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1화 — 오리슨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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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4년 6월.
오리슨 중앙역은 기차보다 대표단 때문에 더 붐볐다.
열두 지역행정체.
여섯 대도시 연속성위원회.
세 주요 물류권역.
병원연합.
철도조합.
기업물류도시.
농업협동조합.
브라운필드 전환사무실.
하퍼 정션.
이스트뱅크.
그리고 아직 누구도 정확히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모르는 몇 개의 임시위원회.
모두 같은 회의에 왔다.
REGIONAL CONTINUITY CONFERENCE 지역 연속성 회의
노스리버가 주최했다.
그렇다고 노스리버 회의는 아니었다.
적어도 문서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오전 8시 40분.
첫 문제가 회의 시작 전에 터졌다.
좌석표.
오리슨 회의장 입구.
명찰을 받은 대표들이 자기 자리를 찾다가 멈췄다.
Regional Government
Municipal Continuity Authority
Infrastructure Operator
Humanitarian Network
Other
하퍼의 다리우스 콜이 자기 명찰을 들었다.
OTHER
“이거 누가 만들었습니까?”
직원이 당황했다.
“분류체계가…”
“나는 사람이 아니고 기타입니까?”
뒤에서 켈런의 엘레나 케이드가 말했다.
“저도 Infrastructure Operator네요.”
“회사니까 맞잖습니까?”
다리우스.
엘레나가 대답했다.
“18만 명이 우리 서비스 아래 삽니다.”
브라운필드의 놀런 피어스는 Transitional Entity.
세이블의 리나 솔은 Humanitarian Network.
그녀도 웃지 않았다.
“우린 병원만 온 게 아닙니다.”
회의 시작 20분 전.
분류 하나가 이미 정치가 됐다.
◆에이드리언은 명찰을 봤다.
자기 것.
Adrian Kane — North River Coordinator
그 아래 작은 글자.
Facilitator
적어도 자기 역할은 비교적 단순했다.
“명찰 다시 뽑죠.”
행정담당자가 말했다.
“지금요?”
“네.”
“분류 없이?”
에블린이 답했다.
“기관명만.”
“그러면 누가 정부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그걸 회의 시작 전에 우리가 결정하면 오늘 회의가 필요 없겠죠.”
새 명찰.
이름.
기관.
끝.
다리우스가 받아 들었다.
“이제 좀 낫네.”
20분 지연.
토머스가 시계를 봤다.
“회의 시작도 못 했는데 벌써 제도개혁 하나 했네요.”
◆회의장 뒤편에는 공식대표가 아닌 사람들이 따로 앉아 있었다.
Transit Residence 주민대표.
운송기사협회.
농민조합.
하버 리치 유가족 네트워크.
그중 제이미 코르도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그를 보고 잠깐 멈췄다.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제이미가 말했다.
“대피정책 분과 방청입니다.”
“대표로?”
“아뇨.”
제이미는 방청증을 들어 보였다.
“아직은.”
하버 리치 이후 피해자 대표를 재난모델 검토에 넣기로 했지만, 지역간 회의에서 그 자격을 어떻게 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제이미가 말했다.
“당신들 오늘 누가 테이블에 앉는지 정한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럼 방청석도 보세요.”
에이드리언은 뒤를 돌아봤다.
정부 밖에 있는 사람을 정부 밖 조직만 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조직 자체가 없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 9시 22분.
첫 세션.
에이드리언이 단상에 섰다.
연설문은 짧았다.
“우리는 오늘 하나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닙니다.”
회의장이 조용했다.
“누가 누구보다 위인지 정하는 회의도 아닙니다.”
뒤쪽에서 누군가 작게 말했다.
“그럼 뭘 하러 왔지.”
에이드리언은 들었다.
“서로 다른 규칙을 가진 지역 사이에서 사람과 물자가 지나갈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러 왔습니다.”
그는 더 멋있는 말을 준비하지 않았다.
“합의할 수 없는 것은 남겨두고, 합의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는 것부터 정하겠습니다.”
박수는 크지 않았다.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첫 의제.
누가 발언권을 갖는가.
노스리버 지역의회 대표가 제안했다.
“법적으로 성립한 지역정부를 기본단위로.”
하퍼의 다리우스가 바로 반대.
“그럼 우리 같은 데는?”
“자문.”
“우리 도로는 쓰면서?”
켈런의 엘레나도 반대.
“우리 철도정비 없이 캐스케이드 회랑 유지 못 합니다.”
한 대도시 대표가 말했다.
