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0화 — 그래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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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리버의 기존 정부는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의 시장도 있었다.
지역의회도 있었다.
법원도 있었다.
군도, 경찰도, 철도도, 병원도 각자 자기 조직을 유지했다.
문제는 그들 사이였다.
오전 9시.
각 기관 대표들이 다시 모였다.
에블린 로스의 초안이 화면 중앙에 떠 있었다.
NORTH RIVER EMERGENCY COORDINATION COUNCIL 노스리버 비상조정평의회
리아가 말했다.
“이름 길어요.”
에블린이 말했다.
“권력이 짧아 보이는 이름보다 낫습니다.”
모리스가 중얼거렸다.
“그건 또 무슨 논리야.”
회의는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사람들 표정은 가볍지 않았다.
오늘 만드는 기구가 내일 자기들 위에 설 수도 있었다.
◆첫 쟁점.
존속기간 7일.
토머스는 14일을 원했다.
“금융계약은 일주일 단위로 안 끝납니다.”
리아는 7일.
“길어지면 그냥 조직이 돼요.”
마라는 5일도 가능하다고 했다.
“필요하면 다시 승인받으면 되죠.”
오르테가는 기간보다 군사예외가 중요했다.
“작전명령을 평의회가 지연시키지 않는다는 문구가 분명해야 합니다.”
에블린은 반대로 물었다.
“군이 민간자원을 가져갈 때는요?”
“기존법과 이 협약을 따릅니다.”
“기록?”
“남깁니다.”
논쟁 43분.
결론.
7일.
지역의회가 정상적으로 회기하면 그 전에 재승인 필요.
7일째 자정, 별도 법률이 없으면 자동종료.
◆두 번째.
조정자.
기관장들이 에이드리언을 지명했다.
에이드리언은 거절했다.
“제가 법적으로 가장 높은 사람도 아닙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그래서 좋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당신 권한은 이 협약에서만 나오게 됩니다.”
리아가 말했다.
“그리고 싫으면 과반으로 자르면 되죠.”
마라가 덧붙였다.
“그 부분은 마음에 들어요.”
에이드리언은 아무도 웃지 않는 걸 확인했다.
“다른 후보는요?”
토머스가 말했다.
“지역행정 쪽 고위직을 넣으면 기존기관과 서열싸움 납니다.”
오르테가.
“군인은 안 되고.”
리아.
“철도 사람은 하기 싫고.”
마라.
“의사도 환자 봐야 하고.”
모리스가 말했다.
“난 늙었고.”
에이드리언이 그를 봤다.
“그건 핑계 아닙니까?”
“아주 좋은 핑계지.”
“임기?”
에블린이 말했다.
“24시간.”
“하루요?”
“연임 가능. 매일 다시 신임받으세요.”
모리스가 웃었다.
“축하한다. 세상에서 제일 불안정한 승진이네.”
에이드리언은 화면의 자기 이름을 한참 봤다.
그는 권력을 원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권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서명해야 했다.
“부조정자는?”
에블린.
“민간행정대표 중 한 명. 첫 24시간은 법무책임자가 대행후보.”
“당신이요?”
“싫습니다.”
“저도 싫습니다.”
“그럼 공평하네요.”
회의실에서 짧은 웃음.
◆세 번째.
공개.
오르테가가 일부 안건은 기밀이라고 말했다.
노아미는 가능한 모든 의사결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둘 다 물러서지 않았다.
“시설 취약점 공개하면 공격자한테 지도 주는 겁니다.”
오르테가.
“비공개라고 써놓고 이유도 숨기면 시민은 뭐가 숨겨졌는지조차 모릅니다.”
노아미.
에블린이 중간안을 적었다.
- 군사작전 세부는 비공개.
- 민간자원에 미치는 결과는 공개.
- 비공개 사유 자체는 기록.
- 기밀등급과 재검토시점 공개.
- 기밀해제 후 전 기록 공개.
노아미가 말했다.
“받겠습니다.”
오르테가도.
“저도.”
◆오전 11시 52분.
서명.
철도.
전력.
수도.
의료.
식량.
금융.
공공안전.
지역행정.
군 연락대표.
법무.
그리고 마지막.
에이드리언 케인.
서명 직전, 그는 펜을 들고 멈췄다.
전자서명으로도 충분했다.
에블린이 종이 서명본까지 준비했다.
“왜 종이입니까?”
