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화 — 3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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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36분.
리아 모건은 자동배차 시스템이 멈추자 오히려 머리가 맑아졌다.
시스템이 살아 있을 때는 사람이 시스템을 설득해야 했다.
지금은 그냥 사람이 결정하면 됐다.
“전 노선 안전정지.”
“화물열차 61편이 현재 구간에 있습니다.”
“알아.”
“중앙 AI 없이는 못 돌립니다.”
리아가 직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철도는 AI가 생기기 전에 이미 백 년 넘게 굴러갔어.”
“지금 선로는 그때랑 다릅니다.”
“그래서 네가 있잖아.”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리아는 종이 운행표를 출력했다.
젊은 직원이 신기한 얼굴로 봤다.
“진짜 종이 쓰세요?”
“종이는 서버 재부팅 안 해.”
“불은 붙잖아요.”
“그러니까 커피 쏟지 마.”
상황실에서 웃음이 났다.
짧았다.
리아는 노선표에서 NRX-1842를 찾았다.
웨스트미어 첫 곡물열차.
계약된 두 편 중 첫 번째.
현재 정차.
“1842 기관사.”
잠시 뒤 목소리.
“여기는 1842.”
“현재 위치?”
“아든 크로스 서쪽 31킬로.”
“앞 신호?”
“적색.”
“자동신호 믿습니까?”
기관사가 웃었다.
“안 믿어서 서 있습니다.”
“좋네요. 로컬 관제 붙입니다. 확인 전에는 40 이상 내지 마세요.”
“1만2천 톤입니다. 40도 빠릅니다.”
“그럼 당신 판단대로.”
리아는 통화를 끊었다.
화면 속 열차보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진짜였다.
◆문제는 로컬 관제소였다.
평소에는 무인에 가까운 곳이 많았다.
자동신호가 대부분을 처리했고, 사람은 예외만 봤다.
리아는 인력목록을 열었다.
현직.
휴무.
교육.
퇴직자 예비명단.
“아든 크로스 동부 관제, 오늘 근무 누구?”
“자동운영이라 한 명뿐입니다.”
“세 명 필요.”
“어디서 빼죠?”
“퇴직예비.”
직원이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 교육이 8년 전인 사람도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보다 낫다면 부르자.”
첫 전화.
응답 없음.
두 번째.
“여보세요?”
“노스리버 화물철도입니다. 비상근무 가능하십니까?”
상대가 잠깐 침묵했다.
“내가 은퇴한 지 십일 년인데.”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요즘 신호체계 몰라.”
“오늘은 옛날 방식 쓸 겁니다.”
또 침묵.
“차 보내.”
리아가 전화를 끊었다.
직원이 물었다.
“진짜 옵니까?”
“철도 사람은 열차가 서 있으면 잠이 안 와.”
◆오후 12시 50분.
아이리스가 만든 지상 위치채널이 철도망으로 들어왔다.
정확도는 낮았다.
그런데도 로컬 관제소가 열차가 어느 블록에 있는지 확인하는 데는 충분했다.
첫 번째 구간.
개방.
두 번째.
수동확인.
세 번째.
진행.
1842가 다시 움직였다.
시속 28킬로미터.
평소 같으면 답답할 속도였다.
오늘은 기적처럼 보였다.
직원이 말했다.
“평시 처리량의 21%입니다.”
리아가 답했다.
“어제 오후엔 0이었어.”
화면 아래에서 다른 경보가 떴다.
CREW HOURS EXCEEDED — 1842
기관사 근무시간이 법정 한계에 가까웠다.
직원이 말했다.
“비상면제 걸면 됩니다.”
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교대기사.”
“도착까지 세 시간.”
“열차는 두 시간 뒤 교대역.”
“면제면 바로 갈 수 있는데요.”
“피곤한 사람이 1만2천 톤 몰고 가는 게 더 빠른 방법처럼 보여?”
리아는 교대기사를 태운 차량을 역으로 보냈다.
열차는 17분 더 기다려야 했다.
속도는 느려졌다.
그런데 계속 갈 수 있었다.
◆오후 1시 22분.
에이드리언에게서 전화가 왔다.
“1842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리스 쪽 덕분입니다.”
“필요한 건?”
“디젤.”
“전기기관차 아닙니까?”
“주력은요. 야드 셔터, 정비차, 구형 기관차, 비상발전기 다 디젤 씁니다.”
“얼마나?”
“안전운영 80만 리터. 최소 60.”
“군이랑 겹칩니다.”
“알아요.”
“제가—”
리아가 말을 잘랐다.
“싸우지 말고 배분하세요.”
잠깐 침묵.
“요즘 다들 저한테 조언을 많이 하네요.”
“필요해 보여서요.”
“최소 60, 안전 80. 맞죠?”
