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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1화 — 빈 선반

디 오거나이저 · 11 / 31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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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는 뉴스보다 먼저 편의점에서 시작됐다.

오전 7시 18분.

노아 프라이스는 우유 진열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원래라면 아침배송이 들어와야 했다.

오늘은 절반.

빵은 더 적었다.

생수는 두 시간 전부터 박스째 나갔다.

“한 사람당 두 개입니다.”

노아가 말했다.

중년 남자가 카트 안의 생수 다섯 묶음을 가리켰다.

“돈 내잖아.”

“그래도 두 개입니다.”

“정부가 제한하래?”

“점장님이요.”

“그게 법이야?”

노아는 잠시 생각했다.

“아뇨.”

남자가 카트를 밀었다.

“그럼 비켜.”

노아는 비키지 않았다.

스무 살도 안 된 편의점 직원과, 백 살은 훌쩍 넘었을 것 같은 고객이 생수 박스 사이에서 서로를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우스운 장면이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뒤에서 누군가 말했다.

“그냥 두 개만 가져가요.”

또 다른 사람이 받았다.

“나도 애 있는데.”

목소리가 커졌다.

노아는 계산대 아래 비상버튼에 손을 댔다.

누르지는 않았다.

그때 매장 스피커가 켜졌다.

점장의 목소리.

“현재 공급지연으로 일부 품목 구매수량을 임시 제한합니다. 재고는 추가입고 예정입니다.”

남자는 주변을 봤다.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있었다.

결국 생수 세 묶음을 카트에서 내렸다.

“추가입고 언제?”

노아가 대답하지 못했다.

점장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몰랐다.

그게 생수보다 더 불안했다.

같은 시각, 아스터 베이 북부의 대형 유통센터에서는 사람 대신 숫자가 먼저 싸우고 있었다.

재고관리 AI는 수요가 평소의 2.6배로 늘자 가격과 배차를 자동조정하려 했다.

노스리버 행정명령은 생활필수품 급격한 가격인상을 막았다.

결과는 간단했다.

가격은 그대로.

주문만 몰렸다.

에이드리언은 유통센터 회의실에서 그 화면을 보고 있었다.

“수요를 막을 수 있습니까?”

유통사 책임자가 말했다.

“계정당 구매한도는 걸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점포별.”

“그러면 사람들이 여러 점포를 돕니다.”

“맞습니다.”

모리스가 옆에서 말했다.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니까.”

유통사 책임자가 다른 그래프를 띄웠다.

“문제는 실제 부족과 기대부족이 섞였다는 겁니다.”

“구분 가능합니까?”

“일부 품목은요.”

생수.

현재 공급 감소 12%.

구매 증가 310%.

쌀.

공급 감소 18%.

구매 증가 240%.

분유.

공급 감소 4%.

구매 증가 170%.

에이드리언은 분유에서 시선을 멈췄다.

“분유는 구매한도 걸면 안 됩니다.”

“왜요?”

“필요량 편차가 큽니다.”

“그럼 먼저 없어집니다.”

노아미 브룩스가 원격으로 연결돼 있었다.

“정부에서 오늘 공급량만 공개하는 건 어떻습니까?”

유통사 책임자가 그녀를 봤다.

“전체 재고가 아니라?”

“네. 오늘 입고되는 물량과 구매한도. 사람들이 ‘없다’와 ‘조금 늦는다’를 구분할 수 있게.”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품목별로 다르게 하죠.”

생수와 곡물은 한도.

분유·특수식·의료식은 구매이력 기반 예외.

고령자와 장애인은 배송할당.

“시스템 변경에 두 시간.”

유통사 책임자가 말했다.

“그동안은?”

모리스가 답했다.

“사람이 설명해야지.”

노아미가 웃었다.

“그게 제일 느린 시스템 아닌가요?”

“가끔은 제일 잘 먹혀.”

오전 8시 52분.

아스터 베이 생활필수품 공급공지 첫 버전이 나갔다.

- 생수 구매수량 제한.

- 밀가루·쌀·대체곡물 추가배송 예정.

- 의료용품 개인대량구매 제한.

- 영유아·특수의료식 예외창구 운영.

- 오늘 예정된 배급센터 운영시간 공개.

재고 총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오늘 실제로 들어오는 것을 공개했다.

노아미는 방송에서 숫자 옆에 시간을 붙였다.

“이 정보는 오전 8시 50분 기준입니다. 오후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앵커가 물었다.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이미 불안합니다.”

노아미가 말했다.

“불확실성을 숨긴다고 사라지진 않습니다.”

