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5화 — 기다려라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다음 날 오전 6시 40분.
중앙에서 메시지가 왔다.
현 지휘구조 유지. 신규 초기관 권한체 창설 금지. 추가 비상권한 행사는 중앙 승인까지 보류.
짧았다.
명확했다.
모리스가 말했다.
“기다리라네.”
에이드리언은 화면을 닫지 않았다.
중앙의 입장도 이해됐다.
지역마다 임의의 비상정부를 만들기 시작하면 전쟁보다 먼저 국가가 조각날 수 있었다.
핵무기가 사용된 다음 날이었다.
군사조직과 지방정부가 제각각 움직이는 상황은 그 자체로 전략위험이었다.
그래서 기다리라는 명령은 무능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오전 7시 12분.
남부 정수권역에서 긴급보고.
염소계 소독제 보충열차가 군사우선 화물 때문에 지연.
잔량 11시간.
중앙 승인 없이 군 화물 우선순위를 바꿀 수 없었다.
리아가 말했다.
“우회시키면 5시간 추가.”
마라가 물었다.
“11시간이면 되잖아요.”
수도 담당자가 말했다.
“열차가 한 번 더 밀리지 않는다는 전제면요.”
오르테가가 군 화물을 조회했다.
“이 화물, 방공부품입니다.”
“긴급?”
“등급은 최고.”
“실제 필요시점?”
오르테가가 잠깐 멈췄다.
“36시간 이후.”
리아가 말했다.
“그럼 소독제가 먼저 가야죠.”
“중앙 우선순위코드는 군이 위입니다.”
모두 에이드리언을 봤다.
그는 중앙명령을 다시 읽었다.
추가 비상권한 보류.
기다려라.
“예외승인 요청.”
법무직원이 말했다.
“접수하면 우리 협약상으로도 가장 안전합니다.”
“예상응답?”
아이리스가 중앙망 상태를 봤다.
“90분 표시.”
11시간과 90분.
표면적으로는 기다릴 수 있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요청 올리고 기다립니다.”
리아가 화면을 닫았다.
“알겠습니다.”
그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전 8시.
에이드리언은 기다렸다.
예외승인 요청.
접수.
응답 없음.
그 사이 다른 안건을 처리했다.
병원 식품.
철도연료.
위기근로자 숙소.
그런데 15분마다 소독제 열차 창을 다시 열었다.
모리스가 말했다.
“계속 보고 있어도 답 빨리 안 와.”
“압니다.”
“그럼 왜 봐?”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결정을 자기가 내렸기 때문이었다.
8시 52분.
중앙 예상응답 갱신.
180 MIN
리아에게서 바로 전화.
“계속 기다려요?”
“현재 잔량?”
수도 담당자.
“9시간 18분.”
“조금만 더.”
그 말을 하고 에이드리언은 스스로 불편해졌다.
‘조금만 더.’
정확한 기준이 없는 말이었다.
◆9시 17분.
정수시설 현장.
원수 탁도가 올라갔다.
전날 상류 폭우.
평소보다 소독제 소비량 증가.
잔량 예상.
7시간 40분.
수도 담당자가 말했다.
“이제 180분 기다리면 위험구간입니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방공부품 열차 지연시키면 실제 영향은?”
지역 방공사령부에 직접 확인.
답이 오는 데 6분.
“현재 재고와 정비상태 기준 6시간 지연 허용.”
리아가 말했다.
“답 나왔네요.”
법무직원이 말했다.
“중앙코드는 여전히 군 우선입니다.”
“그리고 중앙은 우리한테 기다리라 했죠.”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그는 자기 말이 변명처럼 들리는 걸 느꼈다.
◆10시 14분.
정수시설에서 세 번째 보고.
잔량 7시간 02분.
에이드리언은 의자를 밀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를 두 번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제가 군 화물 정지시키겠습니다.”
“권한 있습니까?”
“지역방위상 필요하면 있습니다.”
“중앙코드 위반입니다.”
“그래서 기록 남기죠.”
에이드리언은 그를 봤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케인, 명령을 지키는 것과 명령이 의도한 목적을 지키는 건 가끔 다릅니다.”
중앙이 군 화물을 우선한 이유는 방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을 끊어 도시를 마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방공부품 6시간 지연, 위험도?”
오르테가.
“현재 정보 기준 낮음.”
“정수소독제 6시간 지연?”
수도 담당자.
“높음. 악화 중.”
