 군대 아닙니다.”
오르테가.
“그래도 무장조직입니다.”
엘레나.
“그럼 군이 인수합니까?”
“아니요.”
오르테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더 위험합니다.”
◆에이드리언은 회의가 자꾸 ‘하나로 만들기’와 ‘각자 두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걸 봤다.
그는 질문했다.
“공통으로 가져야 하는 것과 공통일 필요 없는 것을 먼저 나누면 어떻습니까?”
회의가 조금 조용해졌다.
“예를 들면?”
마야.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지역끼리 전쟁하지 않는 규칙은 공통.”
오르테가.
“전략무기 통제도.”
에블린.
“최소 권리보호.”
토머스.
“공통결제는?”
리아.
“철도규격.”
다리우스.
“학교교육은 지역.”
엘레나.
“주거운영도.”
마라.
“의료면허 최소상호인정은 공통. 병원운영은 지역.”
리스트가 생겼다.
통합이 아니라 권한을 층으로 나누는 그림.
◆재건회의 방청석에는 처음으로 ‘미래세대’라는 명찰도 있었다.
학생대표 6명.
청년기술자 8명.
그중 한 명이 질문했다.
“여러분이 90일, 30일 얘기하는 동안 우린 10년 뒤 여기 살아야 합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무엇을 원합니까?”
“빚을 얼마나 남길지 공개해주세요.”
토머스가 고개를 들었다.
재건채권.
보증.
인프라대출.
그동안은 현재 생존 중심으로 계산했다.
청년대표가 말했다.
“우리가 갚을 돈이면 우리도 숫자는 봐야죠.”
그날부터 재건계획에는 상환기간과 세대별 부담추정이 붙었다.
첫날 둘째 날 밤 마라와 에이드리언은 회의장 근처 작은 식당에서 늦은 식사를 했다.
정치 얘기를 안 하려 했지만 10분도 못 갔다.
마라가 말했다.
“당신 요즘 모든 걸 제도로 바꾸려고 해요.”
“나쁜 겁니까?”
“가끔은.”
“예를 들면?”
“사람이 화난 건 규칙 하나 더 만들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에이드리언은 젓가락을 멈췄다.
“하버 리치 얘기입니까?”
“그것도.”
마라는 물을 마셨다.
“제도는 필요해요. 근데 사람이 왜 상처받았는지도 계속 봐야 한다는 얘기.”
“알겠습니다.”
“또 기록할 것 같은 얼굴이네.”
에이드리언이 웃었다.
“이번엔 안 합니다.”
“그건 좀 발전이네요.”
둘 사이의 대화가 처음으로 업무회의가 아닌 저녁시간 안에 남았다.
저녁.
에블린은 그걸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공통으로 해야 하는 것만 공통으로 한다.
토머스가 말했다.
“너무 당연한 말 아닙니까?”
“헌법은 당연한 걸 나중에 잊지 말라고 쓰는 겁니다.”
◆둘째 날.
새 초안.
RECONSTRUCTION COMPACT — DISCUSSION PAPER
공통가능 영역.
- 지역간 무력충돌 금지.
- 인도주의 회랑.
- 전략자산 안전.
- 최소 권리.
- 판결 상호인정.
- 일부 재건금융.
- 기반시설 상호운용.
지역유지 영역.
- 교육.
- 지방세 상당부분.
- 주거.
- 일상치안.
- 문화.
- 지역경제정책.
미결.
- 군 통합.
- 광역과세.
- 정치대표권.
- 연방입법.
- 탈퇴.
마야가 말했다.
“이거 사실상 연방 초안 아닌가요?”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질문목록입니다.”
“질문이 너무 구체적인데.”
에블린.
“좋은 질문은 원래 그렇습니다.”
◆회의장 밖.
시민 반응.
‘또 상층조직 만든다.’
‘지역끼리 싸우는 것보다 낫다.’
‘노스리버가 지배하려 한다.’
‘켈런 기업국가를 막아야 한다.’
‘정부보다 회사가 더 잘했다.’
전쟁 전보다 사람들이 제도에 훨씬 예민해져 있었다.
그건 피곤한 일이었다.
동시에 좋은 징조일 수도 있었다.
◆저녁.
노아미가 에이드리언에게 물었다.
“당신은 연방을 원합니까?”
그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몇 년 뒤 자기가 실제로 연방을 만드는 사람이 될지 그때는 몰랐다.
“지역끼리 다시 전쟁하지 않는 구조는 원합니다.”
“그게 연방 아닙니까?”
“여러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나의 정부?”
“모릅니다.”
노아미가 웃었다.
“정치인으로서는 끔찍한 답이네요.”
“아직 정치인 아닙니다.”
“그 말 몇 년째 합니까?”
에이드리언도 웃었다.
◆셋째 날, 각 모델은 자기 실패사례 하나씩 제출하기로 했다.
노스리버.
하버 리치.
켈런.
비직원 권리공백.
캐스케이드.
지역간 명령충돌.
하퍼.
무장조직 책임성.
자기 성공사례만 발표하던 회의가 처음으로 실패를 비교했다.
리아가 말했다.
“이게 더 유용하네요.”
마야가 답했다.
“훨씬 더 불쾌하고요.”
둘 다 맞았다.
회의는 정부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정부를 만들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목록을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처음과는 달랐다.
2083년의 에이드리언은 오늘 밤 열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다.
2086년의 에이드리언은
서로 다른 도시가 10년 뒤에도 총을 겨누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같이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시간의 단위가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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