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3화 — 작은 전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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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마이크로그리드는 중앙 전력망이 흔들릴수록 더 안정적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오전 6시 50분.
샘 오코너는 지역전력조합 제어실에서 출력그래프를 보고 있었다.
태양광.
소형 원자로.
배터리.
폐열발전.
지역 부하는 83%.
예비율 14%.
아스터 베이 광역망보다 훨씬 나았다.
“연결요청 또 왔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얼마?”
“광역에서 120메가.”
“주면?”
“예비율 5 아래.”
“거절.”
직원이 망설였다.
“연방 비상지침상 상호지원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주민 정전시키면서?”
“그건…”
샘은 화면을 봤다.
남부 마이크로그리드는 평소에는 별 관심 못 받는 지역 프로젝트였다.
지금은 주변 병원과 주거단지, 정수소 일부를 안정적으로 먹이고 있었다.
광역망에 많이 붙이면 자기들도 같이 흔들릴 수 있었다.
◆평의회에서 전력담당자가 말했다.
“남부망이 협조를 거부합니다.”
샘이 원격으로 바로 반박했다.
“거부가 아니라 40메가까지는 주겠다고 했습니다.”
“요청은 120.”
“120 주면 우리 예비율이 5 밑입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광역망 120이 왜 필요합니까?”
“동부 복구구역 안정화.”
“40이면?”
“효과 제한.”
샘이 말했다.
“그럼 우리도 같이 불안정해집니다.”
전력담당자가 짜증을 냈다.
“지역망 하나가 전체계통보다 자기만 살겠다는 겁니까?”
샘의 표정이 굳었다.
“전체계통이 무너지면 우리가 버티라고 만든 겁니다.”
그 말에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마이크로그리드의 목적 자체가 중앙망 실패시 독립운전이었다.
지금 독립적으로 살아남았다고 다시 중앙을 위해 위험에 넣으라는 요구는 논리적으로 이상할 수 있었다.
◆사무엘 오카포가 처음으로 회의에 들어왔다.
노스리버 전력복원 자문관.
그는 자료를 보자마자 말했다.
“120 주지 마세요.”
전력담당자가 얼굴을 찌푸렸다.
“왜죠?”
“남부망까지 동기화 불안정해지면 우리는 안정된 섬 하나를 잃습니다.”
“광역망은?”
“40 받고, 대신 부하를 옮기세요.”
“어디로?”
“남부가 잘하는 걸 남부가 더 맡게.”
그는 지도를 바꿨다.
남부 병원 두 곳.
데이터 백업센터.
정수설비 일부.
전력수요 자체를 안정지역으로 옮긴다.
전기를 멀리 보내는 대신 업무를 옮긴다.
리아가 말했다.
“물류가 따라야 합니다.”
마라.
“환자 일부도.”
아이리스.
“데이터 복제는 가능합니다.”
에이드리언은 그 그림을 봤다.
중앙이 모든 것을 먹이는 구조가 아니라, 작은 안정구역들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
사무엘이 말했다.
“큰 그리드는 효율적입니다.”
그는 남부의 독립망을 가리켰다.
“작은 그리드는 살아남습니다.”
“둘 중 뭘 택합니까?”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둘 다.”
사무엘이 답했다.
“평소엔 연결하고, 망가질 땐 떨어져야죠.”
그 문장이 에이드리언에게 오래 남았다.
◆오전 11시.
남부망 40메가 지원.
대신 의료데이터센터 하나와 정수펌프 부하 일부를 남부로 이전.
광역망 예비율.
6.4 → 7.2%.
남부망.
14 → 9.8%.
둘 다 권장치보다 낮았다.
둘 다 살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남부 주거단지 한 곳은 20분 동안 냉방부하를 강제로 낮췄다.
한 주민이 전력조합에 전화했다.
“왜 우리 집 온도를 정부가 정합니까?”
상담원이 답했다.
“계약된 비상수요반응 범위입니다.”
“가입한 기억 없는데요.”
“아파트 단지계약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 말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다.
개인이 직접 동의하지 않은 집단계약.
샘은 즉시 비상감축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법적으로 가능.
정치적으로 불편.
주민위원회는 다음 감축부터 실시간 알림과 탈퇴예외를 요구했다.
효율은 조금 떨어질 것이다.
대신 누가 자기 집 온도를 왜 낮추는지는 알게 된다.
샘이 말했다.
“이 정도면 받습니다.”
전력담당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의 언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숫자가 서로의 공포를 조금 설명해줬다.
◆오후.
9화 상업지구 정전의 후유증이 또 올라왔다.