에이드리언은 법무직원을 봤다.
“우리 협약으로 조정 가능합니까?”
“각 기관이 자기 권한으로 동의하면.”
오르테가가 말했다.
“군 동의.”
수도.
“동의.”
리아.
“철도 실행 가능.”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꿉시다.”
◆10시 38분.
소독제 열차 출발.
철도 분기기가 바뀌었다.
군 방공부품 열차는 측선에서 대기.
리아가 말했다.
“예상 지연 4시간 12분.”
오르테가가 말했다.
“허용.”
11시 02분.
중앙에서 뒤늦게 답이 왔다.
예외 승인. 민간 생명유지 화물 우선 허용.
모리스가 화면을 보고 말했다.
“결국 승인됐네.”
에이드리언은 웃지 않았다.
“24분 늦게.”
“이번에는 문제 없었지.”
“다음에도 그럴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는 처음 요청한 7시 12분부터의 시간을 계산했다.
3시간 50분.
실제 결정은 중앙답이 아니라 현장기관끼리 정보를 확인한 뒤 나왔다.
중앙의 승인방향과도 같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불편했다.
만약 다음번에는 방향이 다르면?
◆오후 1시.
소독제 열차 도착.
정수시설 잔량은 4시간 51분까지 떨어져 있었다.
직원이 첫 용기를 연결했다.
수도 담당자가 영상으로 그 장면을 보여줬다.
“압력 정상. 소독계통 복귀.”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끝이었다.
도시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오늘의 성공이었다.
◆오후 2시 20분.
중앙 승인대기 목록에는 가장 오래된 건이 11시간을 넘었다.
내용은 대형 정책이 아니었다.
임시숙소 예산전환.
통신중계기 부품 긴급구매.
철도정비 인력의 지역간 이동허가.
각각은 작았다.
합치면 시스템을 붙잡는 일이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중앙이 일을 안 하는 게 아닙니다. 요청이 너무 많아서 못 따라오는 겁니다.”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무능한 중앙을 무시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과부하된 중앙을 기다릴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날 오후, 공동충돌 채널의 미결사안이 31건을 넘었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새로운 병목이 되고 있었다.
에이드리언은 중앙의 ‘신규 초기관 권한체 창설 금지’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 명령이 왜 필요한지도 알았다.
지금 현장이 왜 버틸 수 없는지도 알았다.
둘 중 하나가 멍청해서 생긴 충돌이 아니었다.
모리스가 물었다.
“그래서?”
에이드리언은 공동채널에 쌓인 31개 항목을 봤다.
“기다릴 수 없는 걸 기다리지 않고도 법 안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죠.”
“있을까?”
그날 저녁 법무팀은 에이드리언에게 경고문을 보냈다.
새로운 조정기구를 만들 경우 연방의 ‘초기관 권한체 창설 금지’ 명령과 충돌할 가능성 있음.
그는 법무실로 직접 갔다.
“가능성이라는 건 어느 정도입니까?”
법무책임자가 말했다.
“이름과 권한에 따라 다릅니다.”
“정부처럼 만들면?”
“명백히 문제.”
“기존 기관의 권한을 모으기만 하면?”
“회색.”
“회색은 합법입니까?”
“법률가한테 그런 질문 하지 마세요.”
에이드리언은 웃지 못했다.
“그럼 뭘 물어야 합니까?”
“어디까지 가면 선을 넘는지.”
법무실 직원 하나가 칠판 앞에 서서 말했다.
“한 가지 더요. 이름도 중요합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이름이요?”
“비상정부, 통합사령부, 최고위원회 같은 이름을 쓰는 순간 실제 권한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집니다.”
모리스가 말했다.
“그럼 지루한 이름이 좋겠네.”
“법에서는 보통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권력의 실체를 이름으로 오해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도 제도의 일부였다.
그들은 칠판에 적었다.
과세권.
경찰수사권.
군사지휘권.
법원대체.
지방정부 해산.
새로운 강제권.
전부 빨간색.
기존 기관의 자발적 협약.
자원충돌 조정.
한시적 위임.
전부 노란색.
에이드리언은 노란 영역을 봤다.
넓지는 않았다.
그래도 길은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 안에서 만듭시다.”
법무책임자가 말했다.
“그리고 종료조건부터.”
에이드리언은 31개의 미결안건을 다시 떠올렸다.
“없으면.”
그가 말했다.
“만들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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