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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57화 — 빈자리

자유의 세기 · 157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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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그라드 협정 뒤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군 검문소가 아니었다.

임시직함이었다.

전시식량위원장.

특별철도조정관.

북부복구전권대표.

시민비상연락조정관.

전쟁이 길어질수록 생겼던 직함들이 하나씩 폐지됐다.

종이를 없애는 데는 전쟁을 끝내는 것보다 덜 걸렸다.

사람을 옮기는 데는 더 걸렸다.

국가조정실도 축소됐다.

빅토르 사라노프는 마지막 비상조정국장 명패가 내려가는 걸 보고 말했다.

“명패가 생각보다 가볍군.”

직원이 웃었다.

“권한은 무거웠죠.”

“그래서 내려놓는 겁니다.”

그는 이제 시민발전당 대표였다.

공무원보다 정치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파벨 아르세닌도 총리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헌법상 첫 정규선거가 끝나면 과도책임내각은 종료.

기자들이 물었다.

“계속 출마하지 않습니까?”

“의회에는.”

“총리는?”

“다음 의회가 정합니다.”

“First Convenor는?”

아르세닌은 웃었다.

“내가 왜 다 합니까?”

새 헌법에는 9인의 연방평의회가 있었다.

그중 한 명이 First Convenor.

국가원수는 여전히 황제였지만,

연방평의회는 헌법수호·외교조정·연방기관 충돌조정을 맡았다.

First Convenor는 그 평의회의 의장.

대통령도,

총리도,

황제도 아니었다.

그래서 후보가 더 많았다.

혹은 아무도 정확히 무슨 자리인지 몰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자격조건을 발표했다.

연방시민권.

35세 이상.

최근 5년간 해외정부 공식직 없음.

중대범죄 유죄 없음.

연방평의회 후보등록.

기자가 에드윈 할크로프트에게 물었다.

“당신도 자격 됩니까?”

그는 커피를 마시다 멈췄다.

“왜 묻습니까?”

“사람들이 이름을 올립니다.”

“누가?”

신문을 보여줬다.

가능한 첫 연방평의회 후보 20인.

사라노프.

베셀로바.

카디로프.

아르세닌.

몇 명의 법관.

노동대표.

농정대표.

그리고 Halcroft.

그는 한숨을 쉬었다.

“신문은 왜 나보다 내 미래를 빨리 압니까?”

엘리너 프라이스가 말했다.

“직업병.”

“당신 신문입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직업병.”

자격 여부는 실제로 애매하지 않았다.

할크로프트는 1922년 일반 귀화절차를 밟았다.

외국정부 공직을 그만둔 뒤 7년 이상 거주.

세금.

거주기록.

범죄경력 없음.

당시 내전 때문에 심사가 14개월 걸렸다.

1923년 시민권 확정.

특별공로 귀화가 아니었다.

그 점을 그는 의도적으로 원했다.

신문은 이제 그 문서까지 찾아냈다.

전 영국 정보요원, 자유연합 최고평의회 후보 자격 보유.

소피아 안토노바가 기사를 읽고 말했다.

“당신이 숨긴 것도 아닌데 왜 비밀처럼 쓰죠?”

“재미있으니까.”

“출마할 겁니까?”

“아니요.”

대답이 너무 빨랐다.

안토노바가 그를 봤다.

“생각 안 했네요.”

“필요 없습니다.”

“누가?”

“내가.”

“그 말 예전에 많이 했죠.”

할크로프트는 불쾌했다.

“이번엔 다릅니다.”

“왜?”

“국가가 생겼으니까.”

안토노바는 서류를 정리했다.

“그래서 이제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죠.”

“나 말고도 많습니다.”

“맞아요.”

그녀는 바로 동의했다.

그게 더 불편했다.

“그러니까 출마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출마 안 하는 이유가 ‘내가 필요 없어서’면 이상하다고요.”

할크로프트가 그녀를 봤다.

“무슨 뜻?”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건 괜찮습니다.”

“하고 싶어도 안 하는 건?”

“그건 다른 문제죠.”

그날 밤 그는 자기 방에서 오래된 목록을 꺼냈다.

할 수 있는 것.

하면 안 되는 것.

Book I 이후 여러 번 고친 종이.

맨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원한다고 해서 하면 안 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잠시 뒤 또 적었다.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할 필요도 없다.

빈자리는 있었다.

문제는 그 자리가 자기 것인지가 아니었다.

자기가 그 자리를 원하는지 처음으로 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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