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화 — 오차는 17분이었다

디 오거나이저 · 1 / 31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05:41 — 북대서양, MV Cressida

“항법 별자리 전부 끊겼습니다.”

선장이 고개를 들었다.

“전부?”

“민간 채널만이 아닙니다. 백업도 없습니다.”

함교 전면창 너머 바다는 평온했다.

파고 1.2미터.

시계는 정상.

기관도 정상.

배도 정상.

그런데 하늘에서 배의 위치가 사라졌다.

통신담당이 비상주파수를 열었다.

“아스터 베이 관제, 여기는 상선 크레시다. 항법망 상실. 응답 바란다.”

잡음.

다시 호출.

잡음.

세 번째 호출을 하려는 순간 선박의 군사경보 수신기가 켜졌다.

평소라면 존재하는지도 잊고 지내는 장치였다.

한 줄이 떴다.

FEDERAL DEFENSE NAVIGATION DIRECTIVE

그리고 두 번째 줄.

CEASE ACTIVE TRANSMISSION.

통신담당이 선장을 봤다.

“송신을 끄라고 합니다.”

“이유는?”

“없습니다.”

“인증은?”

담당자가 삼중키를 확인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진짜입니다.”

선장은 바로 명령하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크레시다는 만재 상태였다. 의료용 필터와 정밀부품, 냉장화물. 선원 예순둘. 예정대로라면 몇 시간 뒤 아스터 베이 외항에서 예인선을 만날 배였다.

송신을 끄면 관제는 그들을 잃는다.

송신을 계속하면 누군가 그들을 찾을 수 있다.

누가 찾는지가 문제였다.

“수동항법 준비.”

“별자리 없이요?”

“관성항법 살아 있잖아.”

“오차 쌓입니다.”

“그래도 바다에 서 있을 순 없지.”

그 순간 수평선 너머에서 빛이 번쩍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 멀었다.

하지만 하나가 아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함교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쪽을 봤다.

통신담당이 낮게 말했다.

“저게 뭡니까?”

선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전송기 내려.”

“관제와도 끊깁니다.”

“내려.”

한 박자 늦게 통신담당이 스위치를 눌렀다.

크레시다의 마지막 위치정보가 우주로 올라갔다.

그리고 17분 동안,

세상은 그 배가 계속 항해하고 있다고 믿었다.

05:58 — 아스터 베이

오차는 17분이었다.

에이드리언 케인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모리스.”

맞은편에서 재킷을 베개 삼아 졸고 있던 남자가 한쪽 눈을 떴다.

“내 퇴근을 방해할 만한 일이길 바란다.”

“열한 척이 전부 17분 늦습니다.”

모리스 헤일은 백마흔일곱 살이었다. 노스리버 정부에서만 쉰세 해를 근무했고, 두 번 은퇴한 뒤 두 번 다시 불려왔다. 오래 살았지만 성격은 조금도 느긋해지지 않았다.

그가 의자를 밀고 와 화면을 봤다.

아스터 베이로 들어오는 화물선 열한 척.

도시가 오늘 먹을 밀.

병원이 기다리는 산소정제막.

발전소 정비팀이 없으면 일을 멈춰야 하는 부품.

평소라면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물건들이었다.

없어지는 순간에만 중요해지는 것들.

모리스가 물었다.

“기상?”

“정상.”

“항만 대기열?”

“변화 없습니다.”

“예인선?”

“정상.”

“클록 서버?”

“세 군데 대조했습니다.”

“그럼 오류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에이드리언이 갱신 기록을 띄웠다.

열한 척의 예정 입항시각이 바뀐 시점까지 같았다.

05시 58분 12초.

모리스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벽면에서는 밤새 이어진 해상 충돌 뉴스가 흘러나왔다.

[동부 태평양 회랑 무인함정 교전… 양측 책임 공방]

사람들은 거의 보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뉴스는 흔했다.

제재.

훈련.

위성교란.

해상봉쇄 위협.

사이버 공격 의혹.

세상은 늘 전쟁 직전처럼 시끄러웠고, 대부분의 아침은 결국 평범하게 지나갔다.

주간조 직원 하나가 종이컵을 들고 지나가며 말했다.

“또 항만 AI가 예측값 보정한 거 아닙니까?”

에이드리언이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 큽니다.”

“그럼 왜 다들 서 있어요?”

모리스가 말했다.

“젊은 사람이 사소한 걸 물고 늘어지면 늙은 사람도 같이 못 퇴근하거든.”

직원이 웃었다.

아직은 웃을 수 있었다.

모리스가 화면을 확대했다.

“예측값 말고 마지막 실측값.”

“저도 지금—”

“그러니까 넌 아직 쉰 살은 더 먹어야 해.”

에이드리언이 피식 웃으며 원시 항적을 불러왔다.

RAW MARITIME TELEMETRY — UNVERIFIED

매끄럽던 항로가 끊어진 점으로 바뀌었다.

모리스가 세 번째 선박을 가리켰다.

“여기.”

마지막 신호.

17분 전.

네 번째도.

17분.

다섯 번째도.

17분.

에이드리언의 웃음이 사라졌다.

“늦은 게 아니네요.”

“그래.”

모리스가 말했다.

“17분 전부터 없는 거야.”

항만 예측 시스템은 신호가 끊겼다고 바로 배를 지우지 않았다.

마지막 속도와 침로를 이용해 얼마간 위치를 추정했다. 상선 통신에는 짧은 공백이 흔했기 때문이다.

