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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3화 — 회사의 도시

디 오거나이저 · 53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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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케이드로 가는 길에 가장 안정적인 도시는 정부가 운영하지 않았다.

켈런 야드.

전쟁 전에는 대륙 최대급 민간 복합물류단지.

철도.

냉장창고.

데이터센터.

정비공장.

직원주거.

병원.

보안.

소유주.

Kellan Transit Holdings / 켈런 트랜짓 홀딩스.

전쟁이 시작된 뒤 지방정부 일부가 철수했고, 회사는 시설을 닫지 않았다.

직원 가족을 받아들였다.

주변 주민도 들어왔다.

현재 거주인구 18만.

사실상 도시였다.

법적으로는 아니었다.

에이드리언이 켈런 야드를 처음 본 것은 화상회의가 아니라 직접 방문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캐스케이드 구호회랑을 늘리려면 이곳의 냉장·정비능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리아가 말했다.

“저기서 차륜 교체하면 우리 왕복주기 11시간 줄어듭니다.”

토머스.

“가격은 2.4배.”

“그래도 싸요.”

“평시 대비 2.4배.”

“전쟁 전 대비로 계산하지 마요.”

토머스가 한숨을 쉬었다.

켈런의 운영책임자.

Elena Kade / 엘레나 케이드.

그녀는 군인도, 시장도 아니었다.

기업운영자.

“우리는 정부가 아닙니다.”

그녀도 첫 문장을 그렇게 시작했다.

에이드리언은 요즘 그 말을 너무 자주 듣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민 18만 명에게 전력·치안·병원·배급을 제공합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계약상 서비스입니다.”

엘레나.

“맞습니다.”

“계약 안 한 주민은요?”

엘레나가 잠깐 멈췄다.

“비상거주 등록.”

“권리는?”

“최소 서비스 보장.”

“퇴거?”

“전쟁 중 금지.”

에블린은 메모했다.

생각보다 준비돼 있었다.

회사가 요구한 조건.

1. 켈런 야드 내부보안권 유지.

2. 노스리버 군·경은 회사 승인 없이 내부진입 금지.

3. 정비비용 전액 지급.

4. 직원·주민 배급우선권 인정.

5. 데이터센터 일부 용량을 회사 자체운영에 우선.

6. 계약기간 60일.

오르테가가 2번에서 멈췄다.

“범죄자 추적도 승인 받아야 합니까?”

엘레나.

“긴급위협은 예외.”

“누가 판단하죠?”

“공동프로토콜.”

라파엘이 말했다.

“회사보안이 경찰 역할까지 합니다.”

“현재 지역경찰 인원이 23명입니다.”

엘레나가 답했다.

“우리 보안은 412.”

“그게 바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안전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시, 둘 다 사실이었다.

에이드리언은 시설을 둘러봤다.

냉장창고.

전력은 안정적.

직원식당.

배급표가 있었다.

노스리버와 다름.

직원등급.

근속기간.

가족수.

필수업무.

에블린이 화면을 보고 말했다.

“근속기간이 왜 식량우선순위에 들어갑니까?”

엘레나가 말했다.

“초기에는 오래 근무한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지금도?”

“…지금도 남아 있네요.”

한 줄의 규칙이 비상상황이 지나도 남았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노스리버에서도 비슷한 걸 봤습니다.”

“어떻게 했죠?”

“고쳤습니다.”

“그럼 잘못이었다?”

“그때는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엘레나가 그를 봤다.

“그 답 마음에 드네요.”

점심.

켈런 식당.

회사직원과 비상거주민이 다른 줄에 서 있었다.

메뉴도 약간 달랐다.

직원.

단백질 추가.

비상거주민.

기본식.

노아미가 물었다.

“왜 다릅니까?”

엘레나가 말했다.

“직원은 12시간 교대근무.”

“비상거주민 중에도 일하는 사람 있죠.”

“자원봉사.”

“그럼?”

엘레나가 잠깐 메뉴를 봤다.

“기준 검토하겠습니다.”

노아미는 바로 말했다.

“카메라 앞이라서요?”

“부분적으로.”

엘레나는 숨기지 않았다.

“카메라가 있으면 평소 안 보던 것도 보입니다.”

시설견학 마지막은 켈런 내부 학교였다.

학생 절반은 직원 자녀.

나머지는 비상거주민 가족.

교장은 말했다.

“수업료 체계도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에블린이 물었다.

“비상거주민 아이는요?”

“현재 면제.”

“회사결정?”

“네.”

“언제까지?”

교장이 엘레나를 봤다.