“서버 다 죽으면요?”
리아가 말했다.
“이분 마음에 드네요.”
에이드리언은 이름을 적었다.
문서가 확정됐다.
노스리버 비상조정평의회 발족.
정부를 대체하지 않는다.
군을 지휘하지 않는다.
법원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다른 기관이 같은 도시를 동시에 망가뜨리지 않게 한다.
적어도 문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첫 공식 안건은 거창하지 않았다.
정수약품.
철도연료.
병원 냉각재.
세 가지가 같은 운송차량을 원했다.
에이드리언은 웃음이 날 뻔했다.
핵무기가 사용되고, 중앙지휘시설이 공격받고, 새 비상기구까지 만들었는데,
첫 공식 안건은 트럭이었다.
리아가 말했다.
“뭘 먼저 보낼까요, 조정자?”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봤다.
마라.
수도 담당자.
리아.
모두 이미 자기 숫자를 준비해왔다.
그는 말했다.
“하나씩 자기 필요량 말하지 마세요.”
사람들이 멈췄다.
“서로의 한계시간부터 말합시다.”
마라가 먼저 답했다.
“냉각재 9시간.”
수도.
“약품 6시간 20분.”
리아.
“연료 14시간.”
“대체수단?”
수도.
“부분재고 없음.”
마라.
“냉각부하 낮추면 12시간까지.”
리아.
“일부 야드 디젤 절약하면 18.”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순서는 나왔네요.”
수도.
의료.
철도.
첫 명령은 3분 만에 끝났다.
종료시각.
비용.
대체계획.
전부 기록.
에블린이 옆에서 말했다.
“3시간 뒤 자동실효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매번 말할 겁니다.”
“그러세요.”
◆12시 07분.
노스리버 시민망에 첫 공지가 올라갔다.
비상조정평의회는 7일 한시기구입니다. 기존 지방정부와 법원은 계속 운영됩니다. 모든 민간명령은 공개되며 자동종료시각을 가집니다.
댓글은 즉시 갈렸다.
‘임시정부다.’
‘정부 아니다.’
‘누가 케인을 뽑았냐.’
‘지역의회 무시하는 거 아니냐.’
‘그래도 물은 나오잖아.’
‘군정 아니면 됐다.’
‘7일 뒤 진짜 끝나는지 보자.’
노아미는 그 댓글들을 그대로 방송화면에 띄웠다.
편집장이 물었다.
“너무 공격적인 것까지 보여줄 필요 있어?”
“첫날부터 칭찬만 보여주면 선전방송입니다.”
노아미가 에이드리언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걸 뭐라고 부릅니까?”
“비상조정평의회요.”
“그건 이름이고요.”
“정부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정부라고 합니다.”
“7일 뒤 끝나면 아니었다는 걸 알겠죠.”
“안 끝나면?”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못했다.
에블린이 옆에서 말했다.
“그 질문 계속 하세요.”
노아미가 웃었다.
“그게 제 직업입니다.”
◆창밖으로 라이프라인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소리는 회의실까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화면에는 다음 도착시간이 떴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사람들이 내일까지 버틸 수 있게 서로 연결하는 조직입니다.”
노아미는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오후 1시, 첫 24시간 신임투표 시간이 시민망에 미리 공지됐다.
누군가 댓글에 썼다.
‘하루마다 다시 뽑는 책임자라니 미친 제도다.’
다른 사람이 답했다.
‘요즘엔 미친 제도가 오래가는 제도보다 낫다.’
에이드리언은 댓글을 읽다 화면을 껐다.
첫 공개브리핑이 끝난 뒤 에이드리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24시간 뒤 다시 신임투표.
7일 뒤 기구 자동종료.
3시간 뒤 첫 명령 자동실효.
자기 주변의 모든 권한에 시계가 붙어 있었다.
모리스가 말했다.
“편해 보이진 않네.”
“편하면 안 된답니다.”
“누가?”
“에블린.”
모리스가 웃었다.
“그 사람 오래 봐야겠다.”
에이드리언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일 자기가 계속 그 자리에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상황실 벽면에는 새 직함이 떴다.
COORDINATOR — ADRIAN KANE / EXPIRES 11:52 TOMORROW
이름 옆에 종료시각이 붙은 직책.
에이드리언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아직 누구도 그를 ‘오거나이저’라고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름이 붙기 전에도,
그가 하는 일은 이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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