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화 — 첫 번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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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03분.
폭발은 아스터 베이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도시의 모든 화면이 같은 불기둥을 보여줬다.
대형 항만.
위치는 보안과 확인 문제로 자막에서 빠져 있었다.
첫 폭발 뒤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몇 초 후 두 번째 폭발.
화면이 하얘졌다.
그리고 끊겼다.
노아미 브룩스는 편집실에서 말했다.
“다시.”
영상이 돌아갔다.
첫 폭발.
연기.
두 번째.
“출처?”
“현재 34개.”
“독립 각도?”
“일곱.”
“합성 가능성?”
검증AI가 1.8%를 띄웠다.
직원이 말했다.
“거의 진짜입니다.”
“그 말 방송에 쓰지 마.”
“왜요?”
“거의 진짜는 진짜랑 다른 말이야.”
“그럼 뭐라고 합니까?”
“영상 자체는 복수출처로 확인. 원인은 미확인.”
직원이 받아 적었다.
노아미는 현지 파트너에게 연결을 걸었다.
응답 없음.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실패.
다음은 항만청 공식채널.
접속 대기.
그다음은 보험사였다.
그쪽은 빨랐다.
5분 뒤 세 곳이 북대서양 위험등급을 올렸다.
10분 뒤 다섯 곳.
15분 뒤 주요 해운보험사 일곱 곳이 신규 항로보증을 중지했다.
노아미는 보험 공지를 화면에 나란히 띄웠다.
항구 하나가 불타는 건 지역사건이었다.
보험이 멈추면 배들이 움직임을 바꾼다.
그녀는 헤드라인을 바꿨다.
폭발보다 먼저 멈추는 것들
편집장이 물었다.
“너무 밋밋하지 않아?”
“불기둥은 영상이 해줄 겁니다.”
“‘전쟁’ 넣으면 조회수 세 배인데.”
“확인되면 넣죠.”
편집장이 한숨을 쉬었다.
“네가 항상 맞는 건 아니야.”
“알아요.”
노아미가 말했다.
“그래서 더 안 쓰는 겁니다.”
◆노스리버 재난물류국의 예상 입항량은 계단처럼 내려갔다.
93%.
81%.
72%.
에이드리언이 63%에서 화면을 멈췄다.
식량안정국 담당자가 말했다.
“보험사 반응이 과합니다.”
모리스가 말했다.
“우리가 모르는 걸 알 수도 있고, 그냥 겁이 많을 수도 있지.”
“둘 다일 수도 있습니다.”
토머스 베일이 원격으로 끼어들었다.
금융 쪽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보험사는 위험을 맞히는 조직이 아니라 위험을 가격에 넣는 조직입니다. 모르면 비싸게 받거나 안 받습니다.”
“그럼 실제 위험은?”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저한테 묻지 마세요. 저는 돈이 무서워하는 걸 볼 뿐입니다.”
에이드리언은 선박목록을 넘겼다.
회항.
대기.
우회.
계약보류.
원인이 전부 달랐다.
전쟁 때문에 멈춘 배도 있었고, 보험 때문에 멈춘 배도 있었고, 항만 때문에 돌아선 배도 있었다.
문제 하나가 아니었다.
문제들이 서로를 만들고 있었다.
“웨스트미어 열차?”
“첫 편 아든 크로스 통과 준비. 두 번째 43분 뒤 출발.”
“철도 우선권 유지.”
그때 리든 의료망에서 신규 공급경보가 떴다.
항응고제 원료.
현재 재고 9일.
모리스가 화면을 봤다.
“아홉 날이면 오늘 문제는 아니네.”
에이드리언이 생산시설을 조회했다.
국내 두 곳.
한 곳은 정기점검.
다른 한 곳은 전체 수요의 18%.
“점검 연기 가능한지 확인.”
답은 5분 안에 왔다.
불가. 촉매교체 지연 시 생산설비 영구손상 위험.
에이드리언은 입술을 다물었다.
며칠 전의 자신이었다면 ‘비상상황이니 돌려라’라고 먼저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지금은 다른 질문을 했다.
“병원 쪽에서 사용방식 조정 가능한지 물어보죠.”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요?”
“그건 우리가 정할 게 아닙니다.”
요청을 보냈다.
모리스가 말했다.
“오늘 아침보다 낫네.”
“뭐가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거.”
“칭찬 맞습니까?”
“희귀해서 해주는 거야.”
몇 분 뒤 항만에서 비상통신 하나가 들어왔다.
발신.
MV CRESSIDA
텍스트 전용.
짧았다.
VESSEL SAFE. EMISSION CONTROL. DIVERTING NORTHWEST. CREW UNINJURED. ETA UNKNOWN.
