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5화 — 공격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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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지 평의회가 요청한 세 시간 중 첫 20분이 지나기도 전에 사람 하나가 죽었다.
창고 경비원.
브리지 자경대 소속.
협상반대 무장분파가 쏜 총이었다.
분파 이름은 Northline Guard / 노스라인 가드.
원래 브리지 평의회 안의 방위조직 일부.
전직 군인과 무장노동자 중심.
협상을 ‘정부에 굴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점거한 7번 창고에는 식량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었다.
의료용 산소용기.
배터리.
소형 연료전지.
폭발하면 지역 전체가 날아갈 물건은 아니었다.
총격전에는 충분히 위험했다.
◆오르테가는 작전안을 펼쳤다.
“외곽차단.”
“진입은?”
임시대행자가 물었다.
“두 가지.”
A.
브리지 평의회에 맡김.
장점: 지역내전 확대 가능성 낮음.
단점: 시간 오래 걸림, 분파가 방어준비 가능.
B.
정부군 정밀진입.
장점: 속도.
단점: 브리지 주민 전체가 정부공격으로 인식할 위험.
라파엘이 말했다.
“경찰 협상팀 먼저.”
오르테가.
“인질 있습니까?”
“창고 직원 14명 연락두절.”
“그럼 더 빨리.”
에블린이 말했다.
“브리지 평의회가 3시간을 요청했습니다.”
오르테가가 답했다.
“한 명 죽은 뒤에도 같은 3시간입니까?”
그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에이드리언은 회의실 뒤쪽에 앉아 있었다.
정식권한 없음.
말할 수도 있었지만 먼저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사임한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결정이 자기에게 돌아오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오르테가가 그를 봤다.
“의견 있습니까?”
에이드리언은 잠깐 망설였다.
“있습니다.”
“말하세요.”
“공격명령 내리기 전에 놀런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어떻게?”
“분파 외 다른 자경대가 무장해제 또는 외곽차단에 참여할 수 있는지.”
라파엘이 말했다.
“내부세력을 이용한다?”
“아니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브리지 평의회가 행정조직인지 그냥 이름뿐인 조직인지 확인하는 겁니다.”
오르테가는 지도를 봤다.
“시간은?”
“짧게.”
“얼마나?”
이번에는 에이드리언이 답하지 않았다.
최종결정권은 자기가 아니었다.
임시대행자가 말했다.
“30분.”
◆놀런과 연결.
화면에 피가 묻은 재킷.
그의 피는 아니었다.
“다른 자경대 통제 가능합니까?”
라파엘이 물었다.
“대부분.”
“노스라인 인원?”
“약 70.”
“중무기?”
“소총. 일부 기관총. 대전차는 없습니다.”
오르테가.
“창고 직원?”
“12명 확인. 2명 모름.”
“당신 계획은?”
“외곽 차단하고 가족·동료 통해 투항 유도.”
“시간?”
놀런이 말했다.
“세 시간.”
오르테가가 턱을 굳혔다.
“한 명 이미 죽었습니다.”
“알아요.”
“더 죽으면?”
놀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럼 내가 책임집니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그 말은 죽은 사람 못 살립니다.”
놀런이 쳐다봤다.
“당신 공격도 마찬가지죠.”
화면 너머로도 공기가 얼었다.
◆오후 8시 20분.
첫 30분 종료.
브리지 평의회 쪽에서 노스라인 외곽도로 3곳 차단 성공.
총격 없음.
노스라인 내부에서 11명 이탈.
인질 12명 중 8명 창고 후문으로 빠져나옴.
오르테가가 말했다.
“효과는 있습니다.”
라파엘.
“계속.”
임시대행자가 물었다.
“얼마나?”
오르테가는 시계를 봤다.
“한 시간.”
에블린이 말했다.
“원래 세 시간 요청.”
“한 시간 뒤 재평가.”
결정.
◆오후 9시.
노스라인이 방송을 시작했다.
“브리지 평의회는 노스리버에 지역을 넘기려 한다.”
주민들에게 무장저항 요청.
반응은 생각보다 적었다.
시장도, 병원도, 운송조합도 동참하지 않았다.
아이작 벨이 원격으로 영상을 보고 말했다.
“사람들은 총보다 배급표를 따릅니다.”
리아가 물었다.
“그게 위로입니까?”
“현실.”
브리지 평의회가 열흘간 실제로 식량과 치안을 운영한 것이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었다.
