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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1화 — 배급표

디 오거나이저 · 31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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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리버 비상조정평의회가 만든 첫 번째 정치적 위기는 트럭도, 총도, 전력도 아니었다.

배급표였다.

오전 7시 40분.

아스터 베이 시민망에 새 배급기준 초안이 올라갔다.

가구 인원.

연령.

의료식 필요 여부.

영유아.

임신.

고령.

필수근로.

기존 재고추정.

평소라면 각각 다른 기관이 보던 정보가 한 장의 표 안에 들어왔다.

목적은 단순했다.

누가 얼마나 먼저 받아야 하는지, 점포 직원이 매번 즉석에서 싸우지 않게 만드는 것.

문제도 단순했다.

누구도 자기가 표의 아래쪽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노아 프라이스의 편의점에는 오전 8시부터 문의가 쏟아졌다.

“나는 왜 B등급이에요?”

“우리 어머니는 따로 살지만 내가 물건 사다 드리는데?”

“아이 둘인데 한 명이 등록 안 됐어요.”

“집에 먹을 거 있는지 정부가 어떻게 알아?”

노아는 화면을 넘겼다.

“제가 만든 표 아닙니다.”

손님이 말했다.

“근데 당신이 적용하잖아.”

그 말은 맞았다.

화면에는 초록색, 노란색, 회색 표시가 떴다.

초록.

추가구매 허용.

노랑.

기본한도.

회색.

현재 주기 추가구매 제한.

회색을 받은 사람이 계산대 앞에 섰다.

중년 여성.

“우리 집에 재고가 많다고 나오네요.”

노아가 물었다.

“최근 대량구매 이력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건 옆집 할머니 거 사다드린 거예요.”

“주소는요?”

“같은 계정으로 결제했어요.”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 여성이 많은 식량을 산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이유를 몰랐다.

노아는 관리자 호출을 눌렀다.

뒤에 줄이 길어졌다.

누군가 불평했다.

“또 예외야?”

여성이 얼굴을 붉혔다.

노아는 갑자기 화가 났다.

그녀에게가 아니라 자기가 사람들 앞에서 한 사람의 사정을 판정해야 하는 상황에.

“5분만 기다려주세요.”

“내 뒤 사람은?”

“죄송합니다.”

그게 최선이었다.

좋은 제도라면 현장직원이 매번 사과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오전 9시.

평의회 회의실.

토머스가 배급표 데이터를 띄웠다.

“첫 한 시간 이의신청 18,204건.”

리아가 말했다.

“벌써?”

“대부분 가구정보 불일치입니다.”

마라가 물었다.

“의료식은?”

“예외승인 지연 평균 22분.”

“길어요.”

라파엘이 말했다.

“점포 현장분쟁 63건. 폭력은 4.”

에블린은 표의 맨 위를 보고 있었다.

배급우선도 산정기준 v1.0

“누가 이 기준을 승인했습니까?”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어제 평의회.”

“평의회가 가구별 구매권까지 정할 권한이 있습니까?”

방이 조용해졌다.

토머스가 말했다.

“기존 재난물가·공급조정법 안에서 구매한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한도는요.”

에블린이 말했다.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하는 것까지 같은 권한입니까?”

“기술적 방법입니다.”

“기술적 방법이 권리를 바꾸면 법적 방법이 됩니다.”

에이드리언은 표를 다시 봤다.

어제는 너무 자연스럽게 보였다.

물자가 부족하다.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그럼 표를 만든다.

하지만 표 안에는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들어갔다.

“정지할까요?”

토머스가 바로 말했다.

“지금 멈추면 점포마다 자기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마라가 말했다.

“의료식만큼은 중앙기준 있어야 합니다.”

리아.

“물류도 가구별 총량 예측하려면 기준이 필요해요.”

에블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없애자는 말 아닙니다.”

“그럼?”

“배급표가 결정을 내리게 두지 말자는 겁니다.”

수정안.

배급표는 권고기준.

회색이라고 구매 자체를 자동 차단하지 않는다.

점포 예외승인 가능.

단, 예외기록은 남긴다.

이의신청 즉시 임시한도 부여.

의료·영유아·특수식은 별도 빠른창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구 하나.

배급등급은 개인의 권리·자격·신뢰도를 의미하지 않음.

리아가 문장을 읽었다.

“이걸 써야 합니까?”

에블린이 말했다.

“안 쓰면 사람들은 그렇게 읽습니다.”

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색깔 붙이면 서열로 보지.”

토머스가 물었다.

“그럼 색을 없앱니까?”

노아미가 원격으로 말했다.

“숫자로 바꾸면 더 심해요.”

