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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6화 — 첫 재판

디 오거나이저 · 36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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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앞에는 군인이 없었다.

그게 에블린 로스가 처음 확인한 것이었다.

오전 9시 02분.

노스리버 지역법원 제4긴급법정.

피고인석이 아니라 구금심사석에 레온 바르가스가 앉아 있었다.

서부 배급창고 계약직 시스템관리자.

가짜명령에 사용된 계정의 소유자.

그의 계정.

그의 근무단말.

그의 생체인증.

세 가지 모두 기록에 있었다.

그리고 명령이 생성된 시각, 레온은 창고 반대편 구역 CCTV에 찍혀 있었다.

법원 밖 여론은 이미 갈렸다.

범인.

희생양.

내부자.

조작.

누구도 확실히 몰랐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미 결론을 골라놓고 있었다.

판사가 들어왔다.

아마라 벤.

백세가 조금 넘은 법관이었다.

그녀는 전쟁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핵무기도.

평의회도.

“오늘 판단할 것은 레온 바르가스 씨가 가짜명령 사건의 범인인지가 아닙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현재 구금을 계속할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입니다.”

검사가 말했다.

“피심문인의 인증계정이 중대 기반시설 침해에 사용됐습니다.”

“그 점은 다툼 없습니까?”

레온의 국선변호인이 말했다.

“계정 사용은 다투지 않습니다. 본인이 사용했다는 점을 다툽니다.”

“생체인증은?”

“복제 가능성이 수사기관 스스로 제시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뜻이지 실제 복제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CCTV는요?”

판사.

검사가 화면을 띄웠다.

레온.

복도.

명령 생성 41초 전.

다른 카메라.

명령 생성 19초 후.

단말이 있던 서버실과 거리는 걸어서 4분.

판사가 물었다.

“원격접속 가능합니까?”

아이리스가 증인석에 앉았다.

“정상권한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비정상권한이면?”

“가능합니다.”

“그게 이번 사건의 가설입니까?”

“여러 가설 중 하나입니다.”

“몇 개죠?”

아이리스가 잠깐 생각했다.

“현재 유효한 건 넷.”

“말씀하세요.”

첫째.

레온이 사전에 자동실행을 예약.

둘째.

레온의 계정과 생체토큰이 복제.

셋째.

서버 자체 로그가 조작.

넷째.

공범이 레온 권한을 사용.

판사가 말했다.

“그중 어느 하나가 더 우세합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법정 뒤쪽에는 노아미가 앉아 있었다.

생방송은 허용됐지만 10초 지연.

증거 중 일부는 화면에서 가려졌다.

오르테가도 참석했다.

군복은 입었지만 법정 경비와 섞이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오지 않았다.

에블린이 그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

“왜요?”

“당신 기구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그래서 봐야 하지 않습니까?”

“봐도 됩니다. 화면으로.”

“법정에 가면?”

“판사가 신경 안 쓸 수도 있죠.”

“그럼?”

“레온은 신경 쓸 겁니다. 시민도.”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평의회 조정자가 앞줄에 앉아 있으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압력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자기 사무실에서 재판을 봤다.

권력은 말할 때만 작동하는 게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작동할 수 있었다.

검사는 계속구금을 요청했다.

이유.

중대 범죄.

디지털 증거 훼손 가능성.

공범 가능성.

도주 가능성.

변호인은 반박했다.

레온은 18년간 같은 주소.

가족.

전과 없음.

현재 계정은 이미 정지.

단말 압수.

국외 이동망 제한 가능.

“도주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판사가 물었다.

검사가 말했다.

“형량이 중할 수 있습니다.”

“중한 형량 가능성만으로 모든 중범죄 피의자를 구금할 수는 없습니다.”

법정 밖 댓글이 빠르게 올라갔다.

‘전쟁 중인데 너무 한가하다.’

‘저런 절차 때문에 또 당한다.’

‘무죄추정은 전쟁 끝나고 하냐.’

노아미는 댓글을 읽지 않았다.

카메라는 판사를 비췄다.

판결.

초기 체포는 적법.

중대시설 침해 직후 합리적 혐의가 존재했다.

그러나 계속구금은 별개.

현재 증거만으로는 레온 본인이 명령을 생성했다고 보기 부족.

조건부 석방.