노아의 편의점에도 공지가 도착했다.

점장은 화면을 매장 앞에 붙였다.

오전 11시 추가 생수배송.

오후 1시 제빵용 곡물 입고.

노아는 그제야 고객에게 시간을 말할 수 있었다.

“11시에 또 들어옵니다.”

아까의 남자가 돌아보며 물었다.

“확실해?”

노아는 화면을 봤다.

“지금은요.”

“‘지금은’이 뭐야.”

“저도 그 이상은 몰라요.”

남자는 잠깐 그를 보더니 생수 두 묶음만 들고 계산대로 갔다.

뒤에 서 있던 여성이 말했다.

“나 하나만 더 가져가도 돼요? 어머니 집에 보내야 해서.”

규칙은 두 개였다.

그녀 카트에는 이미 두 묶음.

노아는 점장을 봤다.

점장이 잠깐 고민했다.

“배송주소 등록하면 한 묶음 별도.”

여성은 주소를 입력했다.

규칙이 현장에서 조금 바뀌었다.

누군가에게 특혜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규칙을 너무 딱딱하게 지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같은 줄에서 잘렸다.

노아는 그날 처음으로 배급이 물건을 나누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오전 10시 03분.

아스터 베이 남부의 다른 점포에서 군중이 유리문을 밀었다.

문이 깨졌다.

한 명이 넘어졌다.

사람들이 멈추지 못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총격은 없었다.

대신 열세 명이 다쳤다.

그중 셋은 중상이었다.

아스터 베이 공공안전국 현장조정관 라파엘 소토가 영상을 보며 말했다.

“이걸 약탈로 분류하지 마세요.”

부하가 물었다.

“절도도 발생했습니다.”

“발단은 압사위험입니다. 약탈사건으로 발표하면 다음 매장마다 무장경비부터 세웁니다.”

“그럼 뭐라고 합니까?”

“군중안전사고. 절도는 별도 수사.”

“언론은 약탈이라고 쓸 텐데요.”

라파엘은 노아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영상 봤죠?”

“봤습니다.”

“약탈 프레임 먼저 쓰지 마세요.”

“도난은 있었는데요.”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문을 민 이유는 재고소문입니다.”

노아미가 말했다.

“그럼 둘 다 말하죠.”

“그게 제일 낫습니다.”

둘 다 있었다.

사람들은 무서워서 몰렸고, 그 틈에 훔친 사람도 있었다.

세상은 하나의 이름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정오.

에이드리언의 단말에 새로운 추정치가 떴다.

생활필수품 소비속도.

평시의 1.74배.

모리스가 말했다.

“27일이 그대로 27일은 아니겠군.”

에이드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그들이 확보한 2.5일.

오늘 아침 사람들이 사들이는 속도만 보면 그 절반이 다시 사라질 수 있었다.

“사재기와 실제 소비는 다르죠?”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유통사 책임자가 말했다.

“네. 집에 들어간 물건은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도시 전체 재고에는 남아 있지만 공공배급망에서는 사라진다.”

“맞습니다.”

“그럼 다음 계산에는 둘 다 보여주세요.”

공공재고.

가정추정재고.

상업재고.

서로 다른 세 숫자.

모리스가 말했다.

“점점 숫자가 늘어나는데.”

“한 숫자로 줄였다가 어제 당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식량안정국에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소비행동 반영한 배급가능일수 재산정 요청. 범위값 포함.

답이 왔다.

예상 2시간.

에이드리언은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11분.

매장 밖에서는 아직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하지만 아침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줄 끝의 사람들이 11시 배송시간을 알고 있었다.

식량이 부족한 것보다 더 위험한 건,

사람들이 식량이 부족할 거라고 동시에 믿는 순간일 수도 있었다.

오후 12시 40분.

노아의 편의점에 약속했던 제빵용 물량이 들어왔다.

예정시간보다 18분 늦었다.

사람들은 그 18분 동안 계속 입구를 봤다.

배송차가 골목에 들어오자 누군가 박수를 쳤다.

노아는 조금 민망해서 웃었다.

배달기사는 문을 열며 말했다.

“빵이 아니라 밀가루인데 왜 박수쳐요?”

점장이 답했다.

“오늘은 비슷해요.”

박스가 매장 안으로 옮겨졌다.

모두에게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그래도 오전 공지에 적힌 시간이 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그 사실만으로 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식량은 배를 채웠다.

예정대로 도착한 한 대의 배송차는 조금 다른 것을 채웠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바꾸는 데는 물건만큼 정보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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