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4화 — 신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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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의 통신은 세 시간째 불안정했다.
연료열차는 46분 정지한 뒤에야 움직였다.
군 요청이 취소됐다.
연료는 실제로 필요하지 않았다.
자동계획이 예전 전개안을 그대로 실행한 것이었다.
리아가 말했다.
“46분 날렸네요.”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저었다.
“충돌보다 싸게 먹혔습니다.”
“그건 맞아요.”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나쁜 결과를 피한 것뿐이었다.
◆문제는 한 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전력당국.
연방 자동지침: 산업전력 추가감축.
지역 전력운영자: 감축하면 복구 중인 변전소가 다시 불안정.
수도.
중앙 비상계획: 저수조 우선충전.
현장: 펌프를 그렇게 돌리면 전력피크 발생.
병원.
연방 의료망: 선택수술 전면중단.
마라: 일부 수술은 미루면 오히려 응급으로 악화.
각각의 명령은 다른 시간에, 다른 정보를 보고 만들어졌다.
모두 합법적이었다.
동시에 실행하면 서로를 망가뜨릴 수 있었다.
◆오후 6시 12분.
전력당국에서 첫 충돌전화가 왔다.
“연방지침대로 8% 추가감축 들어갑니다.”
지역 운영자가 말했다.
“안 됩니다.”
“연방코드 유효합니다.”
“변전소 복구시험 중입니다. 지금 떨어뜨리면 다시 동기화해야 합니다.”
“명령위반 책임은 누가 집니까?”
통화가 에이드리언에게 넘어왔다.
그가 물었다.
“추가감축 안 하면?”
“예비율 6.1%.”
“하면?”
“단기적으로 8.9. 대신 변전소 복귀가 최소 10시간 밀립니다.”
연방지침은 현재 예비율만 봤다.
지역운영자는 내일을 봤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한 시간 미룰 수 있습니까?”
“가능.”
“그 사이 중앙확인.”
“응답 안 오면?”
“다시 결정하죠.”
운영자는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계속 한 시간씩 미룹니까?”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오늘의 문제였다.
◆오후 7시.
노스리버 임시 다기관회의.
오르테가가 말했다.
“하나의 우선순위표가 필요합니다.”
마라가 바로 물었다.
“누가 만듭니까?”
침묵.
리아.
라파엘.
아이리스.
토머스.
전력.
수도.
식량.
각자 권한은 있었다.
전체 권한은 없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중앙이 복구될 때까지 상호충돌만 막는 임시 규칙을 만들죠.”
법무직원이 말했다.
“규칙을 누가 승인합니까?”
“각 기관이 자기 권한 범위에서 동시에 승인.”
“그건 협약이지 명령체계가 아닙니다.”
“지금은 협약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전투상황에서는?”
“군사작전은 군 지휘체계 유지.”
마라가 말했다.
“병원도 의료결정은 병원이 합니다.”
리아도.
“철도 안전권한은 안 넘깁니다.”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넘기자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뭘 만들자는 거죠?”
그는 답을 찾다가 말했다.
“서로를 망치지 않는 순서.”
◆초안을 만드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첫 임시 규칙은 단순했다.
1. 충돌하는 명령 발견 시 즉시 공동채널 등록.
2. 생명직결 서비스는 자동중단 금지.
3. 군사작전과 민간운영의 경계를 명시.
4. 30분 내 합의 불가 시 현장기관이 최소손실안을 시행.
5. 모든 결정은 기록하고 중앙 복구 후 감사.
법무직원이 말했다.
“‘최소손실’ 정의가 없습니다.”
리아가 말했다.
“현장에선 항상 정의하고 움직입니다.”
“법문에서는 안 됩니다.”
마라가 말했다.
“그럼 ‘각 기관의 법정책임 범위에서 회복가능성이 가장 높은 안’?”
법무직원이 메모했다.
“조금 낫습니다.”
토머스가 말했다.
“비용도 넣어야 합니다.”
“사람 죽는데 비용부터 봅니까?”
마라가 물었다.
“비용 무시하면 내일 사람 더 죽습니다.”
토머스가 말했다.
둘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에이드리언은 멈추지 않았다.
싸움도 정보였다.
결국 조항에는 생명·비가역손실·복구시간·재정비용을 함께 기록하도록 들어갔다.
어느 하나가 항상 최우선이라고 적지 않았다.
상황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법적 강제력은 약합니다.”
