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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9화 — 검은 하늘

디 오거나이저 · 49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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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터 베이가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밤 8시 43분이었다.

폭격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 해킹한 것도 아니었다.

전력당국이 직접 껐다.

오후부터 얼음비가 내렸다.

송전선 두 구간에 착빙.

변전소 하나 과열.

북부 발전기 진동경보.

사무엘 오카포가 말했다.

“지금 부하를 계속 잡고 있으면 한 군데 나갈 때 연쇄됩니다.”

클라라 렌이 물었다.

“선택지는?”

“A. 버티기.”

“성공확률?”

“모릅니다.”

“B.”

“6시간 계획정전.”

전력담당자가 말했다.

“도시 절반씩 순환이 아니라 광역망을 크게 쪼개서 완전히 내립니다.”

클라라가 말했다.

“병원은?”

“마이크로그리드·비상전원.”

“수도?”

“핵심펌프 유지.”

“철도?”

리아.

“간선운행 최소화.”

“난방?”

사무엘.

“Warm Room과 우선건물 제외하면 많이 떨어집니다.”

밖은 영하 8도.

결정은 쉽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자문석에서 말했다.

“남부 독립망은?”

“분리.”

사무엘.

“그쪽은 살립니다.”

“그럼 광역 전체 정전은 아니군요.”

“정확히는 섬으로 나눕니다.”

평소에는 연결.

망가질 땐 분리.

그가 33화에서 들었던 문장.

ISLAND FIRST. RECONNECT SECOND.

클라라가 말했다.

“계획정전 승인.”

이번에는 에이드리언이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손이 움직이지 않는 걸 봤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지금은 조금 덜했다.

오후 7시 30분.

도시공지.

20:40부터 광역 전력복구 작업을 위한 계획정전 실시. 예상 4~6시간.

사람들은 충전했다.

물을 받아뒀다.

난방온도를 잠깐 올렸다.

엘리베이터 이용 중단.

상점은 일찍 닫았다.

노아의 편의점도 8시 20분에 문을 닫았다.

점장이 말했다.

“냉장고는?”

“배터리 5시간.”

“넘으면?”

“문 열지 맙시다.”

손님 하나가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초콜릿 두 개.

“왜 이걸요?”

노아가 물었다.

“정전 때 애들이 무서워하니까.”

노아는 하나를 더 건넸다.

“서비스.”

점장이 봤다.

“누가 계산해?”

“제가.”

8시 43분.

빛이 사라졌다.

한 블록.

다음 블록.

고층건물.

광고판.

교량조명.

아스터 베이는 수십 년 만에 거대한 도시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비상등과 차량불빛만 남았다.

그리고 하늘이 보였다.

별.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게 뭔지 새삼스럽게 올려다봤다.

Warm Room.

학교체육관.

아이들이 창문에 붙었다.

“저렇게 별 많았어?”

노인이 말했다.

“원래 많아.”

“왜 안 보였어?”

“우리가 너무 밝았지.”

누군가 웃었다.

정전이 낭만적일 이유는 없었다.

집이 추운 사람도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

배터리를 걱정하는 사람.

그래도 몇 분 동안 사람들은 하늘을 봤다.

노아미는 방송카메라를 옥상으로 가져갔다.

발전기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검은 도시를 찍었다.

“아스터 베이는 현재 복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어두워져 있습니다.”

뒤에 별.

“공격으로 인한 정전은 아닙니다.”

그 문장을 반복했다.

사람들이 차이를 알아야 했다.

중앙의료원.

미나는 깨어 있었다.

병실 조명은 그대로.

창밖만 검었다.

“밖에 다 꺼졌어.”

다니엘이 말했다.

미나가 창밖을 봤다.

“병원은 왜 안 꺼져?”

“여기는 전기가 따로 있어.”

“특혜?”

다니엘이 웃었다.

“어디서 그런 말 배웠어?”

“뉴스.”

마라가 회진 중 들어왔다.

“병원은 특혜 맞아.”

다니엘이 당황했다.

마라가 말했다.

“사람 살리는 데 쓰는 특혜.”

미나가 물었다.

“그럼 다른 사람은?”

“그래서 빨리 다시 켜야지.”

단순한 대답.

아이에게는 그 정도면 됐다.

철도.

조너스 리드는 정전구간 진입 전 열차를 세웠다.

신호가 모두 죽은 건 아니었다.

독립전원 신호만 살아 있었다.

