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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5화 — 총과 배급표

디 오거나이저 · 35 / 31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서부 3번 배급창고 앞에는 총을 든 사람이 스물여섯 명 있었다.

그리고 배급표를 든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오후 4시 12분.

군 경비는 창고 출입문을 막고 있었다.

가짜 명령에는 ‘치안 불안 및 전략물자 보호를 위한 군 인계’라고 적혀 있었다.

지역예비대 지휘관은 명령문을 의심하지 않았다.

서명은 진짜였고, 전쟁 중이었고, 며칠 전 실제로 창고 서버가 공격받았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문제는 명령 자체가 가짜였다는 것이다.

라파엘의 경찰은 바깥에서 군과 시민 사이를 막고 있었다.

시민들은 자기 배급시간이 지나가는 걸 보고 화가 났다.

“왜 못 들어갑니까?”

“군이 식량 가져가는 거 아니야?”

“또 특혜지?”

한 사람이 휴대단말을 높이 들었다.

생중계.

댓글 수만 명.

노아미도 현장에 도착했다.

오르테가는 군 지휘관에게 다가갔다.

“명령 취소.”

상대가 경례했다.

“준장님, 중앙확인 전 철수 불가입니다.”

“그 명령 가짜다.”

“확인코드가 정상입니다.”

“내가 확인했다.”

지휘관은 움직이지 않았다.

“준장님 구두명령도 확인해야 합니다.”

오르테가는 잠깐 그를 봤다.

화내지 않았다.

“잘했다.”

지휘관이 당황했다.

“네?”

“지금은 누구 말도 바로 믿지 마.”

오르테가는 자기 인증카드를 꺼냈다.

별도 군 채널.

현장지휘권 확인.

동시에 아이리스가 새 인증토큰을 보냈다.

두 개가 일치했다.

그제야 지휘관이 명령했다.

“외곽경계로 후퇴.”

총구들이 창고문에서 멀어졌다.

시민들 사이에서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나왔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창고관리자가 말했다.

“배급 재개 못 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왜요?”

“군 인계 과정에서 재고시스템이 잠겼습니다.”

“수동?”

“가능한데 배급표 검증이 안 됩니다.”

줄에 서 있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냥 나눠줘!”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러다 먼저 온 사람이 다 가져가면?”

노아 프라이스도 그 줄에 있었다.

자기 편의점 물량을 받으러 왔다.

그는 창고직원에게 말했다.

“종이 명단 없어요?”

“최신은 시스템.”

“오늘 예약시간표 출력본은?”

직원이 멈췄다.

“아침 거 있습니다.”

“그거라도 쓰죠.”

에이드리언이 그쪽을 봤다.

노아가 말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줄은 돌릴 수 있습니다.”

창고관리자가 고민했다.

배급표 담당자가 말했다.

“변경된 우선등급이 반영 안 됐습니다.”

노아가 말했다.

“그 사람은 예외창구 따로.”

한 사람이 항의했다.

“왜 저 직원이 결정해?”

노아는 즉시 손을 들었다.

“제가 결정하는 거 아닙니다. 방법 말한 겁니다.”

에블린의 말이 떠올랐다.

기술적 방법이 권리를 바꾸면 법적 방법이 된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현장관리자 권한으로 2시간 수동배급. 아침 예약표 기준. 의료·영유아 예외는 별도 확인.”

에블린이 원격으로 물었다.

“종료시각?”

“18시 30분.”

“기록?”

“전부.”

“좋습니다.”

배급이 다시 시작됐다.

느렸다.

한 사람씩.

종이 확인.

신분 확인.

수량 기록.

디지털 시스템보다 세 배 느렸다.

그래도 줄이 움직였다.

군인들은 외곽에서 지켜봤다.

경찰은 입구에 남았다.

시민은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총과 배급표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누가 무엇을 하는지는 다시 나뉘었다.

그 구분은 한 번 흔들렸다.

줄 뒤쪽에서 남자 하나가 군인을 향해 병을 던졌다.

병은 방패에 맞고 깨졌다.

병사 셋이 동시에 총을 들었다.

라파엘이 소리쳤다.

“총구 아래!”

오르테가도 거의 동시에 말했다.

“내려!”

2초.

아마 그보다 짧았다.

총구가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경찰이 남자를 붙잡았다.

남자는 울면서 말했다.

“내 애가 두 시간째 기다려!”

라파엘은 그를 수갑 채우면서도 배급줄에서 가족 위치를 확인하게 했다.

폭력은 폭력이었다.

그렇다고 그 순간의 분노까지 적대행위로 바꿀 필요는 없었다.

노아미가 에이드리언에게 다가왔다.

“당신 이름으로 군이 움직였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무섭습니까?”

에이드리언은 현장을 봤다.

“네.”

