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4화 — 받지 않은 전보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동부지역연합회 소속 세 개 주가 같은 날 중앙정부 긴급명령의 집행을 보류했다.
명령 내용은 철도차량 재배치.
귀환병 수송을 위해 동부 화차 1,200량을 서부로 이동시키라는 국가조정실 결정.
사라노프에게는 합리적인 명령이었다.
서부지역 병목이 심했다.
동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전체 국가철도만 보면 옳았다.
베셀로바는 다르게 봤다.
동부는 봄 파종을 앞두고 있었다.
안나 크라비나의 협동조합도 그 화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자감자.
철제 쟁기날.
비료.
화차가 서부로 빠지면 물건이 역에서 멈춘다.
안나는 지역연합회에 전보를 보냈다.
화차 재배치 시 파종예정 8일 이상 지연 가능.
사라노프 쪽 실무자는 그 숫자를 의심했다.
“과장 아닙니까?”
보로닌이 직접 확인했다.
일부 마을은 5일.
일부는 11일.
평균 8일 전후.
안나가 말했다.
“작년에 중앙은 곡물 달라고 했죠.”
“네.”
“올해 화차 가져가면 내년엔 뭘 달라고 할 겁니까?”
그 질문은 화차 1,200량을 농업정책으로 바꿨다.
사라노프도 자료를 받고서야 1,000으로 내려왔다.
그가 고집만 세운 게 아니었다.
새 정보가 오면 숫자를 바꿨다.
다만 최종결정은 중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대로였다.
화차가 빠지면 종자·비료·농기구 이동이 늦어진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한 달만” 빌려간 화차 일부가 돌아오지 않았다.
동부지역연합회는 전보를 보냈다.
600량 제공 가능. 나머지는 파종수송 종료 후.
국가조정실 답:
1,200량 전량 이동. 국가철도 비상권한에 따른 최종결정.
그 다음 전보에 동부 세 주는 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수신확인은 했다.
집행확인을 보내지 않았다.
사라노프는 화가 났다.
“명령입니다.”
아르세닌이 물었다.
“불가능한 겁니까, 싫은 겁니까?”
“둘 다 상관없습니다. 국가철도입니다.”
농정장관은 동부 자료를 봤다.
“600 이상 빼면 파종에 영향 있습니다.”
“얼마나?”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 국가 전체 귀환병은 확실히 영향 있습니다.”
베셀로바는 네바그라드에 직접 왔다.
이번에는 철도국이 아니라 총리실.
“600.”
사라노프가 말했다.
“1,200.”
“800.”
“1,100.”
“900.”
“이건 시장 흥정이 아닙니다.”
베셀로바가 차분하게 답했다.
“그럼 처음부터 1,200이라고 말하지 말았어야죠.”
“국가 수요 계산입니다.”
“동부 농업도 국가입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아르세닌은 손을 들었다.
“숫자 말고 원칙부터.”
사라노프가 말했다.
“국가철도는 중앙이 배치합니다.”
베셀로바:
“지역 생산기반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 범위를 누가 정합니까?”
“공동자료.”
“최종결정?”
“공동위원회.”
사라노프가 고개를 저었다.
“열차는 위원회 기다리지 않습니다.”
베셀로바의 말투가 더 차가워졌다.
“그래서 수도는 늘 먼저 가져갑니다.”
첫날 합의 실패.
동부에서는 화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철도노동자들도 곤란했다.
중앙 배차지시는 전보와 장부로 내려왔다.
지역창고 출고승인은 지방관리자의 도장이 필요했다.
기관사는 기관차에 올라갈 수 있었지만,
화차 봉인은 열 수 없었다.
한 역장이 말했다.
“두 정부가 싸우는데 열쇠는 나한테 있네요.”
중앙감독관이 말했다.
“열어요.”
지역관리자는 말했다.
“열면 징계.”
역장이 둘을 봤다.
“둘 중 누가 내 월급 줍니까?”
“중앙.”
“누가 내 집 창문 깨집니까?”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는 결국 열쇠를 쓰지 않았다.
명령불복종이라기보다,
상반된 책임 사이에서 멈춘 것이었다.
국가분열은 때때로 거대한 선언보다 작은 열쇠 하나가 돌아가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국가조정실은 철도직원에게 직접 명령을 보냈다.
일부 직원은 따르려 했다.
지역평의회는 지방철도창고 출고승인을 보류했다.