- 이동지역 제한.

- 수사기관 출석의무.

- 모든 중요 시스템 접근금지.

- 개인단말 임시감사.

- 관련인 접촉 일부 제한.

- 위반 시 재구금.

검사가 말했다.

“증거훼손 위험이 남습니다.”

판사가 답했다.

“그 위험을 줄일 수단이 구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망치 소리는 없었다.

전자명령이 확정됐다.

레온은 몇 초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변호사가 팔을 건드렸다.

“나가셔도 됩니다.”

그가 물었다.

“집으로요?”

“조건 안에서요.”

법원 앞.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레온에게 욕했다.

“배신자!”

다른 사람은 박수쳤다.

레온은 어느 쪽도 보지 않았다.

노아미가 다가갔다.

“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변호사가 막으려 했지만 레온이 멈췄다.

“저 안 했습니다.”

짧았다.

노아미가 물었다.

“누가 했다고 생각합니까?”

“모릅니다.”

“정부가 당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생각합니까?”

레온은 처음으로 카메라를 봤다.

“정부가 나를 잡았고, 법원이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는 숨을 골랐다.

“둘이 같은 게 아니잖아요.”

그 말이 그날 가장 많이 공유됐다.

평의회 회의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조건부 석방이 보안상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에블린이 물었다.

“판결에 불복합니까?”

“아뇨.”

“그럼?”

“불편하다고요.”

“좋습니다.”

“뭐가요?”

“법은 가끔 권력자를 불편하게 해야 하니까.”

오르테가가 피식 웃었다.

“당신은 그 말을 너무 좋아합니다.”

에블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레온 계정의 침해경로를 계속 분석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법원 판단 때문에 수사가 어려워지진 않습니다.”

“왜?”

“계정은 여전히 차단됐고, 증거는 이미 복제보존했습니다.”

라파엘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가둬두는 것과 증거를 지키는 건 다른 문제죠.”

에이드리언은 그 말을 들었다.

며칠 전이라면 그 둘을 한 덩어리로 봤을 수도 있었다.

위험한 사람.

막아야 할 사람.

하지만 아직 위험한 사람인지조차 모른다.

그가 물었다.

“첫 재판이라고 불러도 됩니까?”

에블린이 말했다.

“구금심사입니다.”

모리스가 웃었다.

“사람들은 첫 재판이라고 부르겠지.”

“정확한 이름이 더 중요합니다.”

에블린.

노아미가 화면에서 말했다.

“그 싸움은 제가 이길 것 같네요.”

저녁 7시.

레온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집 앞에 기자와 시위대가 몰렸기 때문이다.

법원은 임시 거처를 허용했다.

공공안전국이 위치를 비공개로 했다.

라파엘은 보고서를 올렸다.

조건부 석방자 안전보호조치.

누군가 댓글에 썼다.

‘범인을 세금으로 보호한다.’

다른 누군가 답했다.

‘범인이라고 누가 정했는데.’

에이드리언은 두 댓글을 모두 읽었다.

법원의 결정 하나로 사람들이 합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어떻게 같이 살아갈지에 대한 선 하나가 생겼다.

저녁 8시.

레온의 누나는 임시거처로 찾아왔다.

경찰은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족방문은 허용됐다.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레온의 뺨을 때렸다.

“계정 비밀번호를 왜 그렇게 관리했어?”

레온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누나도 내가 범인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 맞지?”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그녀는 울다가 웃었다.

“엄마가 뉴스 보고 쓰러질 뻔했어.”

레온은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계정이 탈취됐다면 그도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닐 수 있었다.

범죄책임과 보안실수의 책임은 또 달랐다.

그날 밤, 가짜명령 수사는 계속됐다.

아이리스는 레온 단말에서 평소와 다른 인증요청 패턴 하나를 발견했다.

범인을 특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레온이 직접 명령을 만든 것처럼 보이던 로그가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이게 했을 가능성은 조금 커졌다.

에이드리언은 그 보고를 읽고 오전에 사람을 더 오래 구금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자기 판단을 떠올렸다.

법원이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다면 그 생각이 어디까지 갔을지 알 수 없었다.

레온은 감옥 밖에 있었다.

그리고 노스리버의 첫 비상기구는 처음으로 자기 뜻과 다른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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