총을 가진다고 자동으로 대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오후 9시 17분.
노스라인 내부 총격.
한 명 중상.
상황 악화.
오르테가는 작전안을 다시 열었다.
“이제 진입준비.”
라파엘도 반대하지 않았다.
“협상팀은 계속.”
에블린.
“공격명령 권한 확인.”
임시대행자는 평의회 한시권한으로 군사작전을 명령할 수 없었다.
군 작전은 군 지휘체계.
오르테가가 독자적으로 명령할 수 있었다.
그는 승인화면을 열었다.
LIMITED ENTRY OPERATION
손가락이 멈췄다.
에이드리언은 그 모습을 봤다.
사흘 전 자기 서명버튼 앞의 손이 떠올랐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마지막 연락.”
놀런과 연결.
“상태?”
“노스라인 43명 남음.”
“투항 가능성?”
“지도자 셋이 버티고 있습니다.”
“창고직원?”
“12명 전원 확보.”
오르테가의 눈빛이 달라졌다.
“인질 없음?”
“없습니다.”
그 한 가지가 작전전체를 바꿨다.
“그럼 공격 안 합니다.”
임시대행자가 물었다.
“왜?”
“당장 구해야 할 인질이 없습니다.”
“무장세력은 남아 있습니다.”
“외곽차단 유지하면 됩니다.”
라파엘이 말했다.
“식량?”
“48시간분.”
놀런이 답했다.
“물?”
“끊을 수 있지만 안 끊겠습니다.”
오르테가.
“좋습니다.”
그는 공격명령 화면을 닫았다.
◆밤 10시.
정부군은 진입하지 않았다.
브리지 평의회 자경대와 경찰은 외곽차단.
노스라인은 창고 안.
협상채널 개방.
시간이 다시 생겼다.
에이드리언이 오르테가에게 말했다.
“공격할 줄 알았습니다.”
“저도요.”
“왜 바꿨습니까?”
오르테가는 화면을 봤다.
“인질이 없는데 속도만 위해 들어갈 이유가 줄었습니다.”
“무장세력 제거는?”
“내일 해도 됩니다.”
그는 잠깐 에이드리언을 봤다.
“모든 위기를 오늘 끝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은 에이드리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밤 10시 20분.
클라라 렌은 첫 중간평가를 받았다.
정부군 진입 없음.
노스라인 이탈 20명.
민간인질 없음.
부상 1.
그녀가 물었다.
“공격준비는?”
오르테가.
“유지.”
“협상은?”
라파엘.
“유지.”
“둘 다 유지하는 비용?”
토머스가 말했다.
“군 대기비용보다 총격전 비용이 더 큽니다.”
클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속.”
회의 뒤 에이드리언이 그녀에게 말했다.
“결정 빨랐습니다.”
클라라가 물었다.
“칭찬입니까?”
“네.”
“당신 같았으면요?”
에이드리언은 잠깐 생각했다.
“조금 더 확인했을 겁니다.”
“그래서 당신이 지금 자문인 겁니다.”
에이드리언이 웃었다.
말투는 건조했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결정하는 사람이 시스템을 망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실이 아직 낯설었다.
남은 시간.
브리지 평의회가 처음 요청했던
세 시간.
브리지 병원에서는 총성이 멎었다는 소식이 먼저 퍼졌다.
환자 보호자 한 명이 간호사에게 물었다.
“정부군 안 들어온답니까?”
“아직은요.”
“그럼 끝난 거예요?”
“아니요.”
“무장한 사람들이 있는데 왜 안 들어가요?”
간호사는 대답을 몰랐다.
같은 시각 에이드리언은 하버 리치 기록과 브리지 상황창을 나란히 보고 있었다.
하버 리치에서는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나’가 남았다.
브리지에서는 ‘너무 빨리 움직이면 안 되는가’가 문제였다.
실패는 다음 선택에 정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두려움을 하나 더 얹었다.
그는 자문메모에 한 줄만 적었다.
재평가 주기는 짧게, 협상시간 자체는 보장.
클라라가 승인했다.
오르테가는 진입계획을 지우지 않았다.
그저 실행시각만 비워뒀다.
협상이 실패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했다.
평화를 택하는 것과 무력사용 능력을 버리는 것은 달랐다.
아무도 그 시간을 낭비라고 부르지 않았다.
적어도 아직은.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계속 선택하고 있었다.
이제 그 세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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