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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77화 — 징발차

자유의 세기 · 77 / 516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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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Civic Guard가 처음으로 중앙정부 요청을 거부한 날,

요청 자체는 합법적이었다.

국가식량위원회는 네바그라드 외곽 곡물창고에서 군용 귀환열차 급식용 곡물 600톤을 긴급반출하기로 했다.

서류.

승인.

법적 근거.

모두 있었다.

문제는 현장이었다.

창고 곡물 중 상당량은 지역농민협동조합 소유였다.

정부가 정해진 가격으로 매입할 권한도 있었다.

다만 지급은 30일 후.

농민대표들은 반대했다.

“지난번 돈도 안 왔습니다.”

위원회 직원이 말했다.

“국가채권으로 지급됩니다.”

농민대표 중 한 명은 할크로프트가 아는 얼굴이었다.

안나 크라비나.

예전에 종자와 겨울식량 때문에 여섯 자루를 끝까지 지키려 했던 농민.

이제 그녀는 마을협동조합 회계책임자가 되어 있었다.

“국가채권이라고요?”

“네.”

“지난번 것도 아직 있습니다.”

그녀는 낡은 서류봉투를 꺼냈다.

전년도 곡물납품 채권.

이자표시는 붙어 있었지만 현금상환은 두 번 연기됐다.

식량위원회 직원이 말했다.

“이번 건은 별도 재건채권입니다.”

안나가 말했다.

“이름 바뀌면 돈 됩니까?”

보로닌이 웃지 않았다.

그도 채권상환이 밀린 걸 알고 있었다.

“농민들이 국가를 안 믿는 게 아닙니다.”

안나가 자기 장부를 펼쳤다.

종자구입.

말 사료.

철제농기구.

세금.

“장부를 믿는 겁니다. 30일 뒤 돈이 안 오면 이 숫자들이 먼저 옵니다.”

징발 논쟁이 이념에서 다시 가계부로 내려왔다.

“종이 말고 현금.”

“전시후 재정상황 아시잖습니까.”

“우리도 전시후 농사합니다.”

분위기가 거칠어졌다.

국가식량위원회는 경찰 호위를 요청했다.

경찰은 인력이 부족했다.

시청을 통해 Free Civic Guard에 요청이 넘어왔다.

곡물수송차량 시설·도로 보호.

문구만 보면 헌장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식량.

운송.

필수기능.

세레빈은 바로 반대했다.

“징발 호위잖아요.”

시장 대행이 말했다.

“합법 매입입니다.”

“사람들이 동의 안 하는데.”

“세금도 다 동의하고 냅니까?”

안토노바는 문서를 읽었다.

“문제는 합법 여부가 아닙니다.”

“그럼?”

“우리 헌장.”

정치·노동분쟁 개입 금지.

강제징발 권한 없음.

체포권 없음.

시설 보호는 가능.

그런데 시설에서 곡물을 싣고 나가는 과정 자체가 분쟁의 핵심이면?

베레노프가 말했다.

“호위하면 사실상 한쪽 집행력을 보태는 거요.”

모로지나는 다른 걱정이었다.

“귀환병 급식 부족은?”

국가식량위원회 직원이 말했다.

“사흘 뒤부터 줄여야 합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거부하기도 어려웠다.

세레빈이 말했다.

“다른 창고?”

“없습니다.”

보로닌이 회의에 불려왔다.

그는 서류보다 농민대표들을 먼저 만났다.

“600톤 전부 문제입니까?”

대표가 말했다.

“가격과 지급.”

“현금 일부면?”

“얼마?”

협상 시작.

국가식량위원회는 현금 20퍼센트 가능.

협동조합은 최소 50.

30.

40.

결국 35퍼센트 현금 즉시.

나머지 30일 채권.

안나는 손으로 다시 계산했다.

“35면 이번 달은 됩니다.”

보로닌이 물었다.

“다음 달?”

“채권 오면.”

“안 오면?”

“그때 다시 싸우죠.”

식량위원회 직원이 말했다.

“국가를 협박합니까?”

안나가 그를 봤다.

“아니요.”

“그럼?”

“다음 달에도 밭이 있다는 말입니다.”

말투는 평범했다.

그래서 더 힘이 있었다.

그날 450톤 첫 운송이 시작될 때 Guard는 창고문 밖에 섰다.

농민을 밀어내지 않았다.

수송차량이 지나갈 길만 비웠다.

안나는 세레빈에게 말했다.

“이번엔 당신들 우리 반대편 아닙니까?”

