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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8화 — 조정자

디 오거나이저 · 38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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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리언 케인이 자기 얼굴이 인쇄된 컵을 처음 본 것은 오전 7시 22분이었다.

모리스가 들고 왔다.

흰 컵.

검은 글자.

ASK THE COORDINATOR

아래에는 에이드리언의 피곤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뭡니까?”

“시장 근처에서 팔더라.”

“왜 샀어요?”

“역사자료.”

“버리세요.”

모리스가 커피를 마셨다.

“내 돈 주고 산 거야.”

온라인에서는 더 심했다.

‘조정자에게 물어봐.’

‘케인이 정하면 됨.’

‘조정자 승인 기다리는 중.’

원래 직책을 가리키던 말이 사람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노아미의 방송이 결정적이었다.

며칠 전부터 그녀는 에이드리언을 the coordinator라고 부르고 있었다.

정부수반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고, 장군도 아니고,

정말로 조정자였기 때문이다.

오전 9시.

24시간 재신임 투표.

평의회 참여기관 11곳.

찬성 9.

기권 2.

반대 0.

에이드리언은 결과를 보며 말했다.

“기권 어디죠?”

에블린이 말했다.

“알 필요 있습니까?”

“왜요?”

“비밀투표입니다.”

“기관투표인데도?”

“당신이 기권기관에 전화해서 이유 물을까 봐요.”

에이드리언은 입을 다물었다.

정확히 그럴 생각이었다.

에블린이 말했다.

“그게 Control Bias라는 겁니다.”

“그런 이름 붙이지 마세요.”

“이미 붙였습니다.”

모리스가 옆에서 웃었다.

컵보다 그 말이 더 싫었다.

첫 안건은 배급도, 전력도 아니었다.

지역의회에서 공식 질의가 왔다.

비상조정평의회가 사실상 행정부를 대체하고 있는가?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아니라고 답하면 되지 않습니까?”

에블린이 말했다.

“질문이 왜 나왔는지도 답해야 합니다.”

최근 48시간.

평의회 명령 27건.

예산집행.

운송계약.

전력우선순위.

군 방호협의.

배급.

시민 눈에는 정부처럼 보일 만했다.

지역의회 의원 하나가 공개청문에서 물었다.

“케인 씨, 시민이 당신을 끌어내릴 방법은 무엇입니까?”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참여기관 과반 불신임, 법원 정지, 지역의회 정지결의가 가능합니다.”

“시민 직접투표는?”

“현재 없습니다.”

“왜요?”

“7일짜리 기구여서—”

“7일짜리라고 권력이 작습니까?”

질문이 날카로웠다.

에이드리언은 잠깐 멈췄다.

“아닙니다.”

“그럼?”

에블린이 끼어들지 않았다.

이건 에이드리언이 답해야 했다.

“현재 구조가 충분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의원이 말했다.

“모른다?”

“네.”

“당신이 만든 기구인데?”

“그래서 더 검토받아야 합니다.”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이 바로 그 문장을 뽑았다.

‘충분한지 모르겠다’는 조정자

일부는 무능이라고 했다.

일부는 솔직하다고 했다.

점심 무렵, 노아 프라이스의 편의점에 컵이 들어왔다.

ASK THE COORDINATOR

점장이 진열하려 했다.

노아가 말했다.

“이거 진짜 팔아요?”

“잘 팔린대.”

“정부 굿즈 같잖아요.”

“정부가 만든 거 아니야.”

손님 하나가 컵을 집었다.

“재밌는데.”

다른 손님은 내려놨다.

“정치인 팬클럽도 아니고.”

에이드리언은 정치인이 아니었다.

적어도 아직은.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정치인에게 하듯 그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

노아미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에이드리언은 거절하려 했다.

에블린이 말했다.

“받으세요.”

“왜요?”

“별명 생긴 사람이 숨어 있으면 더 커집니다.”

인터뷰는 평의회 사무실이 아니라 라이프라인 화물야드에서 했다.

노아미가 물었다.

“‘조정자’라는 별명 어떻게 생각합니까?”

“직책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뜻합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왜요?”

“이 조직이 한 사람으로 보이면 한 사람이 사라졌을 때 같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실제로 최종서명 많이 하시죠.”

“지금은요.”

“권력을 줄이고 싶습니까?”

“네.”

“그런데 오늘 재신임됐습니다.”

“둘은 모순이 아닙니다.”

노아미가 웃었다.

“정치인 같은 답이네요.”

