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2화 — 통행세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하퍼 정션의 첫 검문소에는 국기가 없었다.
군 표식도 없었다.
낡은 화물차 세 대를 철도 건널목 옆에 세워놓고, 무장한 사람들이 통행을 관리하고 있었다.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HARPERS COMMUNITY DEFENSE & ROAD SERVICE 하퍼스 지역방위·도로관리단
그 아래.
철도 통과요금: 화물톤수 기준
조너스 리드는 창밖을 보고 말했다.
“도로는 몰라도 철도까지 돈 받는 건 처음 보네요.”
동승한 노스리버 연락관이 말했다.
“내리지 마세요.”
“열차인데요.”
“그래도요.”
◆검문소 대표는 노스리버에 공개채널로 연락했다.
이름.
Darius Cole / 다리우스 콜.
전직 지방도로공사 직원.
“우리는 강도가 아닙니다.”
첫 문장이었다.
리아가 화면을 봤다.
“그 말을 먼저 하는 조직은 보통…”
에이드리언이 손을 들었다.
“계속 들읍시다.”
다리우스가 말했다.
“지난 넉 달 동안 이 회랑을 우리가 유지했습니다.”
선로 주변 잔해 제거.
교량 경비.
도로복구.
약탈방지.
지역급식.
“중앙에서 돈 온 적 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지나는 화물에서 비용 받습니다.”
토머스가 물었다.
“세금입니까?”
“통행료.”
에블린.
“법적 권한은?”
다리우스가 웃었다.
“법률가시죠?”
“네.”
“그럼 없다고 쓰세요.”
말이 이상하게 정직했다.
◆요구액.
노스리버 구호열차 화물가치의 4%.
토머스가 말했다.
“말도 안 됩니다.”
다리우스.
“우리가 길 안 지키면 100% 못 갑니다.”
“선로는 캐스케이드 철도공사 소유입니다.”
“철도공사 직원은 지난달에 다 떠났어요.”
리아가 말했다.
“일부 남아 있습니다.”
“하퍼에는 없습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누군가 소유한 선로를 다른 누군가 실제로 지키고 있었다.
소유권과 통제권이 갈라져 있었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병력 규모?”
라파엘이 답했다.
“검문소 포함 약 120.”
“중화기?”
“확인 안 됨.”
“우회?”
리아.
“14시간 추가.”
마라가 말했다.
“인슐린은 가능.”
“정수약품은?”
“빠듯.”
토머스.
“그냥 돈 주면 다음 검문소도 다 요구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맞습니다.”
다리우스가 화면에 있었다.
“우리가 듣고 있습니다.”
토머스가 말했다.
“일부러 들으라고 했습니다.”
다리우스가 웃었다.
“적어도 솔직하네.”
◆협상.
노스리버는 현금성 통행료를 거부.
대신 제안.
하퍼 정션 자체를 구호회랑 운영에 포함.
노스리버 제공:
- 철도 유지보수 부품
- 교량센서
- 연료 일부
- 의료물자 소량
하퍼 측:
- 검문소 통과료 면제
- 선로·도로 안전보장
- 모든 통과기준 공개
- 임의화물 압수 금지
다리우스가 말했다.
“우리 사람 급여는?”
토머스.
“우리가 왜 지급합니까?”
“당신들 열차 지켜주잖아.”
리아가 말했다.
“그건 맞죠.”
토머스가 그녀를 봤다.
“편 들지 마세요.”
“사실 말한 겁니다.”
◆결국 다른 구조.
Corridor Service Fee
화물가치 비율 아님.
실제 경비·유지보수 비용을 노선사용자들이 공동부담.
노스리버만 내지 않는다.
캐스케이드 세 지역도 분담.
회계 공개.
분기별 감사.
에블린이 말했다.
“이러면 사실상 공공서비스 계약입니다.”
다리우스.
“이름은 뭐든 상관없습니다.”
토머스가 말했다.
“저는 중요합니다.”
◆현장에서는 협상이 끝나기 전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첫 검문소의 젊은 대원 하나가 열차 화차 봉인을 뜯으려 했다.
조너스가 바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뭐 합니까?”
대원이 소리쳤다.
“검사!”
“봉인 뜯으면 의료화물 전체 재검사입니다.”
“무기 있는지 봐야 해.”
노스리버 연락관이 내렸다.
“X-ray manifest 제공하겠습니다.”
“우리 장비로 확인합니다.”
둘이 언성을 높였다.
다리우스가 직접 현장으로 왔다.
젊은 대원의 손을 내렸다.
“봉인 손대지 마.”
“대장, 안에 뭐 있는지—”
“그럼 스캐너로 봐.”
“스캐너 고장났어요.”
리아가 그 말을 들었다.