“권력을 가져서?”

“아뇨.”

그는 군인 쪽을 봤다.

“제가 안 한 말도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노아미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럼 평의회 명령을 더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공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요?”

“가짜도 공개할 수 있으니까.”

아이리스가 옆에서 말했다.

“앞으로 모든 평의회 명령에 공개원장 해시 붙입니다.”

노아미가 물었다.

“시민도 확인 가능?”

“네. 내용이 기밀이면 존재와 유효성만.”

“좋네요.”

오르테가가 말했다.

“공격자도 봅니다.”

아이리스.

“가짜인지 확인하는 비용보다 낫습니다.”

또 하나의 균형이었다.

오후 5시 40분.

문제의 지역예비대 지휘관이 에이드리언에게 왔다.

“사과드려야 합니까?”

에이드리언은 물었다.

“왜요?”

“가짜명령 실행했습니다.”

“확인절차가 당시 기준에 맞았습니까?”

“맞았습니다.”

“민간인에게 총 쐈습니까?”

“아뇨.”

“재고 가져갔습니까?”

“아뇨.”

“그럼 다음부터 새 절차 쓰면 됩니다.”

지휘관은 편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제가 창고 막았습니다.”

에이드리언은 줄을 봤다.

실제로 사람들은 몇 시간 기다렸다.

“그건 기록에 남습니다.”

“징계는?”

오르테가가 답했다.

“없다.”

지휘관이 그를 봤다.

“실수와 위반은 다르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절차대로 움직였고 절차가 뚫린 거다.”

그 문장은 책임을 없애지 않았다.

대신 책임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나눴다.

오후 6시 28분.

수동배급 종료 2분 전.

디지털 시스템 복구.

마지막 종이명단이 전자기록과 맞춰졌다.

오차.

17건.

대부분 중복예약.

절도 없음.

대규모 누락 없음.

노아가 빈 상자를 접으며 말했다.

“종이도 쓸 만하네요.”

창고직원이 말했다.

“다시는 하기 싫습니다.”

“그건 동의.”

밖으로 나오자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노아는 군인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아까 창고문을 막고 있던 병사였다.

둘 다 잠깐 어색했다.

병사가 먼저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노아가 대답했다.

“당신도.”

그게 끝이었다.

누구도 영웅도, 악당도 아니었다.

그날 밤 평의회 명령체계에는 새로운 원칙이 붙었다.

명령의 권위는 서명뿐 아니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유효성에서 나온다.

저녁 8시.

가짜명령 사건과 관련해 첫 피의자가 체포됐다.

서부 창고의 계약직 시스템관리자.

이름은 레온 바르가스.

그의 계정에서 탈취된 명령토큰 접속기록이 발견됐다.

라파엘은 체포보고를 평의회에 올렸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내부자였군.”

아이리스가 바로 말했다.

“아직 아닙니다.”

“계정이 쓰였잖아요.”

“사람이 썼다는 뜻은 아닙니다.”

레온은 조사에서 자기 계정이 탈취됐다고 주장했다.

로그는 반대처럼 보였다.

접속은 그의 근무단말.

생체인증도 통과.

하지만 같은 시각 그가 다른 구역 CCTV에 찍혀 있었다.

라파엘이 말했다.

“복제 생체토큰 가능성.”

에블린이 물었다.

“구금 계속할 근거는?”

“중대시설 침해 관련 계정소유자. 도주우려.”

“혐의자와 증거보존 대상은 다릅니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풀어주자는 겁니까?”

“재판부가 판단해야죠.”

그 한 문장 때문에 평의회는 또 다른 선 앞에 섰다.

전쟁 중이라고 행정부가 유죄까지 결정할 수는 없었다.

다음 안건에는 레온 바르가스의 구금 적법성과 가짜명령 사건의 첫 공개 심리가 올라왔다.

노아는 뉴스를 보며 말했다.

“저 사람 범인 아니에요?”

점장이 답했다.

“모르지.”

“로그 다 나왔다는데.”

“그래서 재판하는 거겠지.”

노아미는 방송 마지막에 말했다.

“오늘 서부 창고에서는 가짜 명령 때문에 군이 배급시설을 인계받았고, 새 확인절차로 철수했습니다. 한 시민은 병을 던져 체포됐고, 가짜명령 관련 피의자 한 명도 별도로 구금됐습니다.”

앵커가 물었다.

“둘을 같은 사건으로 봐야 합니까?”

“아니요.”

노아미가 말했다.

“한 사람은 현장에서 폭력을 썼고, 다른 사람은 아직 무엇을 했는지 법원이 판단해야 합니다.”

전쟁은 사람을 빨리 분류하고 싶게 만들었다.

적.

아군.

범인.

피해자.

그러나 빠른 분류가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첫 공개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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