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화 — 21일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오후 2시 26분.
새 식량지표는 21.3일이었다.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마지막 확정 기준값은 27.1일이었다.
오늘 21.3일.
식량이 몇 시간 만에 6일치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계산방식이 바뀌었다.
평시 소비량이 아니라 현재 구매행동과 유통손실을 반영했다.
“최악 시나리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식량안정국 담당자가 답했다.
“아닙니다. 현재 행동이 72시간 지속된다는 가정입니다.”
“사재기 줄면?”
“늘어납니다.”
“항만 더 막히면?”
“줄어듭니다.”
모리스가 말했다.
“숫자 하나에 너무 많은 조건이 달렸네.”
“그래서 범위로 보죠.”
담당자가 화면을 바꿨다.
17.8 ~ 26.9 DAYS
에이드리언은 그 숫자가 더 마음에 들었다.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값 21.3.”
“네.”
“우리 목표는?”
“최소 30일까지 올려야 재배치할 시간이 생깁니다.”
30일.
며칠 전에는 한 달도 안 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고, 오늘은 한 달이 목표가 됐다.
“시민에게도 범위 공개합니까?”
노아미가 물었다.
식량안정국 담당자가 난색을 보였다.
“17.8만 헤드라인에 걸립니다.”
“21.3 하나만 내보내면 내일 바뀌었을 때 거짓말했다고 합니다.”
에이드리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범위와 조건 같이 공개하죠.”
“공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미 줄 서 있습니다.”
노아미가 말했다.
“모르는 채 줄 서는 것보다 낫습니다.”
결국 시민공지에는 이렇게 나갔다.
현재 배급가능 식량 추정: 약 18~27일. 수송·구매행동에 따라 변동 가능.
숫자는 불편했다.
그래도 숨기지는 않았다.
◆회의실 문이 열렸다.
토머스 베일이 들어왔다.
노스리버 금융안정국.
옷은 지나치게 단정했고, 표정은 지나치게 피곤했다.
“누가 소매구매 제한을 더 걸자고 했습니까?”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아직 결정 안 했습니다.”
“강하게 걸지 마세요.”
식량안정국 담당자가 눈을 좁혔다.
“왜요?”
토머스가 화면을 띄웠다.
전날 밤부터 발생한 비공식 거래.
개인 간 거래.
기업 간 선결제.
물류공간 예약.
“공식 가격을 강하게 눌러두면 부족한 물건은 암시장으로 갑니다.”
“가격을 풀면 저소득층이 못 삽니다.”
“그래서 가격을 풀자는 게 아닙니다.”
토머스가 말했다.
“구매량 제한은 필요해요. 대신 유통업체한테 ‘팔면 손해’가 되게 만들면 안 됩니다.”
“보전?”
“차액 일부를 재난기금에서 보전. 대신 재고·판매량 전부 공개.”
“사기.”
“생깁니다.”
토머스가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표본감사. 완벽하게 막으려다 유통을 멈추면 더 비쌉니다.”
모리스가 중얼거렸다.
“정부가 사재기는 막고, 상점은 계속 팔게 만든다.”
“그게 목표죠.”
완벽한 안은 아니었다.
재정이 든다.
부정청구가 생긴다.
잘못된 업체도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반이 비는 것보다는 나았다.
에이드리언은 토머스에게 말했다.
“시범구역 세 곳.”
“다섯 곳은 해야 데이터가 나옵니다.”
“첫 여섯 시간은 세 곳. 장애 없으면 두 곳 추가.”
토머스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처음부터 다섯 곳 터지는 것보단 낫죠.”
◆오후 3시 10분.
시범구역 중 한 곳.
아스터 베이 남부의 중형 슈퍼마켓.
가격은 평소와 비슷했다.
대신 구매한도.
쌀 10킬로그램.
생수 2묶음.
통조림 12개.
고령자인 여성이 계산대에서 항의했다.
“우리 집 여섯 명이야.”
직원이 말했다.
“계정당 한도입니다.”
“계정은 나 혼자인데 사람은 여섯이야.”
시스템이 멈췄다.
가구등록 데이터와 구매계정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매장 관리자가 임시로 가족수 증빙창을 열었다.
줄이 길어졌다.
뒤에서 불만이 나왔다.
토머스는 현장 데이터를 보고 말했다.
“봐요. 구매한도만 걸면 이런 게 터집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해결은?”
“가구 기준으로 바꾸면 개인정보 문제. 그냥 계정이면 불공정.”
“그럼?”
토머스가 말했다.
“기본한도는 계정. 추가분은 점포 재량. 대신 추가승인 기록.”
“사람이 판단하게?”
“네.”