종이운행표.

로컬무전.

수동확인.

“이제 익숙하네요.”

젊은 부기관사가 말했다.

조너스가 고개를 저었다.

“익숙해지면 사고 난다.”

“왜요?”

“무서운 걸 안 무서워하니까.”

그들은 한 블록씩 확인하고 움직였다.

느렸다.

곡물은 아침보다 늦게 도착할 것이다.

그래도 도착할 것이다.

밤 11시 18분.

첫 재연결.

남부망과 중앙 일부.

사무엘이 말했다.

“서두르지 마.”

전력기사가 단계별로 부하를 올렸다.

5%.

12%.

20%.

변전소 안정.

다음 섬.

아스터 베이 동쪽에 빛 한 줄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창문에서 박수쳤다.

그 소리는 상황실에는 들리지 않았다.

자정 1시.

복구율 61%.

계획보다 빠름.

클라라가 말했다.

“전부 붙입니까?”

사무엘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왜?”

“붙일 수 있다고 지금 붙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을 듣고 자기 이야기처럼 느꼈다.

권력도.

전력망도.

연결할 수 있다고 항상 연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새벽 2시 37분.

복구 93%.

남은 구역은 안전점검.

예상보다 사고는 적었다.

저체온 응급환자 19명.

엘리베이터 구조 43건.

가정의료기기 배터리 문제 7건.

사망 0.

마라는 그 숫자에서 오래 멈췄다.

0.

요즘 보기 어려운 숫자였다.

새벽 3시.

에이드리언은 건물 밖으로 나왔다.

도시 절반에는 빛이 돌아와 있었다.

나머지 절반 위에는 아직 별이 보였다.

모리스가 따라 나왔다.

“예쁘지?”

“네.”

“좋은 일은 아니지만.”

“네.”

둘은 잠시 서 있었다.

모리스가 말했다.

“전쟁 전에는 이런 하늘 보려면 도시 밖으로 나가야 했어.”

에이드리언은 검은 구역과 밝은 구역의 경계를 봤다.

몇 시간 뒤 모두 다시 연결될 것이다.

그게 목표였다.

하지만 오늘 살아남은 이유는 잠깐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3시 20분.

마지막 대형구역 재연결을 앞두고 사무엘이 말했다.

“한 번에 붙이지 않습니다.”

젊은 기술자가 물었다.

“부하 충분히 낮습니다.”

“알아.”

“그럼 왜?”

사무엘은 검은 도시지도를 가리켰다.

“수치가 안전하다는 것과 현장이 준비됐다는 건 다르니까.”

그들은 병원.

정수.

주거.

상업.

순서대로 붙였다.

각 단계 사이 5분.

멀리서 한 구역씩 불이 돌아왔다.

누군가는 그 5분이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빨리 켰다가 다시 전부 꺼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복구과정을 보며 하버 리치 때의 자기 결정을 떠올렸다.

그때는 시간을 아끼려 했다.

오늘은 시간을 일부러 썼다.

둘 중 어느 방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

상황이 달랐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는 게 점점 중요해지고 있었다.

모리스가 말했다.

“자네 예전 같으면 복구율 93%에서 계속 전화했겠지.”

“아마도요.”

“지금은?”

에이드리언은 마지막 7%를 담당하는 기술자 목록을 봤다.

자기보다 그들이 더 잘 아는 문제였다.

그는 화면을 닫았다.

“아침에 확인하죠.”

모리스가 웃었다.

“그게 제일 큰 복구네.”

에이드리언도 웃었다.

전력보다 조금 늦게, 자기 습관도 복구되고 있었다.

조금 뒤 마지막 대형구역에도 불이 돌아왔다.

사람들은 다시 창밖 대신 화면을 봤다.

별은 도시빛에 천천히 지워졌다.

모리스가 말했다.

“아쉽네.”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정전 다시 할까요?”

“그 정도 낭만은 필요 없다.”

둘 다 웃었다.

다음 날 아침 복구보고에는 ‘대규모 계통붕괴 없음’이라는 한 줄이 올라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보고였다.

그 한 줄을 만들기 위해 수천 명이 밤을 새웠다.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요즘 가장 값비싼 결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날의 정전은 실패가 아니라 계획된 후퇴였다.

아스터 베이의 검은 하늘 아래에서 그는 처음으로 확실히 이해했다.

연결을 지키는 일과 항상 붙잡고 있는 일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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