“맞습니다.”
“왜 80이 안전인지도 보내주세요.”
“이번엔 시스템 말만 안 믿으려고요?”
“배우는 중입니다.”
리아가 피식 웃었다.
“보내드리죠.”
◆오후 2시 48분.
모든 교통·의료·에너지 기관에 연방 우선메시지가 도착했다.
FEDERAL CONTINUITY PREPARATION ORDER
비상 인력 2개조 유지.
연료 72시간분 확보.
민간 대피노선 사전점검.
군수수송 예비슬롯 확보.
그리고 마지막.
MAXIMUM THREAT WINDOW BEGINS T+34 HOURS.
직원이 물었다.
“왜 34시간입니까?”
리아는 상세정보를 열어봤다.
없었다.
“우리에겐 안 알려주네.”
“뭘 예상하는 걸까요?”
“모르지.”
“미사일?”
“모른다니까.”
“궤도공격?”
리아가 그를 봤다.
직원이 입을 다물었다.
리아는 종이 운행표를 새로 뽑았다.
“34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는 걸 최대한 움직여놔.”
“어디로요?”
“터널 밖. 다리 위에서 빼고. 연료랑 의료물자는 도시 안으로.”
“사람들은요?”
리아의 손이 멈췄다.
철도직원 숙소.
야드 작업자.
기관사 가족.
위기계획에는 열차 위치만 있었다.
사람은 근무표로 처리돼 있었다.
“비필수 인력은 위험시설 밖 교대숙소로.”
“숙소가 부족합니다.”
“체육관 빌려.”
“누구한테?”
“오리슨 시청.”
“승인 오래 걸립니다.”
리아가 에이드리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철도 비상인력 430명 임시숙소 필요. 6시간 내.
답은 3분 뒤 왔다.
오리슨 교육시설 2곳 확보 중. 식사 포함.
리아는 화면을 잠깐 봤다.
조정자가 가끔은 쓸모 있었다.
◆오후 3시 02분.
리아는 1842 기관사에게 다시 연락했다.
“교대기사 붙었습니까?”
“붙었습니다. 젊은 친구네요.”
“몇 살인데요?”
“여든셋.”
리아는 웃었다.
장수사회에서 젊다는 말은 가끔 계산이 필요했다.
“상태 괜찮습니까?”
“나보다 낫습니다.”
“그럼 넘기세요.”
기관사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모건 씨.”
“네.”
“이런 날은 빨리 가는 것보다 안 멈추는 게 낫죠?”
리아는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
“네. 오늘은 그게 맞습니다.”
오후 3시 17분.
NRX-1842가 아든 크로스를 통과했다.
상황실에서 박수가 나왔다.
리아는 막지 않았다.
한쪽 화면에는 위협창까지 남은 시간이 줄고 있었다.
T-33:31
직원이 말했다.
“34시간 뒤에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네요.”
리아는 다음 열차를 열었다.
“그럼 욕하면서 원상복구하면 되지.”
“만약 있으면요?”
리아는 1842가 지도 위에서 조금씩 움직이는 걸 봤다.
“그 전에 최대한 많이 옮겨놓는 거야.”
첫 번째 열차가 움직였다고 두 번째가 저절로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리아는 잠깐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갔다.
운영본부 아래 야드에는 정지한 열차가 여러 줄로 서 있었다.
화면에서는 전부 작은 사각형이었다.
실제로 보면 한 편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직원에게 말했다.
“수동운전 전환한 편성은 기관사한테 이유까지 보내.”
“명령만 보내면 안 됩니까?”
“왜 느려졌는지 모르면 현장에서 자기 판단으로 다시 속도 올린다.”
명령이 작동하려면 명령받는 사람도 상황을 알아야 했다.
오후 3시 46분.
아든 크로스 관제소에 도착한 은퇴관제사 한 명이 종이 운행표를 받아 들었다.
“이걸 아직 쓰네.”
젊은 직원이 물었다.
“보실 수 있습니까?”
노인이 안경을 올렸다.
“너 태어나기 전부터 봤어.”
“저 백두 살인데요.”
노인은 잠깐 그를 봤다.
“그럼 생각보다 오래됐네.”
둘은 같은 책상에 앉았다.
한 명은 수동신호를 알고, 다른 한 명은 현재 선로배치를 알았다.
혼자서는 둘 다 부족했다.
리아는 원격화면으로 그 모습을 보고 근무조를 다시 짰다.
퇴직자를 현직 한 명과 반드시 짝지었다.
옛 기술이 필요하다고 옛날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새 기술이 흔들리는 동안 두 세대의 지식을 겹쳐 놓는 일이었다.
“다음.”
리아가 말했다.
또 하나의 신호가 수동으로 초록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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