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3화 — 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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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청문은 오전 9시에 시작됐다.
장소는 지역의회 대회의실.
군인보다 기자가 많았고, 공무원보다 피해자 가족이 많았다.
에이드리언은 중앙석이 아니라 증인석에 앉았다.
그게 에블린의 요구였다.
“오늘 당신은 조정자가 아니라 증언자입니다.”
◆첫 질문은 지역의회 의원이 했다.
“Full Evacuation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씀하십시오.”
에이드리언이 대답했다.
“당시 정보로는 고위험구역 우선대피와 생명유지 수송 일부 유지가 전체 위험을 가장 낮춘다고 판단했습니다.”
“틀렸습니까?”
“결과적으로 4번 대피소의 위험을 과소평가했습니다.”
“질문은 선택이 틀렸냐는 겁니다.”
에이드리언은 멈췄다.
쉬운 답은 ‘네’였다.
289명이 죽었다.
하지만 그 한 단어가 당시 판단의 모든 조건을 지울 수도 있었다.
“일부 핵심가정이 틀렸습니다.”
의원이 다시 물었다.
“선택은요?”
“그 가정 위에서 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회피하는 답 같군요.”
“그럴 수 있습니다.”
청문장은 조용했다.
◆두 번째 질문.
저장단지 실제 충전량 데이터.
왜 최신값이 대피모델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산업안전국 담당자가 증언했다.
“민간 저장계약 증량분이 연방 위기모델과 지역 안전모델 사이에서 동기화되지 않았습니다.”
“누구 책임입니까?”
“현재 조사 중.”
“또 조사 중.”
의원이 불만스러워했다.
에블린이 개입했다.
“기관책임은 추정으로 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의원이 말했다.
“사람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합니다.”
◆세 번째 증인.
소피아 나일.
4번 대피소 관리자.
그녀는 부목을 풀고 왔다.
“대피소는 검사에 통과했습니까?”
“네.”
“당신은 잔류명령에 반대했습니까?”
“문의는 했습니다.”
“왜?”
“4번은 전용벙커가 아니라 개조 지하주차장입니다.”
“그 사실이 상부에 전달됐습니까?”
“시설등급에 들어 있습니다.”
“말로 경고했습니까?”
소피아가 잠깐 생각했다.
“‘전면대피 대상 아닙니까’라고 문의했습니다.”
“답은?”
“현재 Shelter-in-Place 유지.”
“당신은 따랐습니다.”
“네.”
“후회합니까?”
소피아가 의원을 봤다.
“그 질문은 왜 저한테 합니까?”
의원이 멈췄다.
소피아가 말했다.
“저도 그날 가진 정보로 판단했습니다.”
그녀는 에이드리언을 보지 않았다.
“지금 결과 알고 그때 나만 더 세게 말했어야 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잠깐 숨을 골랐다.
“근데 시스템이 현장관리자 한 명이 고집을 세게 부려야 안전해지는 구조면 그게 더 문제 아닙니까?”
회의장 뒤에서 작은 웅성거림.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을 적었다.
◆오르테가의 차례.
“군은 공격확률을 왜 더 높게 보지 않았습니까?”
“당시 정보가 그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보기관 실패입니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전면대피를 권고하지 않았죠?”
“네.”
“지금이라면?”
오르테가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현재 결과를 아는 상태라면 전면대피를 택하겠습니다.”
“그럼 당시 결정은 틀렸습니까?”
“그 질문은 군사판단에선 위험합니다.”
“왜요?”
“결과가 나쁜 작전이 항상 잘못된 작전은 아니고, 결과가 좋은 작전이 항상 좋은 판단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청문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피해는 실제입니다.”
“맞습니다.”
“그럼 책임은?”
오르테가가 말했다.
“결정한 사람과 그 결정을 만든 정보체계 모두에 있습니다.”
◆마라의 증언.
“의료수송은 Full Evacuation에서도 버틸 수 있었습니까?”
“당시에는 12시간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그럼 왜 Targeted에 동의했습니까?”
마라는 숨기지 않았다.
“통신포화와 대피과정 자체의 의료위험을 크게 봤습니다.”
“틀렸나요?”
“일부는 맞았고, 4번 대피소 위험은 틀렸습니다.”
“당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네.”
에이드리언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마라는 그쪽을 보지 않았다.
◆점심 뒤 피해자 가족 질문시간.
제이미 코르가 마이크 앞에 섰다.