유예시간.

17분.

그 시간 동안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매끄럽게 이어붙이고 있었다.

배들이 17분 늦은 게 아니었다.

그 배들이 어디 있는지 17분 동안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실제 신호상실 몇 척?”

옆자리의 젊은 분석관이 이미 답을 찾고 있었다.

“세 척 확정. 두 척 추가 확인 중.”

화면 하나가 더 떴다.

“민간 중계위성 응답도 이상합니다. 두 기… 네 기… 잠시만요.”

숫자가 올라갔다.

일곱.

모리스가 말했다.

“위성 문제라면 배는 살아 있어.”

“맞습니다.”

에이드리언은 곧바로 화물목록으로 넘어갔다.

원인보다 먼저 볼 게 있었다.

무엇이 끊기는가.

첫 번째 배.

곡물.

두 번째.

발전소 부품.

세 번째.

MV Cressida.

아스터 베이 의료망 공급선.

그 순간 그의 손목 단말이 울렸다.

ASTER BAY MEDICAL NETWORK PRIORITY LOGISTICS REQUEST

에이드리언이 메시지를 열었다.

산소정제막 480세트.

예정입항 미확인.

대체공급 요청.

“리든 재고.”

젊은 분석관이 바로 답했다.

“620.”

“철도.”

“세 시간 41분.”

“병원 현재 재고?”

“19시간.”

“정수권역 다음 교체?”

“96시간 이내.”

모리스가 에이드리언을 봤다.

620개 중 480개를 빼면 병원은 산다.

대신 정수권역이 위험해진다.

비상재고를 건드리는 순간 시장에도 기록이 남는다.

유통망이 그 기록을 읽으면 사재기가 시작될 수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닐 때 비상벨을 울리는 것도 위험했다.

에이드리언이 말했다.

“180세트.”

“반나절치예요.”

“병원은 시간을 사고, 우리는 확인할 시간을 삽니다.”

모리스가 팔짱을 꼈다.

“의료 쪽에 사용방식까지 확인했어?”

에이드리언은 잠깐 멈췄다.

“아직요.”

“그럼 180이라는 숫자는?”

“현재 평균소비 기준입니다.”

“평균은 편하지.”

모리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언도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지금 가진 정보로는 그 정도가 안전해 보였다.

몇 초 뒤 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봐.”

승인.

열차 한 칸도 되지 않는 물량이 자동 배차됐다.

그때 젊은 분석관이 말했다.

“이건 위성 장애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에이드리언이 돌아봤다.

“왜요?”

그녀가 통신 로그를 확대했다.

“요청은 들어갑니다. 응답만 특정 우선순위 아래에서 잘려요.”

모리스가 먼저 알아들었다.

“민간 대역을 누가 밀어내고 있군.”

“군?”

“가능성 있습니다.”

“공지?”

“없습니다.”

모리스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공지할 상황이면 좋겠지.”

전쟁.

아무도 그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에이드리언은 항만관제국 직통선을 눌렀다.

평소라면 두 번 울리기 전에 받았다.

8초.

14초.

23초.

“아스터 베이 항만관제입니다.”

“노스리버 재난물류국 에이드리언 케인입니다. 북대서양 입항선 여섯 척 원시 위치 확인 요청합니다.”

“선박명 말씀하십시오.”

그가 읽었다.

마지막에 말했다.

“크레시다.”

상대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짧은 키보드 소리.

그리고 관제 담당자의 목소리가 조금 달라졌다.

“케인 씨. 현재 해당 항로는 연방 방위항행 지침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선박 상태만 확인해 주세요.”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통신 장애입니까?”

“답변할 수 없습니다.”

“민간 대체추적은?”

이번에는 상대가 바로 말했다.

“하지 마십시오.”

에이드리언이 물었다.

“권고입니까?”

“네.”

“이유는요?”

“방위항행 충돌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분했다.

바다에 뭔가 있었다.

민간 센서가 보지 말아야 할 무언가.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자마자 사무실 벽면이 붉게 변했다.

속보.

[메리디언 연방 교통당국: 주요 민간 물류망 운영 유지]

모리스가 비웃었다.

“운영 유지.”

“정상이라고는 안 했네요.”

문장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게 더 나빴다.

젊은 분석관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하나 더.”

선박 하나가 회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측 입항시각이 사라졌다.

상태표시가 바뀌었다.

NO VERIFIED POSITION

잠시 후 항만 AI가 최종 등급을 내렸다.

여섯 척의 선박 이름 옆에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는 MV Cressida였다.

에이드리언은 방금 보낸 180세트의 의료물자를 떠올렸다.

병원이 산 시간은 고작 몇 시간.

그리고 그 몇 시간을 사기 위해 다른 곳의 비축도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모리스가 옆에서 말했다.

“이제 뭐 할 건데?”

에이드리언은 열한 척의 화물목록을 다시 열었다.

“항구에 갑니다.”

“왜?”

“예측값 말고 실제로 뭐가 들어오고 있는지 봐야죠.”

모리스가 다시 재킷을 집어 들었다.

“나는 퇴근한다.”

“안 오십니까?”

“너한테 현장 보는 법까지 가르치면 수당 받아야 돼.”

그는 몇 걸음 가다가 돌아봤다.

“에이드리언.”

“네.”

“오늘부터는 시스템이 ‘정상’이라고 말해도 한 번 더 봐.”

에이드리언이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여섯 척의 표시가 동시에 깜빡였다.

SIGNAL LOST.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