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1화 — 명단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사망자 수는 아침마다 달라졌다.
오전 6시.
268.
오전 8시.
281.
오전 10시 30분.
286.
실종자는 반대로 줄었다.
91.
54.
37.
숫자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둘 다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하버 리치 4번 대피소 임시추모실.
벽 하나가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숫자로 관리하던 사람들이었다.
대피소 4번.
A구역.
B구역.
의료우선.
고령.
아동.
이제는 이름이었다.
Mara Venn, 72.
Tomas Hsu, 118.
Lia Moreno, 14.
Evan Pell, 96.
Darin Cho, 41.
에이드리언은 첫 줄부터 읽었다.
한 명씩.
중간에 멈추지 않으려고 했다.
모리스가 뒤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피아 나일은 살아 있었다.
4번 대피소 관리자.
왼팔에 부목.
얼굴에 작은 화상자국.
그녀가 에이드리언을 알아봤다.
“왔네요.”
“네.”
“왜?”
질문은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보고 싶었습니다.”
“뭘요?”
에이드리언은 벽을 봤다.
“이름들을.”
소피아가 웃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보고 나면 달라집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럼 보세요.”
그녀는 더 말하지 않았다.
◆구조 최종집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4번 대피소 자체 붕괴.
외부 차량화재.
열복사.
연기흡입.
2차 구조 중 부상.
피해원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소피아가 말했다.
“대피소는 원래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점검도 했고.”
“네.”
“직원들도 절차대로 했어요.”
“알고 있습니다.”
소피아가 그를 봤다.
“그럼 누가 잘못했어요?”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
“제가 최종서명했습니다.”
“그게 답이에요?”
“아닙니다.”
“그럼요?”
에이드리언은 손에 든 보고서를 내려다봤다.
데이터 동기화 누락.
저장량 증가.
예상범위 초과.
요격잔해.
조기발사.
전부 원인이었다.
전부 사실이었다.
그리고 어느 것도 한 사람의 질문에 답이 되지 않았다.
“아직 조사 중입니다.”
소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제일 싫지만, 거짓말보다 낫네요.”
◆오전 11시.
마라는 구조병원에서 사망확인서를 처리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들어오자 한 번 쳐다보고 다시 화면으로 돌아갔다.
“바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왔어요?”
“도울 게 있나 해서.”
“없어요.”
마라는 딱 잘라 말했다.
“당신이 여기서 들것 들면 사람들 더 신경 씁니다.”
에이드리언은 멈췄다.
“그럼 갈까요?”
마라가 잠깐 손을 멈췄다.
“아니.”
그녀는 의자를 하나 가리켰다.
“저기 앉아요.”
에이드리언이 앉았다.
10분.
20분.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마라는 서류를 처리했다.
사망.
부상.
전원.
전원 불가.
신원 확인.
보호자 연락.
에이드리언은 그 장면을 봤다.
결정은 한 줄이었다.
결과는 수백 줄이었다.
◆정오가 조금 지나 마라가 말했다.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해요?”
에이드리언이 한참 뒤 답했다.
“Full Evacuation을 했으면…”
“그만.”
마라가 잘랐다.
“왜요?”
“그 문장 백 번 생각해도 시간 안 돌아가요.”
“그래도 검토해야죠.”
“검토는 해야 해.”
마라는 그를 봤다.
“자기고문이 아니라.”
그 말이 날카로웠다.
“차이가 있습니까?”
“있죠.”
“뭡니까?”
“검토는 다음 결정을 바꿔요. 자기고문은 당신만 망가뜨려.”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라가 다시 화면을 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뭡니까?”
“당신 혼자 결정한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최종서명은 제가 했습니다.”
“그래.”
“그럼—”
“최종서명했다고 리아가 철도 용량 계산 안 한 게 되나요? 오르테가가 위험평가 안 한 게 돼요? 내가 의료한계 말 안 한 게 돼요?”
“아닙니다.”
“책임 피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야.”
마라가 말했다.
“책임 정확히 나누라는 얘기야.”
◆오후 2시.
평의회는 모든 Harbor Reach 관련 기록을 공개하기로 했다.
군사기밀 일부 제외.
