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4화 — 주민 없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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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런 야드 주민위원회 선거는 회사 공지로 시작됐다.
서비스 개선을 위한 주민자문위원을 선출합니다.
엘레나 케이드는 ‘선거’라는 단어를 피하고 싶었다.
결국 실패했다.
◆2084년 8월.
켈런 거주인구.
19만 3천.
직원.
7만 8천.
직원가족.
6만.
비직원 비상거주민.
5만 이상.
전쟁이 길어질수록 마지막 숫자가 늘었다.
문제.
누가 주민인가.
◆회사안.
90일 이상 거주.
18세 이상.
중범죄 수감자 제외.
직원 여부 무관.
사라 미로가 반대했다.
“90일은 왜요?”
회사 법무.
“단기체류자와 구분.”
“여기서 아이 학교 보내고 두 달 일한 사람은?”
“아직 90일 미만.”
“그럼 주민 아니에요?”
법무가 대답하지 못했다.
◆에블린은 노스리버 자문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녀는 회사안을 고쳐주지 않았다.
질문만 했다.
“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게 뭡니까?”
엘레나.
“배급, 주거, 학교, 일상보안에 대한 자문.”
“세금?”
“없습니다.”
“회사 인사?”
“없습니다.”
“퇴거정책?”
엘레나가 멈췄다.
“자문.”
“그럼 투표자격을 국가선거 수준으로 엄격하게 할 이유가 있습니까?”
회사 법무가 입을 다물었다.
권한이 작은데 참여문턱만 높았다.
◆새 기준.
30일 거주 또는
- 자녀 학교등록,
- 켈런 내 고용,
- 장기치료,
- 가족동거
중 하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비직원도 동일투표권.
오래된 직원협의회가 반발했다.
“우리가 회사 지켰습니다.”
사라가 말했다.
“우리도 여기서 삽니다.”
“당신들은 나갈 수 있잖아.”
“당신도요.”
회의실이 얼었다.
◆엘레나가 말했다.
“그렇게 싸울 거면 위원회 안 만들겠습니다.”
에블린이 바로 말했다.
“그것도 선택입니다.”
엘레나가 그녀를 봤다.
“말릴 줄 알았습니다.”
“회사 권한 안에서 위원회를 안 만들 수도 있죠.”
사라가 말했다.
“그러면 우리도 켈런을 도시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요구할 겁니다.”
엘레나.
“우린 도시라고 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 경비, 배급, 주거 다 정하잖아요.”
처음으로 말이 정확히 핵심을 찔렀다.
◆회사는 주민이 필요했다.
노동력.
소비.
학교.
병원.
지역사회.
그런데 주민은 회사자산이 아니었다.
회사가 땅을 소유한다고 그 위에 사는 사람의 의견까지 소유할 수는 없었다.
◆첫 공개토론.
노아미가 진행.
직원 대표.
비직원 대표.
회사.
지역정부 연락관.
질문.
“켈런은 도시입니까?”
엘레나.
“법적으로 아닙니다.”
사라.
“생활로는 맞습니다.”
직원대표.
“회사가 없으면 도시도 없습니다.”
지역정부.
“그렇다고 회사가 지방정부는 아닙니다.”
노아미가 웃었다.
“모두 아니라고 하면서 모두 맞다고도 하네요.”
◆투표 전날 사라 미로의 방문 앞에는 익명전단이 붙었다.
회사를 빼앗으려는 외부인.
그녀는 종이를 떼어 주민회의에 그대로 가져갔다.
엘레나가 보자 얼굴이 굳었다.
“보안수사 하겠습니다.”
사라가 말했다.
“협박은 없어요.”
“그래도.”
“수사는 하되 이걸 이유로 선거 미루지 마세요.”
회사 법무는 치안사건이 선거정당성을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사라는 반대했다.
“미루면 전단 붙인 사람이 이긴 거잖아요.”
선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보안은 강화.
익명전단 사건은 별도수사.
정치절차와 치안절차를 분리했다.
투표.
참여율 63%.
주민위원 7명.
직원 4.
비직원 3.
사라 미로 당선.
첫 회의 안건.
식당 배급차이.
몇 달 전 직원에게 단백질이 더 많이 배정되던 규칙.
영양분석.
근무강도.
연령.
건강상태.
결론.
근속기간 기준 삭제.
고강도 작업자에게 업무별 추가식.
직원 여부와 무관.
작은 변화였다.
