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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5화 — 철도여왕

디 오거나이저 · 15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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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모건은 ‘철도여왕’이라는 별명을 싫어했다.

첫째, 왕관이 없었다.

둘째, 왕이라면 기관사 400명에게 전화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셋째, 그 별명을 처음 붙인 사람이 노아미 브룩스였다.

“취소해요.”

리아가 말했다.

노아미가 웃었다.

“이미 방송 나갔는데요.”

“명예훼손입니다.”

“현장기사들이 더 좋아하던데요.”

“그 인간들이 제일 문제예요.”

옆에 있던 직원이 웃음을 참았다.

리아가 그를 봤다.

“왜.”

“아닙니다, 폐하.”

“야.”

상황실에 웃음이 터졌다.

이틀 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위기가 줄어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계속 긴장만 하고는 일을 못 한다는 걸 몸으로 배운 뒤였다.

리아는 통화를 끊고 운행표를 봤다.

라이프라인 둘째 날.

목표 1,600톤.

현재 예상 1,742.

어제보다 나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왜 늘었지?”

직원이 말했다.

“수동관제 적응했습니다. 차량도 더 들어왔고요.”

“병목.”

“오리슨 남부야드.”

화면에는 적재열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리아가 두 편을 다른 야드로 돌렸다.

거리 46킬로미터 증가.

도착 2시간 지연.

직원이 말했다.

“이러면 오늘 목표 못 채울 수도 있습니다.”

“안 돌리면 하나 막혔을 때 여섯 편이 같이 서.”

“막힐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몰라.”

리아는 화면을 닫았다.

“철도는 확률로 선로 하나 더 생기지 않아.”

“그럼 감으로 돌리는 겁니까?”

리아가 그를 봤다.

“경험.”

“그게 감이랑 뭐가 다릅니까?”

“감은 설명 못 하고, 경험은 나중에 욕먹을 근거가 남아.”

직원이 피식 웃었다.

리아는 우회결정 사유를 기록했다.

남부야드 포화 위험 완화. 총 운송시간 +2h, 동시정지 위험 -추정.

숫자로 못 쓰는 부분은 문장으로 남겼다.

정오 무렵, 에이드리언이 운영본부에 직접 왔다.

리아가 말했다.

“오늘은 화면 말고 진짜 기차 보러 왔어요?”

“그렇게 들리네요.”

“발전했네.”

야드에서는 기관차 냄새와 브레이크 분진이 섞였다.

사람 목소리.

금속음.

욕설.

지도에서는 선 하나였던 물류가 여기서는 손과 발로 움직였다.

에이드리언은 몇 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아가 물었다.

“생각보다 더럽죠?”

“더 시끄럽습니다.”

“화면에는 소리 없으니까.”

화물열차가 지나갔다.

에이드리언은 자동으로 화차번호를 보려다 곁에 있던 작업자가 손으로 차륜 온도를 확인하는 걸 봤다.

“센서 없습니까?”

“있죠.”

작업자가 말했다.

“근데 오늘은 센서도 거짓말할 수 있잖아요.”

그는 장갑 낀 손으로 다시 차축 주변을 확인했다.

에이드리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 작업자가 뛰어왔다.

“4번 적재기 기계고장.”

리아가 물었다.

“예비?”

“없습니다.”

“수동?”

“인력 스무 명.”

리아가 주변을 봤다.

“8번 라인은?”

“소비재.”

“사람 빼.”

“그럼 8번 멈춥니다.”

“4번은?”

“곡물.”

“그럼 질문 끝.”

작업자들이 움직였다.

에이드리언은 옆에서 보고만 있었다.

리아가 물었다.

“왜 조용해요?”

“제가 끼면 느려질 것 같아서요.”

“그 판단은 계속 유지하세요.”

20분 뒤 적재기가 사람 손으로 돌아갔다.

느렸다.

등과 팔을 써야 했다.

자동장비보다 세 배 많은 사람이 붙었다.

그런데 곡물은 움직였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저 인력 계속 쓸 수 있습니까?”

“오늘은.”

“내일은?”

“그래서 정비부품을 요청한 겁니다.”

문제는 언제나 다음 문제를 데리고 왔다.

오후 2시.

아스터 베이 쪽에서 긴급요청.

의료용 냉각재 열차를 우선통과시켜달라는 요청이었다.

그걸 먼저 보내면 웨스트미어 곡물 두 편이 90분 밀린다.

에이드리언이 마라에게 물었다.

“의료 쪽 한계는?”

“현재 8시간. 세 시간 지연까지는 괜찮습니다.”

리아가 말했다.