공격확률 추정.
대피수송 모델.
대피소 등급.
저장단지 데이터.
회의 발언.
최종서명.
노아미가 말했다.
“원본 그대로요?”
에블린이 답했다.
“개인 의료정보와 군사기밀 제외.”
토머스가 물었다.
“오류 데이터도?”
“특히.”
에블린이 말했다.
“나중에 고친 숫자만 보여주면 처음 판단을 검증할 수 없습니다.”
에이드리언은 동의했다.
기록 중에는 자기가 틀린 질문을 한 순간도 있었다.
통신망 포화.
라이프라인 유지.
법적 비례성.
당시에는 중요했다.
지금은 피해자에게 핑계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래도 지우지 않았다.
◆오후 5시.
최종 잠정집계.
사망 289.
실종 31.
중상 436.
경상 1,100명 이상.
4번 대피소만의 숫자가 아니었다.
주변 도로와 산업구역 포함.
289.
에이드리언은 숫자를 화면에서 닫았다.
벽의 이름을 다시 봤다.
숫자보다 이름이 적었다.
이상했다.
289라는 숫자는 커 보였다.
289개의 이름은 끝이 없어 보였다.
◆저녁.
조너스 리드가 병원 복도에 앉아 있었다.
대피열차 기관사.
구조수송에도 참여했다.
손은 다치지 않았다.
몸도 멀쩡했다.
그런데 집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리아가 옆에 앉았다.
“왜 여기 있어요?”
“사람 내려준 뒤부터 계속.”
“근무 끝났습니다.”
“압니다.”
“집 가세요.”
조너스가 말했다.
“열차 한 편 더 돌렸으면 몇 명 더 빠졌을까요?”
리아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모릅니다.”
“당신은 계산할 수 있잖아요.”
“아니.”
리아가 말했다.
“지금은 못 해요.”
“왜요?”
“결과 알고 하는 계산은 그때 계산이 아니니까.”
조너스는 고개를 숙였다.
같은 질문을 모두가 다른 모양으로 하고 있었다.
◆밤 9시.
에이드리언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재신임 투표 일정이 떠 있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그리고 그 아래.
조정자 사임 시 부조정자 6시간 대행. 24시간 내 후임 선출.
에블린이 넣은 조항.
권력을 끝내는 방법.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을 오래 봤다.
처음 만들 때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처음으로 자기에게 쓰일 수 있는 문장처럼 보였다.
그는 새 문서를 열었다.
제목을 적었다.
사임서
첫 문장을 쓰려는 순간 아이리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Harbor Reach Shelter 4 archived comms recovered.
에이드리언은 파일을 열지 말지 고민했다.
결국 열었다.
폭발 전 12분.
대피소 내부 음성.
아이 울음.
직원 안내방송.
소피아의 목소리.
“현재 지하구역이 가장 안전합니다. 출입문에서 떨어져 계십시오.”
폭발 4분 전.
누군가 물었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소피아.
“현재 명령은 현 위치 대기입니다.”
그 문장은 에이드리언의 결정에서 내려간 것이었다.
몇 분 뒤 잡음.
그리고 끊김.
그는 파일을 닫았다.
문서 창으로 돌아왔다.
‘책임지고 물러납니다.’
썼다가 지웠다.
너무 깨끗한 문장이었다.
사람들이 죽은 뒤 두 문장으로 자기 역할을 끝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모리스가 문을 열었다.
“아직 있네.”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가리지 않았다.
모리스가 제목을 봤다.
“쓸 거야?”
“네.”
“오늘?”
“모르겠습니다.”
모리스는 의자에 앉지 않았다.
“내가 조언 하나 할까?”
“오늘은 다들 조언이 많네요.”
“그러니까 하나 더 들어.”
에이드리언이 기다렸다.
“사임해도 내일 아침은 온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
모리스가 말했다.
“자네가 없으면 안 오는 아침처럼 굴지 말라고.”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 아팠다.
에이드리언은 자기 사임이 노스리버의 끝이 아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그가 만들고 싶던 시스템이었다.
그는 새 문서를 열었다.
제목을 적었다.
사임서
그리고 한동안 첫 문장을 쓰지 못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