그런데 회사에서 ‘직원이라서 더 받는’ 규칙 하나가 사라졌다.
◆두 번째 안건.
야간통행 제한.
비직원 거주구역은 밤 10시 이후 출입승인 필요.
직원구역은 자율.
회사보안은 이유를 설명했다.
초기 혼란기 외부침입과 절도가 많았다.
지금은 사건률이 크게 줄었다.
위원회는 제한시간을 자정으로 늦추고 60일 뒤 자동재검토.
회사보안이 반대.
사라가 말했다.
“사건 늘면 다시 하세요.”
보안책임자.
“그러다 사고 나면?”
“그럼 데이터로 다시 설득하세요.”
엘레나가 그 문장을 듣고 에이드리언을 떠올렸다.
임시권한.
자동종료.
다시 필요하면 재승인.
노스리버식 규칙이 조금 다른 형태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후.
에이드리언은 켈런을 방문하지 않았다.
영상으로 주민위원회 첫 회의를 봤다.
토머스가 말했다.
“당신이 안 가니까 더 잘 굴러가는 것 같은데요.”
“요즘 다들 그 말 좋아하네요.”
“사실이니까.”
“기분 나쁘게 말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엘레나가 따로 연락했다.
“주민위원회가 생각보다 귀찮습니다.”
“없애실 겁니까?”
“아뇨.”
“왜요?”
“귀찮은 질문을 제가 예전엔 안 받고 있었다는 뜻이라서.”
에이드리언이 웃었다.
“에블린이 좋아할 말이네요.”
“그 사람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켈런 주민위원회는 정부가 아니었다.
회사이사회도 아니었다.
법적 지방의회도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배급과 학교, 통행규칙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질문할 수 있었다.
대표권은 완성된 제도로 시작하지 않았다.
질문할 자리를 하나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주민위원회가 첫 달에 낸 권고 23건 중 회사가 전부 수용한 건 11건뿐이었다.
부분수용 8.
거부 4.
사라는 말했다.
“그럼 우리가 장식 아닙니까?”
엘레나는 거부안건을 공개했다.
전력요금 동결.
야간보안 완전폐지.
주거배정 즉시동일화.
회사자산 매각중단.
“자문위원회지 의회가 아닙니다.”
사라가 말했다.
“그건 압니다.”
“그럼?”
“거부 이유가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전보다 낫다는 얘기 하려고요.”
엘레나는 잠깐 웃었다.
권한이 없는 대표기구도 질문을 공개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회사결정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그날 저녁 개방회랑망 지도에서 켈런 아이콘 옆에 새 표시가 붙었다.
Resident Council: Active
리아가 말했다.
“지도에 또 정보 늘었네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필요합니까?”
“회랑 운영에는 별로.”
“그럼 빼죠.”
리아가 웃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넣었을 텐데.”
에이드리언도 웃었다.
사라 미로는 첫 주민위원회 회의 뒤 집으로 돌아가며 회사경비초소를 지났다.
경비원은 예전처럼 비직원 통행증을 요구했다.
사라가 말했다.
“위원인데도요?”
경비원은 당황했다.
규칙이 아직 안 바뀐 것이다.
둘은 잠깐 서로를 봤다.
사라가 먼저 통행증을 내밀었다.
“오늘은 규칙대로 하죠.”
다음 회의 안건 하나가 자동으로 생겼다.
대표가 생긴다고 현장규칙이 즉시 변하지는 않았다.
정치보다 운영이 느릴 때도 있었다.
한 달 뒤 위원회 참여율은 오히려 첫 주보다 높아졌다.
큰 권한이 생겨서가 아니었다.
회의록이 공개되고, 회사가 어떤 권고를 거부했는지 남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든 결정을 이기지 못해도 자기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엘레나는 그걸 예상하지 못한 가장 큰 변화라고 기록했다.
켈런의 첫 주민위원회 선거결과는 노스리버에서도 논쟁을 만들었다.
“기업이 선거까지 하면 사실상 기업국가 아닙니까?”
시민 질문에 에블린은 답했다.
“선거가 있다고 국가가 되는 것도, 선거가 없다고 권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결정하는가.
누가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가.
사람이 떠날 자유가 실제로 있는가.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가.
에이드리언은 그 답을 들으며 제도를 이름으로 판단하지 않는 습관을 하나 더 배웠다.
그것도 하나의 절제였다.
모든 연결이 모든 지도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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