에이드리언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건 욕입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노아미는 질문을 바꿨다.

“당신이 없었으면 라이프라인이 만들어졌을까요?”

에이드리언이 바로 말했다.

“네.”

“확신합니까?”

“리아가 철도를 돌렸고, 아이작이 곡물을 보냈고, 토머스가 계약을 만들고, 아이리스가 통신을 살렸고, 마라가 의료우선순위를 고쳤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을 한 테이블에 부른 건 당신 아닙니까?”

에이드리언은 잠깐 생각했다.

“그건 맞습니다.”

“그럼 당신이 하는 일은?”

그는 야드 뒤쪽을 봤다.

열차.

트럭.

작업자.

“선이 끊긴 곳을 찾고, 서로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는 것 같습니다.”

노아미가 말했다.

“그게 Organizer 아닌가요?”

에이드리언이 웃었다.

“Coordinator로 충분합니다.”

노아미는 그 문장을 방송에서 뺐다.

왜인지 자신도 정확히 몰랐다.

아직은 조금 이른 이름 같았다.

오후 5시.

재신임 투표에서 기권한 기관 중 하나가 자발적으로 이유를 공개했다.

노스리버 금융안정국.

토머스 베일.

그가 에이드리언 사무실에 왔다.

“기권 저희입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비밀투표라면서요.”

“제가 말하는 건 자유죠.”

“왜 기권했습니까?”

“당신이 일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그럼?”

“너무 많은 안건이 당신 책상으로 옵니다.”

토머스가 지난 일주일 결재흐름을 띄웠다.

에이드리언 직접결재 비율.

첫날 38%.

현재 61%.

“늘었네요.”

“평의회가 생기면서 다들 책임을 위로 올리고 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오래 봤다.

자기가 개입해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조정자에게 물어보자’고 하기 시작했다.

컵에 적힌 농담과 실제 조직행동이 같아지고 있었다.

“어떻게 줄이죠?”

토머스가 말했다.

“당신이 결정 안 하면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게 위임입니다.”

에이드리언에게 가장 어려운 답이었다.

오후 6시 10분.

새 위임규칙을 시험할 첫 안건이 바로 들어왔다.

웨스트미어 화물차량 연료 12만 리터 추가요청.

예전 같으면 에이드리언 책상으로 올라왔을 안건이었다.

담당직원이 물었다.

“조정자 승인 요청할까요?”

에이드리언은 거의 습관적으로 화면을 열었다가 멈췄다.

농업연료.

철도배분과 직접충돌 없음.

기존 한도 안.

식량안정국 권한.

“아니요.”

“그럼?”

“식량안정국이 결정.”

“보고는?”

“결과만.”

직원이 나간 뒤 에이드리언은 7분마다 그 안건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25분 뒤 결과가 올라왔다.

8만 리터 승인 / 4만 보류 / 타이어 공급상태 재확인 후 재심.

그는 내용을 읽고 자기가 했어도 비슷하게 결정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 생각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자기가 동의해야 좋은 결정인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새 규칙이 공지됐다.

평의회 조정자가 직접 결정하는 것은:

- 기관 간 충돌.

- 명확한 권한공백.

- 3시간 이내 긴급한 비가역 위험.

그 외는 담당기관 결정.

조정자는 보고만 받는다.

모리스가 컵을 들어 보였다.

“판매량 떨어지겠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바라던 바입니다.”

컵에는 여전히 적혀 있었다.

ASK THE COORDINATOR

에이드리언은 그걸 보다가 검은 펜으로 한 줄을 그었다.

그 아래 썼다.

ASK THE PERSON WHO KNOWS.

모리스가 컵을 빼앗았다.

“역사자료 훼손하지 마.”

“그 컵 버리면 안 됩니까?”

“안 돼. 나중에 비싸진다.”

“그때도 팔 생각입니까?”

“은퇴자금.”

그날 처음으로 에이드리언은 웃다가 소리를 냈다.

웃음이 끝난 뒤 그는 오늘 직접 결정하지 않은 안건들을 다시 봤다.

연료.

병원 직원셔틀.

소규모 정전복구.

전부 자기 없이 처리됐다.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안도되면서도 조금 불편했다.

에블린이 지나가다 말했다.

“그 불편함에 익숙해지세요.”

“제 얼굴에 써 있습니까?”

“네.”

그리고 같은 시각, 해안 산업지대 Harbor Reach에서 대규모 대피계획 검토요청이 올라왔다.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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