“곡물은 야간점검 전에 터널을 통과해야 해요.”

마라가 바로 답했다.

“그럼 곡물 먼저.”

“확실합니까?”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마라가 말했다.

“제가 의료 쪽 한계시간을 말했고, 리아가 철도 쪽 한계시간을 말했잖아요. 답 나왔습니다.”

결정은 끝났다.

리아가 에이드리언을 봤다.

“조정자 실직하겠네요.”

“좋은 소식입니다.”

마라가 화면에서 말했다.

“실직하기 전에 병원 필터 60개는 돌려보내세요.”

“이미 보냈습니다.”

“그럼 하루 더 고용.”

이번엔 셋 다 웃었다.

오후 4시 40분.

아침에 우회시킨 열차 두 편이 예상보다 17분 빨리 오리슨을 빠져나갔다.

남부야드는 막히지 않았다.

직원이 말했다.

“아침 판단 맞았습니다.”

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다음에도 맞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저녁 6시.

예상 처리량.

1,811톤.

목표 초과.

직원이 말했다.

“이제 박수쳐도 됩니까?”

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도착하고.”

“어디까지?”

“아스터 베이 창고.”

“너무 엄격한데요.”

“철도는 중간까지 가면 아무것도 배달한 게 아니야.”

리아는 숫자를 닫고 내일 운행표를 열었다.

그때 에이드리언의 단말이 울렸다.

발신자는 아이작 벨.

추가 곡물 필요하면 내일 웨스트미어로 직접 오십시오. 생산자 대표들과 조건 다시 봐야 합니다.

리아가 메시지를 훑어봤다.

“농부들한테 불려가셨네요.”

“그렇게 보입니다.”

“잘 다녀오세요.”

“조언 있습니까?”

리아는 잠깐 생각했다.

“그 사람들한테 ‘몇 톤 더’부터 묻지 마세요.”

“그럼 뭘 묻죠?”

“다음 달에도 몇 톤을 보낼 수 있는지.”

에이드리언은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화면 한쪽에서는 오늘의 화물이 움직였다.

다른 쪽에는 다음 달의 조건이 떠 있었다.

그날 야드를 나가기 전, 에이드리언은 아까 수동적재를 하던 작업자들을 다시 봤다.

한 명은 팔에 냉각팩을 대고 있었다.

“다쳤습니까?”

“근육통이요.”

“내일도 합니까?”

작업자가 웃었다.

“부품 안 오면요.”

“부품 언제 옵니까?”

리아가 뒤에서 말했다.

“내일 오후 예정.”

에이드리언은 자동으로 그 부품편성을 우선순위표에서 찾으려 했다.

리아가 말했다.

“지금 올리지 마세요.”

“왜요?”

“필수라고 다 1순위 올리면 다시 아무것도 1순위 아니게 돼요.”

그는 손을 멈췄다.

“그럼?”

“내일 오전 상태 보고 결정.”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문제를 발견한 순간 해결하려 드는 것도 일종의 병목이었다.

운영본부를 나오던 에이드리언은 노아미에게 다시 붙잡혔다.

“철도여왕이란 별명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왜 답합니까?”

“같이 일하니까요.”

에이드리언은 야드 쪽을 봤다.

리아는 이미 다음 편성 문제로 누군가와 언쟁 중이었다.

“싫어할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럼 왜 계속 씁니까?”

노아미가 웃었다.

“사람들이 기억하니까.”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보다 별명이 먼저 남으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노아미가 잠시 그를 봤다.

“그 말 나중에 본인한테도 해드릴게요.”

“저한테 왜요?”

“모르죠. 세상이 별명 붙일 일 생길지.”

그때는 둘 다 웃고 넘겼다.

노아미가 떠난 뒤 에이드리언은 자기 이름이 방송 자막에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처음 확인했다.

생각보다 많았다.

그는 홍보팀에 메시지를 보냈다.

개인 이름보다 담당기관·현장책임자 우선 표기 요청.

답장이 왔다.

언론 표기는 통제할 수 없음. 공식자료는 반영 가능.

그 정도면 됐다.

지금 필요한 건 얼굴이 아니라 다음 화물을 누가 책임지는지였다.

에이드리언은 자기가 몇 년 뒤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 몰랐다.

지금은 웨스트미어에서 내일 실을 곡물이 더 중요했다.

그는 다음 날 이동일정을 직접 확인했다. 회의보다 이동시간이 더 길었다.

화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이제는 예외가 아니라 업무가 되고 있었다.

라이프라인이 하루를 버티려면 열차가 필요했다.

한 달을 버티려면,

열차에 실을 것이 계속 생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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