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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9화 — 법

디 오거나이저 · 29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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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로스는 첫 회의에 늦었다.

12분.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물었다.

“이 중 누가 불법적인 명령을 내렸습니까?”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소개부터 하시죠.”

“에블린 로스. 노스리버 헌정연구원.”

그녀는 가방도 내려놓지 않았다.

“질문 다시 하겠습니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불법은 없었습니다.”

에블린이 그를 봤다.

“그건 법원에서 할 말이고요.”

리아가 작게 웃었다.

에이드리언은 웃지 못했다.

에블린은 지난 일주일의 기록을 읽었다.

전력 한시명령.

군 보안구역.

운송보증.

공동충돌협약.

대피절차.

우선순위 변경.

페이지가 길었다.

그녀는 한참 넘기다가 말했다.

“놀랍네요.”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문제가 많습니까?”

“반대예요.”

“그럼?”

“이만큼 했는데 아직 대부분 법 안입니다.”

모리스가 말했다.

“칭찬인가?”

“경고죠.”

에블린은 화면을 넘겼다.

“법이 위기를 견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이 법의 끝까지 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녀가 한 문장을 띄웠다.

3시간 한시명령. 72시간 협약.

“72시간 뒤엔요?”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중앙이 완전히 복구되면 끝냅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안 되면요?”

“갱신을—”

에블린이 바로 잘랐다.

“누가?”

그 질문이 핵심이었다.

“중앙정부가 갱신하면?”

토머스가 말했다.

“그럼 중앙이 복구됐다는 뜻이니 이 기구가 왜 필요하죠?”

에블린.

“지역의회?”

리아가 말했다.

“회기 열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럼 긴급전자회기.”

“통신 끊기면?”

“다음.”

하나씩 선택지를 지웠다.

에블린은 권한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권한이 남는 구멍을 찾는 사람처럼 보였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그렇게 다 막으면 위기 때 아무것도 못 하지 않습니까?”

“그 반대입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끝나는 방법이 명확해야 사람들이 시작을 허용합니다.”

오르테가가 고개를 들었다.

그 문장은 군인에게도 익숙한 논리였다.

작전에도 종료조건이 필요했다.

에블린은 새 초안을 만들었다.

노스리버 비상조정평의회

권한은 좁았다.

- 식량·물·전력·의료·교통·통신의 상호충돌 조정.

- 전략군 지휘권 없음.

- 경찰 수사권 없음.

- 과세권 없음.

- 기존 지방정부 해산권 없음.

- 민간재산 영구수용권 없음.

“이 정도면 아무것도 못 하는 것 아닙니까?”

토머스가 물었다.

“그래야 합니다.”

에블린이 말했다.

“필요한 것만 해야죠.”

“징발이 필요하면?”

라파엘이 물었다.

“기존 징발법.”

“느립니다.”

“그러면 기존법을 고칠 문제지, 이 기구에 백지수표 줄 문제는 아닙니다.”

에블린은 다음 장을 넘겼다.

긴급권 조정자가 3시간 한시명령.

조건:

- 이유 공개.

- 적용범위 공개.

- 비용 추정.

- 종료시각 명시.

- 사후감사 자동개시.

연장 참여기관 3분의 2 동의.

조정자 24시간마다 재신임.

전체기구 존속 7일.

7일 뒤 자동해산.

리아가 말했다.

“7일마다 다시 만들어요?”

“필요하면 의회가 법으로 만들겠죠.”

“의회가 작동하면.”

“작동하게 만드는 것도 정치의 일입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조정자는 누가 합니까?”

에블린이 그를 봤다.

“제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닙니다.”

“그럼요?”

“조정자를 어떻게 끌어내립니까?”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에블린은 그 침묵을 기다렸다.

“좋은 사람을 뽑는 규칙은 없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나쁜 사람이 들어와도 망하지 않게 만드는 규칙만 만들 수 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은 그 문장을 기억했다.

“과반 불신임?”

“너무 쉽습니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그럼 3분의 2?”

마라가 말했다.

“사람이 이상한 명령 하나 내렸는데 3분의 2 모을 때까지 기다려요?”

에블린이 말했다.

“개별명령은 법원 또는 관련기관이 긴급정지. 조정자 해임은 과반. 다만 후임 동시에 선출.”

“권력공백 방지.”

토머스가 말했다.

“네.”

