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화 — 사라진 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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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7시 12분.
아이리스 페트로프는 위성이 사라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폭발해서가 아니라,
화면에서.
“12번 중계기 응답 없음.”
“백업.”
“15번으로 넘겼습니다.”
“지연?”
“0.4초.”
“허용.”
아스터 베이 통신안정센터의 벽면에는 민간 통신위성 214기가 떠 있었다.
평소에는 거의 전부 초록색이었다.
지금은 회색이 스물셋.
노란색이 마흔하나.
붉은색은 아직 없었다.
아이리스는 붉은색보다 회색을 싫어했다.
붉은색은 적어도 고장났다는 뜻이었다.
회색은 모른다는 뜻이었다.
“지상 광망?”
“북부 정상. 해안권 두 구간 손실률 상승.”
“마이크로웨이브?”
“쓸 수 있습니다.”
“준비.”
팀원이 그녀를 봤다.
“벌써요?”
“벌써가 언제인데?”
“아직 위성망 살아 있습니다.”
아이리스는 화면을 가리켰다.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아직 쓰고 있는 거야.”
상황실 한쪽에서 직원이 말했다.
“금융결제망에서 대역폭 유지 요청 왔습니다.”
“우선순위 몇 번?”
“현재 6.”
“그대로.”
“미디어망은요?”
“9.”
“아스터 네트워크가 항의 중입니다.”
“항의할 대역이 남아 있다는 뜻이네.”
직원 몇 명이 웃었다.
아이리스는 웃지 않았다.
통신망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영상이 끊기고, 결제가 늦고, 지도에 오차가 생긴 뒤에야 그 밑에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녀는 평생 그 반대였다.
사람보다 먼저 선을 봤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긴급콜 하나가 들어왔다.
구급차.
아스터 베이 북부.
차량 위치와 도로센서 위치가 312미터 어긋났다.
구급차 AI는 안전규칙에 따라 정차했다.
환자는 심근경색 의심.
정차 4분째.
“차량 로컬센서는?”
“도로비콘이랑 위성값이 충돌합니다.”
“운전자는?”
“수동운전 자격은 있는데, 병원 정확한 진입경로가 안 잡힙니다.”
아이리스가 지도를 열었다.
병원은 눈앞에 있었다.
시스템상으로는 세 블록 남쪽에 있었다.
“지상 비콘 켜.”
“전 구역?”
“응급차량만.”
“인증키 배포에 20분.”
“수동 키 있잖아.”
“구형입니다.”
“그래서 남겨둔 거야.”
오래된 지상항법 비콘은 몇 년 전부터 거의 쓰지 않았다.
터널.
지하물류.
재난백업.
그 정도.
도시 전체를 덮을 정확도는 없었다.
하지만 312미터 틀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북부 3·4·7번부터.”
“동기화는?”
“독립운전.”
“시간오차 생깁니다.”
“응급차가 건물 찾는 데 나노초 필요 없어.”
7분 뒤 첫 비콘이 켜졌다.
구급차 경로가 다시 잡혔다.
운전자가 직접 핸들을 잡았다.
화면 속 차량이 천천히 움직였다.
아이리스는 차량이 병원 진입로에 들어갈 때까지 다른 화면을 보지 않았다.
◆“환자 들어옵니다.”
마라는 응급실 문 앞에서 들것을 받았다.
흉통.
식은땀.
의식은 있었다.
“왜 늦었죠?”
구급대원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차가 길을 못 찾았습니다.”
마라는 잠깐 구급대원을 봤다.
“사람이?”
“차가요.”
“이제 그게 더 무섭네.”
환자가 약하게 웃었다.
“저는 별로 안 웃깁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마라는 바로 처치로 돌아갔다.
심전도.
혈액.
관상동맥 영상.
몇 분 뒤 중재실 이동.
그 장면은 20분 뒤 아이리스에게 짧은 보고로 돌아왔다.
환자 도착. 치료 개시. 현재 안정.
아이리스는 읽음 표시를 한 뒤 말했다.
“응급망 비콘 전부 켜.”
“배터리 18시간입니다.”
“그 안에 다른 답 찾으면 돼.”
“못 찾으면?”
“18시간 뒤의 우리가 욕하겠지.”
◆오전 8시 02분.
철도 운영본부에서 요청이 왔다.
발신자.
리아 모건.
지상 비콘 데이터를 화물철도와 공유 가능한가?
아이리스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정확도는 철도 정밀운전에 쓰기엔 부족합니다.”
리아가 말했다.
“정밀운전은 선로신호로 할 겁니다. 위치확인만 필요해요.”
“그럼 가능합니다.”
“언제?”
“30분.”
“20분이면?”
아이리스가 웃었다.
“철도 사람들은 다 그 질문부터 합니까?”
“늦으면 선로가 막혀요.”