“그럼 우리 예비스캐너 하나 드리죠.”
토머스가 바로 말했다.
“공짜로?”
“지금 화물 뜯는 것보다 싸요.”
이번에는 토머스도 반박하지 못했다.
◆협상 중 하퍼 마을 급식소에서 한 아이가 쓰러졌다.
저혈당.
다리우스는 회의를 멈추고 의료진부터 불렀다.
노스리버 연락관이 가져온 비상당 공급키트가 먼저 쓰였다.
아이 상태는 곧 안정됐다.
토머스가 화면 너머에서 말했다.
“계약 전 물자를 사용했습니다.”
다리우스가 그를 노려봤다.
“청구해.”
토머스는 몇 초 뒤 고개를 끄덕였다.
“청구 안 합니다.”
다리우스가 피식 웃었다.
“금융쟁이도 사람은 사람이네.”
그 작은 사건 뒤 협상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서로 비용을 따지면서도 어떤 것은 계산 밖에 둘 수 있다는 걸 모두가 확인한 뒤였다.
검문소 뒤쪽에는 하퍼 주민들이 운영하는 작은 급식소가 있었다.
노아미가 그곳을 둘러봤다.
빵.
수프.
통조림.
벽에는 손으로 쓴 장부.
오늘 통과차량 83대. 도로보수 14시간. 연료사용 620리터.
다리우스가 말했다.
“우리가 왜 돈 받는지 보여주려고 적습니다.”
노아미가 물었다.
“실제 비용보다 더 받는 건 아닙니까?”
“받을 때도 있습니다.”
“왜요?”
“지난달 교량 난간 한 번 무너지면 그날 받은 돈으로는 못 고치니까.”
토머스가 원격으로 말했다.
“그럼 적립금을 회계에 넣으세요.”
다리우스가 화면을 봤다.
“우리 회계까지 봅니까?”
“공공회랑 비용 받으려면요.”
“정부도 아닌데.”
에블린이 말했다.
“정부가 아니라서 더 계약에 써야 합니다.”
다리우스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장부 사진을 보냈다.
몇 시간 뒤 하퍼스 방위단 최초의 공개예산표가 만들어졌다.
완벽한 회계는 아니었다.
그래도 ‘통행료 4%’라는 임의 숫자가 도로보수·경비·적립금으로 쪼개졌다.
무장조직이 조금씩 서비스 제공조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안전한 변화인지, 그들에게 정당성을 주는 변화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오후 2시.
새 스캐너가 드론으로 도착했다.
검문.
밀폐 유지.
통과.
첫 구호열차는 예정보다 2시간 18분 늦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조너스가 다리우스에게 물었다.
“다음에도 돈 받습니까?”
다리우스가 말했다.
“계약대로.”
“좋은 의미입니까?”
“오늘보단 덜 귀찮을 겁니다.”
◆하퍼 정션 주민들은 그날 저녁 처음으로 노스리버 의료상자 일부를 받았다.
계약서에는 없는 물량이었다.
마라가 최소 생명유지 지원으로 따로 뺐다.
다리우스는 그걸 보고 말했다.
“우리가 길 열어서 준 겁니까?”
노스리버 연락관이 답했다.
“사람 있어서 준 겁니다.”
다리우스가 잠깐 말이 없었다.
“그 문장은 계약에 없네요.”
“없습니다.”
◆밤.
노아미는 방송에서 하퍼 정션을 ‘불법검문소’라고만 부르지 않았다.
“법적 권한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 동안 실제로 도로와 선로를 관리해왔습니다.”
앵커가 물었다.
“그럼 인정해야 합니까?”
“인정과 승인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노아미가 말했다.
“지금 벌어지는 건 누가 길을 소유했는지보다 누가 실제로 길을 열어두고 있는지를 둘러싼 협상입니다.”
◆첫 열차가 하퍼를 빠져나간 뒤 하퍼를 빠져나가기 전 조너스는 검문소 옆에서 아까 쓰러졌던 아이가 급식소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봤다.
손에는 주스팩.
아이의 어머니가 열차 쪽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조너스도 기적적으로 손을 흔들 수 있었다.
그는 무전으로 말했다.
“리아.”
“네.”
“통행료 협상 계속해도 되겠네요.”
“갑자기요?”
“길 옆에 사람도 사니까.”
리아가 잠깐 말이 없었다.
“그건 원래 알고 있었습니다.”
“화면으로 아는 거랑 다르네요.”
조너스가 열차를 다시 움직였다.
두 번째 검문소가 보였다.
이번에는 다른 조직.
간판도 다르다.
River Watch Cooperative
리아가 지도를 봤다.
“또 협상해야 합니까?”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아마도요.”
노스리버 밖으로 나가자 하나의 회랑 안에도
정부가 여러 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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