중앙과 지역이 같은 철도조직의 다른 지점을 잡고 있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열쇠와 서류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열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프라이스는 기사에 썼다.
“로시아의 새 내전은 총보다 도장으로 먼저 싸운다.”
Halcroft는 그 문장을 읽고 말했다.
“좋은 문장이라 싫군요.”
“고맙습니다.”
둘째 날,
보로닌이 동부 파종자료를 가져왔다.
실제로 1,200량 전부 이동 시 일부 지역 종자운송이 9~13일 늦어질 가능성.
사라노프는 처음으로 숫자를 낮췄다.
“1,000.”
베셀로바:
“850.”
아르세닌:
“900 + 100 조건부.”
조건:
900량 즉시.
100량은 동부 파종수송 주간진척이 80퍼센트를 넘으면 추가.
중앙은 반환기한을 법적 계약으로 명시.
미반환 시 다음 분기 중앙배분에서 동부 우선권.
베셀로바는 받아들였다.
사라노프는 마지막까지 불만이었다.
“국가명령이 매번 계약이 됩니다.”
아르세닌이 말했다.
“지금 국가는 계약을 다시 배우는 중인지도 모르죠.”
“국가는 계약만으로 안 됩니다.”
“동의합니다.”
“그럼?”
“명령이 필요할 때 명령할 권한을 사람들이 인정해야 합니다.”
그 문장이 사라노프를 멈추게 했다.
권한은 종이에만 있지 않았다.
실제로 따라야 권한이었다.
같은 날 전국평의회 협의회 헌정분과에서 중대한 안이 통과됐다.
지역의 헌법상 고유권한 영역에서 중앙 비상명령은 사후 지역대표기관 심사를 받는다.
사라노프는 강하게 반대했다.
베셀로바는 더 강한 사전동의를 원했지만 양보했다.
카디로프는 지지했다.
안토노바는 조건부 찬성.
아르세닌은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했다.
궁정은 우려성명을 냈다.
내무부도 반대.
농촌평의회들은 환영.
군은 아무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날 밤 Halcroft는 지도 위에 전보 흐름을 표시했다.
네바그라드.
라도바.
크레스토프.
동부지역연합회.
남부 수자원위원회.
각 도시와 지역은 중앙을 떠나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 같은 국가에 남을지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남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
세레빈이 지도를 보고 말했다.
“이게 전쟁입니까?”
Halcroft가 말했다.
“아직은.”
“신문은 이미 그렇다는데.”
“신문은 빠릅니다.”
“그럼 언제 전쟁입니까?”
Halcroft는 대답하지 못했다.
총성이 한 번 났다고 전쟁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전보를 안 받았다고 나라가 갈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는 달라졌다.
예전에는 중앙명령을 어기면 예외였다.
이제는 지역마다 어떤 중앙명령을 어떻게 검토할지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네바그라드 중앙정부에는 17개 지역에서 비슷한 전보가 도착했다.
전보실 직원들은 벽에 지역별로 종이를 붙였다.
파란색.
세금.
녹색.
철도.
노란색.
경찰.
붉은색.
군.
점심때가 되자 벽 절반이 색종이로 찼다.
젊은 비서가 말했다.
“지도 같네요.”
아르세닌이 한참 봤다.
“아니.”
“그럼?”
“청구서.”
사라노프가 옆에서 말했다.
“국가에 보내는?”
“우리가 국가라면 우리가 갚아야죠.”
그 말에 방이 조용해졌다.
각 전보는 반란선언이 아니었다.
조건과 요구였다.
그게 더 처리하기 어려웠다.
총을 든 적이면 싸우면 된다.
같은 나라에 남겠다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계약서를 내밀면,
정치를 해야 했다.
내용은 조금씩 달랐다.
세금 자동환급 요구.
지역경찰 인사 참여.
철도재배치 사전협의.
언어권 보장.
군부대 이동 전 지역통보.
사라노프는 전보 더미를 보고 말했다.
“한 나라가 회의실 열일곱 개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아르세닌이 말했다.
“그럼 한 방에 모아야죠.”
“전국평의회?”
“헌정회의.”
사라노프가 그를 봤다.
“회의로 국가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르세닌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아니요.”
“그럼?”
“회의 없이 구할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날 전국헌정회의 소집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로시아는 아직 하나의 국가였다.
그러나 이제 그 사실 자체를,
모두가 같은 이유로 믿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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