엘레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엔 30일 임시조치였고, 두 번 연장됐고, 이제는 아무도 종료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에블린이 말했다.

“임시조치는 종료일이 사라질 때 제도가 됩니다.”

엘레나는 바로 학교지원규정을 주민위원회 검토항목에 넣었다.

켈런도 노스리버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다.

필요해서 만든 임시규칙이 필요가 줄어도 남는 병.

켈런의 비상거주구역에는 회사 로고가 없는 건물이 더 많았다.

전쟁 전 물류교육센터.

창고사무동.

주차빌딩 일부.

사람들이 살 수 있게 개조돼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한 복도에서 비상거주민 Sara Miro / 사라 미로를 만났다.

원래 켈런 직원이 아니었다.

전쟁 초기에 고속도로가 끊겨 가족과 함께 들어온 사람.

“여기 생활은 어떻습니까?”

사라가 말했다.

“안전합니다.”

“좋다는 뜻입니까?”

“안전하다는 뜻입니다.”

둘은 달랐다.

“회사 규칙이 많아요.”

“예를 들면?”

“통행시간. 배급. 거주구역. 일자리 우선순위.”

“불합리합니까?”

사라는 잠깐 고민했다.

“처음엔 필요했을 것 같아요.”

“지금은?”

“누가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 말이 에이드리언에게 익숙했다.

임시규칙이 종료절차 없이 남는 문제.

회사도, 정부도 같은 문제를 만들 수 있었다.

오후 협상.

노스리버는 회사 내부보안권을 전면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공동권한표.

일상치안: 회사보안.

중범죄·구금: 지역경찰.

군사위협: 연방군.

긴급진입: 사후통보.

시설운영: 회사.

민간권리: 지역법 적용.

엘레나는 말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운영이 느려집니다.”

에블린.

“법 안에 들어오는 비용입니다.”

“정부가 기능할 때 내는 비용이죠.”

“맞습니다.”

엘레나가 말했다.

“그 정부가 또 사라지면?”

에블린은 즉답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그럼 계약에 복귀조건을 넣죠.”

중앙·지역행정 기능상실 시 켈런 자체 비상권한 자동확대.

단, 30일마다 주민대표 검토.

엘레나가 눈을 좁혔다.

“주민대표?”

“18만 명이면 필요하지 않습니까?”

회사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게 가장 어려운 조건이었다.

비상거주민은 회사주주가 아니었다.

직원도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가 사실상 도시를 운영하면 그 사람들은 누가 대표하는가.

엘레나는 말했다.

“60일 안에 주민위원회 구성.”

에블린.

“30일.”

“45.”

“30.”

토머스가 중얼거렸다.

“가격협상보다 정치협상이 더 빡세네.”

결국 30일.

주민 7명.

직원 4.

비직원 거주민 3.

자문권부터.

강제의결권은 아님.

작은 시작.

주민위원회 조항이 들어가자 켈런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오래된 직원 일부는 말했다.

“우리가 회사를 지켰는데 어제 들어온 사람도 같은 발언권을 갖습니까?”

비직원 거주민은 반대로 말했다.

“우린 세 달째 여기 삽니다. 아이도 여기 학교 다니고, 배급도 회사에서 받습니다.”

엘레나는 양쪽 회의를 따로 열었다.

결론은 단순한 1인1표가 아니었다.

초기 30일은 자문위원회.

서비스별 의견권.

배급.

학교.

주거.

보안.

실제 생활영역부터.

회사 경영권은 그대로.

정치권한도 아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거주민이 회사 운영규칙을 공식적으로 질문할 자리가 생겼다.

사라 미로가 비직원 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에이드리언은 그 소식을 듣고 그날 복도에서 들은 문장을 떠올렸다.

‘누가 바꿀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 적어도 질문할 사람이 생겼다.

계약 서명.

켈런의 정비시설이 라이프라인 외부회랑에 편입됐다.

차륜.

냉장.

통신.

철도수리.

노스리버는 돈을 냈다.

회사는 내부권한 일부를 공공규칙에 맞췄다.

누구도 상대를 흡수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리아가 말했다.

“저 회사 없었으면 캐스케이드 회랑 절반은 못 열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합니다.”

“왜요?”

“필요한 조직은 권력을 얻기 가장 쉽습니다.”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이야기를 떠올렸다.

켈런 야드도 처음부터 도시가 되려고 한 게 아니었다.

필요해서 하나씩 기능을 맡았다.

배급.

치안.

병원.

전력.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정부인지 묻기 시작했다.

익숙한 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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