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9화 — 하버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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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 리치는 아스터 베이가 바다를 향해 내민 오른팔 같은 곳이었다.
좁은 반도.
산업항만.
수소 저장단지.
화학공장.
주거구역.
노후 노동자 주택과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가 섞여 있었다.
상주인구 24만 8천.
주간근무자까지 합치면 30만을 넘었다.
오전 6시 10분.
연방 전략경보망이 하버 리치를 고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첨부자료에는 며칠 전의 T+34 HOURS 경보에 대한 사후설명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34시간은 적 궤도정찰·타격자산 여러 개의 궤도면이 메리디언 주요 권역과 동시에 겹치는 최대위험창을 뜻했다.
그 시간대 실제로 궤도교전과 중앙지휘시설 공격이 집중됐다.
예측은 맞았다.
다만 그 창이 끝났다고 위협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자산과 해상·장거리 타격체는 계속 다른 시간표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
적 장거리타격체의 예상 표적군에 해안 방공시설과 산업저장단지가 포함될 가능성.
확률.
37~52%.
예상 위험창.
6시간 20분 뒤부터 9시간.
완전한 공격확정이 아니었다.
무시하기에도 너무 높았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군 시설과 저장단지 반경부터 대피.”
라파엘이 물었다.
“몇 명?”
“최소 8만 4천.”
“전 구역은?”
“민간안전 쪽 판단.”
라파엘이 전체 대피시간을 띄웠다.
도로.
철도.
수상수송.
도보.
모든 걸 최대치로 돌려도 완전대피 예상 10시간 40분.
위험창 시작보다 늦었다.
리아가 말했다.
“철도 화물 전부 비우면 8시간대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라이프라인은?”
“사실상 정지.”
“몇 시간?”
“최소 9. 복구까지 합치면 14.”
수도 담당자가 바로 말했다.
“오늘 정수약품 두 편성 들어옵니다.”
마라.
“병원 냉각재도.”
아이작.
“웨스트미어 곡물 3편성.”
전부 같은 회랑 일부를 썼다.
하버 리치를 모두 빼내려면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생명유지 화물을 세워야 했다.
◆회의실 중앙에 두 개의 안이 떠 있었다.
A — FULL EVACUATION
- 하버 리치 전체 24.8만 우선대피.
- 라이프라인 철도·도로 대폭 중단.
- 위험창 전 예상 대피 18~20만.
- 나머지 지속대피.
- 정수·의료·식량 화물 8~14시간 지연.
B — TARGETED EVACUATION
- 산업·군사시설 인접구역 13.6만 우선대피.
- 나머지 11.2만 강화대피소 대기.
- 라이프라인 40% 유지.
- 위험창 전 고위험구역 대피 완료 가능성 높음.
- 2차 산업사고 범위가 예측 초과할 경우 잔류주민 위험.
둘 다 사람을 위험에 남겼다.
방법이 다를 뿐이었다.
◆마라가 물었다.
“정수약품 14시간 밀리면?”
수도 담당자.
“현재 재고로 버틸 가능성 높습니다. 다만 원수상태 나빠지면 위험.”
“의료 냉각재?”
“12시간까지 조정 가능.”
마라가 답했다.
“그 이상은 수술 연기.”
아이작이 말했다.
“곡물은 하루 늦어도 도시가 바로 굶지는 않습니다.”
리아가 그를 봤다.
“그럼 라이프라인 전부 빼도 됩니까?”
아이작은 쉽게 답하지 않았다.
“하루는요.”
토머스가 말했다.
“연료는?”
오르테가가 답했다.
“군·발전용 일부는 긴급.”
하나씩 확인할수록 Full Evacuation 쪽이 가능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리스가 새 자료를 올렸다.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해안통신망.
완전대피시 이동인구 20만 이상.
차량·단말·대피소 인증이 한꺼번에 몰리면 지역 통신망 포화 가능성.
“지상망 늘리면?”
“가능. 준비 3시간.”
라파엘이 말했다.
“그래도 전원대피 쪽이 낫지 않습니까?”
오르테가가 지도를 봤다.
“공격이 실제로 오면요.”
“37~52%입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확률이 낮다는 뜻은 아닙니다.”
“높다는 뜻도 아니죠.”
토머스.
회의가 처음으로 정말 갈라졌다.
◆에이드리언은 발언하지 않았다.
자기 책상으로 결정이 몰리는 걸 줄이겠다고 어제 규칙을 바꿨다.
오늘은 모두가 그를 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관련기관 의견부터.”
오르테가.
“고위험구역 대피는 즉시. 전체대피는 군사정보만으로 강제하기엔 근거 부족.”
라파엘.
“가능하면 전체대피. 경보 뒤 시작하면 늦습니다.”
마라.
“병원·요양시설은 전부 선제대피. 일반주민은 대피소 품질에 따라.”
리아.
“철도를 전부 여객으로 돌리면 다음 14시간 화물망 회복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할 수는 있습니다.”
아이작.
“곡물은 미루세요.”
수도.
“약품은 최대 10시간까지는 감당하겠습니다.”
토머스.
“경제는 나중 문제.”
