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4화 — 회색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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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이 사임서를 제출한 다음 날, 노스리버 서북부에서 정부 명령이 멈췄다.
정확히는, 정부 명령보다 다른 명령이 더 빨리 도착했다.
지역명.
브라운필드 회랑.
전쟁 전 물류창고와 경공업도시들이 이어진 곳.
현재 주민 약 41만.
연방경찰은 대부분 철수.
지역행정은 일부만 작동.
그 빈자리를 메운 조직이 있었다.
BRIDGE COUNCIL 브리지 평의회
창고노동자.
퇴역경찰.
예비군.
지역상인.
병원 관리자.
그리고 무장자경대.
정부는 그들을 정식 행정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미 그들에게 배급표와 통행증을 받고 있었다.
◆리아가 말했다.
“문제는 저쪽이 라이프라인 보조창고 세 곳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후임 조정자는 아직 선출되지 않았다.
법무책임자가 6시간 임시대행 중.
에이드리언은 이제 정식회의에서는 증언자나 자문역으로만 참석했다.
이상했다.
자기 이름이 안건표 맨 위에서 사라지니 회의실이 조금 멀게 느껴졌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창고에 연방소유 의료물자도 있습니다.”
“그들이 가져갔습니까?”
마라가 물었다.
“일부는 지역병원에 배분했습니다.”
“그럼 훔친 건가요?”
리아가 말했다.
“우리 기준에선요.”
마라.
“환자 기준에선요?”
아무도 쉽게 답하지 않았다.
◆브리지 평의회의 대표가 공개채널로 성명을 냈다.
이름.
Nolan Pierce / 놀런 피어스.
전직 항만노조 조정관.
“우리는 분리독립을 선언하지 않습니다.”
첫 문장부터 그랬다.
“중앙과 노스리버 행정이 우리 지역에 식량·치안·의료를 제공할 수 없었던 기간, 주민이 스스로 운영체계를 만들었습니다.”
화면 뒤에는 무장경비가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외부 병력이 들어오기 전 우리와 협의하십시오.”
오르테가가 영상을 멈췄다.
“사실상 통행허가 요구입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동시에 지역자치 협상요청이기도 합니다.”
“무장하고.”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오후 1시.
정부는 창고 반환명령을 보냈다.
브리지 평의회는 거부하지 않았다.
대신 조건을 붙였다.
- 지역 배급 14일분 보장.
- 지역병원 의료재고 우선확보.
- 무장자경대 즉시해산 요구 철회.
- 지역대표가 라이프라인 배분회의 참여.
- 지난 2주간의 물자사용에 대한 형사면책 협상.
토머스가 말했다.
“마지막이 크네요.”
라파엘.
“누가 개인적으로 횡령했는지 조사도 못 하게 할 순 없습니다.”
마라.
“그렇다고 병원에 보낸 약까지 절도로 처리하면 안 됩니다.”
오르테가.
“무장자경대는?”
라파엘.
“즉시 해산시키면 치안공백 생깁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며칠 전까지 군권확대를 경계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비공식 무장조직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말하지 않았다.
임시대행자가 물었다.
“케인 씨 의견은?”
모든 시선이 다시 그에게 왔다.
사임했는데도.
그는 그 시선이 싫었다.
“제가 조정자가 아닙니다.”
“자문으로.”
“그럼 질문부터 하겠습니다.”
“뭡니까?”
“브리지 평의회가 오늘 사라지면 내일 누가 배급하고 치안을 맡습니까?”
라파엘이 말했다.
“지역경찰 복귀에 최소 4일.”
리아.
“물류직원 재배치 3일.”
마라.
“병원은 지금 그 조직의 차량에 의존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그럼 ‘무장집단 해산’ 하나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그대로 인정하자?”
“아닙니다.”
그는 화면의 무장경비를 봤다.
“총 가진 사람들이 행정을 영구히 맡는 것도 안 됩니다.”
◆오후 4시.
첫 접촉팀 편성.
라파엘.
에블린.
리아의 물류대표.
마라 쪽 의료행정관.
군은 외곽대기.
에이드리언은 가지 않았다.
놀런 피어스가 오히려 물었다.
“케인은 안 옵니까?”
에블린이 말했다.
“사임했습니다.”
“그래도 실권자는 그 사람 아닙니까?”
“그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사임한 겁니다.”
놀런은 웃었다.