“조정자 본인이 사임하면?”

“부조정자가 최대 6시간 대행.”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부조정자는?”

에블린이 말했다.

“지금부터 정해야죠.”

회의가 다시 길어졌다.

권력 하나를 만드는 데 종료방법은 여러 개가 필요했다.

저녁.

초안 마지막 조항.

종료

- 중앙지휘 정상화 시 자동권한축소.

- 7일 후 자동실효.

- 민간법원 또는 지역의회가 즉시 정지 가능.

- 군은 평의회 의장직을 맡을 수 없음.

- 비상조치 기록은 원칙적으로 공개.

- 기밀기록은 사유와 해제예정일을 함께 기록.

오르테가가 마지막 줄 근처를 보고 말했다.

“군은 의장이 될 수 없음.”

“네.”

“저를 믿지 않으시는군요.”

에블린이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모릅니다.”

“제복을 못 믿는다?”

“권력이 오래 남는 걸 못 믿습니다.”

오르테가는 몇 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저도 그렇습니다.”

에블린은 초안을 시험하듯 물었다.

“가정하죠. 내일 조정자가 ‘혼란 방지’를 이유로 언론망을 24시간 끊으라고 명령합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통신기술상 가능.”

노아미가 인상을 썼다.

에블린이 물었다.

“이 초안으로 막을 수 있습니까?”

법무직원이 조항을 찾았다.

“3시간 한시명령은 가능해 보입니다.”

“그럼 실패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조항이 수정됐다.

표현·언론·통신의 내용기반 차단은 평의회 권한 밖. 물리적 통신용량 배분만 가능.

다음 가정.

“조정자가 반대 시위를 이유로 대중교통을 끊으면?”

또 수정.

실제 악용상황을 상상할수록 문서는 길어졌다.

에블린은 세 번째 가정을 던졌다.

“조정자가 자기 가족이 소유한 회사에 수송계약을 몰아주면?”

토머스가 즉시 말했다.

“이해충돌 공개와 해당 안건 회피.”

“좋아요. 넣죠.”

네 번째.

“임기가 끝났는데 비상상황을 이유로 자리에서 안 내려오면?”

오르테가가 말했다.

“경찰이 끌어냅니까?”

라파엘이 피곤하게 웃었다.

“가능하면 그 전에 끝냅시다.”

자동권한만료 후 모든 시스템 서명키가 비활성화되는 조항이 들어갔다.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시스템이 권한을 끊도록 했다.

그날 처음으로 사람들은 좋은 조정자가 아니라 나쁜 조정자를 상상하며 제도를 만들었다.

그날 처음으로 에블린이 미소를 보였다.

회의가 끝난 뒤 에이드리언이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이 일을 하십니까?”

“헌법학이요?”

“아뇨. 지금 여기 오는 거.”

에블린은 가방을 들었다.

“전쟁 끝나고 나서 다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게 싫어서요.”

“실제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잖습니까.”

“있죠.”

그녀가 문을 열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기록하는 겁니다. 뭐가 정말 어쩔 수 없었는지.”

문이 닫혔다.

회의실을 나가기 전 에블린은 종이 한 장을 에이드리언에게 건넸다.

맨 위에는 굵게 적혀 있었다.

SUNSET CHECKLIST

- 이 권한이 아직 필요한가.

- 같은 목적을 더 약한 권한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

- 정상기관이 기능을 회복했는가.

- 연장하지 않을 때 발생할 위험은 무엇인가.

- 연장할 때 발생할 위험은 무엇인가.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매일 이걸 봅니까?”

“권력을 계속 쓸 때마다.”

“귀찮겠네요.”

“그래야죠.”

에블린이 말했다.

“비상권한이 편해지는 순간이 제일 위험합니다.”

에이드리언은 초안 첫 줄보다 마지막 종료조항을 한 번 더 읽었다.

에이드리언은 농담처럼 물었다.

“이 정도면 아무도 권력 맡기 싫어하지 않습니까?”

에블린이 바로 답했다.

“그게 목표 중 하나입니다.”

권력이 지나치게 매력적이면 설계가 잘못됐다는 말이었다.

모리스가 나중에 초안을 보고 말했다.

“사람 하나 쓰는데 규칙이 이만큼 필요해?”

에이드리언은 종료조항을 가리켰다.

“사람 하나라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규칙은 더 길어졌다.

그만큼 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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