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0화 — 도착

디 오거나이저 · 20 / 31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아스터 베이 중앙창고의 문이 열린 것은 오전 6시 52분이었다.

라이프라인 본편성의 첫 곡물열차는 예정시간보다 12분 늦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기관차가 천천히 들어왔다.

선로 양옆에는 창고직원과 철도기사, 운송업체 직원들이 서 있었다.

몇몇이 박수를 쳤다.

리아는 시계를 먼저 봤다.

“12분 늦었네.”

기관사가 창문을 열었다.

“터널에 누가 철덩어리 세워놨잖아!”

이번에는 리아도 웃었다.

열차 뒤 화물칸이 하나씩 들어왔다.

밀.

대두.

감자가공 원료.

정수약품.

도시를 하루 먹일 양은 아니었다.

그래도 실제로 왔다.

지도 위 숫자가 아니라.

하역작업자들이 봉인을 확인했다.

첫 화차 문이 열렸다.

곡물이 흘러내렸다.

한 작업자가 장갑 낀 손으로 한 줌 받아 들었다.

“냄새 괜찮네.”

리아가 말했다.

“먹지 마요.”

“안 먹습니다.”

작업자가 웃었다.

“그냥 확인하는 거지.”

센서도 정상이라고 했다.

사람도 다시 확인했다.

그게 요즘 방식이었다.

노아 프라이스의 편의점에도 변화가 보였다.

오전 8시.

빵 배송.

평소의 60%.

우유 70%.

생수는 거의 정상.

점장은 구매제한을 유지했다.

“또 끊길 수 있으니까.”

며칠 전 생수 다섯 묶음을 가져가려던 남자가 다시 왔다.

오늘은 한 묶음만 들었다.

노아가 말했다.

“두 개까지 됩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집에 아직 있어.”

“그럼 왜 오늘 또 샀어요?”

남자는 잠깐 생각했다.

“없을 때 불안했나 봐.”

계산을 마친 뒤 그는 뒤에 서 있던 여성에게 말했다.

“먼저 하세요.”

노아는 그 모습을 봤다.

공포도 조금씩 재고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선반이 채워지면 사람의 행동도 조금 돌아왔다.

중앙의료원.

마라는 새 공급표를 봤다.

직접적인 의료물자는 많지 않았다.

대신 영양식 원료와 정수약품이 들어왔다.

도시 식량망이 살아 있으면 병원도 오래 버틸 수 있었다.

직원 한 명이 말했다.

“환자식 빵 제한 풀까요?”

“전부?”

“아침 한 끼는 가능.”

“풀어.”

“내일 다시 없으면요?”

“그럼 내일 다시 줄이지.”

마라는 그 말을 하고 잠시 멈췄다.

며칠 전엔 모든 결정을 며칠 뒤까지 안전하게 만들려고 했다.

지금은 하루씩 바뀌는 게 정상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에이드리언에게 짧게 보냈다.

라이프라인 본편성 확인. 의료망 영향 긍정적.

답은 간단했다.

다음 편성 준비 중입니다.

마라는 화면을 끄며 중얼거렸다.

“성공했다는 말은 절대 안 하네.”

간호사가 물었다.

“누구요?”

“숫자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한둘입니까?”

마라는 웃었다.

“한 명 더 생겼어.”

오전 11시 06분.

철도·도로·강운을 합친 지난 24시간 라이프라인 총수송량.

4,109톤.

초기 핵심회랑 1,600톤에서 시작한 뒤 처음으로 4,000톤을 넘었다.

상황실에서 박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리아도 막지 않았다.

아이작은 화면 너머에서 손뼉을 두 번 치고 멈췄다.

토머스는 바로 비용표를 열었다.

오르테가는 보안사건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사람마다 축하하는 방식이 달랐다.

모리스가 에이드리언 옆에서 말했다.

“축하해.”

“뭘요?”

“계획이 며칠을 살아남았잖아.”

에이드리언도 웃었다.

“기준이 많이 낮아졌네요.”

“세상이 기준을 낮췄지.”

노아미가 물었다.

“4천 톤이면 도시가 안전해진 겁니까?”

에이드리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그럼 뭐가 달라졌죠?”

리아가 대신 말했다.

“어제 끊기면 끝나는 선이었고, 오늘은 한 번 막혀도 다시 열 수 있는 선이 됐어요.”

노아미가 그 문장을 적었다.

그게 4,109라는 숫자보다 더 정확했다.

오후 12시 14분.