“부정 생깁니다.”
“또 그 얘기네요.”
토머스가 피곤하게 웃었다.
“부정 0%인 시스템은 물건도 0개씩 나눠주면 됩니다.”
에이드리언은 반박하지 않았다.
현장규칙이 바뀌었다.
완벽하지 않았다.
줄은 조금 빨라졌다.
◆오후 4시.
아이작 벨이 농업권역에서 연결됐다.
“도시 구매속도 봤습니다.”
“네.”
“사람들이 무서운 거겠죠.”
“그렇습니다.”
“농가도 무섭습니다.”
아이작이 말했다.
“비료랑 연료 공급계획 언제 나옵니까?”
에이드리언은 대답을 미루지 않았다.
“오늘 밤 초안.”
“그 전엔 추가물량 못 줍니다.”
“알겠습니다.”
“징발권 얘기 나오면?”
“현재 계획 없습니다.”
“현재.”
아이작이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에이드리언은 숨기지 않았다.
“상황이 더 나빠지면 법적으로 가능한 선택지긴 합니다.”
아이작이 한동안 화면을 봤다.
“솔직해서 좋긴 하네요.”
“좋다는 표정은 아니신데요.”
“그건 별개죠.”
“농가에서 가장 걱정하는 게 뭡니까?”
“곡물 뺏기는 거.”
“그 다음은?”
“도시가 약속한 걸 안 보내는 거.”
연료.
비료.
부품.
의약품.
도시는 농촌 식량을 필요로 했고, 농촌도 도시의 산업을 필요로 했다.
한쪽이 다른 쪽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아니었다.
통화는 끊기지 않았다.
◆오후 6시 10분.
첫 세 곳에서 필수품 차액보전+구매한도 정책이 시작됐다.
여섯 시간 동안 결제망과 재고연동이 버틴 뒤 두 곳이 추가됐다.
한 곳은 실패.
온라인 예약이 몰려 서버가 멈췄다.
두 곳은 거의 변화 없음.
두 곳은 대기줄이 줄었다.
토머스가 말했다.
“보셨죠?”
“무엇을요?”
“정책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게 아니라 장소별로 다르게 망합니다.”
에이드리언이 웃었다.
“그건 위로가 안 되네요.”
“현실은 원래 위로용이 아닙니다.”
실패한 점포는 온라인예약을 닫고 현장 번호표 방식으로 돌아갔다.
낡았지만 작동했다.
◆밤 8시.
재산정된 식량범위.
18.6 ~ 27.4 DAYS
중앙값 22.1.
조금 올랐다.
하루도 안 되는 변화.
하지만 방향은 위였다.
그때 해상물류팀이 회의에 들어왔다.
“문제가 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무슨 문제죠?”
“우회항이 더 이상 답이 아닙니다.”
지도.
해상통제구역.
보험제한.
민간회항.
군사우선항로.
열려 있던 바다가 점점 좁아졌다.
담당자가 말했다.
“이 상태면 항만을 살리는 게 아니라 항만 없이 사는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아스터 베이는 바다를 보고 성장한 도시였다.
항만은 도시의 심장 같은 것이었다.
에이드리언은 회색으로 닫혀가는 해상지도를 축소했다.
그 뒤에 보인 것은 내륙이었다.
철도.
강.
호수.
농업지대.
“그럼.”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바다 없이 계산해봅시다.”
회의가 끝난 뒤 토머스가 에이드리언을 불렀다.
“하나 빠졌습니다.”
“뭐가요?”
“저소득층.”
토머스는 시범구역 데이터를 보여줬다.
구매한도가 있어도 돈이 없는 사람은 한도까지 살 수 없었다.
가격보전이 공급자를 살렸지만, 소비자의 지갑을 채우진 않았다.
“현금성 지원?”
“가능합니다. 대신 사재기 보조금이 될 수도 있어요.”
“식품전용?”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당장 굶는 사람이 있습니까?”
“공공급식소 이용자 18% 증가.”
답은 이미 있었다.
“급식소부터 늘리죠.”
토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금지원은 데이터 더 보고.”
정책 하나를 고치면 항상 그 밖에 있던 사람이 보였다.
토머스가 나가며 말했다.
“케인 씨.”
“네.”
“숫자 21일이라고 계속 부르지 마세요.”
“왜요?”
“사람들이 카운트다운으로 받아들입니다.”
에이드리언은 잠시 생각했다.
다음 브리핑부터 표기가 바뀌었다.
배급가능 범위: 18~27일 / 현재 조건 기준
끝나는 날짜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작은 문구 차이였다.
그날 처음으로 누군가 아스터 베이의 생존계획에서 바다를 지웠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