“기업이 정부와 같은 표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엘레나.
“저도 같은 표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세이블의 리나가 말했다.
“기능별로 나누면 안 됩니까?”
회의가 잠깐 조용해졌다.
“무슨 뜻입니까?”
“식량은 식량을 실제 배분하는 조직. 의료는 병원. 철도는 운영자. 정치결정은 법적정부.”
에블린이 바로 메모했다.
하나의 대표권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대표권.
◆점심 전까지 세 가지 안이 나왔다.
안 A — 법적정부 중심 가장 깔끔.
문제: 붕괴지역 배제.
안 B — 인구비례 민주적으로 보임.
문제: 인구통계 불확실, 비정부조직의 권한 과대.
안 C — 기능별 참여 복잡.
문제: 회의가 끝없이 늘어남.
리아가 말했다.
“C가 제일 현실 같네요.”
토머스.
“그래서 제일 싫습니다.”
“현실 싫어하시는 건 알고 있습니다.”
“현실은 비용청구를 못 하니까요.”
◆오후 1시.
분과회의.
철도분과에는 정부보다 철도운영자가 많았다.
의료분과에는 국경보다 병원네트워크가 중요했다.
치안분과는 가장 어려웠다.
경찰.
군.
자경대 전환조직.
회사보안.
누가 합법적으로 무기를 들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지역마다 답이 달랐다.
에이드리언은 각 분과를 돌아다녔다.
어느 회의에서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오히려 편했다.
◆오후 3시.
첫 합의.
FUNCTIONAL SEAT PRINCIPLE
어떤 조직이 특정 기능을 실제 수행하고 있다면 그 기능과 직접 관련된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
단,
그 참여가 영토권, 정부승인, 주권, 독점대표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리우스가 문장을 읽었다.
“우리가 도로회의에는 앉지만 정부가 되는 건 아니다.”
“맞습니다.”
에블린.
엘레나.
“켈런은 물류·전력·주거 분과 참여 가능. 정치대표권은 별도.”
“네.”
리나.
“세이블 병원은 의료분과 정식참여.”
“맞습니다.”
노스리버 대표가 물었다.
“그럼 정치적 결정은 누가?”
에블린이 말했다.
“아직 합의 안 됐습니다.”
누군가 한숨을 쉬었다.
에이드리언은 오히려 안심했다.
모든 걸 하루에 정하지 않았다.
◆오후 5시 10분.
기능별 좌석원칙을 시험하는 첫 사건이 생겼다.
캐스케이드 남부 정수소 두 곳에서 막여과막 교체주기가 겹쳤다.
정수분과에는 지역정부 대표보다 현장기술자들이 더 많았다.
정치대표 한 명이 말했다.
“우리 도시 인구가 더 많으니 먼저 받아야 합니다.”
정수기술자는 고개를 저었다.
“저쪽은 36시간, 당신 쪽은 92시간 버팁니다.”
“인구는 우리가 두 배입니다.”
“그래도 먼저 끊기는 곳부터.”
분과는 12분 만에 결정했다.
교체막 60%는 36시간 남은 정수소.
40%는 다른 쪽.
지역대표는 불만을 기록했다.
결정은 그대로 시행됐다.
기능별 좌석이 첫날부터 정치적 인기보다 현장한계시간을 앞세웠다.
완벽한 정답인지는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저녁.
첫날 종료.
회의장 바깥에는 언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아미가 물었다.
“오늘 뭘 만들었습니까?”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좌석표.”
노아미가 웃었다.
“농담이죠?”
“반쯤.”
“실질적으로는?”
“누가 어떤 문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조금 덜 싸우게 됐습니다.”
“정부 아닌 조직에도 발언권을 줬습니다.”
“기능에 한해서.”
“그게 나중에 정치권력으로 커지면요?”
에이드리언은 잠깐 생각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걱정 안 합니까?”
“걱정합니다.”
“그런데 왜 합니까?”
에이드리언은 역 플랫폼을 봤다.
하퍼 대표.
켈런 직원.
캐스케이드 시 공무원.
세이블 병원사람.
모두 같은 열차시간표를 보고 있었다.
“이미 실제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가 말했다.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들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그날 밤 오리슨 회의 공식기록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혔다.
대표권은 하나가 아니다.
그 문장은 단순한 회의규칙처럼 보였다.
훗날 행성, 위성, 도시, 기업, 인공지능, 다른 문명까지
누가 무엇을 대표하는지 묻게 될 때 같은 질문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걸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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