“25분.”
“좋습니다.”
통화 종료.
아이리스는 응급망의 위치정보를 철도용 읽기전용 채널로 분리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보안팀이 막았다.
“의료용 위치채널을 교통망에 연결하면 공격면이 넓어집니다.”
“읽기전용 게이트.”
“완전한 읽기전용은 없습니다.”
“그럼 물리적으로 분리해서 중계.”
“장비 필요합니다.”
아이리스가 창고목록을 열었다.
십삼 년 전 재난훈련용 중계박스.
폐기 예정.
“이거.”
보안팀 직원이 화면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저 골동품을요?”
“골동품은 업데이트 안 받아서 가끔 좋아.”
40분이 아니라 27분 뒤 채널이 열렸다.
리아에게 메시지가 왔다.
RECEIVED. WORKS.
짧았다.
아이리스도 짧게 답했다.
DON'T TRUST IT TOO MUCH.
리아에게서 바로 돌아왔다.
I DON'T TRUST ANYTHING TODAY.
아이리스가 처음으로 웃었다.
◆오전 8시 41분.
금융망에서 다시 대역폭 요청.
이번에는 우선순위를 올려달라는 요구였다.
결제지연이 11초까지 늘었다.
상점에서 카드승인이 밀리고 있었다.
아이리스는 담당자와 통화했다.
“병원·소방 대역을 줄여야 올릴 수 있습니다.”
상대가 말했다.
“결제가 멈추면 상거래가 멈춥니다.”
“응급전화 멈추면 사람이 죽습니다.”
“경제도 사람 삽니다.”
“알아요.”
아이리스는 화면을 봤다.
금융망 전체를 살릴 수는 없었다.
대신 소액 오프라인 결제토큰을 더 오래 인정하도록 금융안정국에 요청했다.
통신이 끊겨도 일정 한도까지 현장에서 결제를 승인하고, 나중에 원장을 맞추는 방식.
평소에는 사기위험 때문에 제한했던 기능이었다.
토머스 베일이 6분 뒤 승인했다.
“한도 낮게.”
“얼마?”
“개인 하루 300.”
“업체는?”
“별도.”
“사기 늘어납니다.”
“굶는 것보다 싸겠죠.”
아이리스는 금융망 우선순위를 올리지 않았다.
대신 통신 없이도 조금 더 버티게 했다.
지금은 한 시스템을 완벽하게 살릴 때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이 조금씩 덜 망가지게 만드는 게 먼저였다.
◆오전 9시 04분.
처음으로 붉은 점 하나가 떴다.
ORBITAL ASSET LOST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충돌?”
“확인 안 됩니다.”
“잔해?”
“아직.”
“궤도변경?”
“추적 불가.”
아이리스는 입술을 다물었다.
위성이 사라지는 방법은 많았다.
폭발.
추락.
센서손실.
강제궤도변경.
사이버 탈취.
그리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꺼버리는 것.
그때 군사통신 담당자가 그녀에게 비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CIVIL NAVIGATION CONSTELLATION PRIORITY REDUCED BY FEDERAL ORDER.
아이리스는 한동안 문장을 봤다.
적어도 일부 위성은 죽은 게 아니었다.
군이 민간 하늘을 가져가고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직원이 물었다.
“공개합니까?”
아이리스는 잠시 생각했다.
“아니.”
직원의 표정이 굳었다.
“보안 때문입니까?”
“확실한 범위가 아니어서.”
“그럼 시민은 왜 지도가 틀리는지 모릅니다.”
아이리스는 그 말도 맞다고 생각했다.
“공개 문구는 이렇게. ‘연방 우선순위 조정으로 일부 민간 항법서비스 품질저하.’ 군사이유는 빼.”
“승인 필요합니다.”
“요청 올려.”
5분 뒤 승인이 왔다.
아이리스는 지상망 지도에 새 선을 그었다.
병원.
철도.
수도.
소방.
네 개부터.
그 직후 아이리스는 창고팀에 오래된 장비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목록에는 웃기는 물건들이 많았다.
아날로그 무전기.
광케이블 수동절체함.
배터리식 시계동기화 장치.
십 년 넘게 실전에서 쓰지 않은 지상안테나.
젊은 직원이 물었다.
“이거 다 살립니까?”
“다 말고, 지금 죽은 시스템을 대신할 수 있는 것만.”
“옛날 장비가 더 안전합니까?”
“아니.”
아이리스는 회색 위성들을 봤다.
“다르게 망가질 뿐이야.”
같은 방식으로 고장나지 않는 것.
그게 백업의 진짜 의미였다.
그날 오전, 통신안정센터는 최신 위성망 옆에 낡은 지상무전망을 다시 세웠다.
하늘을 믿을 수 없으면,
땅으로 다시 연결하면 됐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