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75화 — 베셀로바

자유의 세기 · 75 / 516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이리나 베셀로바는 네바그라드에 도착하자마자 궁정을 방문하지 않았다.

총리실도 아니었다.

철도국으로 갔다.

할크로프트가 그 사실을 들었을 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동부지역연합회의 대표였다.

네바그라드 사람들은 그녀를 ‘시베리아 대표’라고 뭉뚱그렸다.

베셀로바는 그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동부가 얼마나 큰지 압니까?”

한 기자가 말했다.

“시베리아 아닌가요?”

“그 질문부터 기사에 쓰세요.”

그녀는 네바그라드까지 오는 데 6일이 걸렸다.

두 번 환승.

한 번은 난방이 고장난 객차에서 잤다.

대표단 비서는 수도 호텔을 예약하려 했지만 베셀로바는 철도청 숙소를 택했다.

“왜요?”

“화차 얘기하러 왔는데 호텔부터 가면 이상하잖아.”

그녀는 실제로 첫날 새벽 역 구내를 돌았다.

귀환병들이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동부행 표를 못 구한 가족들도.

그 모습을 본 뒤 120량 요구가 140량으로 늘었다.

철도국 회의 직전 다시 계산해 120량으로 내렸다.

할크로프트가 나중에 물었다.

“왜 140에서 120으로?”

“원하는 숫자와 받을 수 있는 숫자는 다르니까.”

“협상용?”

“운행표용.”

그녀는 수도 정치인처럼 말하지 않았다.

멀리 있는 지역의 대표일수록 열차시간에 더 민감했다.

시베리아와 북동부 여러 지역평의회가 파견한 협상대표.

공식 독립대표도,

반정부사절도 아니었다.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Eastern Regional Congress — Fiscal & Autonomy Delegation.

첫 요구는 헌법이 아니었다.

화차였다.

“우리 지역 귀환병이 4만 명 넘게 중간역에 묶여 있습니다.”

베셀로바가 철도국 회의에서 말했다.

“서부에서 빈 화차는 곡물 싣고 돌아오라는 지시 때문에 사람을 못 태웁니다.”

철도국장이 말했다.

“곡물도 필요합니다.”

“사람도 필요하죠.”

“여객차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화차 일부를 사람수송으로 전환하자는 겁니다.”

“안전규정.”

베셀로바가 서류를 내밀었다.

동부지역이 자체 개조한 화차 규격.

난방난로.

창문.

임시좌석.

사고율.

“이미 하고 있습니다.”

“중앙 승인 없이?”

“사람을 역에서 얼릴 중앙승인은 필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철도국장의 얼굴이 굳었다.

회의가 정치로 바뀌려는 순간 사라노프가 들어왔다.

“몇 량 필요합니까?”

베셀로바가 말했다.

“이번 주 120.”

“60.”

“100.”

“80.”

“90.”

“85.”

베셀로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철도국장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안전규정은?”

베셀로바가 말했다.

“우리 개조규격 검토하세요.”

사라노프가 덧붙였다.

“24시간 안에.”

회의는 끝났다.

할크로프트는 그날 오후 안토노바 사무실에서 베셀로바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쉰 살 전후.

말이 느렸다.

누군가 서두르게 할수록 더 천천히 말하는 사람 같았다.

안토노바가 소개했다.

“동부지역연합회 베셀로바 대표.”

할크로프트가 말했다.

“라도바 세금안.”

베셀로바가 그를 봤다.

“당신이 그 영국인.”

“이제는 그냥 영국인입니다.”

“신문은 다르게 쓰던데요.”

안토노바가 말했다.

“둘 다 그 얘기 그만.”

베셀로바가 앉았다.

오늘 논의는 지역자치 초안.

그녀는 첫 페이지를 읽고 말했다.

“싫습니다.”

안토노바가 물었다.

“어디가?”

“‘중앙정부는 지역에 충분한 자치를 보장한다.’”

“왜?”

“누가 충분한지 정합니까?”

안토노바는 펜을 들었다.

베셀로바가 계속했다.

“세금.”

“철도.”

“교육.”

“토지.”

“경찰.”

“각각 권한을 씁시다.”

“헌법이 너무 길어집니다.”

“수도 약속은 늘 짧습니다.”

베셀로바의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단단했다.

“나는 세 번 중앙정부가 바뀌는 걸 봤습니다.”

“지금 정부는 의회 책임내각입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신뢰를—”

“사람을 신뢰합니다.”

베셀로바가 말했다.

“정부는 문장을 신뢰하죠.”

Halcroft는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안토노바는 약간 덜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둘은 닮아 있었다.

그래서 싸울 가능성이 높았다.

지역자치 초안은 세 시간 동안 한 페이지밖에 못 나갔다.

쟁점:

잔여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안토노바 초안: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권한은 연방정부가 법률로 조정.

베셀로바:

열거되지 않은 권한은 지역에 귀속.

“그렇게 하면 국가가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반대로 하면 지역은 수도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국방·통화·철도 같은 전국기능은?”

“열거하세요.”

“미래에 새 기능이 생기면?”

“그때 개정하세요.”

안토노바가 한숨을 쉬었다.

“헌법을 매년 고칩니까?”

“수도 명령을 매주 바꾸는 것보다는.”

Halcroft는 개입하지 않았다.

자기 전문영역이 아니었다.

다만 회의가 끝날 때 베셀로바가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요즘 줄어들지 않는 질문이었다.

“내 나라라면 중앙권한을 꽤 많이 둘 겁니다.”

“로시아는?”

“내 나라가 아닙니다.”

베셀로바의 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

“그 답은 마음에 듭니다.”

“왜?”

“수도 사람들은 대개 우리 지역의 정답도 알고 있거든요.”

그녀는 외투를 입었다.

“동부에 와본 적 있습니까?”

“아직.”

“그럼 헌법 의견 내기 전에 와보세요.”

안토노바가 말했다.

“이 사람 헌법 의견 안 냅니다.”

베셀로바가 할크로프트를 봤다.

“더 마음에 드네요.”

그날 밤 안토노바는 잔여권한 조항을 다시 썼다.

안토노바는 새 초안을 베셀로바 숙소로 직접 가져갔다.

할크로프트는 통역도 필요 없는데 따라갔다.

“왜 왔습니까?”

베셀로바가 물었다.

“동부에 오기 전에 사람부터 보려고.”

“진전이네요.”

세 사람은 철도청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수프는 식어 있었다.

안토노바가 초안을 읽었다.

베셀로바는 여전히 만족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지역’에서 원칙적으로를 빼세요.”

“예외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예외를 쓰세요.”

“헌법이 백 쪽 됩니다.”

“나라가 더 큽니다.”

할크로프트는 둘이 싸우는 걸 듣다가 빵을 먹었다.

베셀로바가 그를 봤다.

“영국 헌법은 얼마나 깁니까?”

“한 권으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안토노바가 말했다.

“그 사람 나라 얘기 꺼내지 마세요. 더 복잡해집니다.”

처음으로 셋 다 웃었다.

합의는 안 됐다.

그래도 다음 날 베셀로바는 회의를 취소하지 않았다.

그게 그녀 방식의 신뢰였다.

완전히 베셀로바식은 아니었다.

연방에 명시적으로 부여되지 않은 권한은 원칙적으로 지역에 귀속하되, 공동기능은 연방법률과 지역대표기관의 참여로 조정한다.

초안.

아직 국가도,

연방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누가 무엇을 못 하게 할 것인지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베셀로바는 그걸 좋은 징조라고 했다.

“나라가 생기고 나서 싸우는 것보다 낫습니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