에블린.
“강제대피 범위는 위험근거와 비례해야 합니다.”
모두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한 답으로 모이지 않았다.
◆오전 7시 18분.
하버 리치 현장.
칼라 멘데스는 원래 곡물트럭을 몰고 아스터 베이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차량단말에 새 명령.
EVACUATION SUPPORT REQUEST
화물은 중간창고에 내리고 대피차량으로 전환.
칼라는 회사에 전화했다.
“사람 태우라는 거죠?”
“원하면.”
“수당은?”
“동일.”
“보험?”
“확대.”
칼라는 창밖의 아파트 단지를 봤다.
“합니다.”
트럭 적재함은 사람을 태우는 구조가 아니었다.
대신 차량은 요양시설 물품과 대피소 비상식량을 실었다.
사람은 버스와 열차로.
각자 맞는 일을 했다.
◆오전 7시 42분.
하버 리치 4번 대피소 관리자인 소피아 나일은 시설점검표를 열었다.
지하주차장을 개조한 대피소.
정원 2,300.
환기.
비상전력.
식수.
화재격벽.
최근 검사는 모두 통과.
다만 ‘강화대피소’라는 분류가 새로 지은 전용벙커와 같은 뜻은 아니었다.
압력파 방호등급은 낮았다.
열복사 방호는 충분.
현재 예상 공격모델에서는 허용범위.
소피아가 구청에 물었다.
“전면대피 대상 아닙니까?”
답은 왔다.
현재 Shelter-in-Place 유지. 조건 변경 시 즉시 전환.
그녀는 직원들에게 말했다.
“입구 주변 차량부터 치워요. 안에 들어온 사람 이름은 중복돼도 좋으니까 두 군데 기록.”
“왜 두 군데요?”
“통신 죽을 수 있으니까.”
정책결정은 회의실에서 했지만 남아 있는 사람을 실제로 살리는 건 이런 준비였다.
오전 8시.
결정.
TARGETED EVACUATION PLUS
B안을 기본으로 하되 대피범위를 17만 2천까지 확대.
병원.
요양시설.
학교.
산업저장단지 반경.
노후 저층주거.
해안 방공시설 주변.
나머지 약 7만 6천은 강화대피소와 지하구역으로 이동.
라이프라인은 40% 유지.
단, 위험확률이 60%를 넘거나 직접 발사징후 확인 시 즉시 전면대피 전환.
에블린이 물었다.
“누가 승인합니까?”
관련기관 서명.
라파엘.
오르테가.
리아.
마라.
수도.
그리고 최종 조정서명.
에이드리언.
그는 서명 전 4초 멈췄다.
Full Evacuation을 고르면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동시에 다른 지역의 생명유지망을 멈춘다.
Targeted를 고르면 대부분을 더 빨리 안전구역으로 옮길 수 있다.
동시에 일부 사람을 위험지역 안에 남긴다.
어느 쪽도 안전하지 않았다.
서명.
◆오전 9시 30분.
첫 대피열차 출발.
기관사.
조너스 리드.
그가 평소 화물열차 대신 객차 편성을 몰았다.
“사람 싣는 건 오랜만이네요.”
리아가 말했다.
“싫으면 바꿉니다.”
“화물보다 말이 많아서 그렇지 무게는 덜 나가죠.”
플랫폼에는 노인.
아이.
반려동물.
작은 가방.
누군가는 집 열쇠를 손에 들고 있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면서.
조너스는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초록.
열차가 움직였다.
◆정오.
대피인원 10만 8천.
계획보다 빠름.
라이프라인 화물도 38% 유지.
정수약품 한 편성 도착.
에이드리언은 처음으로 조금 숨을 쉬었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전략확률 갱신.”
화면.
41~57%.
60 미만.
전면대피 전환조건 미충족.
라파엘이 물었다.
“그 기준 자체를 낮출까요?”
에이드리언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새 정보 있습니까?”
“아뇨.”
“그럼 기준은 유지.”
라파엘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규칙을 만든 뒤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바꾸면 규칙이 아니었다.
◆오후 1시 47분.
위험창 시작까지 43분.
대피인원 15만 9천.
잔류주민 대부분 대피소 진입.
산업시설 비필수인력 철수.
조너스의 세 번째 대피열차가 하버 리치를 빠져나왔다.
리아가 말했다.
“계획보다 6% 빠릅니다.”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봤다.
숫자들은 그들의 선택이 맞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연방 전략망이 새 문장을 띄웠다.
POSSIBLE EARLY LAUNCH — TRACK UNCONFIRMED
예상 위험창보다 빠른 신호였다.
4번 대피소에서 소피아의 단말에도 같은 예비경보가 떴다.
직원이 물었다.
“나가야 합니까?”
소피아는 명령을 확인했다.
아직 전환 없음.
“문 닫고 대기.”
“틀리면요?”
그 질문에 답은 없었다.
소피아는 출입명단과 지하에 모인 사람들을 번갈아 봤다.
정책의 마지막 단계에는 항상 누군가가 ‘지금 움직일까, 기다릴까’를 실제 사람 앞에서 결정해야 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