결국 색은 유지하되 점포 화면에 이유와 수정경로를 함께 띄우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다만 판정과 사람 사이에 다시 사람 하나가 들어갔다.

정오.

노아의 편의점 시스템이 업데이트됐다.

아까의 여성이 다시 왔다.

화면.

노란색.

임시한도 복구.

“됐네요.”

노아가 말했다.

여성은 안도하다가 물었다.

“그럼 아까 내가 잘못한 건 아니죠?”

노아는 순간 대답을 망설였다.

“네.”

그리고 고쳤다.

“시스템이 사정을 몰랐던 겁니다.”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차이가 중요해 보였다.

오후 2시.

배급표의 두 번째 문제가 터졌다.

가정재고가 많은 사람에게 구매한도를 줄인다는 소문 때문에 사람들이 재고신고를 낮추기 시작했다.

토머스가 말했다.

“예상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얼마나?”

“자가신고량 평균 17% 감소.”

“실제 소비가 아니라?”

“네.”

리아가 말했다.

“그럼 데이터 못 쓰잖아요.”

토머스가 답했다.

“벌 주는 데 쓰면 거짓말합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정책이 사람에게 정직할 이유를 줘야 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재고신고를 배급제한과 분리?”

“그게 낫습니다.”

“그러면 많이 가진 사람도 똑같이 삽니다.”

“일부는요.”

토머스가 말했다.

“대신 신고 데이터는 살아남습니다.”

에이드리언은 한동안 고민했다.

평등하게 줄 것인가.

필요에 따라 다르게 줄 것인가.

다르게 주기 위해 사람들 사생활을 얼마나 봐도 되는가.

정답이 하나가 아니었다.

결론.

가정재고 자가신고는 개별 구매제한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별 수요예측에만 사용.

악의적 대량전매는 별도 수사.

완벽한 효율을 포기하고 조금 더 신뢰를 선택했다.

오후 5시.

첫날 배급표 수정본 공개.

노아미가 방송에서 말했다.

“오늘 아침 배급표는 세 번 바뀌었습니다.”

앵커가 물었다.

“정부가 준비가 안 된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노아미는 화면을 봤다.

“다만 변경내역도 전부 공개됐습니다.”

첫 버전.

자동차단.

두 번째.

예외승인.

세 번째.

자가재고와 개인한도 분리.

“시민 입장에서는 매번 바뀌는 규칙도 혼란스럽습니다.”

“맞습니다.”

“그럼 좋은 제도입니까?”

노아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날 저녁, 에이드리언은 같은 말을 회의록에 남겼다.

배급제도: 작동 중. 성공 여부 미판정.

오후 6시 20분.

화물기사 칼라 멘데스는 배급센터에서 자기 몫의 식품을 받으려다 회색 표시를 봤다.

“추가구매 제한?”

직원이 말했다.

“최근 식품구매량이 많아서요.”

칼라는 헛웃음을 쳤다.

“내가 운송기사인데.”

“네?”

“지난주에 회사 카드로 기사 쉰 명 식사 샀어요.”

개인계정과 회사카드가 일부 연동돼 구매이력이 잘못 묶여 있었다.

직원이 예외승인을 열었다.

칼라는 손을 저었다.

“내 건 됐고, 이거 다른 기사도 확인해요.”

“몇 명이나요?”

“우리 회사만 쉰 명.”

한 시간 뒤 운송·의료·돌봄처럼 대량구매가 업무와 섞이는 직종의 계정연동 오류가 따로 발견됐다.

토머스가 보고를 읽고 말했다.

“배급표가 한 번 더 사람을 직업으로 착각했네요.”

에블린이 답했다.

“아니요. 데이터를 사람으로 착각한 거죠.”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을 회의록에 남겼다.

배급표는 사람이 아니었다.

도구였다.

노아는 퇴근 전 그날 자기가 승인한 예외 14건을 다시 봤다.

고령자 대리구매.

운송기사 공동식사.

등록 누락 영유아.

주소가 다른 부양가족.

한 건은 자기가 잘못 승인한 것 같았다.

같은 사람이 두 점포에서 예외를 받은 기록.

그는 관리자에게 표시를 남겼다.

“이거 부정이면 어떡합니까?”

점장이 말했다.

“내일 확인하지.”

“오늘 물건은 이미 가져갔는데요.”

“그래서 사람 쓰는 거야.”

“사람도 틀리잖아요.”

점장이 피곤하게 웃었다.

“시스템도 틀리고.”

노아는 화면을 닫았다.

완벽한 판정자는 없었다.

그걸 잊으면 도구가 판단자가 됐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새로운 민원이 올라오고 있었다.

상업지구 냉동창고 운영자 47곳.

9화 전력감축으로 발생한 식품손실 보상청구.

과거의 결정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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