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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7화 — 조건

디 오거나이저 · 47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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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라인 가드가 무기를 내려놓은 다음 날, 더 어려운 문제가 시작됐다.

그 무기를 든 사람들이 내일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오전 9시.

브라운필드 행정회관.

정부.

브리지 평의회.

지역경찰.

병원.

상인회.

창고노조.

주민대표.

회의실에는 총이 없었다.

대신 서류가 많았다.

에블린이 첫 문장을 읽었다.

브라운필드 임시정상화 협약

놀런이 말했다.

“‘정상화’라는 표현 싫습니다.”

“왜요?”

“우리가 비정상이었다는 뜻 같아서.”

라파엘이 말했다.

“총 든 자경대가 행정한 건 정상은 아니죠.”

놀런의 얼굴이 굳었다.

“경찰이 없어서 한 겁니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과 정상이라는 건 다른 말입니다.”

둘이 다시 부딪치려 했다.

에블린이 문서 제목을 지웠다.

브라운필드 전환협약

“이건요?”

놀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단어 하나를 정하는 데 8분.

누군가는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목부터 누가 패배했는지를 정해버리면 나머지 협상은 더 길어질 수 있었다.

첫 조건.

브리지 자경대.

정부는 해산을 원했다.

브리지 쪽은 치안공백을 이유로 유지 요구.

라파엘이 말했다.

“현 상태 그대로는 안 됩니다.”

“왜요?”

“체포권, 수색권, 무기규정 전부 법 밖입니다.”

놀런이 말했다.

“그러면 경찰 복귀 전까지 뭘 합니까?”

“임시지역안전대.”

“이름만 바꾸는 거 아닙니까?”

“권한도 바꿉니다.”

- 무기등록.

- 중화기 금지.

- 체포권 없음.

- 경찰 요청 시 현장보조.

- 30일 내 해산 또는 정식 예비안전대 편입심사.

- 민간지휘.

오르테가가 마지막을 확인했다.

“군 지휘 아닙니다.”

놀런이 물었다.

“우리 대원들 군대 편입은?”

“원하면 별도지원.”

“강제 없음?”

“없습니다.”

합의.

두 번째.

지난 2주간 물자사용.

연방소유 의료물자.

식량.

연료.

브리지 평의회는 기록을 제출했다.

개인횡령 확인 3건.

이미 내부징계만 하고 끝낸 사건.

라파엘이 말했다.

“형사사건입니다.”

놀런.

“세 명이 훔친 양 합쳐도 창고의 0.1% 안 됩니다.”

“양이 기준 아닙니다.”

“그럼 협약은 왜 합니까? 전부 잡아가면 되지.”

마라가 끼어들었다.

“병원에 보낸 약까지 절도라고 하진 않을 거죠?”

“공공목적으로 사용한 건 별도.”

에블린이 정리했다.

면책하지 않는 것 개인횡령, 폭력, 강요, 고의기록조작.

사후승인 대상으로 보는 것 주민 생존을 위해 공개기록 아래 사용한 공공물자.

놀런이 말했다.

“그 정도면 받겠습니다.”

세 번째.

대표권.

브리지 평의회는 라이프라인 배분회의 의석을 요구했다.

리아가 물었다.

“왜?”

“우린 41만 명입니다.”

“지역마다 다 달라고 하면?”

“그럼 기준 만들죠.”

토머스가 말했다.

“인구?”

아이작이 원격으로 말했다.

“생산량?”

마라.

“필수시설?”

모두 자기 분야 기준을 들고 나왔다.

에블린이 말했다.

“지금 하나의 상설의회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결국 브라운필드에는 30일 한시 관찰·발언권.

직접 의결권은 없음.

대신 자기 지역물량 관련 안건에는 반드시 사전통보와 의견청취.

놀런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도 서명했다.

“다음엔 의결권 얘기합니다.”

리아가 말했다.

“다음엔 우리도 반대합니다.”

처음으로 둘 다 웃었다.

오후 1시.

노스라인 지도부의 장비분석 보고가 도착했다.

아이리스가 회의 중간에 들어왔다.

“이거 봐야 합니다.”

노스라인 단말 하나에서 발견된 암호화 소프트웨어.

가짜명령 사건에 쓰인 인증도구와 일부 코드구조가 같았다.

터널 정찰장치의 통신모듈과도 같은 라이브러리를 사용.

오르테가가 말했다.

“같은 조직.”

아이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렇게 말 못 합니다.”

“세 사건이 같은 코드인데?”

“같은 도구를 산 걸 수도 있습니다.”