“그걸 믿으라고요?”
에블린.
“안 믿어도 됩니다.”
협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브라운필드 현장은 정부 보고서보다 정상적으로 보였다.
시장 열림.
급식소 운영.
지역병원 진료.
무장경비가 교차로에 서 있음.
주민에게 통행증을 검사.
라파엘은 그게 가장 불편했다.
“법적근거?”
놀런이 말했다.
“여기서 지난 열흘 동안 법이 몇 번 왔습니까?”
“법이 안 왔다고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치안도 안 왔죠.”
둘 다 맞았다.
◆창고를 확인했다.
연방소유 의료물자 62%.
남아 있음.
23%.
지역병원 사용.
15%.
인근 소도시와 교환.
개인 횡령 증거는 현재 없음.
리아의 대표가 말했다.
“기록은 생각보다 잘 돼 있습니다.”
놀런이 말했다.
“우릴 산적이라고 생각했습니까?”
라파엘.
“총 든 사람들이 창고를 점거했으니까요.”
“그리고 주민은 굶지 않았습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그날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저녁 7시.
정부 쪽은 철수.
군은 외곽에 그대로.
오르테가가 물었다.
“강제회수 준비는 유지합니까?”
임시대행자가 말했다.
“유지.”
“공격명령은?”
“아직.”
에블린이 말했다.
“협상 계속.”
그 순간 브리지 평의회 지역에서 총성이 발생했다.
정부군이 아니었다.
협상팀이 돌아간 뒤 브라운필드의 한 급식소에서 주민들이 방송을 보고 있었다.
한 노인이 말했다.
“정부 들어오면 배급 다시 느려지는 거 아니야?”
젊은 상인은 반대로 말했다.
“총 든 놈들 계속 세워둘 순 없지.”
병원 간호사는 말했다.
“지금 우리 산소 실어오는 차가 브리지 자경대 차량이에요.”
누군가 물었다.
“그럼 자경대 없애면 병원 멈춰?”
“바로는 아니겠지만, 대체차량 오기 전까진요.”
주민들은 정부냐 자경대냐를 고르는 게 아니었다.
어떤 기능을 누가 이어받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놀런 피어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 협상안에서 자기 직함보다 차량과 급식소, 병원운송 인수일정을 먼저 따졌다.
그게 노스라인 강경파에게는 배신처럼 보였다.
브리지 자경대 내부.
한 무장분파가 협상 자체를 반대하며 창고 하나를 장악했다.
놀런 피어스가 긴급연락을 보냈다.
우리가 통제하지 않는 무장세력이 생겼습니다. 외부개입 전 3시간만 주십시오.
임시대행은 그날 오후 후임 조정자 투표를 먼저 끝냈다.
선출된 사람은 클라라 렌.
노스리버 행정부 부책임자.
에이드리언보다 스물여섯 살 많고, 평의회 출범 전부터 기존 지방행정의 연속성을 맡아오던 인물.
첫 발언은 짧았다.
“케인 씨는 자문역으로 남아주십시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결재권 없이?”
“네.”
“좋습니다.”
클라라는 바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브리지 위기.
그녀는 오르테가에게 물었다.
“공격 준비시간?”
“20분이면 외곽차단, 40분이면 진입준비.”
“협상효과?”
라파엘이 말했다.
“아직 있습니다.”
클라라는 화면의 세 시간 요청을 봤다.
“그럼 일단 줍니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전부?”
“아니요. 30분마다 재평가.”
그녀는 에이드리언을 보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새 조정자는 전임자의 표정을 읽고 결정하지 않았다.
오르테가가 화면을 봤다.
“세 시간.”
이번에는 누군가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사람을 살릴지, 상대를 더 무장시킬지
브리지 평의회 관할병원에서는 협상소식이 환자들보다 직원들에게 먼저 돌았다.
병원 행정관이 라파엘에게 지역에서 실제로 필요한 차량목록을 건넸다.
산소배송 4대.
투석환자 이동 3대.
급식 11대.
응급수리 7대.
“자경대 차량을 바로 압수하면 이게 전부 멈춥니다.”
라파엘이 물었다.
“정식등록은?”
“절반도 안 돼 있습니다.”
정부기준으로 보면 불완전한 체계였다.
현장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 굴러간 체계였다.
무장해제와 행정인수는 같은 날 끝낼 일이 아니었다.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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