작은 정밀가공업체 하나가 전력복구 뒤 장비교정에 실패해 생산을 중단.
그 회사가 만드는 부품은 철도 브레이크 센서에 들어갔다.
리아가 말했다.
“재고 얼마나?”
“12일.”
“대체회사?”
“두 곳. 하나는 다른 지역.”
토머스가 말했다.
“보상심사 우선 올리죠.”
에이드리언은 업체명 옆에 표시했다.
며칠 전에는 ‘비필수 제조업’이었다.
오늘은 철도부품 공급망이었다.
분류는 시간이 지나면 바뀌었다.
마라가 말했다.
“누적위험.”
28화에서 만든 단어였다.
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업체에는 임시전력 우선권이 배정됐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은 모든 작은 공장을 전략시설로 올리지 않았다.
대신 부품망 영향도를 따로 추적했다.
◆저녁 7시.
사무엘과 에이드리언이 건물 옥상에 섰다.
멀리 도시 일부가 어두웠다.
남쪽은 상대적으로 밝았다.
“저걸 보면 불공평해 보이겠죠.”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실제로 불공평할 수도 있습니다.”
사무엘이 답했다.
“그런데 다 똑같이 어두우면 공평합니까?”
“아니겠죠.”
“회복력이란 평등하게 망가지지 않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남부 불빛을 봤다.
“작은 시스템들이 많아지면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맞습니다.”
“기준도 달라지고.”
“맞고요.”
“그런데 하나로 묶으면 같이 죽는다.”
사무엘이 웃었다.
“이제 전력기사처럼 말하시네요.”
에이드리언은 그 말이 별로 반갑지 않았다.
그날 밤 노스리버 전력정책에 새 원칙이 들어갔다.
RECONNECTABLE ISLANDS
평소에는 연결.
위기에는 분리.
복구되면 다시 연결.
저녁 8시 10분.
남부지역 주민채널에는 반대방향의 불만이 올라왔다.
‘왜 우리 전력을 다른 구역에 줍니까?’
‘우리가 투자해서 만든 마이크로그리드입니다.’
‘광역정부가 위기 때만 가져간다.’
샘은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120메가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한 주민이 물었다.
“그럼 40은 왜 줬습니까?”
“우리 예비율을 10% 가까이 남기면서 주변 정수와 의료를 도울 수 있어서요.”
“우리가 왜 주변을 책임져야 합니까?”
샘은 잠깐 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도 틀리지 않았다.
사무엘이 대신 말했다.
“책임이라기보다 연결의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뜻이죠?”
“평소에 남부망이 부족할 때는 광역망에서 받습니다. 오늘은 반대입니다.”
“그럼 계약에 있는 만큼만 주면 되잖아요.”
“맞습니다.”
사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120을 안 준 겁니다.”
연대도 한도가 있어야 했다.
한쪽이 무너질 만큼 주는 건 도움이 아니라 동반붕괴였다.
주민투표 결과, 40메가 지원은 유지.
추가공급은 주민위원회와 전력조합 공동승인.
에이드리언은 그 결과를 보고 ‘작은 자치’가 효율만큼 중요하다는 걸 다시 배웠다.
그날 밤, 사무엘은 에이드리언에게 오래된 전력복구 사례를 하나 보여줬다.
거대한 중앙망이 세 번 연속 실패했던 지역.
그 뒤 작은 지역망을 여러 개 만들자 평시효율은 조금 낮아졌다.
대신 다음 재난에서는 한 지역의 고장이 전체로 번지지 않았다.
“비효율을 일부러 남겨둔 겁니까?”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여유라고 부르죠.”
“경제부서는 낭비라고 할 텐데요.”
“평시에는요.”
사무엘이 말했다.
“재난은 평시에 낭비처럼 보이는 것들로 버팁니다.”
예비부품.
빈 선로.
남는 배터리.
훈련받은 사람.
에이드리언은 라이프라인의 우회경로를 떠올렸다.
정확히 같은 이야기였다.
사무엘이 돌아가기 전 에이드리언에게 작은 종이 하나를 건넸다.
전력기사들이 쓰는 오래된 점검표였다.
상단에 한 문장이 인쇄돼 있었다.
ISLAND FIRST. RECONNECT SECOND.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원래 있는 문구입니까?”
“예전 복구팀들이 쓰던 겁니다.”
“뜻은 알겠습니다.”
“아는 것과 실제로 끊는 건 다르죠.”
거대한 시스템을 살리려면 때로는 일부를 먼저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뒤 다시 연결해야 한다.
그 원칙이 훗날 전력망보다 훨씬 큰 것에 적용될 거라고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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