놀런이 에런 멜의 조사기록을 불러왔다.

노스라인은 그 소프트웨어를 익명 중개망에서 구입했다고 진술.

판매자명.

Switchyard-9

실명 아님.

추적주소.

다중경유.

결제는 익명화된 디지털자산.

아이리스가 말했다.

“처음으로 연결점은 생겼습니다.”

터널.

창고 서버.

가짜명령.

노스라인.

한 명의 배후인지, 도구를 파는 시장인지, 조직적 공격망인지 아직 모른다.

Promise 하나가 절반쯤 회수됐다.

오후 3시.

놀런이 질문했다.

“그럼 우리 노스라인도 외부에서 조종당한 겁니까?”

라파엘이 말했다.

“그렇게 단순화하지 마세요.”

“왜요?”

“도구를 샀다고 총 쏘라고 조종된 건 아닙니다.”

에블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개입이 내부선택을 지우진 않습니다.”

놀런은 불편한 표정이었다.

외부 적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면 자기 지역은 피해자만 될 수 있다.

현실은 더 복잡했다.

노스라인은 불안과 불신을 스스로 키웠고, 누군가는 그 틈에 도구를 팔았다.

오후 5시 12분.

협약 서명.

놀런 피어스.

라파엘 소토.

브라운필드 지역행정대표.

법무.

경찰.

의료.

물류.

군 연락대표.

에이드리언의 서명란은 없었다.

그는 자문석에서 보고 있었다.

놀런이 그걸 봤다.

“정말로 이제 서명 안 하네요.”

“그렇습니다.”

“불편하지 않습니까?”

에이드리언은 잠깐 생각했다.

“조금.”

놀런이 웃었다.

“그건 믿겠네요.”

저녁.

자경대원들은 무기를 반납했다.

모든 사람이 그러진 않았다.

등록되지 않은 총기 일부는 사라졌다.

노스라인 잔여 지지자 몇 명도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였다.

완벽한 종결은 아니었다.

브리지 평의회 간판도 당장 내려가지 않았다.

대신 그 아래 새 문구가 붙었다.

TRANSITION OFFICE — 30 DAYS

30일.

그 뒤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몰랐다.

에이드리언이 돌아가려는데 놀런이 불렀다.

“케인.”

“네.”

“우리가 처음 창고 잡았을 때 당신들이 바로 군 보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에이드리언은 솔직하게 말했다.

“모릅니다.”

“나도.”

놀런은 전환사무실 간판을 봤다.

“근데 하나는 알아요.”

“뭡니까?”

“우리도 계속 총 들고 있었으면 언젠가는 누군가 쐈을 겁니다.”

에이드리언은 하버 리치를 떠올렸다.

좋은 결과가 처음부터 좋은 선택이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나쁜 결과가 모든 선택을 틀렸다고 만들지도 않았다.

그날 저녁 브라운필드 시장은 다시 열렸다.

무장자경대가 있던 교차로에는 경찰과 임시지역안전대가 함께 섰다.

주민들은 처음엔 어느 쪽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안내판을 세웠다.

교통·민원: 지역안전대 체포·수색: 경찰 군사위협: 연방군 연락

권한을 글자로 나누자 사람들의 질문이 줄었다.

놀런은 그걸 보며 말했다.

“우리가 지난 열흘 동안 한 걸 당신들은 세 줄로 정리하네요.”

라파엘이 답했다.

“세 줄로 적을 수 있어야 누가 선 넘는지 알죠.”

전환사무실에는 브리지 평의회가 쓰던 장부도 그대로 남았다.

정부는 그 기록을 폐기하지 않았다.

누가 언제 무엇을 배급했는지, 어떤 차량이 병원에 갔는지, 어디서 물자가 사라졌는지.

비공식 행정도 기록이 있으면 다음 제도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반대로 기록 없는 권력은 총을 내려놔도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아이리스는 익명 중개망 `Switchyard-9`를 장기추적 대상으로 등록했다.

바로 차단하지 않았다.

차단하면 사라질 수 있었다.

누가 사고, 누가 팔고, 어디로 도구가 이동하는지 더 봐야 했다.

수사는 처음으로 범인을 잡는 것보다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브라운필드의 첫 공식 경찰차가 그날 밤 다시 순찰을 시작했다.

자경대 차량 한 대가 뒤에서 함께 돌았다.

완전히 바뀐 것도,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전환은 선언문이 아니라 다음 날 아침 누가 문을 열고 누가 순찰하는지에서 완성됐다.

그는 이제 그 두 문장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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