모든 화면이 동시에 검게 변했다.

한 줄.

STRATEGIC EVENT — CONFIRMATION PENDING

오르테가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략사건?”

아무도 몰랐다.

30초.

1분.

2분.

문구가 바뀌었다.

NUCLEAR DETONATION DETECTED

회의실에서 의자 하나가 바닥을 긁었다.

누군가가 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되지 않았다.

화면 아래 정보가 붙었다.

국외 전선.

대도시권 외부.

저위력 추정.

군사목표 인근.

원인 확인 중.

아무도 ‘전술핵’이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그 단어를 말하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았다.

모리스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그는 화면을 보면서도 몇 초 동안 커피잔을 내려놓지 못했다.

토머스가 자기 단말을 껐다.

아이리스는 자동으로 통신트래픽을 확인하다가 손을 멈췄다.

리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수치도, 노선도, 다음 편성도 보이지 않았다.

핵.

그 한 글자가 다른 모든 정보를 밀어냈다.

오르테가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쪽 직접위협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그 말에 아무도 안심하지 않았다.

4분 뒤.

경보가 다시 갱신됐다.

LOW-YIELD NUCLEAR WEAPON USE CONFIRMED

이번에는 아무도 숨을 크게 쉬지 않았다.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썼네.”

모리스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래.”

그 말뿐이었다.

에이드리언의 손목단말이 울렸다.

어머니에게서 한 줄.

우린 괜찮아. 너희 쪽은?

그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썼다가 지웠다.

괜찮다는 말은 너무 컸다.

`직접 피해는 없습니다. 연락 가능할 때 다시 할게요.`

전송.

창고 쪽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핵경보가 떠 있는 동안에도 하역작업자들은 밀 포대를 내렸다.

한 명이 화면을 보다가 멈췄고, 옆사람이 어깨를 두드렸다.

둘은 몇 초 서 있었다.

다시 움직였다.

밀 포대는 저절로 내려오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그 모습을 한참 봤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오늘 계획 중단합니까?”

바로 답하지 못했다.

10초.

어쩌면 20초.

그 정도는 필요했다.

“아니요.”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오늘 계획은 계속합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 라이프라인 편성을 열었다.

NEXT GRAIN CONSIST ETA 17:40

그 위에는 여전히 핵무기 사용 확인 경보가 떠 있었다.

핵무기가 다시 사용된 세계와,

오후 5시 40분에 들어와야 할 곡물열차.

그가 확인 표시를 누르자 리아가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17:40 편성 유지. 보안점검 추가로 +12분 가능.

에이드리언은 답했다.

허용. 사람부터 확인.

몇 초 뒤 아이작.

웨스트미어 다음 출고는 계획대로. 종자비축 제외.

마라.

병원 핵대응계획 점검 중. 현재 직접 영향 없음.

오르테가.

전략경보 단계 상향. 민간 운송 중단 권고 없음.

상황실 밖 복도에서 젊은 직원 하나가 울고 있었다.

가족이 폭발지역 근처 군기지에 있었다.

아직 연락이 안 됐다.

에이드리언은 지나가다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업무 들어가셔도 됩니다.”

직원이 먼저 말했다.

“괜찮습니다.”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말했다.

“가족확인 채널 우선권 요청해두겠습니다. 지금은 여기 있어도 되고, 나가도 됩니다.”

“제가 빠지면—”

“사람 한 명 빠진다고 무너지면 우리가 잘못 만든 겁니다.”

직원은 몇 초 뒤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가 한 번에 하나의 사건만 겪어주지는 않았다.

핵무기가 사용됐다고 식량문제가 사라지지 않았고, 식량열차가 온다고 핵무기가 덜 위험해지지도 않았다.

멀리 떨어진 웨스트미어에서도 핵사용 확인 경보가 울렸다.

아이작은 출고중단 여부를 묻는 직원에게 말했다.

“연방에서 멈추라고 했나?”

“아뇨.”

“그럼 계속.”

“핵을 썼는데요.”

아이작은 사일로를 봤다.

“그래서 더 보내야 할 수도 있어.”

같은 순간, 도시와 농촌이 서로 다른 화면을 보면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모리스가 말했다.

“이제부터 더 어려워질 거야.”

“압니다.”

“아니.”

모리스는 핵경보와 열차시간을 번갈아 봤다.

“둘 다 진짜라는 걸 계속 기억해야 하니까.”

에이드리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둘 다 봤다.

그리고 먼저 열차 쪽에 확인 표시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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