모리스가 의자를 당겼다.
“살아 있네.”
에이드리언은 메시지를 두 번 읽었다.
선원 전원 무사.
예상도착 미정.
그날 아침 이후 처음으로 확실한 좋은 소식이었다.
“회신 가능?”
“단방향 비상패킷입니다.”
“가족 연락은?”
“선원 가족용 별도 공지가 연방망에서 나갈 겁니다.”
에이드리언은 아스터 베이 의료망에 바로 전달했다.
“크레시다는 살아 있습니다. 다만 언제 오는지는 모릅니다.”
답은 곧 왔다.
그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대체체계 유지합니다.
발신자:
Dr. Mara Ellis
에이드리언은 이름을 처음 봤다.
“기다리지 않는다.”
모리스가 문장을 읽었다.
“좋은 의사네.”
“왜요?”
“살아 있는 배랑 도착하는 배는 다르니까.”
같은 시각, 크레시다를 운항하는 선사의 상황실에서는 다른 문제가 터지고 있었다.
선원 가족 연락창구였다.
연방 비상패킷에는 ‘선원 전원 무사’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무사라는 문장을 읽고도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선사 직원이 같은 설명을 스물세 번째 반복했다.
“선박은 현재 방위항행 지침에 따라 능동송신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소리쳤다.
“그러니까 제 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냐고요.”
직원은 대답할 수 없었다.
통신을 열면 위치가 노출될 수 있었다.
통신을 닫으면 가족은 정부와 회사의 문장만 믿어야 했다.
노아미의 방송국에도 그 전화가 들어왔다.
“크레시다 선원 가족입니다. 뉴스에서는 살아 있다고 하는데 왜 연락은 못 합니까?”
노아미는 즉석에서 답하지 않았다.
관제에 확인했다.
선사에 확인했다.
그리고 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선박이 생존패킷을 보냈고 선원 부상자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까지입니다. 직접통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공개되지 않은 항행보안조치와 관련돼 있습니다.”
편집장이 물었다.
“‘무사’라고 해도 되잖아.”
노아미가 고개를 저었다.
“우린 패킷을 본 게 아니고 전달받았어요.”
“너무 조심스러운 거 아냐?”
“저 사람들한텐 단어 하나가 가족 생사예요.”
잠시 뒤 방송 하단 자막이 바뀌었다.
크레시다: 생존 신호 확인 / 직접 교신은 아직 없음
그 문장이 아스터 베이 재난물류국의 화면에도 떴다.
에이드리언은 자막을 읽고 아침의 `VESSEL SAFE`를 다시 봤다.
같은 정보였다.
그런데 누구 입장에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장이 됐다.
그때 두 번째 항만사고 영상이 들어왔다.
다른 대륙.
항만 입구.
검은 점 하나가 내려왔다.
영상 흔들림.
불빛.
끝.
모리스가 말했다.
“두 군데면 사고라는 단어가 힘들어지네.”
식량안정국 담당자가 말했다.
“공격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에이드리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정 전에는 그렇게 부르지 맙시다.”
그는 입항량 그래프를 다시 봤다.
59%.
“그레이헤이븐 우회 가능 선박?”
세 척이 현실적으로 가능했다.
문제는 항만보다 철도였다.
리아와 연결했다.
“세 척 돌리면 받을 수 있습니까?”
“언제 들어오는데요?”
“빠르면 30시간.”
“그럼 슬롯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군수열차 우선권이 더 들어오면 깨집니다.”
“확정되기 전까진 잡지 마세요.”
“그 말은 마음에 드네요.”
한 시간 반 뒤 선사 세 곳 중 두 곳이 우회에 동의했다.
세 번째는 보험조건 때문에 거절.
완벽하지 않았다.
그날은 그 정도가 현실이었다.
오후 5시 37분.
노아미의 방송이 시작됐다.
화면에는 불기둥 대신 지도와 숫자가 먼저 나왔다.
“오늘 아스터 베이 예정 물동량 중 절반 가까이가 위험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항만 폐쇄를 뜻하지 않습니다. 다만 평소와 같은 속도로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관제실 직원 하나가 방송을 보다가 말했다.
“적어도 제대로 말하네.”
에이드리언도 화면을 잠깐 봤다.
노아미는 ‘전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사람들이 내일 무엇을 덜 보게 될지 설명했다.
오후 6시 11분.
연방 비상경제조정단계가 한 단계 올라갔다.
시민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내부등급.
그리고 크레시다는 북서쪽으로 항로를 틀었다.
바다 어딘가에서 살아 있는 채로,
도시가 자기 없이 버티는 법을 배우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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