법무직원이 최종본을 보며 말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그래도 서명할 기관은?”
하나씩 올라왔다.
철도.
전력.
수도.
의료.
공공안전.
식량.
금융.
군은 마지막까지 기다렸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군사작전 예외 조항 명확히.”
“넣겠습니다.”
“민간자원 requisition은?”
법무직원이 말했다.
“현행법 범위. 협약으로 확대 못 합니다.”
오르테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군도 서명.
◆밤 9시 18분.
첫 공동충돌 채널이 열렸다.
10분 만에 세 건.
20분 뒤 일곱 건.
한 시간 뒤 열네 건.
사람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서로 다른 명령을 받고 있었는지 그제야 보였다.
공동채널이 열린 지 27분 만에 마라가 직접 화상에 들어왔다.
“병원 물탱크 충전 때문에 전력피크 잡힌 건 누가 올렸어요?”
수도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
“병원 쪽 요청이었습니다.”
마라가 자기 행정팀을 확인했다.
실제로 병원 시설팀이 비상저수조를 꽉 채우려 했다.
병원만 보면 합리적이었다.
도시전력망에서는 최악의 시간대였다.
“취소합니다.”
마라가 말했다.
“대신 세 시간 나눠서 충전.”
전력운영자가 계산했다.
“그럼 됩니다.”
에이드리언은 그 장면을 보았다.
공동채널은 다른 조직을 통제하기보다 자기 조직이 남에게 만드는 문제를 보게 했다.
첫 해결안은 소박했다.
전력 추가감축 3시간 유예.
그 사이 변전소 복구시험 완료.
결과.
예비율 8.4%.
연방지침의 목표에도 가까워졌고, 복구일정도 지켰다.
두 번째는 실패했다.
군 차량과 의료배송이 같은 우선도로를 요구했다.
합의까지 41분.
양쪽 다 늦었다.
마라는 말했다.
“30분 규칙부터 어겼네요.”
오르테가가 말했다.
“첫날이니까.”
에이드리언은 말했다.
“그 문장은 기록에 남기지 맙시다.”
이번에는 다들 웃었다.
모리스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
“신호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서로 말하기 시작하네.”
에이드리언은 공동채널에 계속 올라오는 항목을 봤다.
밤 10시 03분.
공동충돌 채널의 첫 공개요약이 시민망에 올라갔다.
내용은 화려하지 않았다.
- 전력 감축 3시간 유예.
- 군·의료 우선도로 충돌 해결 지연 41분.
- 정수펌프 운전안 조정.
- 미해결 11건.
댓글은 즉시 붙었다.
‘왜 군 요청을 지연시켰나.’
‘왜 병원은 항상 우선인가.’
‘41분 동안 뭐 했나.’
리아가 말했다.
“이걸 왜 공개해요? 욕만 먹는데.”
에이드리언이 답했다.
“나중에 잘된 것만 공개하면 우리가 항상 잘한 것처럼 보이니까요.”
토머스가 말했다.
“그건 꽤 매력적인 선택지인데.”
“그래서 안 해야죠.”
공개요약에는 실패도 들어갔다.
누가 틀렸는지는 적지 않았다.
무엇이 늦었고, 왜 늦었는지만 적었다.
공개표에 가장 많이 달린 질문은 의외로 하나였다.
누가 최종결정했습니까?
사안마다 답이 달랐다.
전력은 전력운영자.
의료는 병원.
군사작전은 군.
충돌조정은 공동합의.
시민들은 하나의 이름을 원했지만 현재 체계에는 하나의 이름이 없었다.
노아미는 방송에서 말했다.
“불편하지만 이것이 현재 구조입니다. 모든 것을 명령하는 한 명은 없습니다.”
그 문장은 안심을 주기도, 불안을 주기도 했다.
노아미는 방송에서 그 표를 그대로 보여줬다.
“노스리버 기관들은 현재 하나의 지휘체계가 아니라 충돌을 기록하는 공동채널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완벽한 체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민은 적어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과 그 문제가 어디에서 걸리는지 볼 수 있었다.
공개요약을 본 시민 한 명이 질문을 남겼다.
미해결 11건은 언제 다시 공개합니까?
에이드리언은 공개주기를 6시간으로 정했다. 공개주기 역시 협약기록에 남겼고, 공개하지 않은 항목에는 이유를 붙였다.
해결된 일만이 아니라 남아 있는 일도 계속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중앙망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그런데 노스리버 내부의 선은 조금씩 더 많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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