세레빈이 답했다.

“오늘은 길만 지킵니다.”

“다음엔?”

“다음에도 규칙 봐야죠.”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한 신뢰보다 예측 가능한 규칙이 조금 더 낫다는 걸 서로 배워가고 있었다.

미지급 시 이자 자동가산.

그리고 곡물 600톤이 아니라 450톤 우선.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서 분산조달.

사라노프가 전화로 반발했다.

“분산조달하면 열차가 세 편 더 필요합니다.”

보로닌이 말했다.

“농민이 다음 달 곡물 안 보내면 열차 백 편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귀환병은 오늘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450 보내잖습니까.”

사라노프는 잠깐 침묵했다.

“Guard는?”

안토노바가 답했다.

“합의된 450톤 운송은 보호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를 강제매입하면?”

“참여하지 않습니다.”

“국가명령인데?”

“Guard에 징발집행 의무를 주는 법은 없습니다.”

“조건부 등록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정부 판단입니다.”

회의가 조용했다.

첫 정면충돌이었다.

사라노프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아르세닌 총리에게 올리겠습니다.”

십 분 뒤 총리실 회의.

아르세닌은 식량위원회에 물었다.

“450톤으로 며칠?”

“이틀 반.”

“다른 지역 확보?”

“가능은 합니다.”

“비용?”

“높습니다.”

“정치비용보다?”

아무도 계산할 수 없는 질문.

결론은 보로닌 중재안 수용.

Guard 조건부 등록 유지.

Guard 운영위원회에서는 이 결정 자체를 놓고 표결이 있었다.

찬성 6.

반대 2.

기권 1.

반대한 사람은 식량팀 대표와 시청 연락대표였다.

식량팀 대표가 말했다.

“귀환병 굶으면 우리가 책임집니까?”

세레빈이 답했다.

“우리가 정부는 아닙니다.”

“그 말 편할 때만 쓰지 맙시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정확한 비판이었다.

Guard는 필요할 때 공공기능을 돕고,

강제집행이 싫을 때 민간조직이라고 물러설 위험이 있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 결정문에 이유를 씁니다.”

식량수송 자체가 아니라 강제매입 분쟁의 집행에 해당하므로 참여하지 않음. 합의 완료 후 운송·시설보호는 지원.

경계를 문장으로 남겼다.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같은 이유를 적용해야 했다.

자기 편의에 따라 경계를 옮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사라노프는 회의 뒤 Halcroft를 만났다.

“당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합니까?”

Halcroft가 말했다.

“난 표결권도 없습니다.”

“그 조직.”

“모릅니다.”

“국가가 합법적으로 결정한 걸 민간조직이 골라서 돕는군요.”

“그게 자원조직 아닙니까?”

“편한 부분만 국가고 어려운 부분은 양심?”

말이 날카로웠다.

Halcroft는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 위험 있습니다.”

사라노프가 조금 놀랐다.

“인정합니까?”

“네.”

“그럼?”

“그래서 헌장을 공개하고, 정부도 등록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매번 시민조직과 협상해야 하면 위기 때 못 움직입니다.”

“시민조직이 국가 강제력을 대신하기 시작하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었다.

사라노프가 먼저 말했다.

“오늘은 450톤이 갔습니다.”

“네.”

“내일 귀환병은 먹습니다.”

“네.”

“농민도 완전히 적이 되진 않았고.”

“아마.”

사라노프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이 더 짜증납니다.”

“왜?”

“가끔 작동하니까.”

그 말이 Halcroft에게도 공정해 보였다.

Guard가 중앙명령을 거부한 날,

국가는 멈추지 않았다.

대신 더 비싼 열차 세 편을 움직였다.

누군가는 그걸 비효율이라고 불렀다.

누군가는 합의의 가격이라고 했다.

둘 다 맞을 수 있었다.

첫 450톤을 실은 열차가 떠난 뒤 안나는 빈 창고바닥을 봤다.

“생각보다 많이 갔네요.”

보로닌이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았습니다.”

“중앙 사람답게 말하네요.”

“나는 농정 쪽입니다.”

“수도에서 일하면 수도 사람이지.”

보로닌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의 역할도 변하고 있었다.

처음엔 농촌의 말을 수도에 전달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수도의 필요를 농촌에 설명해야 했다.

양쪽 모두에게 배신자처럼 보일 수 있는 자리.

그는 그 불편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협상은 누구의 편인지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다음번에도 서로 말하게 만드는 일이었으니까.

END OF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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