“케인 조정자에게 묻겠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몸을 바로 세웠다.
“당신은 사임한다고 했습니다.”
“네.”
“왜?”
에이드리언은 어제 준비한 답을 쓰지 않았다.
“제가 이 결정을 내린 사람 중 하나이고 최종서명자이기 때문입니다.”
“사임하면 책임진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왜 합니까?”
에이드리언은 잠시 생각했다.
“신뢰가 무너졌다면 제가 계속 권한을 갖는 것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이미가 물었다.
“그건 누가 판단합니까?”
“평의회와 의회, 시민이.”
“당신이 아니라?”
“네.”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은 마음에 드네요.”
용서는 아니었다.
그냥 한 답이었다.
◆오후 4시.
청문 중간보고.
결론은 단순하지 않았다.
1. Targeted Evacuation Plus는 당시 승인된 위험모델과 법적범위 안의 선택이었다.
2. 저장단지 데이터 동기화 실패가 위험추정을 낮췄다.
3. 4번 대피소의 등급표현이 실제 방호성능 차이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
4. 대피수송과 생명유지수송을 동일 회랑에 의존한 구조적 취약성이 있었다.
5. 조정자의 최종재량 범위가 너무 넓었다.
6. 그러나 한 개인의 단독결정으로 사고를 설명할 수 없다.
에이드리언은 5번에서 눈을 멈췄다.
최종재량 범위가 너무 넓었다.
에블린이 말했다.
“이건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대규모 대피 같은 결정은 단독 최종서명 금지.”
“느려집니다.”
“그래도.”
에블린은 단호했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결정이면 한 사람에게 맡기지 마세요.”
◆청문 종료 직전.
의장이 에이드리언에게 마지막 발언을 요청했다.
그는 준비문을 가져오지 않았다.
“289명이 사망했습니다.”
회의장이 조용했다.
“저는 그 결과를 불완전한 데이터나 복합사고라는 말로 줄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피해자석을 봤다.
“동시에 당시 결정을 지금 결과만으로 단순한 실수라고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잠깐 멈췄다.
“그래야 다음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임서를 꺼냈다.
“저는 오늘 조정자직 사임서를 제출합니다.”
웅성거림.
“다만 이 사임이 조사의 결론이나 책임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도록 요청합니다.”
에블린이 그를 봤다.
제이미도.
“그리고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규정된 최소 인수인계만 수행하겠습니다.”
그는 종이를 내려놓았다.
청문이 끝난 뒤 피해자 가족들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복도에서 기자들이 기다렸다.
제이미 코르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소피아는 한 질문만 받았다.
“케인 조정자를 용서합니까?”
소피아의 얼굴이 굳었다.
“그 질문 좀 그만하세요.”
기자가 당황했다.
“왜요?”
“사람이 289명 죽었는데 왜 자꾸 한 사람 용서하냐고 물어요?”
복도가 조용해졌다.
“대피소 등급 누가 만들었는지, 저장량 데이터 왜 틀렸는지, 왜 철도와 대피가 같은 선로를 썼는지 물으세요.”
그녀는 카메라를 똑바로 봤다.
“용서는 내 개인문제예요. 당신들이 알아야 할 건 다음에 안 죽는 방법이고.”
그 영상은 그날 밤 가장 많이 공유됐다.
에이드리언도 봤다.
자기 사임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가는 게 갑자기 부끄러웠다.
청문 중간보고에서 요구된 개선안은 그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대피소 등급을 단일 ‘허용/불허’에서 세부방호성능으로 표시.
산업저장량 실시간 이중동기화.
대피·물류 회랑 중복도 상시표시.
대규모 대피결정은 다중승인.
피해자 대표가 향후 재난모델 검토위원회에 참여.
제이미 코르는 마지막 항목을 보고 말했다.
“우리가 전문가도 아닌데요.”
에블린이 답했다.
“그래서 필요합니다.”
전문가가 놓치는 질문이 이미 한 번 사람을 죽였다.
◆에이드리언은 저녁에 사임서를 정식 제출했다.
효력시점.
후임 선출 즉시.
그는 전자서명 뒤 종이사본에도 이름을 적었다.
한 달도 안 되는 동안 자기 서명은 수많은 것을 움직였다.
열차.
전력.
대피.
오늘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자리에서 움직이는 데 쓰였다.
처음으로 자기 권한을 스스로 줄이는 서명보다 더 무거운 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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